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나 부부가 공동명의로 가진 주택 중 한 사람 몫의 지분을 채무초과 상태에서 처분하면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 즉 채권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하는 계산입니다. 그 주택에 세입자가 살고 있다면 지분 가액에서 보증금의 '절반'만 빼야 할지, 아니면 '전액'을 빼야 할지를 두고 하급심조차 결론이 엇갈려 왔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가 공유자들의 불가분채무라는 점을 근거로, 지분 가액에서 보증금 전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지분비율이 아니라 전액이 빠지는지, 그 차이가 실제 가액배상액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유주택 지분 처분, 사해행위가 되는 기본 구조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때 요건은 두 가지로, 그 행위로 채무자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거나 새롭게 채무초과에 빠져야 하고(무자력), 채무자와 상대방 모두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사해의사·악의). 공유주택의 지분은 종종 채무자가 가진 사실상 유일한 재산이기 때문에, 그 지분을 매도하거나 증여하는 것은 물론, 원래 계약을 합의로 해제해 지분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도 채권자를 해치는 처분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12566 판결에서는,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채무자가 매매계약을 체결해 건물 지분 2분의 1을 취득했다가 뒤늦게 이를 합의해제해 원래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되돌린 사안이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이 합의해제가 사실상 유일한 재산이었던 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채권자들의 공동담보 밖으로 빼내는 행위라고 보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채무자의 사해의사와 상대방의 악의(추정)도 함께 인정했습니다. 단순 매매뿐 아니라 계약 해제라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그 실질이 책임재산을 줄이는 결과라면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해행위취소는 매매·증여 같은 전형적인 처분행위뿐 아니라, 합의해제처럼 형식은 다르더라도 실질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줄이는 모든 재산권 처분행위에 적용된다.
세입자 보증금반환채무는 왜 '지분만큼' 나뉘지 않을까
여러 사람이 하나의 건물을 공유하면서 세입자에게 함께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은 경우, 그 임대차는 공유자 각자가 자기 지분만큼만 임대한 것이 아니라 건물 전체를 다수 당사자로서 공동으로 임대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다43137 판결이 확립한 이 법리에 따르면, 이렇게 성립한 보증금반환채무는 성질상 나눌 수 없는 불가분채무에 해당합니다. 불가분채무에서는 채무자 각자가 전체 채무에 대해 이행할 책임을 지고, 세입자는 공유자 누구에게든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지분이 적은 공유자라고 해서 그 지분 비율만큼만 책임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 성질은 지분이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더라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임대목적물의 소유권 중 일부 지분을 새로 이전받은 공유자는, 기존 공유자와 함께 공동임대인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고 그 순간부터 보증금 전액에 대한 반환의무를 불가분채무로 떠안게 됩니다(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5다59801 판결,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3다318857 판결 등). 전세권이 설정된 목적물이라면 전세금 반환의무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 지분을 새로 취득한 공유자는 기존 전세권설정자와 함께 공동 전세권설정자의 지위에서 전세금 전액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공유자 공동임대 시 보증금반환채무는 원칙적으로 불가분채무(대법원 98다43137)
지분을 새로 취득한 공유자도 기존 임대인과 함께 보증금 전액 반환의무 승계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도 전세금 반환의무에 동일한 법리 적용(대법원 2024다312566)
공유자가 공동으로 건물을 임대한 경우 보증금반환채무는 지분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공유자 각자가 전액에 대해 책임지는 불가분채무다.
가액배상 범위를 정하는 원칙 — 처분하지 않았다면 남았을 책임재산만
사해행위로 처분된 목적물에 임차권이나 저당권처럼 제3자의 권리가 걸려 있어 원물 자체를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원물반환 대신 그 가액을 배상하도록 명합니다. 이때 배상 범위를 정하는 대원칙은 "채무자가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남아 있었을 책임재산"을 회복시키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많은 재산을 회복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다205073 판결). 즉 채권자가 애초에 채무자의 재산에서 강제집행으로 가져갈 수 있었던 몫 이상을 사해행위취소로 얻어낼 수는 없습니다.
이 원칙을 세입자가 있는 공유지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공유물인 주택에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우선변제권을 가진 세입자가 있고, 그 주택의 공유자들이 불가분채무인 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면, 처분된 지분 중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보증금반환채권 전액을 공제하고 남는 부분에 한정됩니다(대법원 2024다312566 판결 참조). 채무자가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었더라도 세입자에 대해서는 불가분채무자로서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책임을 지고 있었을 것이므로, 그 부담을 제외한 나머지만이 애초부터 채권자들이 노릴 수 있었던 책임재산이라는 논리입니다.
가액배상의 범위는 채무자가 처분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원래 채권자들이 가져갈 수 있었던 책임재산으로 한정되고, 그보다 많이 회복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저당채무는 지분비율로 나누지만, 보증금은 통째로 빠진다
같은 공유지분이라도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와 세입자 보증금이 걸린 경우는 공제 방식이 다릅니다. 공동채무자들이 하나의 부동산을 공유하면서 그 전체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각 공유자의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민법 제368조의 취지에 따라 지분 가액에 비례해 안분한 금액으로 봅니다. 저당채무는 각 공유자가 자신의 지분 비율만큼만 부담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셈입니다.
실제 대법원 2017다205073 판결의 사안이 이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남매가 상가건물을 각 2분의 1씩 공유하면서 은행에 근저당권(피담보채무 155,323,789원)을 설정하고, 보증금 4,000만원에 피시방 세입자를 들인 뒤 동생이 매형에게 자신의 지분(가액 1억 7,000만원)을 매도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근저당 피담보채무는 지분 비율대로 안분한 77,661,894원(155,323,789원의 2분의 1)만 공제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세입자의 보증금 4,000만원은 우선변제권이 있다는 이유로 절반이 아니라 전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지분이라도 빚의 성질에 따라 공제 방식이 이렇게 갈리는 것입니다.
저당채무(공동저당·공동채무): 지분 가액 비율로 안분해 공제(민법 제368조)
세입자 보증금반환채무: 불가분채무이므로 안분 없이 전액 공제
두 계산을 혼동하면 책임재산 산정이 크게 어긋나 배상액이 잘못 산정될 수 있음
저당채무는 지분 비율로 안분해 공제하지만, 성질상 나눌 수 없는 세입자 보증금반환채무는 지분 비율과 무관하게 전액을 공제한다.
대법원 2024다312566 판결이 다시 확인한 원칙 — 전세금도 마찬가지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12566 판결의 사안은 상가 임대차가 아니라 여러 층에 전세권이 설정된 건물이었습니다. 채무자가 건물 지분 2분의 1을 매수할 당시 그 건물 3층·6층·7층·8층에는 각각 다른 세입자 명의의 전세권설정등기가 되어 있었고, 전세금을 모두 합치면 10억 5,000만원이었습니다. 채무자가 이 지분을 다시 합의해제로 되돌려주자, 채권자였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사해행위로 다투며 가액배상을 구했습니다.
원심(항소심)은 지분을 새로 취득한 채무자가 기존 전세권설정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지분 가액에서 전세금 전액이 아니라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 공제하고 770,443,045원의 가액배상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분을 이전받은 새로운 공유자도 공동 전세권설정자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해 전세금 반환의무를 불가분채무로 부담한다고 보아, 지분 가액에서 전세금 전액을 공제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세입자가 주택임대차의 보증금을 받은 경우든, 전세권자로서 전세금을 받은 경우든 계산 원리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대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지분을 새로 취득한 공유자는 전세금이든 임차보증금이든 기존 공유자와 함께 전액에 대한 반환의무를 불가분채무로 승계하며, 가액배상 산정도 이 원칙을 따른다.
세입자·채권자·지분 매수인이 각각 살펴야 할 실무 포인트
세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대항요건(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과 같은 법 제3조의2 제2항이 정한 확정일자를 모두 갖춰야,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보증금채권이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에서 제외되는 범위를 명확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항요건이나 확정일자를 미처 갖추지 못했다면 보증금반환채무의 불가분채무 성질 자체는 달라지지 않더라도, 실제 소송에서 그 범위를 다투는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공유지분에 대해 사해행위취소를 다투는 채권자라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해당 주택에 세입자가 있는지, 보증금이 얼마인지, 우선변제권을 갖췄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누락한 채 지분 가액 전체를 기준으로 배상액을 청구하면, 법원이 보증금 전액을 공제한 뒤 남는 금액으로 청구를 대폭 줄여 인정하거나, 애초에 사해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위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유지분을 매수하려는 사람이라면, 그 지분에 세입자가 있는 경우 매수와 동시에 기존 공유자와 함께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불가분채무를 떠안게 된다는 점을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유지분을 처분하면 무조건 사해행위가 되나요?
A. 처분 당시 채무자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거나 그 처분으로 채무초과에 빠지고, 그로 인해 일반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이 줄어드는 경우에만 사해행위가 됩니다. 지분이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 아니거나 처분 후에도 충분한 다른 재산이 남아 있다면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세입자가 있으면 가액배상액이 왜 크게 줄어드나요?
A.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는 공유자 전원이 함께 지는 불가분채무이기 때문에, 지분을 처분한 채무자 몫에서 보증금 전액을 공제하고 남는 부분만 일반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지분비율만큼만 공제하는 것보다 배상액이 훨씬 줄어드는 결과가 됩니다.
Q.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도 보증금처럼 전액 공제되나요?
A. 아닙니다. 여러 공유자가 공동채무자로 부동산 전체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그 피담보채무는 원칙적으로 지분 가액에 비례해 안분한 금액만 공제됩니다. 성질상 나눌 수 없는 보증금반환채무와 달리, 저당채무는 각자의 지분 비율대로 부담이 나뉘기 때문입니다.
Q. 상가임차인과 주택임차인 모두 이 법리가 적용되나요?
A. 네. 대법원은 상가건물 임대차의 임차보증금 사건에서 먼저 이 법리를 확립했고, 이후 주택에 대한 전세금 반환채무 사건에서도 같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임차 형태와 관계없이 공유자들이 공동으로 임대해 보증금을 수령했다면 동일하게 판단됩니다.
Q.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안 받았어도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확정일자나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해 우선변제권이 없더라도 보증금반환채무 자체가 불가분채무라는 성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우선변제권 유무는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그 채권이 어느 범위까지 공동담보에서 제외되는지를 가릴 때 고려되는 요소이므로, 실제 소송에서는 개별 사안마다 따져봐야 합니다.
Q. 지분을 새로 사들인 사람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임대목적물의 소유권 일부 지분을 이전받은 새로운 공유자는 기존 공유자와 함께 공동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보증금 전액에 대한 반환의무를 불가분채무로 부담하게 됩니다. 지분만 매수했으니 절반만 책임진다는 생각은 착오입니다.
맺음말
공유주택의 지분을 채무초과 상태에서 처분하면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지분에 세입자가 있다면 가액배상액을 정하는 계산은 단순히 지분 비율을 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보증금반환채무가 공유자 전원이 함께 지는 불가분채무인 이상, 지분 가액에서 보증금 전액을 공제하고 남는 부분만이 일반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으로 인정됩니다. 저당채무처럼 지분 비율대로 나뉘는 빚과 혼동해 절반만 공제하면, 채권자든 채무자든 실제 배상액을 크게 잘못 예상하게 됩니다.
지분 매매나 상속,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등으로 공유관계가 생기는 주택은 드물지 않고, 그 상당수가 세입자를 낀 상태로 소유권만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준비하거나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분 가액 산정 단계에서부터 세입자의 보증금과 우선변제권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결론을 좌우합니다. 수원·광교를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처럼 공유 형태로 부동산을 보유한 사례가 많은 곳에서는 특히 이 계산 방식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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