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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 말소소송, 대출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근저당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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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 말소소송, 대출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근저당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강대현 변호사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두고 말소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흔히 "내가 대출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내가 입증해야 한다"고 지레짐작합니다. 등기부에 근저당권이 버젓이 올라 있으니 그 등기 내용이 맞는 것으로 추정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바탕이 된 대출계약까지 존재한다고 추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고, 오히려 대출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근저당권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증명책임이 왜 근저당권자에게 넘어가는지, 실제 소송에서 누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근저당 말소소송, 무엇을 다투는가 — 쟁점의 출발점

근저당권 말소소송이 제기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실제로 대출을 받았고 그 후 전부 갚았는데 등기만 남아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대출계약 자체가 있었는지부터 다투어지는 경우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후자, 즉 근저당권자가 주장하는 대출계약이 실제로 존재했는지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되는 사안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소유자들이 흔히 갖는 오해가 있습니다. 등기부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으니 뭔가 채무관계가 있었을 것이라 지레 여기고, 자신이 그런 대출이 없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것이 증명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이고, 법원의 판단은 이 통념과 정반대입니다.

이 글에서는 대법원 2009다72070 판결을 중심으로 왜 증명책임이 근저당권자에게 넘어가는지, 실무에서 원고인 소유자와 피고인 근저당권자 측이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등기의 추정력, 근저당권에는 왜 다르게 적용되나

일반적으로 등기에는 추정력이 있습니다. 등기명의자는 적법한 원인에 의해 등기를 마친 것으로 추정되고, 그 등기가 원인무효라고 다투는 쪽이 그 무효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래서 근저당권 말소소송의 원심 법원도 "근저당권등기가 마쳐진 이상 원고가 근저당권자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지 않다는 사정은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근저당권은 다른 등기와 구조가 다릅니다. 부동산 등기부에는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만 기재될 뿐(민법 제357조 제1항), 실제로 언제 얼마를 누구와 어떤 계약으로 빌렸는지, 즉 구체적인 대출계약의 내용은 등기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등기부만 봐서는 실제로 대출이 실행됐는지, 그 대출계약서가 존재하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구조적 차이 때문에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로 그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킨 법률행위, 즉 대출계약까지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등기의 추정력은 근저당권이라는 담보물권이 유효하게 설정됐다는 사실까지만 미칠 뿐, 그 바탕이 된 구체적 대출계약의 존재까지 당연히 추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근저당권등기는 채권최고액만 공시할 뿐 구체적인 대출계약의 존재까지 공시하지 않으므로, 등기의 추정력이 대출계약의 존재에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09다72070 판결 — 증명책임을 뒤집은 이유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원고 명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는데, 원고는 그 근저당권자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 피담보채권을 압류한 피고들을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했습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근저당권등기가 마쳐진 이상 원고가 돈을 빌린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지 않다는 사정은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보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72070 판결은 이 판단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근저당권은 민법 제357조 제1항에 따라 채무의 확정을 장래로 미뤄두고 설정하는 담보권으로,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불특정 채권을 채권최고액 한도에서 담보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근저당권설정행위와는 별도로 그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 즉 대출계약이 있어야 하고, 근저당권 성립 당시 그런 법률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돈을 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원고가 증명할 것이 아니라, 대출계약의 존재를 주장하는 피고들(근저당권자의 채권을 압류한 압류권자들)이 원고가 실제로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근저당권과 그에 대한 압류는 모두 무효가 된다고 정리됐습니다.

근저당권자가 소송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

그렇다면 근저당권자 측은 무엇으로 대출계약의 존재를 증명해야 할까요. 실무에서 요구되는 입증자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금전소비대차계약서(차용증) 원본 또는 사본과 작성 경위를 뒷받침하는 정황

  • 대출금이 실제로 채무자 계좌로 입금됐음을 보여주는 계좌이체 내역·통장 거래내역

  • 이자 수취 내역, 원리금 상환 내역 등 채권관계가 실제로 유지됐음을 보여주는 자료

  •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작성 경위, 등기 신청 당시 첨부서류(등기필증·위임장 등)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고, 여러 자료를 종합해 실제로 금전이 오갔고 그것이 대출계약에 기한 것이었다는 점을 법원이 납득할 정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반대로 근저당권자가 계좌이체 내역이나 계약서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거나, 제시한 자료가 실제 대출관계와 무관해 보인다면 법원은 대출계약 자체가 없었다고 보아 근저당권 말소를 명합니다.

실무에서 이런 다툼이 자주 나오는 유형도 있습니다. 가족·친척 간 명의만 빌려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실제 대출은 없었던 경우, 사업자금 담보 목적으로 근저당권만 먼저 설정해두고 실제 대출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동업관계 정산 과정에서 채권의 존재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출계약 부존재와 변제로 인한 소멸은 다르다

여기서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위 판례가 다룬 것은 애초에 대출계약, 즉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 자체가 있었는지의 문제입니다. 반면 대출은 실제로 있었지만 나중에 전부 갚아서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이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변제로 채무가 소멸했다는 사실은 그 소멸을 주장하는 채무자, 즉 소유자 쪽이 증명책임을 진다는 것이 증명책임 분배의 일반 원칙입니다. 대출계약의 존재 자체를 다투는 경우와, 존재는 인정하되 그 뒤 변제로 소멸했다고 다투는 경우는 증명책임의 주체가 정반대로 뒤바뀝니다.

그래서 소송을 준비할 때는 자신의 사안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애초에 그런 돈을 빌린 적이 없다"는 사안이라면 근저당권자에게 입증 부담을 넘기고 그 허점을 다투는 전략이 유효하지만, "빌리긴 했는데 다 갚았다"는 사안이라면 변제를 뒷받침할 영수증·계좌이체 내역·완제확인서 등을 직접 준비해야 승소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산기와 피담보채권의 확정 — 말소청구가 가능해지는 시점

근저당권은 확정 전까지는 개별 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하거나 새로운 채권이 발생해도 근저당권 자체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민법 제357조 제1항 후단이 "그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계속적 거래관계를 전제로 한 담보이기 때문에 일반 저당권보다 부종성이 완화돼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거래관계가 종료되거나 결산기가 도래하는 등으로 피담보채권이 특정 금액으로 확정되면, 그때부터는 일반 저당권과 마찬가지로 부종성이 작동합니다(민법 제369조 참조). 확정된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즉 대출계약 자체가 없었거나 확정 결과 잔존 채무가 없다는 점이 밝혀지면 근저당권은 그 순간 소멸하고, 소유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민법 제214조)을 근거로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근저당권자가 더는 거래를 이어가지 않거나, 소유자 측에서 결산을 요구하는 시점, 또는 이번 사례처럼 말소소송 자체가 결산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며 피담보채권의 존부와 액수가 확정되면 그 결과가 곧바로 말소 여부를 가릅니다.

압류·질권이 걸린 근저당권도 마찬가지다

위 판례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근저당권자 본인이 아니라 그 피담보채권을 압류한 제3자를 상대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판례 사안에서 피고들은 근저당권자 본인이 아니라 그 채권을 압류한 압류권자들이었습니다.

근저당권이 있는 채권이 압류되면 담보물권의 수반성에 따라 종된 권리인 근저당권에도 압류의 효력이 함께 미칩니다. 그런데 애초에 피담보채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압류명령 역시 무효이고, 압류권자는 부동산등기법 제57조가 정한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근저당권 말소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를 집니다.

즉 소유자가 근저당권 말소소송을 제기했을 때 상대방이 원래의 근저당권자가 아니라 그 채권을 넘겨받거나 압류한 제3자라 하더라도, 대출계약의 존재를 증명할 책임은 여전히 그 제3자 쪽에 있습니다. 상대방이 제3자라는 이유만으로 증명책임이 소유자에게 넘어오지는 않습니다.

소송 실무에서 원고가 준비할 것들

증명책임이 근저당권자에게 있다고 해서 소유자가 아무 준비 없이 소송에 임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근저당권자 측 증명이 충분한지를 판단할 때 원고가 제시하는 정황도 함께 살피므로, 유리한 자료를 미리 갖춰두면 승소 가능성이 한층 높아집니다.

  • 등기부등본·근저당권설정계약서상 채무자 표시와 자신의 실제 인적사항이 불일치하는지

  • 대출 실행 계좌로 주장되는 계좌의 명의·거래내역에 자신이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

  • 근저당권 설정 경위(가족·지인의 요청, 명의만 빌려준 정황 등)를 뒷받침할 자료

  •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대출계약서·입금내역 제출을 요구하는 문서제출명령 신청

소송을 제기하기 전 단계에서는 근저당권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대출계약서와 실제 입금 내역의 제시를 먼저 요구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기에 제대로 응하지 못한다면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로 입증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사전 대응 기록 자체가 소송에서 유리한 정황으로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저당권등기가 있으면 일단 제가 돈을 빌린 것으로 보나요?

A. 등기 자체는 근저당권이라는 담보물권이 유효하게 설정됐다는 사실까지만 추정할 뿐, 그 바탕이 된 구체적 대출계약까지 당연히 추정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대출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 존재를 주장하는 근저당권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Q. 저는 어떻게 대출받은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하나요?

A.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대출이 없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저당권자가 대출계약서·계좌이체 내역 등으로 대출계약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근저당권은 무효가 되어 말소 대상이 됩니다.

Q. 대출은 받았는데 이미 다 갚았습니다. 이 경우도 근저당권자가 증명하나요?

A. 아닙니다. 이 경우는 대출계약 자체는 존재했던 것이므로, 변제로 채무가 소멸했다는 사실은 소멸을 주장하는 채무자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대출계약 존재 자체를 다투는 경우와는 증명책임의 주체가 반대입니다.

Q. 근저당권자가 아니라 그 채권을 넘겨받은 사람이 상대방이어도 같은가요?

A. 네. 채권양수인이나 압류권자 등 제3자를 상대로 하더라도 대출계약의 존재를 증명할 책임은 그 제3자 쪽에 있습니다. 피담보채권이 없다면 압류명령 자체도 무효가 되어 부동산등기법 제57조에 따라 말소에 승낙할 의무를 집니다.

Q. 소송을 준비하며 제가 미리 해둘 일이 있을까요?

A. 근저당권자에게 내용증명으로 대출계약서와 입금 내역 제시를 요구해보고, 등기부상 채무자 표시와 자신의 실제 사정이 어긋나는 부분을 정리해두면 소송에서 유리한 정황이 됩니다. 법원도 근저당권자의 증명이 충분한지 판단할 때 이런 정황을 함께 고려합니다.

Q. 근저당권 말소소송의 상대방은 누구인가요?

A. 원칙적으로 등기부상 근저당권자 본인이지만, 채권이 양도되거나 압류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이나 압류권자를 상대로도 말소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과 채권 이전 관계를 확인해 정확한 상대방을 특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맺음말

근저당권 말소소송에서 소유자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심리적 장벽은 "등기가 있으니 내가 뭔가 입증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등기만으로 그 바탕이 된 대출계약까지 추정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하며, 대출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근저당권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법리는 애초에 대출계약이 있었는지를 다투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대출을 받았지만 이미 갚았다고 다투는 경우는 증명책임이 반대로 채무자에게 있다는 점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오래된 근저당권을 두고 이런 다툼이 종종 발생하는 만큼, 소송을 준비하기 전에 자신의 사안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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