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요즘 음주단속이나 불심검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그날 경찰이 아무 설명도 없이 저를 데려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왜 붙잡아 두는지 한마디도 안 해줬으니 이건 전부 무효 아닌가요”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단속 현장이나 조사 초반에는 경황이 없어 무슨 안내를 받았는지 기억이 뒤섞이기 쉽고, 나중에 변호사를 만나서야 “그때 고지를 못 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을 들여다보면, 고지가 빠진 지점이 정확히 어느 단계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단속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고지가 빠졌는지를 엄격하게 구분해 그 효과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같은 “고지가 없었다”는 사정이라도, 음주측정 자체에 대한 것인지 체포 과정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무효가 되는 범위가 전혀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음주단속을 비롯한 현장 단속에서 어떤 고지가 실제로 법적으로 요구되는지, 그리고 고지가 빠졌을 때 어디까지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측정 자체를 요구받을 때는 진술거부권을 따로 고지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호흡측정은 말이 아니라 몸의 반응을 그대로 드러내는 절차이므로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에게 호흡조사로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단속 현장에서 종종 “이거 저한테 불리한 걸 시인하라는 거니까 진술거부권부터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음주측정을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진술”로 보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음주측정은 호흡측정기에 입을 대고 호흡을 불어 넣음으로써 신체의 물리적, 사실적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진술’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7924 판결).
즉 말이나 글로 생각·지식·경험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반응을 그대로 드러내는 절차이기 때문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서 자기부죄금지 원칙에 위배되거나 측정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음주측정을 요구받는 순간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측정 요구나 그 결과 자체를 무효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2. 다만 체포 과정에서 피의사실과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체포 단계의 고지는 진술거부권과 달리 체포 자체가 적법한지를 가르는 요건입니다.
진술거부권 고지와 별개로, 경찰이 운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강제로 연행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제213조의2에 따라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달아나거나 저항하는 피의자를 제압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제압 과정 중이나 직후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68 판결).
여기서 “체포”는 반드시 수갑을 채우는 정식 체포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단속 현장에서 경찰관 여러 명이 팔다리를 붙잡아 순찰차에 태우거나, 귀가하겠다는 운전자를 붙잡아 두고 보내주지 않는 행위도 실질적으로 체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위와 같은 고지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그 연행이나 제지 자체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행범 체포는 고지 여부와 별개로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범인의 명백성에 더해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 즉 체포의 필요성까지 갖춰야 적법합니다. 대법원은 차량을 2m 정도 옮겼을 뿐인 운전자를 곧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9907 판결).
체포 단계에서 피의사실·체포 이유·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그 연행이나 체포 자체가 위법할 가능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와 그 결과는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체포가 위법하면 그 뒤에 이어진 측정 요구와 측정 결과까지 통째로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 요구는 그 자체로 위법한 수사가 됩니다. 대법원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보호조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수사 목적으로 운전자를 지구대로 데려가 음주측정을 요구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한 필요가 없음에도 주취운전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음주측정은 이미 행하여진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로서 의미를 가지는데,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운전자에게 경찰공무원의 이와 같은 위법한 음주측정요구까지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그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음주측정거부에 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도11162 판결).
같은 취지로, 위법하게 강제연행된 상태에서 호흡측정을 마친 뒤 본인이 스스로 채혈을 요구해 혈액을 채취했더라도, 그 사이 불법체포의 영향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볼 사정이 없는 한 혈액측정 결과 역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고, 이는 피고인이 그 증거 사용에 동의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2094 판결).
다만 이 원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법한 체포와 증거 수집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단절이 있거나, 위법 요소가 제거됐다고 볼 만한 별도의 사정이 개입됐다면 그 이후 수집된 증거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체포가 위법했으니 이후 모든 것이 자동으로 무효”라고 단정하기보다, 체포와 측정 사이의 시간·장소·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했다면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얻은 측정·채혈 결과도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4. 다만 고지 하나가 빠졌다고 사건 전체가 무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고지가 빠졌는지에 따라 배제되는 증거의 범위가 다르고, 무리하게 다투다가 오히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서에서 정식으로 피의자 신문을 받을 때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라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받아야 하고, 이를 고지받지 못한 채 이루어진 진술은 임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됩니다. 그러나 이 배제 효과는 고지가 빠진 그 진술이나 조서에 한정됩니다. 현장 채증 영상, 목격자 진술, 이미 적법하게 확보된 측정 수치처럼 그 위법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증거는 살아남아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단계에서는 애초에 진술거부권 고지 의무 자체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를 개시한 때 비로소 인정되므로, 그 전 단계에서 고지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도725 판결 등 참조).
특히 주의할 부분은, 무리하게 “고지가 없었으니 다 무효”라고 다투다가 정작 형이 더 무거워지는 경우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 음주운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체포나 측정 요구가 실제로는 적법했는데도 이를 거부하며 다퉜다면, 단순 음주운전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될 위험이 있습니다.
5. 이의를 제기하려면 단속 당시 상황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 확인해야 합니다
고지가 빠진 정확한 지점을 특정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단속 절차의 위법성을 다투는 사건은 통상 ①단속 현장에서의 음주측정·연행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및 피의자 신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약식명령이 나오면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하거나, 기소된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단속 당시 어떤 안내를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가 기억나지 않거나 애매하다면 감정적으로 “무효다”라고 주장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속 현장의 블랙박스·차량용 캠·인근 CCTV 영상이 있는지, 있다면 언제 어떤 말이 오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연행·체포 경위와 고지받은 시점을 시간 순서대로 메모하고, 당시 동승자나 목격자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이미 작성해 서명한 확인서·진술서·조서가 있다면 사본을 확보하고, 서명 경위와 내용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단속 절차와 체포 경위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면, 어느 단계의 어떤 고지가 빠졌는지, 그것이 증거 배제로 이어질지, 아니면 무리한 다툼으로 처벌만 무거워질 위험은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단속 현장에서 “고지를 못 받았다”는 기억은 강렬하지만, 정작 그 기억을 뒷받침할 자료를 남겨두지 않아 나중에 다투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속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 쪽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어느 단계에서 어떤 고지가 빠졌는지를 구체적인 시간·장소와 함께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절차를 지켰다고 보는 수사기관 쪽 자료와 비교했을 때 앞뒤가 맞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저는 음주단속·체포 절차의 적법성을 다투는 쪽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고지 하나가 빠졌다는 사정이 사건 전체의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단속 당시 어떤 안내를 받았는지 기억이 애매하다면, 그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음주단속에서 미란다원칙처럼 권리를 읽어줘야 하나요?
A. 음주측정 자체는 대법원이 “진술”로 보지 않기 때문에 진술거부권을 따로 고지할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강제로 연행할 때는 피의사실 요지·체포 이유·변호인 선임권을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Q. 체포는 안 됐고 그 자리에서 측정만 했는데 아무 설명도 없었습니다. 무효인가요?
A. 체포에 이르지 않고 현장에서 측정만 이뤄졌다면, 진술거부권 미고지를 이유로 측정 자체를 무효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측정 절차나 방법 자체에 다른 하자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위법한 체포로 무죄가 난 사례가 있다던데, 제 사건도 그렇게 되나요?
A. 체포 요건이나 고지 절차를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라면 그 결과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체포와 측정 사이의 시간·장소적 단절 여부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나중에라도 고지를 받으면 괜찮은가요?
A. 체포 고지는 실력행사 전이 원칙이고, 저항하는 경우라도 제압 직후 지체 없이 해야 합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형식적으로 고지했다면 여전히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Q. 이미 서명한 진술서가 있는데 취소할 수 있나요?
A. 서명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고지 없이 작성된 진술서라면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서명 당시 상황과 고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절차 문제를 다투다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나요?
A. 있습니다. 실제로는 적법한 절차였는데도 다투며 측정에 불응했다면, 단순 음주운전보다 형이 무거운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투기 전에 절차의 적법성부터 냉정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에 다시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재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단속 당시 어떤 고지를 받았는지, 어떤 자료가 남아있는지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조사에서 불리한 진술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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