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3다285162 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하여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적용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규정한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로서,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 기산점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 규정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일반 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도 적용되므로,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진행한다. 따라서 권리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사유가 있다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
여기서 권리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사유는 일반적으로 법률상 장애사유를 의미하므로, 권리자의 개인적 사정이나 권리 발생 및 권리행사 가능성에 대한 부지 등 사실상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는 민법상 정의되거나 민법의 문언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고, 양자가 언제나 뚜렷하게 구별되지도 않는다.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구별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타당하나, 그것이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 판단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궁극적 판단 기준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다. 그러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있는지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와 더불어 권리의 목적과 성격, 채권자와 채무자의 특성과 상호 관계, 사안의 유형과 맥락 등을 두루 규범적으로 고려하여 권리행사가 문제 되는 시점의 일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배상청구권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린 채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기본권이라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무원이 통상적인 공무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이른바 과거사 사건과 같이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러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고, 이후 진실규명의 어려움, 억압적 사회 분위기 등으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곤란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의 부지나 잘못된 법률 해석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배상사건의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경우에는, 사후적인 법령 해석 결과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법률관계가 불명확하였던 이전 상황에서도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권리행사 가능성은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이에 따른 국가의 조치 등에 비추어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헌법재판소가 2021. 5. 27.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1997. 1. 13. 법률 제52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 제16조 제2항(이하 ‘화해간주조항’이라 한다)의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 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유족 등인 갑 등이 공무원들의 위법한 공무집행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갑 등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3년의 시효로 소멸하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가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은 법률의 부지 또는 잘못된 법률 해석 등 그의 주관적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는 가해자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국가가 불법행위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뒤늦게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의 대상과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국가편의주의적인 입장에서 위헌성의 여지가 있는 ‘동의 및 청구서’ 서식에 따라 보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초래한 측면이 있으며,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 및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관련자의 가족에게 관련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어서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통해서 관련자의 가족이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과는 무관하게 그와 별도로 고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법적으로 선언됨으로써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대한 장애사유가 비로소 제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갑 등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으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더라도 갑 등에게는 위헌결정이 있기까지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갑 등은 화해간주조항의 존재로 인하여 위헌결정일인 2021. 5. 27.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이상 갑 등의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단기소멸시효의 진행과 국가배상청구권이 문제되는 사안에서의 권리행사 가능성
1. 문제의 소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지 여부, 이때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국가배상청구권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등이 문제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3다2851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3다285162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하여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적용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규정한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로서,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 기산점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 규정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일반 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도 적용되므로,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진행한다. 따라서 권리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사유가 있다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
여기서 권리행사를 가능하지 않게 하는 장애사유는 일반적으로 법률상 장애사유를 의미하므로, 권리자의 개인적 사정이나 권리 발생 및 권리행사 가능성에 대한 부지 등 사실상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는 민법상 정의되거나 민법의 문언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고, 양자가 언제나 뚜렷하게 구별되지도 않는다.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구별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타당하나, 그것이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 판단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궁극적 판단 기준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다. 그러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있는지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와 더불어 권리의 목적과 성격, 채권자와 채무자의 특성과 상호 관계, 사안의 유형과 맥락 등을 두루 규범적으로 고려하여 권리행사가 문제 되는 시점의 일반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배상청구권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린 채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사후적으로 회복·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기본권이라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무원이 통상적인 공무수행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이른바 과거사 사건과 같이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러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고, 이후 진실규명의 어려움, 억압적 사회 분위기 등으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곤란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의 부지나 잘못된 법률 해석은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배상사건의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경우에는, 사후적인 법령 해석 결과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법률관계가 불명확하였던 이전 상황에서도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권리행사 가능성은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이에 따른 국가의 조치 등에 비추어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관련자의 가족인 원고들은 보상심의위원회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자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관련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보상금 등 지급결정을 한 무렵에는 피고의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으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더라도,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위헌결정이 있기까지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이 1990. 8. 6. 제정됨으로써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그 유족에게 보상금 등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또한 1995. 12. 21. 제정된 구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2010. 3. 24. 법률 제101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5·18민주화운동법’이라 한다)이 제6조에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한 보상은 배상으로 본다.”라는 배상의제 규정을 둠으로써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의 규정에 의한 보상이 손해 전보를 의미하는 ‘배상’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한편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에 따르면,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신청인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므로 신청인은 이와 별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나)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은 관련자 본인의 피해와 관련자 가족 고유의 피해를 준별하지 않고 있고,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이 보상금 등 산정에 있어 적극적 손해(제6조 의료지원금)와 소극적 손해(제5조 보상금, 제7조 생활지원금)만을 고려하고 있음에도 정신적 손해를 그 효력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전까지는 위와 같은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203089 판결 참조).
다) 구 광주민주화보상법 시행령(2006. 6. 30. 대통령령 제195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는 “보상결정통지를 받은 신청인이 보상금 등의 지급을 받고자 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한 [별지 제10호 서식]의 동의 및 청구서에 보상결정서정본과 신청인의 인감증명서 각 1부를 첨부하여 보상심의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제3호에 “보상결정에 동의하고 보상금 등의 지급을 청구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위 시행령 [별지 제10호 서식]으로 마련된 ‘동의 및 청구서’에는 “1. 신청인은 아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규정에 의한 보상결정에 이의 없음 2. 신청인은 그 보상결정액을 지급받고자 함 3. 그 보상금 등을 받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하겠음을 서약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라) 관련 법령 규정과 이에 기초한 ‘동의 및 청구서’ 서식, 특히 보상금 등 수령으로 신청인과 국가 사이에 해당 사건에 대한 화해가 성립하고 신청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국가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서약 부분을 고려하면, 보상금 등 지급을 신청한 뒤 그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보상금 등을 수령한 유족(이하 ‘보상금 동의수령 유족’이라 한다)은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 및 위 서약에 따라 자신의 고유한 손해를 포함한 일체의 손해배상 문제가 포괄적·종국적으로 정리되었다고 이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일반인이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 및 위 서약 부분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본인의 피해와 보상금 동의수령 유족 자신의 고유한 피해를 구분하면서 위 화해간주조항 및 서약의 효력이 전자에만 미치고 후자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법적 평가를 한 뒤 후자에 관해 별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 나아가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보상금 동의수령 유족뿐만 아니라 그 외의 가족(이하 ‘보상금 미수령 가족’이라 한다)에게도 자신의 고유한 위자료 청구권을 별도로 행사할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1)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은 1990. 8. 6.에 제정되었고 이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결정은 그 이후에 이루어졌는데, 이는 1980. 5. 18.을 전후한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때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시점이다. 그런데 당시 국가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기간은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었다가 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된 것으로서, 2006. 12. 31.까지 시행된 것) 제96조 제2항, 제1항에 따라 5년이다. 그러므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국가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더라도 구 광주민주화보상법 제정 시점에는 이미 국가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2) 대법원은 1994년에 이르러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 일반론을 처음 판시하였고(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참조), 1997년에 이르러 이러한 일반론에 기초하여 실제로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는 판결을 처음 선고하였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 참조).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8년에 이르러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객관적 기산점에 따른 5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위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 그런데 보상금 등 지급결정 당시에는 위와 같이 장기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후에도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리나 입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3)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이 제정되어 보상금 동의수령 유족이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자로서 보상금 등을 수령한 반면, 보상금 미수령 가족은 유족이 아니어서 애초에 보상금 등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되거나, 유족임에도 보상금 등 지급을 신청하지 않아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게 되었을 뿐인데, 이러한 사정만으로 보상금 미수령 가족에게 별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기대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사정 외에도 위 법률의 제정 경위,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 등의 내용, ‘동의 및 청구서’ 서식 중 관련 피해에 관하여 향후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시 청구하지 않겠다는 서약 부분 등에 비추어 보면, 관련자와 그 가족은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을 ‘관련자와 그 가족에게 발생한 모든 관련 피해에 대한 금전적 전보 문제를 포괄적·종국적으로 해결하는 특수한 입법 조치’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4) 더욱이 보상금 등 지급결정 당시에는 관련 피해의 직접 당사자인 관련자 본인이나 그로부터 재산을 상속받는 관계에 있는 유족조차 보상금 등을 지급받는 외에는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이해되고 있었다. 관련자의 가족은 관련 피해로 인한 고통을 함께 겪으면서 대개 권리행사도 함께 하게 되므로 이에 대응한 보상금 등의 지급도 관련자와 그 가족 전체에 대한 금전적 전보의 의미로 이루어진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당시 사회적 분위기까지 고려하면, 관련자 본인도 아니고 재산상속인도 아닌, 유족 아닌 가족이 관련자 본인이나 그 유족과는 별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실제로 행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보상금 등 지급이 이루어진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러한 관련자의 가족이 별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한 사례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바) 이상과 같이 보상금 동의수령 유족이든 보상금 미수령 가족이든 관련자의 가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은 법률의 부지 또는 잘못된 법률 해석 등 그의 주관적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가해자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국가가 불법행위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뒤늦게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의 대상과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국가편의주의적인 입장에서 위헌성의 여지가 있는 ‘동의 및 청구서’ 서식에 따라 보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초래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 및 그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관련자의 가족에게 관련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
사)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1. 5. 27. 이 사건 위헌결정으로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이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이와 같은 위헌결정을 통해서 관련자의 가족이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과는 무관하게 그와 별도로 고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법적으로 선언됨으로써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대한 장애사유가 비로소 제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은 이 사건 화해간주조항의 존재로 인하여 이 사건 위헌결정일인 2021. 5. 27.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상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들의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권리행사 장애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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