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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자 집 주거침입죄, 배우자가 문 열어줬다면 성립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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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자 집 주거침입죄, 배우자가 문 열어줬다면 성립하지 않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뒤,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아내고 싶어 주거침입죄 고소를 검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간자가 배우자와 함께 사는 집에 드나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괘씸하고, 간통죄가 폐지된 지금 형사처벌을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을 내렸습니다. 그 집에 함께 살던 배우자 본인이 현관문을 열어줬다면, 부재중이던 다른 배우자의 뜻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간자 고소, 왜 주거침입죄까지 검토하게 되는가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은 원래 외부인의 무단 출입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지, 부부간 외도 문제를 겨냥해 만들어진 조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상간자를 자신들이 함께 사는 집에 들인 사실이 드러나면, 피해 배우자 입장에서는 그 상간자가 '내 집'에 무단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감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2016년 간통죄가 형법에서 삭제되기 전까지는 상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민사상 위자료 청구 외에 형사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거침입죄 고소가 대안으로 시도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하급심에서는 한동안 이런 고소가 유죄로 인정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 논리는, 부재중인 배우자가 그 상황을 알았다면 당연히 출입을 반대했을 것이므로, 비록 현장에 있던 배우자가 문을 열어줬더라도 부재중 배우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출입이니 주거침입이 성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상간자는 문을 열어준 사람의 승낙을 받았음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하급심 판단은 202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면으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 판단이 뒤집힌 지점 —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은 지금 논의하는 상황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피고인이 甲의 부재중에 甲의 처(妻) 乙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乙이 열어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甲과 乙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3회에 걸쳐 들어간 사안이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주거침입죄로 기소했고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사가 상고했습니다.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지만,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공동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요지는, 공동거주자 중 현재 그 자리에 있는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부재중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를 인정해 온 종전의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등은 이 판결의 취지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공동거주자 중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법리다.

왜 무죄인가 — 주거침입죄가 지키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평온'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적 생활관계에서 사실상 누리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고 봅니다. 이는 법적으로 완벽한 권한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그 공간을 지배·관리하는 상태가 평온하게 유지되는지를 따지는 개념입니다. 공동주거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활공간을 함께 쓰는 이상, 각 거주자가 다른 거주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주거의 평온을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서로 받아들인 것으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승낙한 출입을 두고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마음속 의사만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불명확해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문제의식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대법원은 '침입'의 의미도 새롭게 정리했습니다. 침입이란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고, 여기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 출입이 누군가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상간자가 현관문을 통해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그 출입 목적이 혼외 성관계였다는 사정이나 부재중이던 배우자가 알았다면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라는 사정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출입 방식 자체를 바꾸지 못합니다. 그 결과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현실적인 승낙'과 '통상적인 출입방법' — 두 요건을 함께 갖춰야 한다

무죄 판단의 핵심 요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현실적인 승낙으로, 그 자리에 실제로 있는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을 허락한 것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추측이 아니라, 문을 열어주는 등 승낙의 의사가 겉으로 드러난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현관문을 통해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그 집에 드나들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두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무죄 판단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기준을 실제 상황에 대입해보면 판단이 한결 분명해집니다. 아래 요소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승낙자가 그 집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인가 — 단순 방문객이나 가사도우미 등 그 집의 거주자가 아닌 사람의 승낙은 해당하지 않는다.

  • 승낙이 그 순간 현실적으로 이루어졌는가 — 사전에 미리 열쇠나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만으로 그 순간의 승낙과 같게 볼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 출입 방법이 현관문 등 통상적인 경로인가 — 창문이나 베란다처럼 비정상적인 경로로 들어갔다면 승낙이 있었더라도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출입 당시 다른 거주자가 현장에서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는가 — 이 경우는 다음 항목에서 별도로 다룬다.

그래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예외 — 폭력적·비정상적인 출입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무죄라고 본다고 해서 모든 사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날 함께 선고된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가 출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는데도 폭력적인 방법이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들어간 경우에는, 승낙을 받은 출입이라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간자 사례에 대입하면, 부재중이던 배우자가 미리 상간자의 출입을 금지해 두었는데도 다른 가족 구성원이 현장에서 막아섰음에도 이를 밀치고 강제로 들어가거나, 문이 잠겨 있는데도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등 통상적인 출입방법을 벗어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승낙을 내세우더라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출입 태양 자체가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승낙을 받았으니 무조건 무죄'가 아니라, 승낙의 진정성과 출입 방식이 함께 평온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간통죄 폐지 이후, 형사처벌 수단으로서 주거침입 고소의 한계

간통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2016년 형법 개정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그 이후 배우자의 외도 상대방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죄명이 마땅치 않다 보니, 주거침입죄 고소가 그 공백을 메우는 수단처럼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는, 상간자가 그 집에 사는 배우자 본인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드나든 전형적인 사안에서는 이 통로도 사실상 막혔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피해 배우자에게 남은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간자를 상대로 한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 청구는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성립하며,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이혼 소송에서 유책배우자를 가리는 핵심 사유로 그대로 작용합니다. 또한 상간자의 출입이 앞서 살펴본 '특별한 사정'에 해당할 정도로 폭력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것이었다면, 여전히 주거침입죄 고소를 검토할 여지가 남습니다. 결국 관건은 실제 출입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무리한 고소는 무고죄로 돌아올 수 있다

문제는 승낙과 통상적인 출입방법이라는 요건이 명백히 갖춰진 상황, 즉 배우자 본인이 직접 문을 열어준 사실이 분명한데도 무리하게 주거침입죄 고소를 강행하는 경우입니다. 수사기관이 무혐의로 판단하거나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소인이 처음부터 무죄가 명백한 사실관계임을 알면서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취지의 고소를 했다고 인정되면 형법 제156조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한 범죄입니다.

물론 승낙이나 출입 방법에 관한 사실관계 자체가 다투어지는 상황, 예컨대 상간자가 몰래 비밀번호를 알아내 혼자 들어갔다거나 물리력을 동원해 들어간 정황이 있는 경우라면 고소 자체가 무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어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들어갔는지가 명확한 사안에서는 고소에 앞서 위에서 살펴본 판단 기준에 자신의 사례를 냉정하게 대입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감정적으로 억울한 마음이 앞서더라도, 형사고소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고소인 자신이 법적 위험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간자가 배우자와 함께 사는 집에 드나들었다면 무조건 주거침입죄가 안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그 집에 함께 사는 배우자 본인이 현실적으로 승낙하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부재중이던 다른 배우자의 뜻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폭력적인 방법이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들어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상간자가 몰래 비밀번호를 알아내 혼자 들어간 경우도 마찬가지인가요?

A. 아닙니다. 판례가 무죄로 보는 전제는 그 자리에 실제로 있는 거주자가 그 순간 현실적으로 승낙한 경우입니다. 승낙 없이 미리 알아둔 비밀번호로 혼자 들어간 경우라면 승낙 자체가 없는 무단 출입에 해당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여지가 큽니다.

Q. 간통죄가 없어졌는데 상간자를 형사처벌할 방법이 아예 없나요?

A. 전형적인 승낙 출입 사안에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폭력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출입 방식이 있었다면 주거침입죄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출입 경위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이미 주거침입죄로 고소했는데 무죄가 나오면 저도 처벌받나요?

A. 단순히 고소했다가 무죄로 결론난 것만으로 바로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애초에 무죄가 명백한 사실관계임을 알면서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취지의 고소를 했다고 인정되면 형법 제156조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으니, 고소 전에 사실관계와 판단 기준을 신중히 대조해봐야 합니다.

Q. 위자료 청구는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한가요?

A. 그렇습니다.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으로, 주거침입죄가 인정되는지와는 별개로 성립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자체가 이혼 소송의 유책 사유로도 그대로 작용합니다.

Q. 배우자가 아니라 그 집에 사는 다른 가족이 문을 열어준 경우는 어떤가요?

A. 그 가족도 해당 주거의 공동거주자로서 실제로 그 집에 거주하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승낙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방문객이거나 그 집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임의로 문을 열어준 경우라면 승낙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맺음말

상간자가 배우자와 함께 사는 집에 드나들었다는 사실은 피해 배우자에게 큰 배신감을 안기지만, 그 감정과 별개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는 냉정한 법리로 판단됩니다. 대법원은 그 집에 실제로 거주하는 배우자 본인이 현실적으로 승낙하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한 이상, 부재중이던 다른 배우자의 뜻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이 결론은 감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주거침입죄가 지키려는 것이 '주거의 사실상 평온'이지 부재중인 사람의 마음속 의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안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 승낙이 현실적이었는지, 출입 방법이 통상적이었는지, 폭력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경로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감정적으로 고소부터 서두르기보다는 실제 출입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판단 기준에 대입해보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해서 손해배상이나 이혼 소송에서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상간자 위자료나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형사고소부터 서두르다가 정작 중요한 손해배상·이혼 절차의 증거 정리를 놓치는 사례를 종종 접합니다. 주거침입죄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면 승낙과 출입 방법에 관한 사실관계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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