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음주단속에서 호흡측정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나서야 “그때 입도 안 헹구게 하고 바로 불게 했는데” 하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입도 안 헹구게 하고 잰 수치니 무효 아니냐”, “물 한 모금 안 줬으니 무조건 무죄 아니냐”고 확신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이 진행되면 조서에는 ‘입 헹굼 실시’라고 적혀 있거나, 수치가 워낙 높아 절차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숫자가 찍혔으니 다툴 방법이 없다”며 조서에 그대로 서명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역시 나중에 다툴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좁히는 선택이 되곤 합니다.
대법원은 호흡측정 수치에 대해 입 안에 남은 알코올 때문에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를 일관되게 따져 왔습니다. 다만 입 헹굼을 못 했다는 사정만으로 수치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수치의 높이와 음주 후 경과 시간, 구강 상태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입 헹굼 없이 잰 호흡측정 수치를 어떤 경우에 다툴 수 있는지, 그리고 현장과 조사 단계에서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호흡측정 수치는 입 안에 남은 알코올 때문에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호흡측정기는 혈중알코올농도를 직접 재는 기계가 아니라, 내쉰 숨 속의 알코올을 재는 기계입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경찰공무원이 호흡조사로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처벌의 기준선은 같은 조 제4항의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쓰는 호흡측정기는 피를 뽑아 재는 방식이 아니라, 혈액 속 알코올이 폐를 지나며 숨으로 배출되는 양을 측정해 혈중농도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마지막 음주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거나, 트림·구토·치아보철·구강청정제 사용 등으로 입 안에 알코올이 남아 있으면 폐에서 나온 숨과 함께 그 알코올까지 측정되어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알코올 성분이 있는 구강 내 타액이나 상처 부위의 혈액도 같은 영향을 줍니다. 물로 입 안을 헹구면 이 오차를 쉽게 걷어낼 수 있기 때문에, 헹굼은 측정 전에 거치는 기본 절차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찰의 교통단속 처리지침은 호흡측정에 앞서 음주 의심자에게 물(200㎖)을 주어 입 안을 헹구게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법률이 아니라 경찰 내부 지침이어서,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바로 단속 자체를 무효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따지는 것은 절차 위반 여부보다 그 수치를 믿을 수 있느냐입니다.
입 헹굼은 예의상의 절차가 아니라, 호흡측정 수치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안전장치입니다.
2. 입 헹굼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잰 수치만으로는 유죄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입 안 알코올 때문에 수치가 부풀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그 수치는 유죄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여부와 형량 구간을 가르는 요소라서, 호흡측정 수치가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사건이 대부분입니다. 그 수치에 ‘입 안 알코올 때문에 부풀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남으면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트림, 구토, 치아보철, 구강청정제 사용 등으로 인하여 입 안에 남아 있는 알코올, 알코올 성분이 있는 구강 내 타액, 상처부위의 혈액 등이 폐에서 배출된 호흡공기와 함께 측정될 경우에는 실제 혈중알코올의 농도보다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수가 있어, 피측정자가 물로 입 안 헹구기를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한 호흡측정기에 의한 혈중알코올 농도의 측정결과만으로는 혈중알코올 농도가 반드시 그와 같다고 단정할 수 없거나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수치가 혈중알코올 농도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도7034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물로 입 안을 헹굴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호흡측정을 진행했고, 수치는 당시 처벌 한계였던 0.05%로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이 수치만으로는 피고인이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입 헹굼을 요구했는데 무시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증명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말로만 요구했다면 경찰관은 ‘그런 요구는 없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단속 현장의 블랙박스나 경찰 촬영 영상, 동승자·동석자의 진술, 정황진술보고서와 조서의 기재를 통해 요구와 거절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입 헹굼을 요구했는데도 무시하고 잰 수치는, 그것만으로는 유죄의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3. 다만 입 헹굼을 못 했다는 사정만으로 수치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수치의 높이, 음주 후 경과 시간, 구강 상태를 함께 보고 잔류 알코올의 영향을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856 판결은 음주를 마친 지 4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물로 입 안을 헹구지 않은 채 잰 수치가 0.05%로 나온 사건입니다. 원심인 고등군사법원은 4시간이나 지났으니 입 안에도 혈중에도 알코올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며 유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파기환송했습니다.
…혈중알코올은 체내의 액체에 고루 분산되는데 대부분이 물인 타액에도 혈액에 함유된 양 정도의 알코올이 존재하므로, 타액 내에 포함된 이러한 알코올 성분이 음주측정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피고인은 만성 치주염을 앓고 있고 여러 개의 치아보철물이 있으며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와 직업 등을 감안하면 잇몸과 치아의 틈새 등에 알코올이 잔존해 있을 가능성도 있는 점, 그럼에도 물로 입 안을 헹구지 아니한 채 음주측정을 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의 입 안에 잔존해 있던 알코올로 인해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수치가 혈중알코올 농도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856 판결).
이 판결이 무죄 취지로 본 근거는 입 헹굼 누락 하나가 아닙니다. 측정치가 처벌 한계수치인 0.05%에 불과했다는 점, 만성 치주염과 치아보철물이라는 구강 사정, 정황진술보고서에 당시 목소리와 보행 상태가 정상적이었다고 적혀 있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됐습니다. 즉 법원은 헹굼 누락을 ‘수치를 의심할 사정’ 중 하나로 놓고 나머지 정황과 합쳐서 봅니다.
그래서 반대의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앞의 두 판결은 모두 측정치가 당시 처벌 한계인 0.05%에 걸린 사안이었습니다. 수치가 기준선에서 멀수록 입 안 잔류 알코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하급심에서도 수치가 0.15%를 넘은 사건에서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절차와 무관하게 음주운전 사실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경찰관이 조서에 ‘입 헹굼 실시’라고 적어 두었다면, 그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이쪽에서 밝혀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입 헹굼 다툼이 힘을 얻는 것은 수치가 기준선 근처이고, 음주 후 시간이 짧거나 구강 사정이 있으며, 헹굼 없이 측정됐다는 사실이 자료로 남아 있을 때입니다.
4. 수치가 어느 구간에 걸려 있느냐에 따라 다툼의 실익이 크게 달라집니다
0.03%·0.08%·0.2% 경계선 바로 위에 걸린 수치일수록 잔류 알코올 주장의 실익이 큽니다.
음주운전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 구간별로 나뉩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에 따라 0.03% 이상 0.08% 미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수치가 경계선 바로 위에 걸려 있을수록 입 안 잔류 알코올 주장의 실익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0.081%로 나왔다면 입 안 알코올의 영향이 조금만 인정돼도 0.08% 미만 구간으로 내려가 형의 하한과 상한이 달라지고, 0.03%를 갓 넘긴 수치라면 그 영향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처벌 대상인지 자체가 갈립니다. 10년 내 벌금 이상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재범이라면 제148조의2 제1항이 적용되어 0.03% 이상 0.2% 미만이 모두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0.03% 선을 넘느냐가 특히 결정적입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시·도경찰청장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사람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에서 정지시킬 수 있고, 이 처분도 같은 측정 수치를 근거로 합니다. 수치의 신빙성을 흔드는 작업이 형사재판과 면허 행정구제에 함께 쓰이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제대로 헹구게 해 주지 않았으니 못 불겠다’며 측정 자체를 거부하면 제148조의2 제2항 제1호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측정치가 아예 없으니 수치를 다툴 여지도 사라지고, 처벌의 하한은 오히려 높아집니다. 입 헹굼은 요구하고 그 요구를 기록에 남기되 측정에는 응한 뒤 다투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과에 불복한다면 제44조 제3항에 따라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로 다시 측정할 수도 있는데, 채혈은 측정 시점에 따라 호흡 수치보다 낮게도 높게도 나올 수 있어 마지막 음주 시각을 따져 본 뒤 결정해야 합니다.
5. 입 헹굼 문제는 단속 현장의 기록에서 시작해 재판까지 이어서 다투게 됩니다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헹굼 요구 사실과 음주 종료 시각을 정확히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음주운전 사건은 통상 ①단속 현장에서 호흡측정과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작성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약식명령 또는 정식 기소에 따른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고(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입 헹굼처럼 증거의 신빙성을 다투는 쟁점은 정식재판에서 다루게 됩니다.
측정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각, 단속 시각, 측정 시각, 측정기 출력지의 수치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카드 결제 내역이나 동석자 진술로 음주 종료 시각을 뒷받침합니다.
입 헹굼을 요구했는지, 경찰이 물을 주었는지를 정황진술보고서·조서의 기재와 단속 현장 영상에 대조해 봅니다. 영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워질 수 있어 서둘러 확인해야 합니다.
치아보철·치주염 여부, 구강청정제 사용, 트림이나 역류 같은 구강 사정을 치과 진료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합니다.
조서는 서명하기 전에 끝까지 읽어 보고, ‘입 헹굼 실시’처럼 사실과 다르게 적힌 부분이 있다면 고쳐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음주운전 사건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재판과 면허 행정처분에서 수치의 신빙성을 함께 다투는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단속을 받은 분들은 그 순간의 당혹감 때문에 경찰이 시키는 대로 불고 조서에 서명한 뒤, 이제 와서 절차를 문제 삼아도 되는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상 문제가 실제로 있었던 운전자 입장에서는 입 헹굼 요구와 거절, 마지막 음주 시각, 구강 사정을 자료로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은 사라지고 기억은 흐려집니다.
반대로 수치가 높게 나온 운전자 입장에서는 절차 주장에만 매달리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입 안 잔류 알코올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치라면, 절차 다툼보다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 합의와 같은 양형 자료를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결과에 유리합니다.
저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수치의 신빙성을 다투는 쪽과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수치라도 측정 경위와 사실관계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 수치를 다툴 수 있는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서와 영상이 남아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이 물을 안 줬으면 측정 결과는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아닙니다. 입 헹굼 지침은 경찰 내부 지침이라 어겼다는 사실만으로 수치가 배제되지는 않고, 법원은 수치의 높이·음주 후 경과 시간·구강 상태와 함께 그 수치를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Q. 입 헹굼을 요구하지 않고 그냥 불었는데, 나중에라도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있지만 요구했다는 자료가 없는 만큼 어려워집니다. 대법원 2009도1856 판결처럼 헹굼 없이 측정된 사실과 구강 상태, 수치가 기준선 근처라는 점을 객관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Q. 구강청정제나 가글을 쓰고 나서 측정했다면 영향이 있나요?
A. 대법원은 구강청정제 사용도 입 안 알코올이 함께 측정되어 수치가 높아질 수 있는 원인으로 봅니다. 다만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사용 시점과 수치를 종합해 판단하므로, 언제 무엇을 썼는지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Q.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하면 채혈로 다시 재도 되나요?
A.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혈 수치는 시점에 따라 호흡 수치보다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있으니 마지막 음주 시각을 따져 본 뒤 결정하셔야 합니다.
Q. 조서에 ‘입 헹굼 실시’라고 적혀 있는데 저는 못 했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A. 서명 전이라면 사실과 다른 부분을 고쳐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미 서명했더라도 영상·동석자 진술 등으로 다툴 수 있지만, 공문서 기재를 뒤집는 부담이 생기므로 초기에 정리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Q. 면허취소 처분도 입 헹굼 문제로 다툴 수 있나요?
A. 시·도경찰청장의 운전면허 처분도 같은 측정 수치를 근거로 하므로 수치의 신빙성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이라는 청구 기간이 있어 서두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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