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에서 받은 약속어음에 공증까지 받아 두었으니 소송 없이 바로 집행할 수 있고, 시효 걱정도 덜었다고 생각하는 채권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음 공증이 만들어 주는 것은 강제집행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자격, 즉 집행권원일 뿐 소멸시효 기간을 바꿔 주지는 않습니다. 판결을 받으면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지만, 공증받은 약속어음은 만기일부터 3년이라는 시효가 그대로 흘러가고, 이 차이를 모른 채 시간을 보내면 집행문까지 받아 둔 어음이 어느 날 쓸모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음 공증이 왜 시효를 늘리지 못하는지, 3년이 다 되어 갈 때 시효를 어떻게 이어 가야 하는지를 법조문과 대법원 판례 기준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약속어음 채권의 시효 — 발행인은 만기일부터 3년, 배서인은 1년
약속어음 소지인이 발행인에게 갖는 청구권에는 민법의 일반 시효가 아니라 어음법의 단기 시효가 적용됩니다. 약속어음의 발행인은 환어음의 인수인과 같은 의무를 부담하고(어음법 제78조 제1항), 인수인에 대한 청구권은 만기일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어음법 제70조 제1항, 약속어음에는 제77조 제1항 제8호로 준용). 민법상 일반 채권의 시효가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인 것과 비교하면 10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짧은 기간입니다. 어음거래를 빠르게 결제하게 하려는 취지의 기간이라서, 만기가 지나는 순간부터 3년의 시계가 돌아간다고 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시효의 출발점은 발행일도 공증일도 아니고 어음에 적힌 만기일입니다. 기간의 첫날은 산입하지 않고(어음법 제73조, 민법 제157조) 기간 말일의 종료로 기간이 만료되므로(민법 제159조), 만기일이 2024년 3월 15일인 어음이라면 발행인에 대한 청구권은 2027년 3월 15일이 끝나는 시점에 시효가 완성됩니다. 어음을 발행할 때 공증을 받아 두었든 만기가 지난 뒤에 공증을 받았든 이 계산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증서를 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3년을 세면 실제 시효보다 늦게 계산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시효 계산은 언제나 어음 앞면의 만기일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배서인에 대한 시효는 이보다 훨씬 짧습니다. 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은 적법한 기간 내에 작성시킨 거절증서의 날짜부터, 무비용상환의 문구가 적혀 있으면 만기일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어음법 제70조 제2항). 어음을 환수한 배서인이 앞선 배서인에게 하는 청구권은 어음을 환수한 날 또는 제소된 날부터 6개월입니다(제70조 제3항). 어음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왔다면 누구를 상대로 청구하느냐에 따라 남은 시간이 전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어음에 공증된 배서인도 공증 덕분에 집행권원의 상대방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의 시효 기간이 공증 때문에 바뀌지는 않습니다.
발행인(주채무자)에 대한 청구권 — 만기일부터 3년(어음법 제70조 제1항, 제78조 제1항).
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 — 거절증서 작성일(무비용상환 문구가 있으면 만기일)부터 1년(제70조 제2항).
배서인이 앞선 배서인에게 하는 청구권 — 어음을 환수한 날 또는 제소된 날부터 6개월(제70조 제3항).
기산점 — 공증일·발행일이 아니라 어음에 적힌 만기일.
약속어음 발행인에 대한 청구권은 공증 여부와 관계없이 만기일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고, 그 출발점은 공증일이 아니라 만기일이다.
어음 공증이 해 주는 일 — 소송 없이 집행하는 자격이지 시효 연장이 아니다
어음 공증의 근거는 공증인법 제56조의2입니다. 공증인은 어음·수표에 첨부하여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취지를 적은 공정증서를 작성할 수 있고(제1항), 이 증서는 어음·수표의 발행인과 수취인, 양도인과 양수인 또는 그 대리인의 촉탁이 있을 때에만 작성됩니다(제2항). 공증인은 어음의 원본을 붙여 증서의 정본을 만들어 어음상 채권자에게 내주고, 어음의 사본을 붙인 등본은 채무자에게 내주며, 원본은 직접 보존합니다(제3항). 이렇게 작성된 증서는 민사집행법 제56조에도 불구하고 그 어음에 공증된 발행인·배서인 등에 대하여 집행권원으로 보고(제4항), 집행문은 공증된 어음의 수취인이나 공증배서된 양수인에게만 부여됩니다(제5항).
집행권원이 있으면 채권자는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집행문은 증서를 보존하는 공증인이 내어 주고(민사집행법 제59조 제1항), 채권자는 이 집행문이 붙은 정본으로 채무자의 예금·매출채권·부동산에 압류를 신청합니다. 어음 공증이 실무에서 널리 쓰이는 이유가 이 속도인데, 여기서 혼동이 생깁니다. 집행권원이라는 자격은 '지금 바로 집행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고, 소멸시효는 '그 권리를 언제까지 행사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서 공증이 앞의 문제를 해결해도 뒤의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당사자가 합의로 시효를 늘리는 길도 막혀 있습니다. 민법 제184조 제2항은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다고 정하므로, 공정증서나 별도 약정서에 '시효는 10년으로 한다'는 문구를 적어 넣어도 그 부분은 효력이 없습니다. 제184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미리 포기하는 것도 금지하기 때문에, 어음을 발행하는 시점에 채무자가 시효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써 주는 방식도 통하지 않습니다. 집행문을 받아 두는 행위 역시 민법 제168조가 정한 중단 사유인 청구·압류·승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정본과 집행문을 금고에 넣어 두는 동안에도 3년의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공증이 주는 것 —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원, 어음 원본이 붙은 정본.
공증이 주지 않는 것 —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 3년에서 10년으로의 시효 연장.
시효에 관한 합의 — 연장·가중 특약은 무효(민법 제184조 제2항), 미리 하는 시효이익 포기도 불가(같은 조 제1항).
집행문만 받아 두는 것 — 청구·압류·승인이 아니므로 시효 중단 사유가 아님.
어음 공증은 소송 없이 집행하게 해 주는 집행권원이지, 소멸시효 기간을 바꾸는 장치가 아니다.
판결은 왜 10년인가 — 민법 제165조의 범위와 대법원 92다169 판결
민법 제165조 제1항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를 10년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제2항은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및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에도 같은 규정을 적용합니다. 법원이 재판 절차에서 채권의 존재와 내용을 확정하면 그 결과가 기판력으로 굳어지므로, 짧은 단기시효에 맡겨 두지 않고 10년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이 조문의 구조입니다. 다만 제3항은 판결 확정 당시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이미 만기가 지난 어음을 두고 소송하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만기 전에 이루어진 판결의 효과는 제한됩니다.
그렇다면 공증받은 약속어음도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들어갈까요.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169 판결은 이를 분명히 부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약속어음 공정증서가 채무명의로서 집행력은 있으나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은 없으므로, 약속어음에 공증이 되었다고 해서 민법 제165조 제2항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이라고 할 수 없고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만기일이 1982. 8. 15.인 어음금채권은 만기로부터 3년이 지난 1985. 8. 15.에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는 채권자가 새겨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음의 원인이 된 채무가 물품대금이었고 그 채무가 아직 남아 있는지는 어음금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은 서로 별개의 채권이어서, 원인채무가 살아 있다고 해서 어음채권의 시효가 늘어나거나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가 작성한 어음 공정증서를 다룬 것이지만, 판단의 이유인 '집행력은 있으나 기판력은 없다'는 설명은 현행 공증인법 제56조의2에 따른 어음 공정증서에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10년이 되는 것 — 확정판결, 확정된 지급명령, 재판상 화해·조정으로 확정된 채권(민법 제165조 제1항·제2항).
10년이 되지 않는 것 — 어음 공정증서(집행력만 있고 기판력 없음), 내용증명, 채무자가 써 준 각서·차용증.
확정된 지급명령 — 민사소송법 제474조에 따라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고,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판결은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채권이 단기시효 채권이더라도 10년으로 연장된다고 봄.
어음 공정증서는 집행력은 있어도 기판력이 없으므로 민법 제165조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시효는 3년 그대로다.
시효를 이어 가는 방법 — 압류·승인은 다시 3년, 판결·지급명령은 10년
시효를 이어 가는 방법은 크게 '중단'과 '확정'으로 나뉩니다. 민법 제168조는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 승인을 듭니다. 시효가 중단되면 그때까지 지난 기간은 산입하지 않고 중단 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 진행하는데(민법 제178조 제1항), 이때 새로 시작하는 시효의 길이는 원래 채권의 기간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어음채권은 압류로 중단시켜도 다시 3년짜리 채권일 뿐이라, 중단만 반복해서는 3년마다 같은 걱정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재판상 청구는 다릅니다. 재판상의 청구로 중단된 시효는 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새로 진행하고(민법 제178조 제2항),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제165조 제1항에 따라 10년이 됩니다. 소를 제기한 때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기므로(민사소송법 제265조), 만료가 임박한 시점이라도 소장을 접수해 두면 그 접수일이 기준이 됩니다. 다만 소가 각하·기각되거나 취하되면 중단 효력이 없고(민법 제170조 제1항), 그 뒤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나 압류·가압류·가처분을 하면 최초의 재판상 청구 때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제2항). 내용증명 같은 최고는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나 압류 등을 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없어(제174조), 만료 직전의 임시방편으로만 쓸 수 있습니다.
공증받은 어음으로 하는 강제집행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공정증서 정본에 집행문을 받아 채무자의 예금이나 매출채권, 부동산에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압류가 이루어져 시효가 중단됩니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은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 정본을 가진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의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하는 배당요구도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집행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지만 중단 뒤 다시 시작되는 시효가 3년이므로, 채무자의 재산이 불확실하거나 회수가 길어질 것 같다면 판결이나 지급명령으로 시효 자체를 10년으로 확정해 두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중단 효력이 사람마다 따로 생긴다는 점도 놓치기 쉽습니다. 어음법 제71조는 시효의 중단은 그 중단사유가 생긴 자에 대하여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발행인의 예금을 압류해 발행인에 대한 3년의 시효를 중단시켜도, 그것으로 배서인에 대한 1년의 시효가 함께 멈추지는 않습니다. 배서인에게도 청구할 생각이 있다면 발행인 쪽 조치와 별개로 배서인에 대한 기간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소 제기·지급명령 신청 — 확정되면 그때부터 10년(민법 제165조 제1항, 제178조 제2항).
강제집행 신청·압류·가압류 — 중단 사유가 끝난 때부터 다시 3년(민법 제178조 제1항).
채무자의 승인(일부 변제·이자 지급·변제 유예 요청 등) — 승인 시점부터 다시 3년.
최고(내용증명) —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압류 등을 하지 않으면 효력 없음(민법 제174조).
중단의 인적 범위 — 발행인에 대한 중단은 배서인에게 미치지 않음(어음법 제71조).
압류·승인으로 중단하면 3년이 다시 시작될 뿐이고, 판결이나 확정된 지급명령을 받아야 시효가 10년이 된다.
만기 3년이 다 되어 갈 때 — 중단을 먼저 확보하고 확정으로 넘어가는 순서
시효 만료가 다가올 때의 원칙은 '중단이 먼저, 확정은 그다음'입니다. 공정증서는 집행력만 있고 기판력이 없어서(92다169 판결) 같은 어음금 청구로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는 길이 열려 있고, 소장이 접수되는 순간 시효가 중단됩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서면으로 발령되며,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민사소송법 제474조).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므로(제472조 제2항), 이의가 나와 소송으로 넘어가더라도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중단 효과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가정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만기일이 2024년 3월 15일인 5,000만원짜리 공증 어음의 발행인이 사업 악화로 변제를 미루고 있는데, 시효 완성일인 2027년 3월 15일까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때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세 갈래입니다. 하나는 집행문을 받은 정본으로 채무자의 예금이나 부동산을 곧바로 압류해 시효를 중단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음금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세 방법 모두 시효 완성 전에 착수하면 중단 효과가 생기고, 지급명령이 확정되거나 판결이 확정되면 그 채권은 10년의 시효를 갖게 됩니다.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채무자의 재산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는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 있고(민사집행법 제61조), 재산명시 절차에서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는 채권의 만족을 얻기에 부족한 경우 등에는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74조). 또 하나 점검할 것은 어음 원본의 위치입니다. 공증인법 제56조의2 제3항에 따라 어음 원본이 붙은 정본은 채권자에게 교부되므로, 소송이든 집행이든 착수하기 전에 정본과 어음 원본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시효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정본 분실이 드러나면 중단 조치를 취할 시간 자체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어음채권이 소멸해도 남는 것 — 원인채권과 시효이익 포기의 함정
어음을 받게 된 기초가 된 채권, 즉 대여금·물품대금·공사대금 같은 원인채권은 어음채권과 별개로 각자의 시효를 따릅니다. 원인채권이 일반 민사 채권이면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면 5년(상법 제64조), 생산자·상인이 판매한 생산물·상품의 대가라면 3년(민법 제163조 제6호)입니다. 그래서 어음채권의 3년이 지났어도 원인채권이 아직 시효 안에 있다면 어음이 아니라 원인채권을 근거로 청구하는 길이 남습니다. 반대로 92다169 판결의 사안처럼 원인이 물품대금이라면 민법 제163조 제6호에 따라 원인채권도 3년의 단기시효에 걸릴 수 있어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만료될 수 있으므로, 두 채권의 기산점과 기간을 나란히 놓고 계산해야 합니다. 원인채권으로 청구하려면 차용증,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처럼 원인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어음과 원인채권이 함께 걸려 있을 때 둘 사이의 중단 관계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2000다25484 판결에 따르면 원인채권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어음이 수수된 경우, 채권자가 어음채권을 피보전권리로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하거나 어음채권을 청구채권으로 압류하면 그 원인채권의 소멸시효도 중단됩니다. 결국 지급 확보용으로 받은 어음이라면 어음채권에 기한 압류·가압류가 원인채권의 시효까지 함께 지켜 주는 셈입니다. 다만 중단은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해야 의미가 있으므로, 시효 완성 뒤에 조치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바로 그 '시효 완성 뒤'의 상황을 다룬 것이 같은 2000다25484 판결의 두 번째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는 6,500만원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받은 약속어음에 공정증서를 작성해 두었고, 어음채권의 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채권자가 신청한 부동산 경매에서 그 공정증서로 배당요구를 해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배당금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아무런 이의를 진술하지 않았다면, 경매 진행을 알지 못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음채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때부터 원인채권의 소멸시효도 다시 진행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시효가 완성된 어음이라도 채무자가 손을 놓고 있으면 채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효가 지난 어음으로 집행이 들어왔다면 — 채무자가 바로 해야 할 일
채무자 입장에서는 시효가 이미 완성된 어음에 기해 압류가 들어오는 상황이 가장 급합니다. 집행문은 증서를 보존하는 공증인이 내어 주는데, 시효 완성 같은 실체적 사유는 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 아니라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로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은 집행문을 내어 줄 때의 형식적 요건이 흠결되었는지를 가리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증서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는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하고(민사집행법 제59조 제4항), 이의 이유가 여러 가지면 동시에 주장해야 합니다(제44조 제3항).
소를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집행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민사집행법 제46조 제1항은 이의의 소가 강제집행을 계속 진행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므로, 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의를 주장한 사유가 법률상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으면 수소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제공하지 않게 하고 판결이 있을 때까지 강제집행을 정지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제46조 제2항). 소멸시효 완성을 다투는 채무자는 만기일과 그 뒤에 이루어진 압류·소제기·변제·연락 내역을 시간 순서로 정리해, 3년이 실제로 지났는지와 그 사이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를 가려 볼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가장 큰 함정은 시효이익의 포기입니다. 앞서 본 대로 집행 과정에서 배당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의를 하지 않으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취급될 수 있고, 일부 변제나 이자 지급, '곧 갚겠다'는 확인서 같은 승인 행위도 시효 완성 전에는 중단 사유가, 시효 완성 뒤에는 시효 이익 포기의 근거가 될 수 있어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집행이 끝난 뒤에는 늦기도 합니다.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2489 판결은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이 전체적으로 종료되어 채권자가 만족을 얻은 후에는 청구이의의 소로써 그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았고, 이 사건도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이 이미 종료된 사안이었습니다. 압류 통지를 받은 즉시 만기일과 시효 계산부터 확인하고 이의의 소와 집행정지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속어음을 공증받았는데 소멸시효는 몇 년인가요?
A. 발행인에 대한 어음금 청구권은 공증 여부와 관계없이 만기일부터 3년입니다(어음법 제70조 제1항, 제78조 제1항). 공증은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원을 만들어 줄 뿐, 대법원 92다169 판결처럼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채권으로 보지 않아 10년으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Q. 공정증서에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적어 두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184조 제2항이 소멸시효는 법률행위로 배제·연장·가중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그 문구는 효력이 없습니다. 시효를 실제로 늘리려면 판결이나 확정된 지급명령처럼 민법 제165조가 정한 방법으로 채권을 확정해야 합니다.
Q. 어음 공증이 아니라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받았다면 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A. 이 경우 집행권원은 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에 따른 공정증서이고, 공정증서가 시효 기간을 정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시효는 원인이 된 대여금 채권의 성질을 따릅니다. 일반 민사 채권이면 10년,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면 5년이 기준이며, 공정증서는 기판력이 없어 판결처럼 시효를 10년으로 만들어 주지 않으므로 상사채권이라면 5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Q. 이미 만기로부터 3년이 지난 어음인데 받을 방법이 없나요?
A. 어음채권은 소멸했더라도 원인채권이 시효 안에 있다면 원인채권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 채무자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고 일부를 갚거나 집행절차에서 이의 없이 배당이 이루어졌다면 시효 이익 포기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인채권의 종류와 그간의 변제·연락 내역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발행인의 예금을 압류했는데 배서인에 대한 시효도 멈추나요?
A. 멈추지 않습니다. 어음법 제71조는 시효의 중단이 그 중단사유가 생긴 자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다고 정하므로 발행인에 대한 압류는 배서인에게 미치지 않습니다.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은 거절증서 작성일(무비용상환 문구가 있으면 만기일)부터 1년이라 별도로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Q. 시효 완성 뒤 공정증서로 압류를 당했다면 가만히 있어도 되나요?
A.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소멸시효 완성은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로 다투고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해야 하며, 소만 내서는 집행이 멈추지 않습니다(민사집행법 제46조). 배당 때까지 이의하지 않으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원인채권의 시효가 다시 진행한다는 대법원 2000다25484 판결도 있어, 집행이 끝나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맺음말
어음 공증은 소송 없이 집행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채권의 수명까지 늘려 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발행인에 대한 청구권은 만기일부터 3년, 배서인에 대한 청구권은 1년이라는 어음법의 시효가 공증 뒤에도 그대로 흘러가고, 10년이 되는 것은 판결이나 확정된 지급명령처럼 민법 제165조가 정한 방법으로 채권을 확정했을 때뿐입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압류·소 제기·지급명령으로 중단부터 확보하고, 이어서 확정으로 넘어가며, 원인채권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점검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채무자의 주소지나 재산이 수원지방법원 관할에 있어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준비 중이시라면, 만기일과 공증 형식, 원인채권의 성격부터 정리한 뒤 지급명령·소·압류의 순서를 정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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