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를 진행하던 시공사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공사를 중도에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축주분들 중 상당수는 “선급금은 이미 다 지급했으니 나중에 정산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자료 없이 공사를 진행하다가, 막상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고 “선급금은 계약금 성격이라 돌려줄 수 없다”거나 “정산은 나중에 협의하자”고 버티면서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선급금의 법적 성격과 정산 순서에 관한 법리를 구체적인 사안마다 엄격하고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별도의 정산 조항이 없더라도, 선급금은 공사가 중단된 시점의 기성 공사대금에 당연히 충당되는 것이 원칙이며, 이 원칙을 벗어나려면 그럴 만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아래에서는 공사가 중단됐을 때 선급금이 어떻게 정산되는지, 그리고 정산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공사가 중단되면 선급금은 반환이 아니라 기성 공사대금 충당부터 이루어집니다
선급금은 도급인이 미리 낸 전체 공사대금이지, 공사가 끝나기 전에 돌려받는 예치금이 아닙니다.
선급금은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공사가 자재를 확보하고 인건비를 지급하면서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급인이 장차 지급할 전체 공사대금 중 일부를 미리 내주는 돈입니다. 특정 공정이나 특정 기성 부분에 대응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공사 전체에 대한 선급 공사대금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실무에서는 선급금을 계약보증금이나 예치금처럼 생각해서, 공사가 중단되면 지급한 금액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선급금은 이미 공사대금의 일부로 지급된 돈이기 때문에,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기성고)에 따라 정산 방식이 달라집니다.
공사 도중 계약이 해제·해지되거나 시공사의 귀책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그때까지 완성된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 즉 기성 공사대금을 먼저 계산하고 여기에 선급금을 충당한 뒤, 남는 금액이 있는지 부족한 금액이 있는지를 따지는 순서로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선급금을 계약금처럼 별도로 취급해 전액 돌려달라거나, 반대로 전액 몰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 원칙과 맞지 않습니다.
선급금은 공사가 중단돼도 곧바로 반환하는 돈이 아니라, 기성 공사대금 정산 과정에서 먼저 충당되는 공사대금의 일부입니다.
2. 계약서에 정산 조항이 없어도 대법원은 별도 의사표시 없는 당연 충당을 인정합니다
상계 의사표시가 없어도 기성고 공사대금은 선급금으로 자동 충당됩니다.
민법 제664조는 도급을 당사자 일방이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이 계약관계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선급금 정산에 관해서는 계약서에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계약서에 정산 조항이 없으면 정산할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급금의 성격상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나 약정이 없어도 기성 공사대금에 당연히 충당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습니다.
선금이 공사대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인 이상, 하도급을 주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선금은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그 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되고 그래도 공사대금이 남는다면 그 금액만을 지급하면 되는 것이고, 거꾸로 선금이 미지급 공사대금에 충당되고 남는다면 그 남은 선금에 관하여 도급인이 반환채권을 가지게 된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즉 계약서에 “선급금은 기성 공사대금에 충당한다”는 문구가 없더라도, 공사가 중단된 시점을 기준으로 기성 공사대금을 산정하고 거기에 선급금을 우선 충당하는 절차는 당연히 이루어집니다. 대법원 2021. 7. 8. 선고 2016다267067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선급금이 지급된 후 계약이 해제·해지돼 수급인이 선급금을 반환하게 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때까지의 미지급 기성 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정산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선급금 충당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별도 의사표시가 없어도 기성 공사대금에는 선급금이 당연히 충당됩니다.
3. 기성고는 투입 비용이 아니라 완성된 부분의 공사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다툼이 줄어듭니다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완성됐는지가 정산의 기준입니다.
정산의 핵심은 결국 기성고, 즉 공사가 중단된 시점까지 실제로 완성된 부분의 비율과 그에 대응하는 공사대금을 얼마로 볼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도급인과 시공사가 내놓는 기성고 비율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공사는 투입한 자재비·인건비를 근거로 기성고를 높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도급인은 눈에 보이는 완성 정도, 즉 실제로 사용 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낮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성고는 “얼마를 썼는지”가 아니라 약정된 총 공사 내용 중 “사회통념상 완성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당사자 사이에 기성고 비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법원에 감정을 신청해 건축 분야 감정인이 현장을 조사하고 설계도면·시공 내역과 대조해 객관적인 기성고 비율을 산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설계변경이 있었는지, 추가공사가 있었는지, 하자가 있는 부분을 기성 부분에서 공제해야 하는지가 함께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성고는 투입 비용이 아니라 완성된 부분의 공사비를 기준으로 하며, 다툼이 크면 결국 법원 감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산정하게 됩니다.
4. 선급금이 기성 공사대금을 초과하면 차액은 반환 대상이 되고, 보증·지연손해금까지 얽힙니다
정산 결과 선급금이 남으면 반환채권이 발생하고, 늦어질수록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기성 공사대금을 산정해 선급금을 충당한 결과, 선급금이 기성 공사대금보다 많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도급인은 그 차액에 대해 시공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또는 선급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시공사가 임의로 갚지 않으면 반환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이 함께 붙어 부담이 계속 늘어납니다.
여기에 선급금 반환을 담보하기 위한 보증(이행보증·계약보증)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의 책임 범위는 도급계약 내용, 특히 선급금이 어떤 공사대금 내역에 충당되는지에 관한 약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선급금 반환에 관한 보증계약을 체결한 보증인의 책임 범위도 도급계약 당사자 사이의 선급금의 충당 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내역에 관한 약정에 따라 결정된다. 보증인의 책임 유무 및 범위는 선급금 보증계약 체결 당시의 도급계약상의 약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이후 도급인이 하수급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선급금 충당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약정함으로써 보증인의 책임이 가중된다면 그 범위 내에서는 보증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16다267067 판결).
즉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나중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기관의 책임 범위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선급금 정산이 복잡해질수록 계약서와 보증서, 직불합의서를 함께 놓고 어느 시점의 약정을 기준으로 충당 범위를 정할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5. 선급금 정산 분쟁은 내용증명부터 기성고 감정, 소송까지 순서대로 접근해야 유리합니다
형사 고소가 아니라 민사 절차이므로, 초기 자료 정리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선급금 정산 분쟁은 통상 ①정산 근거(기성 공사대금 산정 내역)를 첨부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정식으로 정산을 요구하는 단계 → ②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 제기 전 증거보전 절차나 조정을 통해 기성고 감정을 신청하는 단계 → ③민사조정·지급명령 또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단계(공사현장이 수원 지역이라면 통상 수원지방법원이 관할이 됩니다) → ④감정 결과를 반영한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에 나서는 단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 사건과 달리 정산 분쟁 자체는 민사 절차이지만, 시공사가 선급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거나 애초에 공사를 이행할 의사 없이 선급금만 받아 간 정황이 있다면 별도로 사기죄 등 형사 책임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단계로 진행하든, 공사가 중단된 것을 확인한 시점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유리합니다.
도급계약서와 선급금 특약(보증서 포함)에 정산 방법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공정률과 기성고를 뒷받침할 시공 사진, 작업일보, 세금계산서, 자재 반입 내역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선급금 반환 보증서가 있다면 보증기관에 별도로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보증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사대금·선급금 정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기성고 감정 신청부터 보증기관에 대한 청구까지 실질적인 회수·방어 전략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사가 중단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 시간을 쓰다가, 정작 선급금 정산 문제는 뒤로 미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급금을 지급한 도급인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정산은 나중에”라며 시간을 끄는 사이 자료가 흩어지지 않도록, 기성고를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공사를 진행하다 중단하게 된 시공사 입장에서도 “선급금은 계약금이라 안 돌려줘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진행한 공사 내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도급인과 시공사, 양쪽 입장에서 선급금·기성고 정산 분쟁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떤 절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산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사 중단으로 선급금 정산 문제가 애매하게 남아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선급금 반환이나 정산에 관한 조항이 전혀 없으면 못 돌려받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별도의 정산 조항이나 상계 의사표시가 없어도 선급금은 공사가 중단된 시점의 기성 공사대금에 당연히 충당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계약서에 조항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정산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Q. 시공사 귀책이 아니라 도급인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돼도 같은 방식으로 정산되나요?
A. 정산의 기본 순서(기성 공사대금에 선급금 충당)는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공사 중단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손해배상 청구 여부와 범위를 정하는 데 별도로 영향을 줍니다.
Q. 기성고 비율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A. 1차적으로는 당사자 협의로 정하지만,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감정을 신청해 건축 분야 감정인이 현장과 도면을 대조해 객관적으로 산정합니다. 투입 비용이 아니라 완성된 부분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Q. 선급금 반환 보증서가 있으면 시공사가 아니라 보증기관에 바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보증기관의 책임 범위는 보증계약 체결 당시의 도급계약 약정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이후 하도급대금 직불합의 등으로 정산 내역이 바뀌었다면 보증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계약서와 보증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정산 결과 선급금이 기성 공사대금보다 많이 남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차액은 시공사가 반환해야 할 채무가 되고, 시공사가 임의로 갚지 않으면 반환청구 소송과 함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환이 늦어질수록 부담이 늘어나므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한 대금도 선급금 충당 대상에서 제외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기성 공사대금 내역에 포함해 선급금으로 충당하지만, 당사자 사이에 직접지급분을 충당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예외적 정산약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계약과 합의 내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공사 중단을 확인한 직후 변호사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초기에 확보한 시공 자료와 대응 방식이 이후 기성고 감정과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산 협의가 지연되는 시점부터 상담을 받아 자료 정리와 절차 선택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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