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으로 들여온 화물이 파손됐거나 아예 도착하지 않았는데, 선사와 보험사가 "검토 중"이라며 시간을 끄는 사이 1년이 지나가 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해상운송인을 상대로 한 청구권은 상법상 화물을 인도한 날(또는 인도했어야 할 날)부터 1년 안에 재판상 청구, 즉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하고, 이 기간은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협상을 이어 가도 멈추지 않습니다. 게다가 법원은 상대방이 주장하지 않아도 이 기간이 지났는지를 직접 따집니다. 이 글에서는 1년이 언제부터 흐르는지, 무엇으로 기간을 지킬 수 있는지, 이미 넘겼다면 어떤 길이 남는지를 조문과 대법원 판결 기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해상운송 화물 클레임 제척기간 — 청구원인을 가리지 않는 1년
개개의 화물을 선박으로 운송하는 개품운송에서 운송인은 화물의 수령·선적·적부·운송·보관·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화물의 멸실·훼손·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795조 제1항). 이 책임을 묻는 청구에 시간 제한을 거는 조문이 제814조 제1항입니다. 조문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소멸기간을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으로 봅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그래서 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이 시효를 원용해야 비로소 다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 조문에는 화주가 놓치기 쉬운 특징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채권 및 채무'라고 되어 있어 화주가 운송인에게 청구하는 손해배상뿐 아니라 운송인이 화주에게 청구하는 운임·부대비용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둘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문언 때문에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하든 불법행위로 구성하든 같은 1년이 적용됩니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0다280685 판결). 셋째, 소멸시효는 청구·압류·승인 같은 사유로 중단될 수 있지만(민법 제168조), 제814조가 요구하는 것은 오직 '재판상 청구'입니다. 상행위로 생긴 채권의 소멸시효가 5년(상법 제64조)이라는 감각으로 화물 클레임을 다루다가 1년을 놓치는 위험이 여기서 생깁니다.
화물 멸실·훼손·연착 손해배상 — 화주가 운송인에게 묻는 제795조 제1항의 책임.
운임·부대비용 등 — 운송인이 송하인·수하인에게 갖는 채권.
컨테이너 초과사용료·터미널 보관료 — 화물이 인도되지 않아 계속 생기는 손해배상.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삼은 손해배상 — 계약 구성이 아니어도 같은 1년이 적용됨.
해상운송인을 상대로 한 화물 클레임은 청구원인이 계약이든 불법행위든,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기산점 — 화물을 인도한 날, 인도하지 못했다면 인도했어야 할 날
1년의 출발점은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입니다. 여기서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뜻하고,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그 정당한 소지인에게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선사가 화물을 선창에서 내려 보세창고업자에게 넘겼다는 사실만으로는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2019다205947 판결은 화물이 양륙항에 입항한 뒤 통관이 불허되어 최종 목적지로 가지 못한 사안에서, 입항한 날부터 기간을 센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양륙항에 도착한 시점이 아니라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되어야 끝난다는 이유였습니다.
화물이 인도되지 못한 경우에는 '인도할 날'이 기준이 됩니다. 인도할 날이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인도가 이루어졌어야 했던 날입니다. 화물이 멸실된 경우뿐 아니라 운송인이 인도를 거절하거나 운송인의 사정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등 어떤 사유로든 화물이 인도되지 않았다면 이 날을 기준으로 기간을 셉니다(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9다213009 판결). 예컨대 화물이 항해 중 유실되어 아무도 화물을 받지 못했다면, 받은 날이 없으므로 항해가 정상적으로 끝났을 경우 화물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부터 1년이 흐릅니다. 계약서상 도착 예정일과 실제 사정이 어긋나면 그 날을 어느 날로 볼지 다툼이 생길 수 있어, 기산점이 불분명할 때는 가장 이른 날을 기준으로 소를 낼 시점을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간은 민법의 역에 의한 계산 방식으로 셉니다. 초일은 산입하지 않으므로(민법 제157조) 3월 10일에 화물을 인도받았다면 이듬해 3월 10일이 마지막 날이고(민법 제160조 제2항), 그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다음 날까지입니다(민법 제161조). 기산점은 화물이 인도된 날이지 손해를 알게 된 날이 아닙니다. 컨테이너를 반출해 창고에 두었다가 몇 달 뒤 열어 보고서야 내부 파손을 발견하더라도 1년은 인도된 날부터 이미 흐르고 있습니다. 즉시 발견할 수 없는 손해라면 수하인은 수령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지를 발송해야 하는데(상법 제804조 제1항), 이 통지는 손상 사실을 다투기 위한 절차일 뿐 제척기간을 멈추게 하지는 않습니다.
1년의 기산점은 손해를 안 날이 아니라 화물이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날, 인도되지 못했다면 인도되었어야 할 날이다.
초과사용료·보관료 — 인도할 날 이후에 계속 생기는 손해의 기산일
컨테이너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는 화주가 화물을 찾아가지 않는 동안 매일 새로 쌓이는 손해입니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0다280685 판결의 사안이 바로 이런 경우였습니다. 복합운송주선인이 해상운송인에게 운송을 맡긴 화물이 수출품으로 가장한 폐기물이었고, 화물을 받을 사람이 없어 컨테이너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운송인은 화물이 도착한 지 약 2년이 지난 시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원심은 소 제기 시점에서 1년 안에 발생한 부분까지 모두 제척기간이 지나 부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제척기간은 권리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하는 제도여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까지 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해 소멸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초과사용료·보관료 채권은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이 지난 뒤에도 계속 새로 발생하므로, 그 날 이후에 발생하는 채권의 제척기간 기산일은 그 채권의 발생일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소를 제기한 시점에서 1년 안에 발생한 부분은 청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법리를 날짜로 옮기면 계산 방식이 분명해집니다. 인도할 날까지 이미 발생해 있던 운임이나 손해는 인도할 날부터 1년이고, 그 뒤에 매일 생기는 초과사용료·보관료는 각 발생일부터 1년씩 따로 흐릅니다. 선사가 화물 도착 2년 뒤에 소를 낸다면 소 제기 시점에서 1년보다 앞선 날짜분은 소멸했고, 그 이후에 생긴 날짜분만 남게 됩니다. 청구를 받는 화주로서는 '도착한 지 1년이 넘었으니 전부 소멸'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청구하는 쪽도 '계속 늘어나는 채권이니 언제든 청구 가능'이라고 믿으면 오래된 날짜분부터 잃게 됩니다. 그래서 초과사용료가 언제부터 발생했는지, 각 날짜분이 언제 확정되었는지를 정리한 정산표를 먼저 만드는 것이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인도할 날까지 이미 발생한 운임·손해 — 인도할 날부터 1년.
인도할 날 이후 계속 발생하는 초과사용료·보관료 — 각 채권의 발생일부터 1년.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는 제척기간이 흐르지 않음 — 소 제기 시점에서 1년 이내 발생분은 청구 가능.
제척기간은 권리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흐르므로, 인도할 날 이후에 계속 생기는 손해는 채권이 발생한 날부터 각각 1년을 센다.
내용증명·협상은 기간을 멈추지 못한다 — 소장 접수 시점이 기준
제814조가 기간 안에 요구하는 것은 '재판상 청구'입니다. 클레임 레터, 내용증명, 이메일 독촉, 보험사와의 손해사정 협의는 모두 재판 밖의 행위여서 1년의 진행에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곧 지급하겠다"고 답하거나 "보험처리 중"이라고 안내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814조에는 재판상 청구 외에 기간을 멈추는 사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고, 기간을 늘리려면 뒤에서 보는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1년 안에 할 일은 '소를 내는 것' 하나로 좁혀집니다.
기간을 지켰는지는 소를 제기한 시점으로 판단합니다. 법률상 기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재판상 청구는 소를 제기한 때 효력이 생기고(민사소송법 제265조), 법원에 제출한 소장이 접수되면 소장이 제출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봅니다(같은 법 제248조 제3항). 소장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날이 아니라 접수된 날이 기준이므로 마지막 날까지 소장이 접수되면 됩니다. 반대로 소송 도중에 청구금액을 늘리는 경우 늘린 부분은 청구를 넓히는 서면을 낸 때 효력이 생기도록 되어 있어, 그때 이미 1년이 지났다면 넓힌 부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손해액 산정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기간 안에는 예상되는 전체 청구를 담아 소를 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를 내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준거법이나 재판관할·중재 조항이 있으면 어느 나라 법과 어느 절차로 청구할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면약관이 실제로 운송계약에 편입되었는지는 그렇게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5다60689 판결은 선사가 이면약관의 중국법 준거법 조항을 근거로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본 원심에 대해, 그 약관이 운송계약에 편입되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파기했습니다. 계약운송인이 누구인지도 다툼이 되는데, 운송주선업자가 운송까지 인수했는지 불명확하면 선하증권 발행자 명의, 운임 지급 형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103564 판결).
선하증권·운송계약서 이면약관 — 준거법, 재판관할, 중재 조항 유무.
계약운송인 확정 — 선하증권 발행 명의, 운임 지급 형태.
인도일 증빙 — 화물인도지시서(D/O), 반출·입고 기록, 수령 확인서.
손해 증빙 — 검정보고서, 사진, 봉인번호, 수령 당시 특기사항.
내용증명과 협상은 1년을 멈추지 못하고, 기간 안에 소장이 법원에 접수되어야 제척기간을 지킨 것이 된다.
기간 연장 합의 — 만료 전에, 대상과 새 만료일을 특정해서
제814조 제1항 단서는 이 기간을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소멸시효는 법률행위로 연장할 수 없지만(민법 제184조 제2항), 이 제척기간은 연장이 명문으로 허용됩니다. 해상운송 분쟁은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이 소 제기 시한에 쫓기지 않고 협의할 시간을 주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 그래서 실무에서는 보험사 손해사정이나 협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 '타임바(time bar) 연장' 서면을 주고받습니다.
합의의 방식은 조문에 정해져 있지 않지만, 연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결국 서류로 증명되어야 하므로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서면에는 화물과 선하증권 번호로 대상을 특정하고, 연장 대상이 손해배상 청구 전부인지 일부인지 밝히고, 새 만료일을 날짜로 적어야 합니다. "협의 중이니 기다려 달라"거나 "보험처리가 진행 중"이라는 안내는 연장 합의가 아닙니다. 새 만료일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그 날이 오기 전에 다시 연장 서면을 받아야 합니다.
연장된 기간도 제1항의 기간에 포함됩니다.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44761 판결은 뒤에서 볼 제2항의 '제1항의 기간'에 당사자가 합의로 연장한 기간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연장 합의가 있었는지는 법원이 함께 심리해야 할 사항이어서, 2015다60689 판결도 제척기간 내에 소를 제기했는지와 함께 연장 합의가 있었는지를 심리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런 판단은 합의가 서면 등으로 남아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합의는 기간이 살아 있을 때 해야 하며, 이미 지난 뒤의 연장 동의는 다음 항목에서 보듯 연장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연장 합의는 기간이 살아 있는 동안 서면으로, 대상 화물과 새 만료일을 특정해서 받아 두어야 한다.
이미 1년이 지났다면 — 직권조사와 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
제척기간이 지났는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어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판단해야 합니다. 사실심 변론이 끝날 때까지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상고심에서 새로 주장·증명할 수 있고, 이는 제척기간이 연장되었음이 밝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2019다205947 판결, 2015다60689 판결). 상대방이 답변서에서 기간 항변을 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청구를 받는 쪽에서는 소송 어느 단계에서든 기간 도과를 다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통로가 열려 있습니다. 2017다247848 판결은 제척기간이 지난 뒤 그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기간 경과의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해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제814조 제1항이 합의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포기를 허용해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기간이 지난 뒤에도 상대방의 명확한 포기 의사가 있다면 청구가 살아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요건은 엄격합니다. 이 사건에서 화주는 화물을 인도받은 지 1년이 지난 뒤 "타임바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선사는 "2015년까지 연장에 동의한다"고 회신했지만, 이후 선사가 제척기간 문제를 인식하고 그 동의가 무효임을 알렸습니다. 환송 뒤 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3다214818 판결은 선사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 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했고, 소는 부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연장해 드리겠다"는 회신만으로는 부족하고, 기간이 이미 지났음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다는 뜻이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기간을 놓친 뒤 상대방의 호의에 기대는 것은 안전한 방법이 못 되고, 놓치기 전에 소를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는 상대방이 기간 도과를 알면서 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음이 인정되어야만 청구가 살아난다.
재운송(하청)과 보험자 대위 — 제2항의 3개월은 화주의 기간이 아니다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제814조 제2항은 송하인 또는 수하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운송인과 배상 합의를 하거나 운송인에게 재판상 청구를 했다면, 그 합의 또는 청구가 있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제3자에 대한 운송인의 채권·채무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재판상 청구를 받은 운송인이 3개월 이내에 그 제3자에게 소송고지를 하면 3개월은 재판이 확정되거나 종료된 때부터 기산합니다(같은 조 제3항). 이 규정은 화주에게 배상한 운송인이 하청 운송인에게 구상할 시간을 확보해 주려는 것입니다.
화주 입장에서 이 3개월을 자신의 청구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화주가 계약운송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여전히 제1항의 1년(또는 합의로 연장된 기간)입니다. 제2항은 그 기간 안에 합의나 청구가 있었다는 전제에서 운송인과 하청 운송인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조문일 뿐입니다. 하청 구조로 운송된 화물이라도 화주가 할 일은 계약운송인을 상대로 1년 안에 소를 내거나 연장 서면을 받는 것입니다.
보험금을 받은 화주를 대신해 보험사가 청구하는 경우에도 기간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보험자대위(상법 제682조)로 청구하는 권리는 화주가 가진 권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어서, 보험금을 지급한 날이 아니라 화물의 인도일(또는 인도할 날)이 기준이 됩니다. 앞의 2017다247848 사안은 보험사가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이었고 화주가 화물을 인도받은 날을 기준으로 연장 요청이 기간 안이었는지를 따졌습니다. 2015다60689 사안에서는 화물을 실은 선박이 2010. 11. 13. 부산항에 입항했고 보험사가 2012. 2. 13. 소를 냈는데, 대법원은 제척기간 내 소 제기 여부와 연장 합의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보험금 지급 협의와 별개로 소 제기 시한을 따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2항의 3개월은 운송인이 하청 운송인에게 구상할 시간이지 화주의 청구기간이 아니며, 보험사의 대위 청구도 화물 인도일을 기준으로 흐른다.
복합운송과 항해용선 — 어떤 계약이냐에 따라 1년이 아니라 2년일 수 있다
육상과 해상을 잇는 복합운송에서는 어느 구간에서 사고가 났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달라집니다. 상법 제816조는 손해가 발생한 구간의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하되, 어느 구간에서 손해가 났는지 불분명하거나 성질상 특정 지역으로 한정할 수 없으면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르도록 합니다. 2019다213009 판결은 손해구간이 불분명하고 해상운송 구간이 가장 길다면 해상운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창고나 트럭 구간에서 난 사고인지 선박 구간에서 난 사고인지 가리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면 해상 규정의 1년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판결은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자기 명의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을 인수한 경우에는 복합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한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계약 유형에 따라 기간이 다르다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개개의 화물을 운송하는 개품운송(상법 제791조)에는 1년이 적용되지만, 선박의 전부 또는 일부를 특정한 항해에 제공하는 항해용선계약(상법 제827조)에서는 선박소유자의 용선자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채무가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2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합니다(상법 제840조 제1항). 이 경우에도 합의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제814조 제1항 단서 준용), 기간을 줄이는 약정은 운송계약에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습니다(제840조 제2항). 선박 단위로 빌려 화물을 실은 경우와 컨테이너 한두 개를 선사에 맡긴 경우는 시한이 다르므로, 소송 준비의 첫 단계는 어떤 계약인지 확정하는 것입니다.
계약 유형 확정 — 개품운송이면 1년(제814조), 항해용선이면 2년(제840조).
손해 구간 확정 — 복합운송이면 제816조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달라짐.
기산점 확정 — 인도한 날, 인도되지 못했다면 인도했어야 할 날.
연장 합의 확보 — 만료 전에 서면으로 대상과 새 만료일을 특정.
소장 접수 — 가장 이른 기산일 기준 만료일 전까지.
자주 묻는 질문
Q. 선사에 클레임 레터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인데, 그동안 1년이 멈추나요?
A. 멈추지 않습니다. 제814조가 요구하는 것은 재판상 청구이고, 클레임 레터·내용증명·이메일·보험사 협의는 모두 재판 밖의 행위입니다. 상대방이 검토 중이라고 답하더라도 연장 합의가 아니면 기간은 그대로 흐릅니다. 결론이 늦어질 조짐이 보이면 만료 전에 연장 서면을 받거나 소를 접수해야 합니다.
Q. 컨테이너를 열어 보니 몇 달 뒤에야 파손을 발견했습니다. 1년은 발견한 날부터 세나요?
A. 발견한 날이 아니라 화물이 인도된 날부터 셉니다. 즉시 발견할 수 없는 손해라면 수령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서면 통지를 발송해야 하고, 통지가 없으면 화물이 멸실·훼손 없이 인도된 것으로 추정됩니다(상법 제804조 제1항·제2항). 다만 이 통지는 손상 사실을 다투기 위한 절차일 뿐 제척기간을 멈추지는 못합니다. 그러므로 손상 통지와 소 제기 시한은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Q. 화물이 아예 도착하지 않아 받은 날이 없는데 1년은 언제부터인가요?
A. 화물이 인도되지 못한 경우에는 '인도할 날', 즉 운송계약이 내용대로 이행되었다면 인도가 이루어졌어야 했던 날부터 계산합니다. 화물이 멸실된 경우뿐 아니라 운송인이 인도를 거절하거나 운송이 중단된 경우도 같습니다(대법원 2019다213009 판결). 그 날이 언제인지 다툼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장 이른 날을 기준으로 만료일을 잡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소를 낸 뒤에 손해액이 늘어나면 청구금액을 나중에 늘려도 되나요?
A. 늘리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기간 준수의 효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청구를 넓히는 서면을 낸 때에 효력이 생기도록 되어 있어(민사소송법 제265조), 그 시점에 이미 제척기간이 지났다면 늘린 부분은 기간을 넘긴 것으로 다뤄질 위험이 있습니다. 검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기간 안에 예상되는 손해 전체를 청구취지에 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상대방이 답변서에서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는데 안심해도 되나요?
A.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척기간이 지났는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어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판단하고,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상고심에서 새로 주장·증명할 수 있습니다. 연장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에도 이 법리는 같습니다. 그래서 기간 도과가 문제될 수 있는 사건에서는 처음부터 기산점과 연장 합의 자료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선사가 몇 년 전부터의 컨테이너 초과사용료를 한꺼번에 청구해 왔습니다. 전부 지급해야 하나요?
A. 운송인이 송하인·수하인에게 갖는 채권도 제814조 제1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 이후에 계속 발생하는 초과사용료·보관료는 각 채권의 발생일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선사가 소를 제기한 시점에서 1년보다 앞선 날짜분은 소멸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0다280685 판결). 다만 인도할 날까지 이미 발생한 채권과 그 이후의 채권을 구분해 날짜별로 계산해야 하고, 연장 합의가 있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해상운송 화물 클레임의 시한은 상법 제814조 제1항 한 줄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이고, 청구원인은 가리지 않으며, 기간을 멈추려면 재판상 청구가 있어야 합니다. 내용증명이나 협상이 아무리 오래 이어져도 기간은 흐르고, 늘리려면 만료 전에 서면 합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미 기간이 지났다면 상대방이 기간 도과를 알면서 그 이익을 포기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는지가 유일한 쟁점이 되는데, 이는 증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청구를 받는 입장이라면 인도할 날 이후 계속 생긴 초과사용료 등을 날짜별로 나누어 제척기간을 따져 볼 수 있습니다. 계약이 개품운송인지 항해용선인지, 손해가 어느 구간에서 났는지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는 점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화성·시화 일대처럼 수출입 화물을 다루는 제조업체가 많은 곳에서는 선사·보험사와의 협의가 길어지다 기간을 넘기는 일이 없도록, 화물이 인도된 날짜와 계약 유형부터 확인해 시한표를 만들어 두시길 권합니다. 손해를 확인한 그 시점이 곧 시한 관리의 출발점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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