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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개인 손해배상책임 — 경과실이면 국가만 지고 공무원은 빠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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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개인 손해배상책임 — 경과실이면 국가만 지고 공무원은 빠지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공무원의 실수로 손해를 입었을 때, 담당 공무원 개인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국가만 배상책임을 지고 정작 사고를 낸 공무원 본인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법원이 오래전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립해 둔 확고한 법리입니다. 다만 이 법리는 모든 경우에 공무원을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실의 정도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무원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이 경과실과 고의·중과실에 따라 어떻게 갈리는지, 그 기준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무원 개인 손해배상책임 — 헌법이 남겨둔 문장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곧바로 뒤이어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습니다.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칙과, 그렇다고 공무원 개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한 문장 안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이를 구체화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공무원 개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헌법이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 둔 이상, 국가배상법이 있다고 해서 공무원 개인의 책임이 당연히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실수마다 공무원 개인에게 소송이 걸린다면,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직무를 처리하며 몸을 사리게 되어 정작 공적 업무 수행 자체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국민의 피해 구제와 공무 수행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이 문제의 핵심 쟁점이고, 이 조화점을 찾아낸 것이 뒤에서 살펴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그은 기준선 — 경과실은 면책, 고의·중과실은 책임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도로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공무원에게 경과실만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이 판결이 채택한 접근은 학계에서 '절충설'이라 불립니다. 경과실의 경우에는 국가 스스로의 책임(자기책임)으로 보아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아예 배제하고, 고의·중과실의 경우에는 국가가 공무원을 대신해 지는 책임(대위책임)으로 보아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함께 인정하는 방식입니다. 판결이 밝힌 취지는 분명합니다. 공무원이 사소한 부주의로 손해를 입힌 경우까지 개인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면 공무원이 직무 수행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경직된 태도를 취하게 되어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공무 수행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고의나 중과실처럼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까지 국가 뒤에 숨을 수 있게 해주면 공무원 개인의 책임의식이 느슨해지고 피해자 구제에도 소홀해질 수 있어, 이 지점부터는 개인 책임을 물려 균형을 맞춘 것입니다.

공무원의 경과실은 국가의 자기책임으로 흡수되어 공무원 개인이 면책되지만, 고의·중과실은 국가의 대위책임으로 취급되어 공무원 개인도 함께 책임을 진다 — 이 절충설이 헌법 제29조와 국가배상법 제2조를 조화시킨 결론이다.

중과실이란 무엇인가 — 법원이 요구하는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

이 법리에서 실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경과실이냐 중과실이냐'의 구분입니다. 대법원은 중과실의 의미를 상당히 엄격하게 잡아 두었습니다. 판례가 정의하는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한 경우, 즉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하게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누구나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라야 중과실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경과실은 통상적인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부주의, 즉 판단 착오나 절차상의 사소한 실수 수준을 말합니다. 예컨대 여러 법령이 충돌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법령 해석이 틀렸던 경우, 또는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 서류를 처리하다 확인 절차 하나를 놓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실수까지 공무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운다면, 공무원은 조금이라도 애매한 사안에서는 아예 처분을 미루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신속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하는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게 됩니다.

고의·중과실이면 벌어지는 일 — 피해자의 선택적 청구권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면 실무적으로 중요한 결과가 하나 따라옵니다. 바로 피해자가 국가와 공무원 개인 중 어느 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만 상대로 소송을 낼 수도 있고, 공무원 개인만 상대로 낼 수도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두 상대방을 함께 상대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학계에서는 '선택적 청구권'이라 부릅니다.

이 선택이 실제로 의미를 갖는 상황은 다양합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은 배상 재원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국가배상법상 배상 절차나 시효 문제로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가 까다로운 사정이 있거나, 가해 공무원의 고의·중과실을 부각해 위자료 산정에서 더 유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청구를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적 청구가 가능하려면 먼저 그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피해자 측이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한 증거 정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갈리나 — 경과실 사례와 중과실 사례

실제로 어떤 사안이 경과실이고 어떤 사안이 중과실인지는 사건마다 구체적 사정을 따져야 하지만, 실무에서 자주 다뤄지는 유형을 나눠보면 다음과 같은 경향이 있습니다.

  • 경과실로 평가되기 쉬운 경우 — 관공서 직원이 통상적인 업무 처리 중 법령 해석을 잘못해 인허가를 지연시킨 경우, 공무 수행 중 부주의로 경미한 물적 피해를 일으킨 경우.

  • 중과실로 평가되기 쉬운 경우 — 관련 법령이나 지침을 명백히 알면서도 확인 절차를 아예 생략하고 처분한 경우, 사고 위험이 뻔히 예견되는 상황을 사전에 여러 차례 지적받고도 방치한 경우, 허위임을 알면서도 공문서를 작성한 경우.

  • 고의로 평가되는 경우 — 사적인 이해관계나 악의를 가지고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직무를 집행한 경우.

예를 들어 담당 공무원이 안전점검에서 위험 신호를 여러 차례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이므로 중과실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담당자가 나름대로 규정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처리했으나 사후에 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경우라면, 통상적인 업무상 판단의 오류로서 경과실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결과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공무원이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 예견을 무시하고 방치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됩니다.

소송에서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경우,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그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입니다. 단순히 '공무원이 잘못했다'는 결과론적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전에 위험이나 하자가 지적된 내부 문건, 민원 처리 이력, 감사 지적 사항, 유사 사례에서의 처리 관행 등을 통해 그 공무원이 사전에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행정 문서를 확보하는 것도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입니다.

또한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와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소송 절차와 입증 부담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국가를 상대로 할 때는 공무원의 과실 정도까지 세밀하게 증명할 필요 없이 위법성과 과실만 인정되면 충분한 경우가 많지만,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할 때는 그 과실이 '중대한'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까지 추가로 증명해야 하므로 입증의 문턱이 한 단계 더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를 주위적으로,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청구를 예비적으로 함께 구성하는 방식도 종종 활용됩니다.

국가가 이미 배상했다면 — 구상권과는 별개의 문제

여기서 짚어둘 점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피해자가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지에 관한 대외적 관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와 별개로 국가가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금을 지급한 뒤, 그 돈을 가해 공무원에게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는 대내적 관계의 문제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이 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 역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국가가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해, 대외적 책임의 기준과 같은 잣대를 쓰고 있습니다.

다만 대외적 청구와 대내적 구상은 소송의 당사자와 절차, 입증 부담의 맥락이 전혀 다르므로 같은 사건이라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지금 이 글에서 다룬 것처럼 '내가 누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가 우선 관심사이고, 이미 국가에서 배상을 받은 뒤 공무원이 국가로부터 구상금을 청구받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국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무원의 단순 실수로 피해를 봤는데 그 공무원을 상대로 직접 소송할 수 있나요?

A. 그 실수가 경과실 수준에 그친다면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공무원이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정황이 있다면 중과실로 평가되어 개인을 상대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면 국가와 공무원 둘 다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판례상 선택적 청구권이 인정되어 국가만, 공무원 개인만, 또는 이론적으로 둘 다를 상대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배상금은 실제 손해액을 넘어 이중으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Q. 경과실인지 중과실인지는 누가 판단하나요?

A. 최종적으로는 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소송에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을 주장·증명해야 법원이 이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Q.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보다 유리한 경우도 있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배상 재원의 확실성만 보면 국가를 상대로 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지만, 국가배상 절차상 제약이 있거나 가해자의 중과실을 강조해 위자료 산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청구를 함께 검토할 실익이 있습니다.

Q. 사기업 직원의 실수와 공무원의 실수는 책임 판단이 다른가요?

A. 네, 다릅니다. 일반 사기업 직원은 민법상 사용자책임 법리에 따라 개인 책임 여부가 판단되지만, 공무원은 헌법과 국가배상법의 특별한 체계 아래에서 경과실 면책이라는 별도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이는 공무 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Q. 국가를 상대로 배상받은 뒤 공무원이 국가로부터 구상금 청구를 받을 수도 있나요?

A. 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면 국가는 지급한 배상금을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피해자의 청구와는 별개로 국가와 공무원 사이의 내부 관계에서 진행되는 절차입니다.

맺음말

공무원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과실의 정도라는 하나의 기준선으로 갈립니다. 경과실이면 국가가 그 책임을 흡수해 공무원 개인은 면책되지만, 고의나 중과실처럼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경우라면 공무원 개인도 피해자에게 직접 책임을 져야 하고, 피해자는 국가와 공무원 중 상대방을 선택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 공무원의 부주의가 통상적인 업무상 오류였는지, 아니면 거의 고의에 가까울 만큼 현저한 주의 결여였는지를 구체적 증거로 얼마나 뒷받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입었지만 국가만 상대해야 하는지 개인도 상대할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사건 경위와 관련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쪽을 상대로 청구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소송 전략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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