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소규모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급하게 진행하는 추가 공사에서는 정식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조건을 정하고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아는 사이로 소개받았거나 공사 규모가 작아 굳이 서류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시공을 맡은 분들 중에는 “말로 다 이야기했고 문자로도 몇 번 확인했으니 대금은 당연히 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공사를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끝내고 대금을 요청하면, 상대방이 “그런 금액에 합의한 적 없다”, “애초에 계약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면서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계약서가 없더라도 공사가 진행된 경위와 당사자의 행위를 종합해 묵시적으로도 도급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계약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받으려면 그에 필요한 증거를 갖추어야 하고,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도 제한이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계약서 없이 진행된 공사도 대금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대금을 청구하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서가 없어도 도급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구두로 합의했다면 그 순간 이미 도급계약은 성립한 것입니다.
민법 제664조는 도급을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 어디에도 계약서 작성을 성립 요건으로 요구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도급계약은 매매나 임대차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되면 성립하는 낙성·불요식 계약입니다. 즉 서면을 작성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을 완성하기로 하는 약속과 그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속이 말로만 오갔더라도 법적으로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봅니다.
실무에서는 소규모 인테리어·리모델링·부분 보수 공사일수록 계약서 없이 구두나 문자, 카카오톡 대화만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도 계약서만 없을 뿐 법적 성격은 정식 도급계약과 다르지 않으므로, “계약서가 없으니 대금을 못 받는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도급계약 자체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2. 대금을 미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어도 계약의 성립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을 정확히 정하지 않았어도 정황과 행위만으로 계약 성립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대금을 정확히 얼마로 하기로 했는지 증명할 수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도급인이 계약 체결 자체를 부인한 사건에서도, 공사가 상당 기간 진행되는 동안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시공자가 공사 내역서를 여러 차례 제출한 정황 등을 근거로 묵시적인 도급계약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수급인이 일의 완성을 약속하고 도급인이 그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비록 보수의 액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았어도 도급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112124 판결).
다만 계약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받는 책임은 대금을 청구하는 시공자 쪽에 있습니다. 견적서나 공사 내역서, 공사 전후로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대화, 현장 사진, 자재 구입 영수증, 인건비 지급 내역, 계좌이체 내역, 세금계산서 등은 각각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더라도 여러 자료가 결합되면 실질적인 도급관계와 대금 액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면, 공사가 끝난 뒤라도 위와 같은 자료를 최대한 모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협상이나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금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어도, 정황과 자료로 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3. 계약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실제 시공한 부분은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제공된 이익은 별도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끝까지 계약 체결 사실을 부인해 도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실제로 공사를 진행해 상대방이 그 결과물로 이익을 얻었다면 그 가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하는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주위적으로 약정한 공사대금 전액을 청구하면서, 예비적으로 계약의 성립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부당이득반환을 함께 구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이 유효하게 인정되면 약정 대금 전액을 받을 수 있지만, 부당이득으로만 인정될 경우에는 실제 투입 비용과 통상 이윤 범위로 청구액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상대방이 처음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공사를 맡긴 정황이 뚜렷하다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공사를 마친 뒤 단순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정과는 구별되므로, 계약 당시의 정황을 함께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계약의 성립이 다투어지더라도, 실제로 제공된 이익은 부당이득으로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4. 공사대금도 3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공사를 마친 뒤 3년이 지나면 대금을 받을 권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163조 제3호는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을 3년의 단기소멸시효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대금채권은 일반 민사채권처럼 10년이 아니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당사자 사이에 지급 시기에 관한 특약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특약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며, 특약이나 관습도 없으면 공사를 마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계약서가 없는 사건일수록 공사를 마친 시점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준공이나 인도 시점을 문자나 사진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법 제163조 제3호가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으로 들고 있는 ‘도급을 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에서, 그 ‘채권’이라 함은 도급받은 공사의 공사대금채권뿐만 아니라 그 공사에 부수되는 채권도 포함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공사에 관한 채권을 약정에 기한 채권이라고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의 성질이 변경되지 아니한 이상 단기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163조 제3호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7185 판결).
즉 공사대금 자체뿐 아니라 그에 부수하는 채권도 같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계약서 없이 진행된 공사일수록 시간을 끌지 말고 되도록 빨리 대금을 청구해야 합니다.
공사대금채권은 10년이 아니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미루지 말고 서둘러 청구해야 합니다.
5.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런 절차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계약서 없이 진행된 공사에서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 통상 ①내용증명을 발송해 대금 지급을 최고하고 → ②상대방이 다투지 않는다면 수원지방법원에 지급명령(독촉절차)이나 민사조정을 신청하고 → ③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처음부터 다투는 태도를 보이면 공사대금 청구소송(관할은 통상 피고 주소지나 공사 목적물 소재지를 기준으로 수원지방법원 등)을 제기하며 → ④승소해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만약 시공한 건물이나 목적물을 아직 점유하고 있다면, 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그 물건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유치권(민법 제320조) 행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은 소송 없이도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실질적인 지렛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항의부터 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견적서, 계약 관련 대화(문자·카카오톡), 현장 사진 등 공사와 관련된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실제 지출한 자재비·인건비 영수증과 세금계산서 등 비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공사가 언제 끝났는지, 즉 준공이나 인도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인해 소멸시효 기산점을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약서 없는 공사대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계약 성립 여부와 부당이득, 소멸시효까지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약서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도 불리하게 느껴져, 대금을 받지 못한 채로도 선뜻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계약의 존재와 공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문자, 카카오톡, 사진, 영수증이 쌓일수록 협상과 소송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건축주나 도급인 입장에서도 “원래 합의한 적 없는 금액을 뒤늦게 부풀려 요구받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실제 합의 내용과 시공 범위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계약서 없이 진행된 공사를 둘러싼 분쟁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쪽과 대금 지급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남아 있는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가 없다고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공사와 관련해 남아 있는 자료를 먼저 챙긴 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합의한 공사도 법적으로 유효한가요?
A. 네, 유효합니다. 도급계약은 서면 작성이 필요 없는 낙성·불요식 계약이라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만으로 성립합니다. 다만 계약서가 없으면 그 내용을 증명하는 책임은 청구하는 쪽에 있습니다.
Q. 견적서나 문자만 있고 정식 계약서는 없는데, 그것만으로 대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견적서, 문자·카카오톡 대화, 현장 사진, 계좌이체 내역 등이 결합되면 계약의 성립과 대금 액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자료는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Q. 상대방이 애초에 그런 계약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계약서가 없어도 공사가 진행된 경위와 당사자의 행위 등을 종합해 묵시적 계약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제지 없이 공사를 진행시켰다는 사정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Q. 공사가 끝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공사대금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어, 공사를 마친 때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기산점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빨리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상대방이 계약도 인정하지 않고 대금도 못 주겠다고 하면 부당이득으로만 청구해야 하나요?
A. 약정 대금 전액을 청구하면서 예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함께 구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많이 쓰입니다. 계약이 인정되면 약정 대금을, 인정되지 않으면 실제 투입 비용 상당을 받을 가능성이 남습니다.
Q. 시공한 건물을 아직 갖고 있는데, 대금을 안 주면 인도를 거부할 수 있나요?
A.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면 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인도를 거부하는 유치권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점유 경위와 요건을 갖췄는지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지므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내용증명을 보내고 바로 소송을 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다투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조정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고, 다투는 경우에만 정식 소송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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