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단속 현장에서 호흡측정기 수치가 나오면, 그 순간 처벌이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이고 더 이상 아무것도 다투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기계가 찍은 숫자니까 그대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처벌기준치를 넘었으니 다퉈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조사 단계에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막상 나중에 변호사를 찾아와서야 당시 측정기 기종이 무엇이었는지, 검정(교정)은 언제 받은 것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아 다툴 수 있는 시점을 이미 놓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호흡측정기의 기계적 오차 가능성과 측정 경위를 살펴, 처벌기준치를 근소하게 넘긴 수치만으로 곧바로 유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반복해서 확인해 왔습니다.
아래에서는 호흡측정기의 오차가 실제로 다퉈진 사례와, 그 오차 주장이 무죄로 이어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호흡측정 수치는 그 자체로 확정된 증거가 아니라 다툴 수 있는 증거입니다
측정기의 상태와 측정 경위에 따라 수치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의 술 취한 상태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그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은 그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게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별도로 열어두고 있습니다.
법이 굳이 재측정 절차를 마련해 둔 이유는, 호흡측정 결과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일찍이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은 그 측정기의 상태, 측정방법, 운전자의 협조 정도 등에 따라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이 점이 간과된 채, 현장에서 나온 수치 하나만으로 조사와 처분이 그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측정기 기종이나 검정일자를 확인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오차를 다투고 싶어도 뒷받침할 자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호흡측정 수치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측정기의 상태와 측정 경위에 따라 다퉈볼 수 있는 증거입니다.
2. 호흡측정치와 혈액측정치가 다르면, 법원은 혈액측정치를 더 신뢰합니다
동의를 얻어 다시 잰 혈액 수치가 있다면, 그 수치가 우선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원칙입니다.
현장에서 호흡측정 수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그 자리에서 혈액채취에 의한 재측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다시 잰 혈액 수치와 애초의 호흡측정 수치가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경우,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입니다.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의 경우 그 측정기의 상태, 측정방법, 상대방의 협조정도 등에 의하여 그 측정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혈액의 채취 또는 검사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관계자의 잘못이 개입되는 등 혈액채취에 의한 검사결과를 믿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검사에 의한 음주측정치가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치보다 측정 당시의 혈중알콜농도에 더 근접한 음주측정치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도6905 판결).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액측정치가 호흡측정치보다 우선합니다. 다만 이미 호흡측정에 응해 수치가 나온 이상, 운전자의 불복이 없는데도 경찰이 임의로 다시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도16051 판결은, 운전자의 태도와 외관, 운전 행태, 사고 경위 등에 비추어 호흡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경찰관이 운전자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 혈액채취로 다시 측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호흡측정 결과에 의문이 있다면, 현장에서 혈액채취를 요구해 두는 것이 오차를 다투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3. 처벌기준치를 근소하게 넘긴 수치는 오차 가능성만으로 무죄가 나올 수 있습니다
수치가 기준선에 가까울수록, 법원은 기계적 오차 가능성을 더 무겁게 따집니다.
현장에서 호흡측정만 이루어지고 별도의 혈액측정이 없었던 경우에는, 사후에 측정된 수치를 위드마크 공식으로 역산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역산 수치가 처벌기준치를 근소하게 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것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습니다.
사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결과를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에 의하여 역추산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근소하게 상회하더라도 운전 당시 처벌기준치를 초과한 음주운전이 있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호흡측정기 자체의 기계적 오차가능성까지 감안한다면 피고인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반드시 처벌기준치를 상회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도6762 판결).
또 다른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도5683 판결)에서도, 처벌기준치를 겨우 0.003% 넘는 호흡측정 수치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넘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무죄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실제로 문제된 측정기가 교정 당시 실제 수치보다 0.005% 정도 낮게 측정되도록 프로그램이 맞춰져 있었다는 사실관계까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처벌기준치가 0.05%였던 구법 시절 판례들이지만, 근소하게 초과한 수치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 자체는 처벌기준치가 0.03%로 낮아진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수치가 처벌기준치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사안일수록, 오차 다툼의 실익은 커집니다.
4. 오차를 다투는 실익은 혈중알코올농도 구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치가 기준선에 가까울수록 오차 다툼의 실익이 크고, 수치가 높을수록 그 실익은 줄어듭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혈중알코올농도 구간에 따라 형량을 나누고 있습니다.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퍼센트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는 정기적으로 검정(교정)을 거치는데, 그 교정 과정에서도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도록 여유를 두는 경우가 흔합니다. 앞서 본 2006도5683 판결의 측정기가 실제보다 0.005% 낮게 측정되도록 교정되어 있었던 것도 그런 사례입니다. 이 정도의 오차는 0.03퍼센트대처럼 기준선에 걸쳐 있는 수치에서는 유·무죄를 가를 수 있지만, 0.2퍼센트대처럼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에서는 결과를 뒤집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치가 기준선에 가까운 사안일수록 측정기 기종·검정일자·측정 경위를 확인해 오차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다투는 것이 실익이 크고, 수치가 이미 높은 사안이라면 오차 주장보다 양형 자료를 준비하는 쪽이 더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5. 측정 수치를 다투려면, 이 순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오차 다툼은 증거가 남아 있는 초기 단계에서 확인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음주측정 오차를 다투는 사건은 통상 ①단속 현장에서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혈액채취를 요구하는 단계 → ②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과정에서 측정기 기종·검정일자를 확인하는 단계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단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에서 측정 경위와 오차 가능성을 다투는 단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측정 수치에 의문이 있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에 기재된 측정기 기종·일련번호·최종 검정(교정)일자를 확인합니다.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해 혈액채취를 요구했는지, 요구했다면 그 채취 시각과 결과를 호흡측정 결과와 대조합니다.
처벌기준치와 측정 수치의 격차, 음주 후 경과 시간을 정리해 위드마크 역추산의 불확실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읍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음주운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치의 신빙성을 다투는 방향과 양형을 낮추는 방향 중 어느 쪽이 실익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단속을 받은 분들은 그 순간의 당혹감 때문에 경찰이 부르는 수치에 별다른 이의 없이 서명하고, 나중에 와서야 그 수치를 다퉈볼 수 있었는지 뒤늦게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측정 수치에 억울함을 느끼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측정기 기종과 검정일자, 혈액채취 요구 여부, 음주 후 경과 시간을 최대한 빨리 자료로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은 삭제되고 기억은 흐려집니다.
반대로 수치가 이미 처벌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오차 주장에만 매달리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기계적 오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치라면, 절차 다툼보다 반성과 재발 방지, 합의와 같은 양형 자료를 준비하는 쪽이 결과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측정 수치의 신빙성을 다투는 쪽과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수치라도 측정 경위와 사실관계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 수치를 다퉈볼 수 있는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료가 남아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흡측정 수치가 나왔는데, 오차를 이유로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측정기의 상태, 측정방법, 협조 정도에 따라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오차를 주장한다고 항상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수치의 높이와 측정 경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Q. 호흡측정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그 자리에서 동의를 받아 혈액채취로 다시 측정할 수 있습니다. 호흡측정치와 혈액측정치가 다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혈액측정치를 더 신뢰합니다.
Q. 측정기 검정(교정)일자가 오래됐으면 결과가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아닙니다. 검정일자가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결과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검정일자와 기종을 확인해 두는 것은 오차 가능성을 다투는 기초 자료가 됩니다.
Q. 처벌기준치를 살짝 넘긴 수치도 다툴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처벌기준치를 근소하게 넘긴 수치일수록 기계적 오차 가능성 등을 더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수치가 기준선에 가까울수록 다퉈볼 실익이 큽니다.
Q. 이미 호흡측정에 응했는데, 경찰이 다시 채혈하자고 하면 응해야 하나요?
A. 재측정에 응할 의무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운전 행태나 외관 등에 비추어 호흡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볼 객관적 사정이 있다면, 경찰관이 동의를 얻어 혈액채취로 다시 측정하는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
Q. 면허취소 처분도 측정 오차를 이유로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도 같은 측정치를 근거로 하므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수치의 신빙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청구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서두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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