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재비·인건비 급등과 대금 분쟁으로 공사가 중간에 멈춰서는 현장이 늘면서, 이미 진행된 공사 부분에 대한 대금을 어떻게 정산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분쟁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시공사분들은 대개 “제가 실제로 투입한 자재비와 인건비만큼은 당연히 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공사를 중단합니다. 반대로 건축주분들은 “이미 지급한 공사비가 있으니 그 안에서 알아서 정산되겠지”라며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산 단계에 들어가면, 기성고는 어느 한쪽이 실제로 쓰거나 받은 돈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절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양쪽 모두 당황하곤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되거나 중단된 경우 정산해야 할 기성 공사대금을 약정한 총공사대금에 기성고 비율을 곱하는 정해진 산식으로만 산정하도록 하고, 당사자 일방의 실제 지출액이나 임의의 공제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중단된 공사의 기성고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잘못된 계산법이 왜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어떤 절차로 확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기성고는 실제로 쓴 돈이 아니라 정해진 산식으로 계산됩니다
기성고 비율은 약정한 총공사대금에 적용하는 것이지,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건물 신축공사처럼 일의 개별성이 강한 도급계약은 완공 전에 계약이 해제되거나 중단되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부분을 철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짓게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불합리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미 완성된 부분은 도급인에게 귀속시키되, 그에 대응하는 공사대금만 별도로 정산하도록 하는 태도를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습니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
이때 도급인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총공사대금에 공사가 중단될 당시의 기성고 비율을 곱한 금액입니다. 기성고 비율은 이미 완성된 부분에 들어간 객관적인 공사비를, 그 공사비에 미시공 부분을 마저 완성하는 데 필요한 공사비를 더한 전체 공사비로 나눈 값으로 계산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오해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시공사는 “내가 실제로 쓴 돈”을 기준으로 주장하고, 건축주는 “이미 준 돈”을 기준으로 정산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법원이 채택하는 산정 방식은 둘 다와 다릅니다. 약정 총공사대금과 기성고 비율이라는 두 가지 숫자가 확정돼야 비로소 정산 금액이 정해집니다.
기성고는 실제 지출액이 아니라, 약정 총공사대금에 기성고 비율을 곱해 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계약대금에서 기시공 비용을 빼는 방식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미시공 부분 공사비를 부풀려 계산하는 방식은 수급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반복적으로 배척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시도되는 잘못된 계산법이 있습니다. 약정한 총공사대금에서 이미 시공된 부분에 들어간 객관적 공사비용을 그대로 빼서, 그 나머지를 미시공 부분의 공사비로 삼는 방법입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대법원은 이 방식을 명확히 배척하고 있습니다.
정액 도급계약은 통상 수급인이 예상한 실제 공사비에 적정한 이윤을 더해 총공사대금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총공사대금에서 기시공 비용을 그대로 빼버리면, 그 안에 포함돼 있던 이윤까지 미시공 부분 공사비에 얹혀 부당하게 부풀려지고, 결과적으로 기성고 비율이 낮게 계산되어 수급인이 받을 돈이 줄어드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깁니다.
약정 공사대금에서 기시공 부분에 대한 객관적 공사비용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미시공 부분의 공사비를 산정하여 기성고 비율을 정하는 것은 부당하게 미시공 공사비가 다액으로 되어 수급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21393, 21409 판결).
이 판례 이후 실무에서는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 각각에 대해 별도로 객관적인 공사비를 산출한 뒤 이를 더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이는 소송에서 이루어지는 건설감정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미시공 부분 공사비를 “대금에서 빼는 방식”으로 주장하는 상대방이 있다면, 이 판례를 근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계약대금에서 기시공 비용을 빼는 방식으로 미시공 공사비를 부풀리는 계산법은, 대법원이 되풀이해 배척하고 있습니다.
3. 기성고는 당사자 합의만으로 정하기 어렵고 대부분 감정으로 확정됩니다
기성고 비율에 다툼이 있으면 법원은 건설감정을 통해 기완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의 공사비를 각각 산출하게 합니다.
당사자끼리 기성고 비율에 합의만 된다면 그대로 정산하면 되지만, 실무에서는 서로 생각하는 비율 차이가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다툼이 소송으로 넘어가면 법원은 통상 건축 분야 감정인을 지정해 현장을 실측하고, 계약서·설계도면·설계변경 내역을 대조해 기성고 감정을 진행합니다.
이때 감정은 단순히 “기성 부분이 얼마짜리인지”만 산출해서는 안 되고, 약정된 공사 내용과 미완성된 부분의 구체적인 범위를 특정한 뒤, 그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공사비까지 함께 산출해야 비로소 기성고 비율 감정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계약 내용이나 미시공 범위에 대한 언급 없이 기성 부분만 평가한 감정 결과는 법원에서도 그대로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경험칙에 반하거나 뚜렷하게 불합리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존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제출하느냐, 미시공 부분의 범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특정하느냐가 최종 금액을 좌우합니다.
기성고 비율은 당사자 주장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대부분 법원이 지정한 건설감정을 거쳐 확정됩니다.
4. 산정 결과에 따라 지연손해금·하자보수비 상계까지 쟁점이 늘어납니다
기성고 비율이 정해졌다고 정산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지급액 공제와 하자 상계까지 맞물려 실제 지급액이 달라집니다.
기성고 비율이 확정되면 그 비율을 약정 총공사대금에 곱해 기성 공사대금이 정해지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이미 지급한 선급금이나 중도 기성금이 있다면 확정된 기성 공사대금에서 이를 공제해야 하고, 완성된 부분에 하자가 있다면 건축주는 민법 제667조에 따른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급인 입장에서는 공사 중단에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 예를 들어 건축주의 설계변경 지연이나 기성금 미지급이 원인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지연에 따른 책임을 건축주에게 돌릴 여지도 있습니다. 이 경우 기성 공사대금과는 별개로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불리해집니다. 물가 변동으로 미시공 부분 공사비 추산이 달라지고, 현장이 방치되거나 다른 업체가 손을 대면서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의 경계 자체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중단된 시점의 현장 상태를 얼마나 잘 남겨두었는지가 이후 감정에서 기성 범위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5. 내용증명부터 감정, 판결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절차 초기에 현장 자료를 확보해두는지가 감정 결과와 최종 정산액을 좌우합니다.
공사 중단에 따른 기성고 분쟁은 통상 ①공사 중단 사실과 정산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 발송(계약 해제 의사표시 포함 여부를 명확히 함) → ②협의가 되지 않으면 공사현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수원 지역 현장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안산·성남·평택지원 등)에 공사대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 ③소송 중 법원이 지정한 건설 분야 감정인의 기성고 감정 실시 → ④감정 결과를 토대로 한 조정 또는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공사가 멈춘 것을 확인했다면, 감정에 대비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사도급계약서와 설계도면, 설계변경 내역이 있는지, 총공사대금과 공사기간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공사 중단 시점의 현장 상태를 사진·동영상·작업일보로 남기고, 자재 반입 내역과 하도급 정산 자료를 모아둡니다.
이미 지급받았거나 지급한 선급금·기성금 내역과 하자 여부를 정리해 향후 공제·상계 주장에 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사대금·기성고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감정 단계에서부터 유리한 근거를 제시해 실질적인 정산 금액을 높이거나 지킬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사가 중단되면 당장 눈앞의 공정 차질과 다음 공사비 마련이 급해, 기성고를 어떻게 정산할지는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장 자료가 남아 있는 초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실제로 투입한 비용을 감정적으로 주장하기보다, 계약서와 현장 자료로 객관적인 기성고 비율을 뒷받침할 준비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공사를 중단시킨 건축주 입장에서도 “이미 준 돈이 있으니 됐다”는 생각만으로는 정산이 끝나지 않으며, 하자나 지연의 귀책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공제·상계 주장이 받아들여집니다.
저는 공사대금과 기성고 분쟁에서 대금을 받아야 하는 시공사 쪽과, 정산 근거를 다투는 건축주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감정 결과와 최종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지금이, 기성고 산정의 근거를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사가 중단되면 무조건 기성고 비율로 정산하나요, 제가 실제로 쓴 돈은 인정 안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실제 지출액이 아니라 약정 총공사대금에 기성고 비율을 곱한 금액이 기준입니다. 다만 실비 정산 특약이 있거나 미시공 부분 공사비를 예측할 필요가 없는 특수한 경우처럼 예외적 사정이 있으면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Q. 기성고 비율은 누가 정하나요,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되나요?
A. 합의가 되면 그대로 정산하면 됩니다. 다만 다툼이 있으면 결국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건설감정 결과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결과는 뚜렷한 잘못이 없는 한 법원이 존중합니다.
Q. 이미 받은 선급금이나 기성금이 있는데, 이것도 다시 계산에 들어가나요?
A. 네, 최종 확정된 기성 공사대금에서 이미 지급받은 선급금·기성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합니다. 지급받은 금액이 확정 기성 공사대금보다 많다면 반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Q. 공사에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중단됐다면 기성고에서 깎이나요?
A.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으로 건축주가 상계를 주장할 수 있어, 실제 지급액이 감정상 기성 공사대금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자 여부와 범위 역시 감정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공사 중단의 책임이 건축주에게 있는 경우에도 산정 방식이 같나요?
A. 산정 공식 자체는 같습니다. 다만 중단의 귀책사유는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나 계약해제의 정당성 판단에 영향을 주므로, 건축주 귀책이 인정되면 수급인은 기성 공사대금 외에 별도 손해배상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감정을 받으려면 꼭 소송을 제기해야 하나요?
A. 감정만 별도로 받는 절차도 있지만, 실제로 대금을 지급받으려면 결국 공사대금 청구소송이나 조정 절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송 제기와 함께 감정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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