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그동안 준비해온 사해행위취소소송이 갑자기 멈춰버립니다. 파산관재인이 대신 그 재산이전을 다투는 부인권을 행사한다니 채권자는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파산절차가 도중에 폐지되어 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인권을 행사할 주체가 사라진 순간 채권자는 다시 스스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사이에도 제척기간이 하루도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파산 때문에 소를 낼 수 없었다는 사정이 있어도 제척기간은 봐주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기간이 지나 소를 낼 길 자체가 막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파산선고와 파산폐지 사이에서 사해행위취소권의 제척기간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함정을 피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해행위취소권과 부인권 — 파산선고 전후로 갈리는 두 개의 칼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 빼돌리기에 대응하는 무기는 국면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기 전이라면 민법 제406조에 따른 채권자취소권이 그 무기입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했다면, 채권자는 그 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행위로 이익을 받은 수익자나 재산을 다시 넘겨받은 전득자가 자신이 취득할 당시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몰랐다면 취소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뒤에는 이 무기의 이름과 주체가 바뀝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제1항은 부인권을 소, 부인의 청구 또는 항변의 방법으로 파산관재인이 행사한다고 정합니다. 파산선고 이후에는 개별 채권자가 아니라 파산재단 전체를 관리하는 파산관재인이 나서서,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해온 재산 빼돌리기를 부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다투는 구조입니다. 같은 재산이전이라도 파산선고 전후로 이를 다투는 절차와 주체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다음에 설명할 함정이 왜 생기는지가 보입니다.
파산선고 전에는 채권자 본인이 민법상 채권자취소권으로, 파산선고 후에는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상 부인권으로 — 같은 재산이전을 다투는 이름과 주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파산선고가 나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멈춘다
채권자가 이미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계속 중이었는데, 그 사이 채무자에게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채무자회생법 제406조 제1항은 민법 제406조 제1항에 따라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소송이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때에는 그 소송절차는 수계 또는 파산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중단된다고 정합니다. 즉 채권자가 이미 소송을 내놓았더라도 파산선고가 나는 순간 그 절차는 그대로 멈춰버립니다.
이때 소송을 이어받아 진행할지는 파산관재인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파산관재인이 볼 때 그 재산이전을 다툴 실익이 있다면 소송을 수계해 그대로 이어받아 부인권 행사의 형태로 진행하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수계하지 않은 채 둘 수도 있습니다. 아직 소송을 내지 않은 채권자라면 사정은 더 단순합니다. 파산선고 이후에는 개별 채권자가 새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내는 길 자체가 막히고, 오직 파산관재인만이 부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그 재산이전을 다툴 수 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소송이 멈추거나 아예 시작할 수 없는 공백기가 생기는 셈입니다.
파산폐지, 채권자에게 돌아오는 칼자루
그런데 파산절차가 끝까지 진행되지 않고 도중에 끝나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산재단으로 절차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317조에 따라 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폐지결정을 해야 하고, 절차가 진행되던 중이라도 비용 부족이 드러나면 이시폐지로 절차가 조기 종료될 수 있습니다. 파산절차가 폐지되면 파산관재인이라는 자리 자체가 사라지므로, 그때까지 파산관재인만 행사할 수 있었던 부인권도 더 이상 행사할 주체가 없어 함께 소멸합니다.
이 지점에서 채권자는 다시 스스로 나설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72590 판결은, 파산선고 후 제기된 채권자취소소송이 파산폐지결정 확정 전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었다면 그 소가 부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파산관재인의 부인권이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한 뒤 파산채권자가 채권자취소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습니다. 파산이라는 절차적 장벽이 사라진 이상 채권자가 스스로 사해행위를 다툴 길이 다시 열린다는 취지입니다.
파산절차가 폐지되면 부인권을 행사할 파산관재인이 사라지고, 채권자는 다시 스스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낼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간다 — 다만 그 자리로 돌아왔다고 해서 시간까지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진짜 함정 — 제척기간은 파산선고 중에도 쉬지 않는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이 짚으려는 진짜 함정입니다. 민법 제406조 제2항은 채권자취소소송을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고, 제척기간은 그 성질상 소멸시효처럼 중단이나 정지라는 개념 자체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4다272590 판결도 채권자취소권의 행사기간에는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않으며,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로 채권자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명시했습니다.
이 판시가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아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낼 수 없었던 기간,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하는지 지켜보며 기다렸던 기간, 파산절차가 폐지되기까지 걸린 기간, 이 모든 시간이 전부 안 날로부터 1년·행위일로부터 5년이라는 시계 안에 그대로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파산 때문에 소를 낼 수 없었으니 그 기간만큼 봐달라는 주장은 제척기간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채권자가 재산이전 사실과 채무자의 악의를 안 날로부터 1년이 이미 파산절차 진행 중에 지나버렸다면, 파산폐지로 다시 소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어도 그 소는 기간 도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산선고~파산폐지 사이의 공백 기간도 제척기간 계산에서 빠지지 않는다.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 있은 날로부터 5년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이 기준이다.
부인권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채권자 본인의 제척기간은 독립적으로 흘러간다.
이미 소송을 내놓았는가가 운명을 가른다
같은 파산폐지 상황이라도 채권자의 사정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채권자가 파산선고 전에 이미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계속시켜 두었다면, 그 소송은 제척기간 안에 이미 적법하게 시작된 것이므로 파산선고로 중단되었다가 파산폐지로 다시 수계되더라도 기간 도과 문제가 새로 생기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4다272590 판결이 파산폐지 후에도 그 소가 부적법하지 않다고 본 것은 바로 이런 사안, 즉 이미 소를 내놓고 절차 진행만 멈춰 있던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반면 파산선고 전까지 아직 소를 내지 않고 있던 채권자, 또는 파산관재인이 알아서 부인권을 행사해 주기를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던 채권자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도 없이 절차가 끝나버리면, 이 채권자가 뒤늦게 스스로 소를 내려 할 때는 안 날로부터 1년이라는 시계가 파산절차 내내 계속 돌아가고 있었던 셈이 됩니다. 재산이전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파산선고보다도 한참 전이었다면, 파산폐지결정이 확정되는 시점에는 이미 1년이 훌쩍 지나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부인권에도 시효가 있다 — 파산관재인이 놓치는 2년·10년
채권자만 시간에 쫓기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관재인이 행사하는 부인권에도 별도의 행사기간이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405조는 부인권을 파산선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는 행사할 수 없고, 부인 대상 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경과한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정합니다. 파산관재인이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하고 재산이전 경위를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2년이라는 기간을 넘겨 부인권 자체가 소멸해버리는 사례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부인권이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했다는 사실은 채권자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채권자가 누군가는 다투고 있겠거니 막연히 생각하는 사이, 부인권도 소멸하고 채권자 본인의 제척기간도 함께 흘러가는 이중의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제2항은 법원이 파산채권자의 신청에 의하거나 직권으로 파산관재인에게 부인권의 행사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채권자가 이 신청을 활용해 파산관재인의 움직임을 앞당길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채권자 본인의 제척기간까지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함정을 피하는 방법 — 안 날의 기산점부터 다시 계산하라
이 함정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파산선고나 파산폐지 소식을 기다리지 않고, 채권자 스스로 자신의 제척기간을 먼저 계산해보는 것입니다. 재산이전 사실과 그것이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사정을 언제 알았는지부터 정리하고, 그 시점으로부터 1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남은 기간이 촉박하다면 파산절차의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가능한 한 빨리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계속시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앞서 본 대로 이미 계속 중인 소송은 파산선고로 중단되었다가 파산폐지로 되살아날 뿐, 제척기간 도과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이미 파산선고가 내려진 뒤라 채권자 스스로 소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손을 놓고 기다리기보다 파산관재인에게 부인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해 소송이나 부인의 청구, 항변의 방법으로 재산이전을 다투기 시작하면, 적어도 그 시점부터는 채권자가 별도로 움직이지 않아도 문제의 재산이전이 다투어지는 상태가 유지됩니다. 다만 파산절차가 이시폐지로 예상보다 일찍 끝나거나 부인권이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으므로, 채권자 본인의 제척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에는 그 기간을 계속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채권자취소소송은 무조건 못 하나요?
A. 파산선고 전 이미 제기해 법원에 계속 중이던 소송은 중단될 뿐 소멸하지 않고, 파산관재인이 수계하거나 파산절차 종료 후 다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소를 내지 않은 채권자가 파산선고 이후 새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부인권이라는 형태로 파산관재인만 다툴 수 있습니다.
Q. 파산폐지가 되면 채권자취소소송을 다시 낼 수 있나요?
A. 파산절차가 폐지되면 부인권을 행사할 파산관재인의 지위가 사라지므로,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다시 스스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낼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갑니다. 다만 이는 민법 제406조 제2항의 제척기간이 아직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소를 내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제척기간이 파산 때문에 멈춰 있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나요?
A.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달리 성질상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않고, 대법원도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로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습니다. 파산이라는 사정이 있었더라도 제척기간 진행 자체는 멈추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Q. 부인권 행사기간과 채권자취소권 제척기간은 같은 건가요?
A. 다릅니다. 부인권은 채무자회생법 제405조에 따라 파산선고일로부터 2년, 부인 대상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라는 별도 기간의 제한을 받고, 채권자취소권은 민법 제406조 제2항에 따라 안 날로부터 1년, 행위 있은 날로부터 5년이라는 기간의 제한을 받습니다. 두 기간은 독립적으로 흘러가므로 하나가 남아 있다고 다른 하나도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Q.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A.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제2항에 따라 법원에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를 명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신청이 채권자 본인의 채권자취소권 제척기간을 늘려주는 것은 아니므로, 신청과 별개로 자신의 제척기간 진행 상황을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Q.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파산폐지 후 별도로 새 소를 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파산선고 전에 이미 제기되어 법원에 계속되어 있던 소송이라면 파산절차 종료와 함께 그대로 수계해 이어가면 되고, 별도로 새 소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소송을 방치해 수계 신청이나 절차 재개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확인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해서 채권자취소권을 둘러싼 시간까지 함께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선고로 채권자의 손이 묶여 있는 동안에도 민법 제406조 제2항의 제척기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역시 파산선고일로부터 2년이라는 별도의 시한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파산폐지로 채권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그 기회는 남아 있는 제척기간 안에서만 유효합니다.
재산이전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1년, 그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라는 기준을 미리 계산해두고, 파산절차의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그 시한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었는지, 부인권 행사를 신청해둘 필요가 있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뒤늦게 소를 낼 길 자체가 막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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