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숫자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법정형 하한만 놓고 봤을 때 집행유예는 애초에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실제 사건에서는 감경 사유가 쌓이면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5년 이상이라는 법정형 하한이 어떤 구조로 낮아질 수 있는지, 그 계산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감경이 가능하다고 해서 곧바로 집행유예로 이어지지는 않는 이유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아동 성착취물 제작죄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출발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문 안에서도 형량은 행위 유형별로 갈립니다. 영리 목적의 판매·배포 등은 5년 이상, 단순 배포·전시는 3년 이상, 제작자에게 아동·청소년을 알선한 경우는 3년 이상, 구입·소지·시청은 1년 이상입니다. 제작 행위가 가장 무거운 하한을 받는 이유는 성착취물이 존재 자체로 피해를 반복·확산시키는 근원이 되기 때문이며, 이 조문은 2020년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강화된 입법입니다.
문제는 이 법정형이 형법 제62조 제1항이 정한 집행유예 요건과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경우에만 그 정상을 참작해 선고할 수 있습니다. 제작죄의 법정형 하한이 5년이라는 것은, 아무런 감경 없이 이 조문 그대로 적용된다면 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형의 최저치 자체가 이미 집행유예 상한선인 3년을 넘어선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제작죄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려면 하한 자체를 3년 이하로 끌어내리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법정형 하한 5년과 집행유예 상한 3년 사이의 간극은 저절로 메워지지 않는다 — 감경이라는 별도의 법적 조작이 있어야만 그 간극을 넘을 수 있다.
감경은 어떻게 형기를 낮추나 — 2분의 1씩 깎이는 계산 구조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는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 그 형기를 2분의 1로 한다고 정합니다. 제작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인데, 법원이 유기징역을 선택한다고 가정하면 그 상한은 형법 제42조에 따른 유기징역의 일반 상한인 30년입니다. 즉 감경 전 범위는 5년 이상 30년 이하이고, 법률상 감경 사유가 한 가지라도 인정되면 이 범위는 그대로 2분의 1로 줄어 2년 6개월 이상 15년 이하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이 계산만으로도 이미 하한이 3년 이하로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법률상 감경 사유가 두 가지 이상 겹치면 어떻게 될까요. 형법 제55조 제2항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수개 있는 때에는 거듭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감경을 두 번 거치면 2년 6개월이던 하한은 다시 절반인 1년 3개월로, 15년이던 상한은 7년 6개월로 낮아집니다. 실무에서는 여기에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작량감경)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작량감경의 정도 역시 같은 절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처리이며, 형법 제56조는 가중·감경이 경합할 때 법률상 감경을 먼저 적용하고 정상참작감경을 가장 마지막 순서에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감경 없음 — 하한 5년, 상한 30년(집행유예 불가능 범위).
법률상 감경 1회 — 하한 2년 6개월, 상한 15년(이미 3년 이하 선고가 가능한 범위 진입).
법률상 감경 거듭 2회 또는 법률상 감경+정상참작감경 — 하한 1년 3개월, 상한 7년 6개월.
법률상 감경은 단 한 번만 인정돼도 하한을 2년 6개월까지 끌어내려, 3년 이하라는 집행유예의 문턱을 선고범위 안으로 들여놓는다.
종범이냐 정범이냐 — 형법 제32조의 필요적 감경
제작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법률상 감경 사유가 종범(방조범) 인정입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하는데, 이는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종범으로 인정되기만 하면 반드시 적용되는 필요적 감경입니다. 제작죄에서 종범이 문제되는 전형적인 상황은, 촬영을 주도하거나 아동·청소년을 유인·기망한 사람이 따로 있고 피고인은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장비를 빌려주거나 촬영 장소를 제공하거나 편집·업로드만 대행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촬영을 계획하고 지시했거나 아동·청소년에게 접근·유인하는 역할을 스스로 수행했다면 정범으로 평가되어 이 감경을 받을 수 없습니다.
법원이 종범인지 정범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 즉 범행의 동기·수단·결과와 범인의 지능·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범행 전체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는지, 촬영물이나 그로 인한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범행에 가담한 시점이 사전 공모인지 사후 가담인지, 그 역할을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었는지가 판단 요소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시켜서 했다’는 주장만으로 종범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가담 정도와 역할의 본질성이 수사·재판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투어집니다.
종범 감경은 재량이 아니라 형법 제32조 제2항이 정한 필요적 감경이지만, 종범으로 인정받으려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없었다는 사실관계부터 입증되어야 한다.
미수·자수·심신미약 — 쌓일수록 낮아지는 하한
종범 감경 외에도 형기를 낮추는 법률상 감경 사유는 더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은 제1항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정하는데,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습니다. 범행에 착수했지만 완성된 성착취물을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촬영 자체가 미완성에 그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형법 제52조 제1항은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해, 수사가 개시되기 전 스스로 신고했는지가 감경 여부에 영향을 줍니다.
심신미약도 이론상 감경 사유이지만 이 범죄에서는 제한이 있습니다.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미약 상태의 행위를 임의적 감경사유로 정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이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즉 스스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사용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사정은 법원의 재량에 따라 감경 근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종범 감경 하나만으로 하한이 2년 6개월까지 내려온 사건에서, 여기에 자수와 정상참작감경까지 추가로 인정되면 하한은 다시 1년 3개월까지 낮아져 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형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미수 — 촬영·제작이 완성에 이르지 못한 경우,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임의적 감경.
자수 — 수사기관 인지 전 스스로 신고, 형법 제52조 제1항에 따라 감경 또는 면제.
심신미약 — 형법 제10조 제2항의 임의적 감경이나, 음주·약물로 인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로 배제될 수 있음.
정상참작감경(작량감경) — 형법 제53조, 법률상 감경 이후 마지막 순서로 추가 적용.
감경 사유는 하나씩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종범·미수·자수·작량감경이 겹쳐 쌓일수록 형기의 바닥은 더 깊이 내려간다.
감경 가능하다고 곧 집행유예는 아니다 — 양형기준의 벽
법정형 하한이 계산상 3년 이하로 내려온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집행유예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별도로 마련된 양형기준을 참고해 선고형을 정하는데, 디지털 성범죄 영역의 양형기준은 기본영역·가중영역 모두 법정형 하한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권고범위를 벗어나 낮은 형을 선고하려면 판결문에 별도의 사유를 기재하는 것이 실무 관행입니다. 감경 계산상 3년 이하 선고가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는 것은 집행유예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실제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건은 종범 인정, 자수, 초범, 제작물의 규모가 극히 적고 외부로 유포되지 않았다는 사정, 피해자와의 합의나 공탁을 통한 피해 회복, 진지한 반성 등 여러 유리한 정상이 함께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스스로 범행을 계획·주도한 정범이거나, 영리 목적의 판매·배포까지 결합되었거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7항에 따라 상습범으로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되는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경우라면 감경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감경으로 형기 범위가 3년 이하에 들어왔다는 것은 집행유예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 실제 선고 여부는 양형기준과 개별 정상을 법원이 종합 평가한 결과다.
제작과 소지·배포는 다르다 — 혼동하면 형량 계산이 어긋난다
같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안에서도 행위 유형에 따라 집행유예까지의 거리는 전혀 다릅니다. 제1항 제작·수입·수출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제2항 영리 목적 판매·배포 등도 5년 이상으로 같은 출발선에 있지만, 제3항 단순 배포·전시·상영은 3년 이상, 제4항 제작자에게의 알선도 3년 이상, 제5항 구입·소지·시청은 1년 이상입니다. 소지·시청은 법정형 하한 자체가 이미 집행유예 상한인 3년 이하이므로 별도의 법률상 감경 없이도 정상참작감경만으로 집행유예 선고범위에 들어갈 수 있는 반면, 제작은 반드시 법률상 감경 사유를 먼저 확보해야 그 문턱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혼동하면 실무상 오해가 생깁니다. 예컨대 ‘성착취물 관련 사건은 다 비슷하게 처리된다’고 생각해 소지 사건의 처리 결과를 제작 사건에 그대로 대입하면, 실제 자신의 혐의가 제작으로 의율될 경우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의 행위가 제11조 몇 항에 해당하는지, 단순 소지에서 배포·제작으로 공소사실이 확대될 가능성은 없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1항 제작·수입·수출 — 무기 또는 5년 이상(감경 필수).
제2항 영리 목적 판매·배포 등 — 5년 이상(감경 필수).
제3항 배포·전시·상영, 제4항 제작자에게의 알선 — 3년 이상(감경 없이도 하한이 문턱에 근접).
제5항 구입·소지·시청 — 1년 이상(정상참작감경만으로도 집행유예 선고범위 진입 가능).
같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사건이라도 제작인지 소지인지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 자체가 갈린다 — 조문 항을 정확히 구분해야 형량 구조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동 성착취물 제작죄는 초범이면 무조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정범으로 인정되고 별도의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다면 법정형 하한 5년이 그대로 적용되어 애초에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위 자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는 형법 제55조가 정한 법률상 감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Q. 종범(방조)으로 인정되면 자동으로 집행유예가 나오나요?
A. 아닙니다. 종범 감경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형기의 하한을 낮추는 필요적 감경일 뿐이고, 그 낮아진 범위 안에서 실제로 몇 년을 선고하고 집행을 유예할지는 양형기준과 개별 정상을 종합한 법원의 재량입니다.
Q.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5년 이상 하한이 그대로 적용되나요?
A.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이 제1항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미수 역시 처벌 대상이지만,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어 하한이 낮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감경 여부는 법원의 재량입니다.
Q. 감경 사유가 여러 개 겹치면 형기가 얼마까지 내려가나요?
A. 형법 제55조 제2항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수개면 거듭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해, 감경을 두 번 거치면 5년이던 하한이 이론상 1년 3개월까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각 감경 사유가 실제로 인정되는지는 법원이 사실관계별로 개별 판단합니다.
Q.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 감경받을 수 있나요?
A.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미약을 임의적 감경사유로 정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의 범행에는 이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어, 자초한 취한 상태만을 근거로 한 감경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집행유예를 받으면 신상정보 등록 같은 다른 제재는 없나요?
A. 형의 집행유예와 별개로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신상정보 등록·제출 의무 등 부수처분은 통상 그대로 남습니다. 집행유예 선고만으로 모든 법적 제재가 종료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맺음말
아동 성착취물 제작죄의 5년 이상이라는 법정형 하한은 감경 없이는 넘을 수 없는 벽이지만, 종범 인정이나 미수·자수 같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확인되고 여기에 정상참작감경까지 더해지면 형기의 바닥은 1년 3개월대까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집행유예의 필요조건일 뿐이며, 실제 선고 여부는 양형기준과 사건 전체의 정상을 법원이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자신의 가담 정도가 정범인지 종범인지, 혐의가 제작인지 소지·배포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형량을 예측하는 출발점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떤 사실관계를 다투느냐에 따라 이후 감경 인정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원지검이나 수원구치소 관할 사건을 다루다 보면 초기 대응 시점을 놓쳐 불리한 정상만 남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되므로, 혐의를 인지한 시점부터 전략을 세워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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