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그 손해를 이사에게 곧바로 물어달라는 주주의 청구는 상당수가 문턱에서 막힙니다. 주주가 입은 손해이기는 하지만, 회사 재산이 줄어든 결과로 따라온 손해라면 법원은 이를 '간접손해'로 분류해 상법 제401조의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같은 주가 하락이라도 부실공시로 부풀려진 가격에 주식을 산 경우처럼 주주에게 직접 생긴 손해라면 청구의 길이 열립니다. 이 글에서는 두 손해를 가르는 대법원의 기준, 간접손해를 입은 주주가 대신 밟게 되는 회사 청구와 대표소송의 구조, 그리고 부실공시가 끼어 있을 때 쓸 수 있는 별도의 배상 통로를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직접손해와 간접손해 — 주주의 손해를 가르는 첫 질문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가 생기면, 그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가장 먼저 갈립니다. 회사에 대해서는 상법 제399조 제1항이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제3자에 대해서는 제401조 제1항이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는데, 주주도 이 '제3자'에 들어갑니다. 다만 조문만 보면 주주가 입은 모든 손해를 청구할 수 있을 것처럼 읽히지만, 판례는 그 범위를 '직접 손해'로 좁혀 왔습니다.
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3다29661 판결은 주주가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로 직접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제401조에 따라 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사가 회사재산을 횡령하여 회사재산이 감소함으로써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와 같은 간접적인 손해는 제401조 제1항이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6093 판결을 참조한 것으로, 간접손해를 제401조 밖에 두는 판단이 1993년 판결에서 2003년, 2012년 판결로 이어졌다는 뜻입니다. 회사재산 횡령으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주장한 주주에 대해 원심은 간접적인 손해에 불과하다며 청구를 배척했고, 대법원도 이를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조문의 '제3자'라는 말이 주주의 모든 손해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판결로 분명해집니다.
두 손해의 차이는 손해가 도달한 경로에 있습니다. 직접손해는 이사의 행위가 회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주주 개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이고, 간접손해는 이사의 행위로 먼저 회사가 손해를 입고 그 결과 주식의 가치가 떨어져 주주가 손해를 보는 이른바 2단계 손해입니다. 주가 하락은 어느 쪽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서, 주가가 떨어졌다는 결과만으로는 청구 가능 여부를 알 수 없고 '왜 떨어졌는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글의 모든 논의는 결국 그 경로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로 모입니다.
제401조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이사의 임무해태로 주주에게 직접 생긴 손해이고, 회사 재산이 줄어든 결과 따라오는 주식가치 하락은 간접손해라 청구할 수 없다.
횡령으로 지분가치가 줄었는데 왜 못 받나 — 회사 손해가 먼저다
비상장 제조회사의 지분 20%를 가진 주주 갑이 있고, 대표이사 을이 회사 자금 10억 원을 개인 용도로 빼돌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회사 재산이 10억 원 줄었으니 단순 계산으로 갑의 지분가치도 2억 원가량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갑이 을을 상대로 2억 원을 직접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면, 그 손해는 회사 재산 감소의 결과이므로 간접손해로 분류되어 제401조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손해를 먼저 입은 것은 갑이 아니라 회사이고, 회사가 을에게 10억 원을 되찾으면 갑의 지분가치도 함께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회수 구조를 정리하면 분명해집니다. 갑이 2억 원을 개인적으로 받아가고 회사도 10억 원을 되찾는다면 같은 손해가 두 번 회복되는 셈이고, 주주가 여럿이면 각자 지분 비율대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난립도 벌어집니다. 또 회사에 채권자가 있는 경우 회사 재산이 회복되기 전에 주주가 먼저 이사의 재산에서 회수해 가면 회사 채권자의 몫과 충돌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손해는 회사가 청구하고, 회사가 하지 않으면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청구하는 방식(제399조, 제403조)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설명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손해의 경로를 몇 가지 질문으로 점검해 두 유형 중 어디에 가까운지 가늠합니다. 아래 질문은 앞서 본 판례의 결론에서 추린 점검 기준입니다.
회사 재산이 먼저 줄었는가 — 횡령·자금 유용·회사에 불리한 거래처럼 회사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면 간접손해 쪽입니다.
회사가 배상받으면 내 손해도 메워지는가 — 메워진다면 회사가 청구할 손해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거래해 개인적으로 입은 손해인가 — 부실공시로 부풀려진 가격에 취득한 경우가 대표적인 직접손해입니다.
손해액이 주주마다 취득 시기와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가 — 그렇다면 개별 주주의 직접손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사 돈이 빠져나가 생긴 손해는 회사가 되찾을 몫이고, 주주는 그 회복을 통해 지분가치를 돌려받는 구조다.
부실공시로 부풀려진 가격에 산 주주는 다르다 — 대법원 2010다77743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77743 판결의 사안은 코스닥등록법인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이사가 2001년 7월경부터 10월경까지 약 21회에 걸쳐 회사 자본금 규모의 약 160%에 달하는 약 319억 원을 횡령한 사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과 허위공시가 이어졌고, 자본잠식 등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2002년 7월경 회사의 코스닥등록이 취소됐습니다. 당시 주식을 보유하던 주주들은 등록취소 과정에서 생긴 주가 하락분을 제401조 제1항에 따라 이사에게 청구했고, 원심은 이를 직접 손해로 보아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법리 오해로 보아 원심판결 중 이사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이사가 회사 재산을 횡령해 회사 재산이 감소하고 그 결과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는 간접손해라서 제401조 제1항으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횡령한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실공시를 해 재무구조 악화 사실이 증권시장에 알려지지 않았고, 그 탓에 주가가 정상주가보다 높게 형성된 상태에서 주주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주식을 취득했다가 진상이 공표되어 주가가 떨어졌다면, 그 주주는 부실공시 때문에 정상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산 것이므로 직접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401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이 기준의 핵심은 손해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입니다. 횡령으로 회사 재산이 줄어 생긴 하락은 회사가 겪은 손해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고, 부실공시에 속아 비싼 값에 산 손해는 주주가 자기 거래에서 직접 입은 손해입니다. 같은 하락 그래프라도 원인이 다르면 청구권자가 회사냐 주주냐가 갈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횡령이 함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손해가 되지 않고, 부실공시와 주식 취득의 연결이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연결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면서 다음 사항을 가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사가 언제 어떤 내용의 부실공시나 주가조작을 했는지
주주가 어느 부실공시 또는 주가조작 때문에 진상을 알지 못한 채 주식을 취득했는지
몇 주를 정상주가보다 얼마나 높은 가격에 취득했는지
그 손해와 이사의 횡령·주가조작·부실공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같은 주가 하락이라도 횡령으로 회사 재산이 줄어 생긴 하락은 간접손해이고, 부실공시로 부풀려진 가격에 주식을 산 손해는 직접손해다.
취득 시점이 결론을 바꾼다 — 횡령이 거액이고 계획적이어도 마찬가지
같은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주식을 언제 샀느냐입니다. 주식을 취득한 뒤에 횡령과 부실공시가 이루어지고 나중에 재무구조 악화가 공표되어 등록취소에 이르렀다면, 그때의 주가 하락분은 결국 횡령으로 회사 재무구조가 나빠져 생긴 간접손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횡령이 계획적이고 규모가 회사 자본금에 비추어 거액이며 횡령 과정에 주가조작이나 부실공시가 수반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도 밝혔습니다. 사안의 크기와 악성이 아니라 손해의 경로가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주가조작이 있었던 경우도 같은 틀로 봅니다. 이사의 주가조작으로 주가가 정상주가보다 높게 형성됐고 주주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주식을 취득해 손해를 입었다면 제401조 제1항에 따른 청구가 가능합니다. 반면 주주가 주가조작 이전에 주식을 취득했거나 주가조작으로 인한 주가 부양의 효과가 사라진 뒤에 취득했다면, 주가조작과 그 후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청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같은 회사의 주주라도 취득 시점에 따라 청구 가능 여부가 갈립니다.
가정 사례로 옮겨 보겠습니다. 상장회사 B의 이사 을이 3월부터 실적을 부풀린 허위공시로 주가를 정상보다 높게 유지했고, 9월에 진상이 공표되어 주가가 급락했다고 하겠습니다. 2월에 이미 주식을 산 병은 취득한 뒤에 부실공시가 이루어진 경우라 이후의 하락이 간접손해 쪽으로 분류되고, 5월에 산 정은 부풀려진 주가에 취득했으므로 직접손해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10월 공표 이후에 산 무는 정상주가에 산 것이라 부실공시로 입은 손해 자체가 없습니다. 이처럼 결론을 가르는 것은 회사의 사정이 아니라 각 주주의 취득일입니다.
그래서 직접손해를 다투려는 주주는 자신의 취득 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갖춰야 합니다.
증권사 거래내역서 — 취득일·수량·취득단가를 확인하는 기본 자료입니다.
전자공시 이력 — 부실공시가 이루어진 일자와 내용, 정정공시 여부를 확인합니다.
진상이 공표된 일자와 그 전후의 주가 흐름 — 주가가 부풀려진 기간과 하락 시점을 특정합니다.
정상주가로 볼 수 있는 시점의 주가 — 손해액 산정의 기준선이 됩니다.
주식을 부풀림 이전에 샀는지, 부풀림 기간에 샀는지, 진상이 공표된 뒤에 샀는지가 직접손해 청구의 가능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축이다.
직접 청구가 막혔다면 회사가 청구한다 — 제399조 책임과 경영판단의 벽
간접손해를 입은 주주에게 열려 있는 정면 경로는 회사가 이사에게 청구하는 상법 제399조의 책임입니다. 이 책임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면 성립해, 제401조와 달리 '중대한' 과실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사회 결의에 의한 행위라면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책임을 지고(제2항), 결의에 참가하고도 의사록에 이의를 기재하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제3항). 그래서 이사회 의사록은 어느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8다275888 판결은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이사의 책임이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봤습니다. 회사가 이사에게 배상을 청구하면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붙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므로, 청구 시점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기 이사가 아니어도 제401조의2에 따라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 회장·사장 등의 명칭으로 업무를 집행한 자는 제399조·제401조·제403조를 적용할 때 이사로 봅니다. 대표소송의 피고를 정할 때도 이 조항이 함께 검토됩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이사가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같은 판결은 이사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검토하는 절차를 거친 뒤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판단했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아 이사로서 통상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면, 나중에 손해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저축은행 이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 사안). 반대로 단순히 영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일방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면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범위에 들지 않습니다. 횡령이나 사적 유용처럼 회사의 이익과 무관한 목적의 행위는 애초에 경영상의 판단이라 할 수 없어 이 방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제399조로 이사에게 청구할 때 점검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사의 행위가 법령·정관 위반(횡령, 자기거래, 경업 등)인지 단순한 경영상 판단인지
회사에 실제로 발생한 손해와 그 금액
이사의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이사회 결의를 거친 행위라면 찬성한 이사와 의사록상 이의 기재 여부
등기 없는 실질 지시자가 있는지 여부(제401조의2)
제399조 책임은 회사가 묻는 것이며, 이사가 정보를 충분히 살펴 합리적으로 내린 경영상 결정은 결과가 나빠도 책임지지 않는다.
주주가 나서는 길 — 대표소송 제403조의 요건과 절차
제399조 책임은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소를 내야 실현되는데, 회사를 지배하는 이사가 자신에게 소를 제기하도록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법 제403조는 주주가 회사를 위해 대신 소를 제기하는 대표소송을 두었습니다. 비상장회사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청구할 수 있고, 상장회사는 제542조의6 제6항에 따라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0.01%)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더 짧은 보유기간이나 더 낮은 비율을 정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8항).
절차는 회사에 대한 청구에서 시작하고, 조문이 정한 순서가 있습니다.
회사에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합니다(제403조 제2항).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가 즉시 회사를 위해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3항).
30일을 기다리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4항).
소를 제기한 뒤에는 지체 없이 회사에 소송을 고지해야 합니다(제404조 제2항).
소는 회사 본점 소재지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입니다(제403조 제7항, 제186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의 규칙도 조문에 있습니다. 제소 후 보유 주식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미만으로 줄어도 제소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지만,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된 경우는 이 예외에서 제외됩니다(제5항). 소의 취하·청구의 포기·인락·화해는 법원의 허가 없이 할 수 없어(제6항) 당사자 사이의 임의 합의로 소를 끝내는 길이 막혀 있고, 이사 측이 소 제기가 악의임을 소명하면 법원이 상당한 담보 제공을 명할 수 있습니다(제7항, 제176조 제3항·제4항). 회사도 이 소송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제404조 제1항).
결과의 귀속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대표소송에서 이겨 받아내는 배상금은 주주 개인이 아니라 회사로 들어가고, 주주는 회사 재산이 회복되는 만큼 지분가치로 돌려받습니다. 승소한 주주는 회사에 대해 소송비용과 소송으로 지출한 비용 중 상당한 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제405조 제1항), 패소하더라도 악의가 아니라면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제2항). 다만 이 규정은 제403조 제3항·제4항에 따라 소를 제기한 주주에 대한 것입니다.
대표소송은 주주가 원고로 나서지만 청구권의 주인은 회사이고, 승소해서 받는 배상금도 회사의 몫이다.
부실공시가 끼어 있다면 — 자본시장법 제162조로 직접 청구하는 길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발행한 증권을 사고팔았는데 사업보고서 등의 중요사항에 거짓 기재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빠져 손해를 입었다면,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이 별도의 배상 통로를 정하고 있습니다. 배상책임을 지는 자에는 사업보고서 등의 제출인과 제출 당시의 이사가 포함됩니다. 상법 제401조와 달리 이사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하지 못하고, 증권 취득자가 취득 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배상책임이 없습니다. 증명의 부담이 이사 쪽에 놓인다는 점이 제401조 청구와 가장 크게 다릅니다.
손해액은 취득 당시 실제로 지급한 금액과 변론종결 시의 시장가격(변론종결 전에 처분했다면 처분가격)의 차액으로 추정되고(제3항), 배상책임을 질 자가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거짓 기재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그 부분은 책임을 면합니다(제4항). 대법원 2025. 8. 28. 선고 2023다207834 판결은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에 관해, 거짓 기재가 밝혀진 이후의 주가 하락이 거짓 기재 때문인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지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거짓 기재 사실이 밝혀져 다시 정상주가가 형성된 뒤에 주식을 매도했거나 변론종결일까지 계속 보유 중이라면, 정상주가와 실제 처분가액(또는 변론종결일 시장가격)의 차액 부분은 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이때 손해액은 매수가격에서 정상주가 형성일의 주가를 공제한 금액이라고 밝혔습니다.
청구 기한도 짧습니다. 제5항은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해당 사업보고서 등의 제출일부터 3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배상책임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판결은 '안 날'을, 거짓 기재나 기재 누락이 있는 사업보고서가 어떤 것인지를 인식했거나 일반인이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경우 현실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로가 구제하는 것은 회사 돈이 빠져나간 것 자체가 아니라 거짓 공시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한을 계산할 때는 횡령 사실이 보도된 날보다 문제가 된 사업보고서를 특정해 그 거짓을 언제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청구에 앞서 확인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구 대상 서류가 사업보고서 등이고, 발행회사가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인지
거짓 기재 시점과 내 취득일의 선후, 취득 당시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거래내역상 취득가와 처분가, 또는 변론종결 시점까지의 보유 여부
진상이 공표된 뒤 정상주가가 형성된 시점
1년·3년 기한의 기산점
회사 돈이 빠져나간 손해는 회사와 대표소송의 몫이고, 거짓 공시를 믿고 산 주식의 손해는 제401조나 자본시장법 제162조로 따로 다투는 영역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분 30%를 가진 주주인데 대표이사 횡령으로 회사가 어려워졌습니다. 지분 비율만큼 이사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A. 횡령으로 회사 재산이 줄어 지분가치가 떨어진 손해는 간접손해라서 제401조로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3다29661). 회사가 이사에게 제399조 책임을 묻거나, 회사가 하지 않으면 제403조 대표소송을 제기해 회사 재산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다만 횡령을 숨기려는 부실공시에 속아 주식을 샀다면 그 손해는 직접손해가 될 수 있으므로 취득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청구권자와 청구 상대방이 달라집니다.
Q. 대표소송에서 이기면 배상금은 제가 받나요?
A. 주주 개인이 받지 못합니다. 대표소송은 주주가 원고로 나서지만 청구권의 주인은 회사이므로 배상금은 회사로 귀속됩니다. 대신 승소한 주주는 회사에 소송비용과 그 밖에 소송으로 지출한 비용 중 상당한 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05조 제1항). 회사가 배상금을 받아 재산이 회복되는 만큼 주주는 지분가치로 이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Q. 대표소송을 하려면 지분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A. 비상장회사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이면 됩니다. 상장회사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제542조의6 제6항), 정관으로 더 짧은 보유기간이나 낮은 비율을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릅니다(같은 조 제8항). 어느 경우든 먼저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회사에 소 제기를 청구해야 합니다.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이 지나도 회사가 소를 내지 않으면 주주가 직접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으면 그 전에도 즉시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대표소송을 진행하다가 주식을 팔아도 되나요?
A. 제소 후 보유 주식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미만으로 줄어도 제소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습니다(제403조 제5항). 그러나 조문은 발행주식을 보유하지 않게 된 경우를 이 예외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므로,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 이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소송 중에는 주식을 일부라도 계속 보유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처분이나 양도를 계획하고 있다면 소 제기 전에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Q. 개정 상법으로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게 됐는데, 이제 간접손해도 직접 청구할 수 있나요?
A. 2025년 7월 개정으로 제382조의3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이 조문은 이사가 지켜야 할 의무의 범위를 정한 것이고, 그 위반의 손해를 누가 어떤 요건으로 청구하는지는 여전히 제401조(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제3자)와 제403조(대표소송)가 정합니다. 개정 조문에는 회사 재산 감소로 인한 지분가치 하락을 주주가 이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그 손해는 앞서 본 회사 청구와 대표소송 경로로 회복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직접손해와 간접손해의 구분이 여전히 출발점이 됩니다.
Q. 허위 공시를 믿고 주식을 샀다면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A.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5항은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사업보고서 등의 제출일부터 3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배상책임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두 기한을 모두 따져야 하므로 기산점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안 날'은 대법원 2025. 8. 28. 선고 2023다207834 판결이, 거짓 기재가 있는 사업보고서가 어떤 것인지를 인식했거나 일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때를 기준으로 봤습니다. 이 기한은 상법 제401조가 아니라 제162조 청구에 적용되는 기한입니다.
맺음말
주가가 떨어졌다는 결과만으로는 이사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손해가 회사 재산을 거쳐 왔는지 주주에게 직접 왔는지가 첫 질문이 됩니다. 회사 돈이 빠져나가 지분가치가 줄었다면 그 손해는 회사의 몫이어서 제399조 책임과 제403조 대표소송으로 되찾고, 부실공시로 부풀려진 가격에 산 손해는 제401조나 자본시장법 제162조로 주주가 직접 다투게 됩니다. 두 길은 요건도 증명 대상도 기한도 달라서, 어느 쪽으로 가는지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달라집니다.
어느 길이든 승패는 자료에서 갈립니다. 주식의 취득일·수량·취득단가, 부실공시가 이루어진 시점과 정정 이력, 진상이 공표된 날과 전후의 주가,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손해의 경로와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분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이라면 상법 제466조에 따라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회사는 그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청구는 안 날부터 1년, 제출일부터 3년이라는 기한이 있어 늦출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대표소송은 회사 본점 소재지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제403조 제7항, 제186조)이므로, 본점이 시흥 시화나 화성 향남처럼 경기 남부에 있는 회사라면 소 제기 전에 관할 법원과 지분 보유 요건부터 점검해 두시길 권합니다. 손해가 간접인지 직접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취득 내역과 공시 자료를 놓고 어느 경로가 열려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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