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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없는 매매계약, 잔금 일부 먼저 넣으면 계약해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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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없는 매매계약, 잔금 일부 먼저 넣으면 계약해제 안되나? 

김우중 변호사

부동산 매매계약을 하다 보면 "중도금 없이 계약금 + 잔금"으로만 구성된 계약서를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매수인이 잔금 지급기일이 한참 남았는데도 일부 금액을 먼저 입금해버리는 경우, 실무에서 종종 분쟁이 발생합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시세가 올랐으니 계약금 배액을 물어주고 해제하고 싶다"는 상황일 수 있고, 매수인 입장에서는 "이미 돈을 넣었으니 계약은 확정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이죠. 이때 핵심이 되는 조문이 바로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 해제권과 '이행의 착수' 개념입니다.

오늘은 이 쟁점에 관한 하급심 판례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왜 이 문제가 까다로운가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행의 착수"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가 문제입니다.

특히 중도금 약정이 없는 계약에서는 이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잔금 지급기일이 단순히 매수인의 이행 시점을 정하는 의미를 넘어, 매도인에게 해제 여부를 고민할 최소한의 숙려기간을 보장하는 기능도 함께 가지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판례는 이 문제를 단일한 공식으로 풀지 않습니다. "이행기 전 선지급 = 이행착수"라는 단순 도식은 통하지 않고, 선지급의 경위·금액·시기·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2. 원칙: 이행기 전 착수도 유효하다

먼저 대전제부터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수원지방법원 2022. 9. 20. 선고 2021가단571438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2. 10. 26. 선고 2020가합107517 판결).

즉 원칙적으로만 보면, 매수인이 잔금 지급기일 전에 일부를 선지급하는 것도 이행의 착수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3. 그런데 중도금 약정이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중도금 약정이 없는 계약입니다. 하급심 중 일부는 이런 구조에서 잔금 지급기일에 매도인의 숙려기간 보장이라는 별도의 의미를 부여합니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2. 16. 선고 2021가단6436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21. 선고 2023가단5402526 판결).

이 시각에서 보면, 중도금 없이 잔금만 남은 계약에서 매수인이 잔금 지급기일 훨씬 전에 소액을 일방적으로 입금하는 행위는 계약 이행이라기보다 매도인의 해제권을 봉쇄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판례는 어떻게 갈리는가

✅ 이행착수를 인정한 사례

  • 매도인 동의 하에 1,000만 원 추가 지급한 경우 → 매매대금 지급 착수로 보아 해제권 소멸 (수원지방법원 2022. 9. 20. 선고 2021가단571438 판결)

  • 잔금 중 500만 원을 송금하고 즉시 통지했는데 매도인이 5개월간 아무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경우 → 소액·조기 지급이라도 이행착수 효력 인정 (수원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2나72137 판결)

  • 100만 원만 송금했음에도 이행착수로 인정하여 매도인의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본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18. 선고 2020가합526386 판결)

  • 매도인이 수령을 거절했음에도 중도금 선지급을 이행착수로 인정한 사례 (울산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20가단114510 판결)

❌ 이행착수를 부정한 사례

  • 계약 다음 날 잔금의 1/37에 불과한 1,000만 원을 일방적으로 선지급 → 해약금 해제권을 형해화하는 행위로 판단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4. 15. 선고 2021가단65487 판결)

  • 중도금 약정 없는 계약에서 계약 다음 날 잔금의 10% 정도인 1,000만 원을 급히 지급 → "매도인의 숙려기간을 하루 만에 봉쇄"한다고 판단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2. 16. 선고 2021가단64361 판결)

  • 잔금 지급기일 2달 이상 앞두고 사전 협의 없이 잔금의 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입금 → 해제권 소멸만을 노린 행동으로 판단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6. 6. 16. 선고 2016가단1461 판결 중 피고 주장 부분; 부산지방법원 2022. 9. 28. 선고 2022나42075 판결)

  • 100만 원을 입금했으나 매도인이 즉시 반환한 경우 → 이행착수로 보지 않음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1. 25. 선고 2020가단259920 판결)


5. 판단 기준 한눈에 보기

같은 "잔금 일부 선지급" 사안인데도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이유는, 법원이 아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6. 실무 시사점 — 상담 시 체크해야 할 것

계약서에 계약금과 잔금 지급일자만 있고 중도금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매수인이 3,000만 원을 먼저 입금한 사안이라면, 결론은 다음 기준에 따라 갈립니다.

  • 매도인의 동의·묵인이 있었다면 → 이행착수 인정 가능성 높음 (수원지방법원 2022. 9. 20. 선고 2021가단571438 판결)

  • 매도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금했고, 잔금 지급기일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으며, 3,000만 원이 전체 잔금 대비 극소액이라면 → 이행착수 부정 가능성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4. 15. 선고 2021가단65487 판결; 같은 지원 2022. 2. 16. 선고 2021가단64361 판결)

  • 반대로 3,000만 원이 전체 매매대금 대비 상당한 비율이고, 지급기일에 근접한 시점에 지급했으며, 매도인이 이의 없이 수령했다면 → 이행착수 인정 가능성 높음

결국 "3,000만 원"이라는 금액 그 자체가 아니라, 전체 매매대금·잔금 대비 비율, 지급 시기, 매도인의 동의 여부, 지급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도금 약정이 없는 계약에서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소액을 선지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원이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민법 제565조 제1항), 상담이나 소송 대응 시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 및 하급심 판례 경향을 소개하는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서 문언, 입금 경위에 관한 증거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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