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면서 토지에 담보가등기를 해 준 채무자는 변제기를 넘기면 그 토지를 채권자에게 내주게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토지 위에 채무자 명의의 건물이 서 있는 경우입니다. 우리 법은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보기 때문에, 토지만 채권자 명의로 본등기되면 건물은 서 있을 땅에 대한 권리를 잃은 것처럼 보이고 철거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등기담보법은 제10조에 이 상황을 위한 특별한 법정지상권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규정이 작동하려면 갖춰야 할 요건과 거쳐야 할 절차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담보가등기 본등기로 토지만 넘어간 경우 건물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어떤 조건에서 생기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생기지 않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가등기담보법 제10조 — 토지만 넘어가도 건물이 철거되지 않게 하는 규정
우리 법제는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채무자가 토지와 건물을 함께 갖고 있다가 토지에만 담보가등기를 해 주고, 채권자가 그 가등기에 기해 본등기를 받으면 토지 명의는 채권자에게, 건물 명의는 채무자에게 남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때 아무 조치가 없다면 건물 소유자는 남의 땅 위에 건물을 가진 사람이 되어, 새 토지 소유자로부터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받을 수 있습니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가등기담보법) 제10조는 바로 이 상황을 정리하려고 만든 조문입니다.
제10조는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경우에, 그 토지나 건물에 대하여 제4조 제2항에 따른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담보가등기에 따른 본등기가 행하여진 때에는 그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그 토지 위에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이 경우 지상권의 존속기간과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합니다. 당사자가 따로 지상권설정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법률이 지상권을 '설정된 것으로 본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채권자의 본등기가 마쳐지면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 위 사용권이 법률상 생기는 구조가 됩니다.
이 조문은 민법 제366조와 닮았지만 발생 계기가 다릅니다. 민법 제366조는 저당물의 경매로 토지와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토지 소유자가 건물 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는 규정이고, 가등기담보법 제10조는 경매가 아니라 담보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나 청산을 거친 소유권 취득으로 소유자가 갈라지는 경우를 겨냥합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도 민법 제305조, 제366조, 입목에 관한 법률 제6조의 법정지상권과 함께 가등기담보법 제10조의 법정지상권을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나 입목이 각각 일정한 사유에 의해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이나 입목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담보권 실행이라는 사적 절차로 소유자가 갈라지더라도 건물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취지입니다.
조문이 '토지나 건물'이라고 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토지에 대해 본등기가 되면 채무자인 건물 소유자가 토지 위 지상권을 얻고, 반대로 건물에 대해 본등기가 되면 건물을 넘겨받은 채권자가 토지 위 지상권을 얻는 구조입니다. 이 글은 토지만 채권자 명의가 되고 건물은 채무자 명의로 남은 경우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가등기담보법 제10조는 토지와 건물이 한 사람 소유였다가 담보권 실행으로 갈라질 때,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 위 지상권을 법률상 부여하는 규정이다.
성립 요건 — 담보가등기·동일 소유자·본등기·건물 소유 목적
제10조의 지상권은 조문의 요건이 모두 갖춰질 때 설정된 것으로 봅니다. 요건을 나눠 보면 먼저 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여야 합니다. 가등기담보법 제2조 제3호는 담보가등기를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마친 가등기'로 정의하고, 제1조는 이 법이 차용물의 반환에 관하여 차주가 차용물을 갈음해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기로 예약한 경우, 그 재산의 예약 당시 가액이 차용액과 이자를 합산한 액수를 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힙니다. 돈을 빌려주면서 그 담보로 토지에 가등기를 받았다는 구조가 출발점인 셈입니다.
담보가등기일 것 — 채권담보 목적으로 마친 가등기이고, 피담보채권이 차용금 반환채권일 것. 등기부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로 적혀 있어도 실질이 채권담보라면 담보가등기.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할 것 — 채무자가 토지와 건물을 함께 소유하고 있는 상태가 출발점.
본등기가 마쳐졌거나 제4조 제2항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했을 것 — 담보가등기는 청산기간이 지난 뒤의 본등기,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양도담보는 청산기간 경과 후 청산금 지급.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일 것 — 토지를 건물 소유 외의 용도로 쓸 권리까지 주는 규정은 아님.
예를 들어 채무자 갑이 1억 원을 빌리면서 시가 3억 원 상당의 토지에 을 명의로 담보가등기를 해 주었고, 그 토지 위 주택은 갑 명의로 등기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변제기가 지나 을이 청산절차를 밟고 청산금을 정산한 뒤 본등기를 받으면 토지는 을 소유, 주택은 갑 소유가 됩니다. 을이 토지 소유권을 근거로 주택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해도, 갑은 제10조에 따라 주택 소유를 목적으로 토지 위에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본다는 점을 들어 토지를 사용할 권원이 있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갑에게 별도의 임대차나 사용대차 계약서가 없어도 이 항변은 가능합니다.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제10조가 아니라 다른 법리로 넘어갑니다. 가등기가 담보 목적이 아니거나, 피담보채권이 차용금이 아니거나, 건물이 처음부터 다른 사람 소유였다면 이 조문의 문턱에서 걸립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철거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고, 뒤에서 보듯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같은 별도 법리로 따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요건별로 서류를 하나씩 대조하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제10조의 지상권은 담보가등기, 동일한 소유자, 본등기 또는 제4조 제2항의 소유권 취득, 건물 소유 목적이라는 네 요건이 모두 맞아야 의제된다.
청산절차 — 본등기 전에 거쳐야 하는 통지·2개월·청산금 정산
제10조가 말하는 본등기는 아무 때나 마칠 수 있는 등기가 아닙니다. 가등기담보법 제3조 제1항은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해 담보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채권의 변제기 후에 청산금의 평가액을 채무자등에게 통지하고, 그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2개월(청산기간)이 지나야 한다고 정합니다. 청산금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뜻을 통지해야 합니다. 통지에는 통지 당시 담보목적부동산의 평가액과 민법 제360조에 규정된 채권액을 밝혀야 하고(제3조 제2항), 채권자는 자신이 통지한 청산금의 금액을 나중에 다툴 수 없습니다(제9조).
청산금은 통지 당시 담보목적부동산의 가액에서 채권액을 뺀 금액입니다(제4조 제1항). 이때 그 부동산에 선순위담보권이 있다면 그 담보권이 담보하는 채권액도 채권액에 포함해서 계산합니다. 앞의 예에서 통지 당시 토지 평가액이 3억 원, 원리금 채권액이 1억 원, 선순위 근저당의 피담보채권이 5,000만 원이라면 청산금은 3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을 뺀 1억 5,000만 원입니다. 채권자는 이 금액을 채무자등에게 지급해야 하고, 후순위권리자가 있으면 그 순위에 따라 청산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별도로 통지해야 합니다(제5조, 제6조).
변제기 도래 후 청산금의 평가액을 채무자등에게 통지(청산금이 없으면 그 뜻을 통지).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2개월의 청산기간 경과 — 이 기간이 지나야 본등기 청구 가능.
청산금 지급 — 청산금 지급채무와 소유권이전등기·인도채무는 동시이행 관계(제4조 제3항).
이 절차에 어긋나는 특약으로 채무자등에게 불리한 것은 무효(제4조 제4항). 청산기간이 지난 뒤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특약만 예외.
이 절차가 법정지상권과 맞닿는 이유는 제10조가 '제4조 제2항에 따른 소유권 취득'이나 '담보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를 요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4조 제2항은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청산기간이 지난 후 청산금을 채무자등에게 지급한 때 소유권을 취득하고, 담보가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청산기간이 지나야 그 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청산절차를 건너뛴 채 넘어간 등기는 이 요건을 정상적으로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등은 청산금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채무액(반환할 때까지의 이자와 손해금 포함)을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1조 본문). 다만 채무의 변제기가 지난 때부터 10년이 지나거나 선의의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이 말소청구가 막힙니다(제11조 단서).
본등기는 변제기 후 청산금 평가액 통지, 도달일부터 2개월의 청산기간, 청산금 정산을 거친 뒤에야 청구할 수 있고, 제10조의 지상권은 이 정상적인 본등기를 전제로 한다.
철거 청구를 받았을 때 — 지상권 항변과 본등기의 기초를 다투는 항변
본등기를 마친 채권자가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내면, 건물 소유자에게는 두 갈래의 방어선이 있습니다. 첫째는 앞서 본 제10조의 지상권 항변입니다. 요건이 모두 갖춰졌다면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이 이미 설정된 것으로 보므로 토지 소유권만으로는 철거를 관철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 자체를 다투는 항변입니다. 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여서 청산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 방어선과 관련해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36210 판결이 실무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는 토지에 관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청구 소송에서는 그 가등기가 담보 목적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가, 채권자가 그 판결에 기해 본등기를 마친 뒤 지상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소송에서 비로소 그 주장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고, 본등기를 명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인 본등기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칠 뿐 그 전제가 되는 소유권 자체의 존부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채무자가 담보가등기임을 주장해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을 부인하는 것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하여 채권자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이 알려 주는 것은 본등기를 명한 판결이 있다고 해서 건물 소유자의 방어 기회가 전부 닫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는 그 가등기가 실제로 채권담보 목적이었다는 점이 입증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채무자 쪽에서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대물반환 예약의 내용, 변제기와 원리금 정산 자료, 청산 통지가 있었는지에 관한 자료가 입증의 중심이 됩니다. 채권자 쪽에서는 청산 통지의 도달일과 청산금 지급 내역을 입증할 수 있어야 소유권 취득이 정상적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 측 —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대물반환 예약 조항, 변제기·원리금 정산표, 청산 통지 수령 여부.
채권자 측 — 청산금 평가액 통지서와 도달 증명, 2개월 경과 사실, 청산금 지급 내역.
공통 — 가등기·본등기 접수일과 원인이 적힌 등기부, 건물의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본등기를 명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본등기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치므로, 철거 소송에서 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라는 점을 들어 소유권 취득을 다투는 것은 막히지 않는다.
법정지상권이 생기지 않는 경우 — 가등기 뒤 신축 건물과 담보가 아닌 가등기
첫 번째 예외는 담보가등기를 마친 뒤에 건물이 새로 지어진 경우입니다.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5458 판결의 사안에서는 채권담보를 위해 나대지에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마쳐졌고, 그 뒤 대지 소유자가 지상에 건물을 신축했으며, 이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마쳐져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면 애초에 대지에 채권담보를 위하여 가등기를 마친 사람의 이익을 크게 해하게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을 위한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참조조문에 가등기담보법 제10조를 함께 적고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건물에 강제경매가 개시되어 압류등기가 마쳐진 상태에서 그 이전에 대지에 설정된 채권담보용 가등기에 기해 본등기가 마쳐진 경우에도, 건물의 경락인이 대지에 관한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담보가등기를 해 줄 당시 나대지였다면 그 뒤에 지은 건물의 부지 사용권은 보호받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가등기를 받은 채권자가 나대지를 담보로 삼았는데 채무자가 그 뒤에 건물을 올려 놓고 법정지상권을 주장하는 것은 가등기권자의 이익을 크게 해친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건축물대장의 사용승인일과 가등기 접수일의 선후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두 번째 예외는 피담보채권이 차용금 반환채권이 아닌 경우입니다.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5356 판결은 가등기담보법이 차용물의 반환에 관하여 차주가 차용물에 갈음하여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기로 예약한 경우에 적용되므로,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가등기가 마쳐진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사안은 갑이 대지와 지상 건물을 함께 소유하고 있었는데 을이 건물 일부에 공사대금채권 담보용 가등기를 마쳤다가 대물변제로 그 부분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경우였고, 대법원은 을이 제10조의 지상권이 아니라 건물 부분의 점유·사용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갑 소유 대지에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고 보았습니다. 지상권 자체는 인정됐지만 근거 법리와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피담보채권이 대여금인지 공사대금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세 번째로, 가등기가 채권담보가 아니라 매매 등 본래의 소유권이전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제10조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이때는 토지와 건물이 매매 등으로 소유자를 달리하게 된 경우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따로 따져야 합니다. 앞서 본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관습법이 지금도 효력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대지의 사용관계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있으면 이를 우선 존중하고 약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순위보전용 가등기 사안에서는 당사자가 건물 철거나 토지 사용에 관해 어떤 약정을 했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가등기 이후에 신축된 건물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음(94다5458).
공사대금 등 차용금이 아닌 채권을 담보한 가등기 —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되지 않고 관습상 법정지상권으로 별도 판단(91다45356).
순위보전 목적의 가등기 — 제10조 대상이 아니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요건과 당사자 약정으로 판단.
토지와 건물이 처음부터 다른 소유자 — 동일한 소유자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음.
제10조의 법정지상권은 가등기 당시의 토지·건물 관계와 피담보채권의 성격에 따라 성립 여부가 갈리므로, 신축 시점과 채권의 종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지상권의 내용 — 등기 없이 성립하고, 기간과 지료는 법원이 정한다
제10조는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으므로(민법 제187조 본문), 건물 소유자는 지상권설정등기를 마치지 않았어도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에 따라 등기를 하지 않으면 그 지상권을 처분하지는 못합니다. 건물을 팔면서 지상권도 함께 넘기려는 경우처럼 지상권을 처분할 일이 있다면, 미리 협의나 소송으로 지상권 등기를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존속기간과 지료는 법이 숫자를 정해 두지 않고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하도록 했습니다(제10조 후단). 참고로 민법상 지상권은 계약으로 존속기간을 정할 때 견고한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면 30년, 그 밖의 건물이면 15년보다 짧게 정할 수 없고(민법 제280조 제1항),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때에는 이 최단기간이 존속기간이 됩니다(민법 제281조 제1항). 제10조는 기간을 법원 결정에 맡겨 두었으므로 이 수치가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당사자가 협의하지 못하면 법원에 청구해 정해야 합니다. 건물이 철근콘크리트조인지 목조인지 같은 건물의 구조와 잔존 사용 가능 기간이 기간 산정의 중요한 사실관계가 됩니다.
지료도 새 토지 소유자인 채권자가 협의를 요구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에 정해 달라고 청구하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제10조의 지상권도 민법상 지상권이므로, 지료가 토지에 관한 조세 기타 부담의 증감이나 지가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증감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286조),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87조). 앞의 예에서 갑이 지료 문제를 방치한 채 2년 넘게 지료를 내지 않으면 을이 소멸청구로 갑의 지상권을 정리하려 할 수 있고, 그러면 철거 청구가 다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10조는 지료를 법원이 정하도록 하고 있어 지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얼마를 언제부터 연체했는지가 다툼이 되므로, 협의나 법원 결정으로 지료부터 확정해 두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제10조의 지상권은 등기 없이도 성립하지만 처분에는 등기가 필요하고, 존속기간과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로 법원이 정한다.
실무 점검 순서 — 건물 소유자와 토지 취득자가 각각 확인할 것
건물 소유자인 채무자는 청산 통지를 받은 순간부터 시간이 흐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2개월의 청산기간이 진행되고, 청산금을 받기 전이라면 채무액(반환할 때까지의 이자와 손해금 포함)을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1조 본문). 다만 변제기가 지난 때부터 10년이 지나거나 선의의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면 이 길이 막히므로, 토지가 제3자에게 다시 넘어가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지된 청산금은 채권자가 다툴 수 없지만(제9조), 청산금은 통지 당시의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그 시점의 가액을 보여 주는 감정평가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채권자나 토지를 넘겨받으려는 사람은 그 토지 위 건물이 철거 대상이라고 단정하고 가격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요건이 갖춰지면 건물 소유자에게 제10조의 지상권이 생기고, 그 존속기간과 지료는 법원이 정하는 사항이라 토지의 활용 시기와 수익이 그만큼 제한됩니다. 반대로 청산절차를 생략한 채 본등기를 받았다면 본등기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고, 그 위험은 건물 철거 소송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변제기, 청산금 평가액 통지서와 도달 증명, 청산금 지급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 — 가등기의 접수일과 원인, 본등기의 원인과 접수일.
청산 통지서와 도달 증명 — 통지 도달일, 통지된 평가액과 채권액, 2개월 경과 여부.
청산금 정산 자료 — 평가액 산정 근거, 선순위 담보권의 채권액, 청산금 지급 여부.
건물 자료 — 건물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상 소유자, 사용승인일과 가등기 접수일의 선후.
피담보채권 자료 —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으로 본 채권의 성격(대여금인지 공사대금 등인지).
실제 분쟁은 이 서류들이 서로 맞지 않는 데서 생깁니다. 청산 통지의 도달일이 본등기 접수일 직전이어서 2개월이 지나지 않았거나, 통지 당시 평가액에 비해 청산금이 현저히 적게 정산된 경우가 그 예입니다. 이런 흠이 있으면 건물 소유자는 지상권 항변과 함께 본등기의 기초를 다투는 주장을 병행할 수 있고, 서류가 온전하다면 채권자도 지료와 존속기간 협의에 자신 있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서류를 먼저 정리하는 쪽이 협상에서도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상권 등기를 하지 않아도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네, 제10조는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 물권의 취득은 민법 제187조 본문에 따라 등기를 요하지 않으므로 등기 없이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에 따라 등기를 하지 않으면 그 지상권을 처분하지는 못합니다. 건물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계획이 있다면 미리 지상권 등기를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청산절차 없이 본등기가 마쳐졌다면 철거 청구를 막을 수 있나요?
A. 막을 여지가 있습니다. 담보가등기는 청산기간(통지 도달일부터 2개월)이 지나야 본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청산금 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인도는 동시이행 관계이며, 청산금을 받지 못했다면 채무액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길이 제11조에 있습니다. 대법원 96다36210 판결에 따르면 본등기를 명한 확정판결이 있어도 철거 소송에서 담보가등기라는 점을 주장해 소유권 취득을 다툴 수 있습니다. 결론은 청산 통지와 정산 내역이 실제로 어땠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Q. 가등기를 한 뒤에 지은 건물도 법정지상권으로 보호받나요?
A.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94다5458 판결은 채권담보를 위해 나대지에 가등기가 마쳐진 뒤 대지 소유자가 건물을 신축하고 그 후 본등기가 마쳐진 사안에서,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면 가등기를 마친 사람의 이익을 크게 해하게 된다는 이유로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그래서 건축물대장의 사용승인일과 가등기 접수일의 선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공사대금이나 물품대금을 담보하려고 한 가등기도 제10조가 적용되나요?
A. 가등기담보법은 차용물의 반환에 관한 대물반환 예약을 대상으로 하므로,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려는 가등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91다45356 판결의 입장입니다. 그 사안에서는 제10조가 아니라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건물 부분의 점유·사용에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됐습니다. 피담보채권이 무엇인지에 따라 근거 법리와 범위가 달라집니다.
Q. 지료를 내지 않으면 지상권이 어떻게 되나요?
A.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지상권설정자는 민법 제287조에 따라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10조의 지상권은 지료를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지료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 연체 여부와 기간이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협의나 법원 결정으로 지료를 확정하고 정해진 지료를 제때 지급하는 것이 지상권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Q. 토지가 아니라 건물에 담보가등기를 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A. 제10조는 '그 토지나 건물'에 대해 소유권 취득이나 본등기가 이루어진 경우를 함께 규정하므로,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해 있다가 건물에 대해 본등기가 마쳐지면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그 토지 위에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봅니다. 이때는 건물을 넘겨받은 채권자가 토지 위 지상권자가 되고, 존속기간과 지료는 마찬가지로 법원이 정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담보가등기일 것과 청산절차를 거쳤을 것이라는 요건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맺음말
담보가등기 본등기로 토지만 채권자에게 넘어갔더라도, 가등기담보법 제10조의 요건이 갖춰지면 건물 소유자에게는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이 설정된 것으로 봅니다. 그 요건은 담보가등기일 것,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할 것, 본등기 또는 제4조 제2항에 따른 소유권 취득이 있을 것,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할 것입니다. 이 지상권은 등기 없이 성립하지만 처분에는 등기가 필요하고, 존속기간과 지료는 법원이 정합니다.
반대로 가등기 이후에 신축한 건물, 공사대금처럼 차용금이 아닌 채권을 담보한 가등기, 순위보전 목적의 가등기는 제10조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다른 법리로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본등기의 전제가 되는 청산절차, 즉 평가액 통지와 2개월의 청산기간과 청산금 정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가 철거 소송의 향방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료를 2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지상권 소멸청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으셔야 합니다.
가등기 접수일, 청산 통지 도달일, 건물 신축 시점 세 가지만 먼저 확인해 두어도 이후 대응의 방향이 잡힙니다. 용인 처인이나 양평 일대에서 토지와 건물의 명의가 갈린 분쟁을 앞두고 계시다면 관련 서류를 정리해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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