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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재판관할 합의, 해외 거래처 계약서의 서면 요건과 전속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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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재판관할 합의, 해외 거래처 계약서의 서면 요건과 전속 추정 

강대현 변호사

해외 거래처와 계약서를 주고받을 때 분쟁 해결 조항은 대개 맨 뒤에 한두 줄로 붙어 있어 꼼꼼히 읽지 않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한 줄이 나중에 물품대금이나 납품 하자로 다툴 때 어느 나라 법원에서 소송해야 하는지를 사실상 결정하고, 잘못 정해져 있으면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2022년 7월 5일 시행된 전부개정 국제사법은 이 합의의 방식과 효력을 제8조에 직접 규정했고, 핵심은 '서면으로 해야 하고, 합의로 정한 법원은 전속관할로 추정된다'는 두 가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형태의 합의가 서면으로 인정되는지, 전속 추정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합의가 무효가 되거나 힘을 잃는 경우는 언제인지를 조문과 판례 기준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제재판관할 합의란 — 계약서 한 줄이 소송의 무대를 정한다

국제재판관할이란 국경을 넘는 분쟁을 어느 나라 법원이 재판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정하고, 이를 구체화해 피고의 일상거소·주된 사무소가 한국에 있는 경우(제3조), 한국에 사무소·영업소가 있는 경우(제4조), 압류할 수 있는 피고의 재산이 한국에 있는 경우(제5조, 사안과의 관련이 근소하거나 재산 가액이 현저히 적으면 제외) 등의 기준을 둡니다. 계약에 관한 소는 제41조 제1항에 따라 물품공급계약이면 물품인도지, 용역제공계약이면 용역제공지가 한국에 있을 때 한국 법원에 제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합의가 없으면 이런 연결점을 하나씩 대입해 한국 법원의 관할을 따져야 합니다.

해외 거래처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는 이 연결점이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품을 상대국 항구에서 인도했고 상대 회사의 사무소나 재산도 한국에 없다면, 한국 법원에서 판결을 받을 수 있는지부터 다툼이 됩니다. 이 불확실성을 분쟁이 생기기 전에 정리해 두는 수단이 국제재판관할 합의, 즉 계약서에 이 계약에서 생기는 분쟁은 어느 나라 어느 법원이 재판한다고 적어 두는 것입니다.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은 당사자가 일정한 법률관계로 말미암은 소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의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일정한 법률관계란 특정 계약이나 거래처럼 범위가 특정되는 분쟁을 뜻하므로, '앞으로 생기는 모든 분쟁'이라고 뭉뚱그리기보다 어느 계약에서 비롯되는 분쟁인지 특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바이어에게 부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합의가 없다면 바이어 소재지 국가에서 소송해야 하는지, 한국에서 할 수 있는지부터 다투게 되고, 한국에서 승소하더라도 바이어의 재산이 있는 나라에서 다시 집행 문제가 남습니다. 합의가 있다면 소송의 무대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어 이런 소모전이 줄어듭니다. 다만 그 합의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국제재판관할 합의는 '어느 나라 법원에서 다툴 것인가'를 분쟁이 생기기 전에 정해 두는 계약 조항이며, 그 방식과 효력의 기준은 국제사법 제8조에 있다.

합의는 서면으로 — 이메일·팩스도 서면에 들어간다

국제사법 제8조 제2항은 합의를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그 서면에 전보·전신·팩스·전자우편 또는 그 밖의 통신수단에 의하여 교환된 전자적 의사표시를 포함시킵니다. 따라서 구두로 분쟁은 서울에서 하자고 약속했을 뿐이라면 합의로서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양쪽이 서명한 계약서가 따로 없더라도, 이메일로 주고받은 발주 조건에 관할 문구가 들어 있고 상대가 이를 수락했다면 서면 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국내 사건의 합의관할도 민사소송법 제29조 제2항이 일정한 법률관계로 말미암은 소에 관하여 서면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어, 방식 요건이라는 뼈대는 국내와 국제가 같습니다. 서면이 중요한 이유는 분쟁이 터진 뒤에는 '그런 합의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가장 먼저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서면 문제는 대개 그 조항이 어디에 적혀 있느냐로 나타납니다. 주문서·견적서·인보이스·선하증권 뒷면에 작은 글씨로 인쇄된 관할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의 사안도 복합운송증권 이면약관에 '이 증권에 기한 소는 모두 미합중국 뉴욕시법원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던 경우였습니다. 이런 이면약관은 서면이라는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상대방이 그 내용에 동의해 계약 내용이 되었는지가 별도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항을 인쇄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상대가 그 조항이 담긴 서류를 받아 승낙했다는 기록을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가장 분명한 방식 — 서명된 계약서 본문에 분쟁 해결 조항을 직접 넣는다.

  • 주문서·견적서·인보이스에 조항이 있는 경우 — 상대가 이를 받아 승낙한 회신 메일이나 서명본을 보관한다.

  • 이메일로 조건을 확정하는 경우 — 관할 문구가 본문이나 첨부에 실제로 들어 있고 상대가 수락했다는 메일이 남아 있어야 한다.

  • 기본계약 없이 발주가 반복되는 거래 — 첫 거래 때 기본거래약정서에 관할 조항을 넣어 이후 발주에도 적용되도록 한다.

합의로 정한 법원은 전속관할로 추정된다 — 제8조 제3항의 효과

국제사법 제8조 제3항은 합의로 정해진 관할은 전속적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전속적 합의란 지정한 법원에서만 재판할 수 있다는 뜻이고, 부가적(비전속적) 합의는 지정한 법원에서도 소송할 수 있다는 뜻일 뿐 다른 관할까지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계약서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한다' 정도만 적혀 있어도 다른 법원을 허용한다는 말이 없다면 전속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나라 법원에서도 소송할 여지를 남기려면 '비전속적으로' 또는 '다른 관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따로 넣어야 합니다. 추정이므로 부가적 합의였다고 주장하려면 그 취지를 뒷받침하는 문구나 거래 경위가 있어야 합니다.

전속 추정이 만드는 결과는 제8조 제5항에 있습니다. 외국법원을 선택하는 전속적 합의가 있는데 그 소가 한국 법원에 제기되면 법원은 해당 소를 각하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계약서에 '모든 분쟁은 싱가포르 법원의 전속관할에 따른다'고 적혀 있는데 한국 업체가 자기 지역 법원이 편하다는 이유로 소를 냈고 상대가 합의를 근거로 다툰다면, 본안 판단을 받아보기도 전에 소가 각하되어 인지대와 시간만 쓰게 될 수 있습니다. 합의 조항을 읽지 않고 소를 내는 것이 가장 비싼 실수가 되는 지점입니다.

반대로 한국 법원을 전속적으로 합의해 둔 경우에는 이 효과가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국제사법 제11조 제1항 제1호는 같은 당사자 간 외국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과 동일한 소가 한국에 다시 제기된 경우 법원이 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전속적 국제재판관할의 합의에 따라 한국 법원에 관할이 있는 경우는 이 중지 규정의 예외로 둡니다. 제12조 제1항 단서도 당사자가 합의한 국제재판관할이 한국 법원에 있으면, 외국법원이 더 적절하다는 이유로 소를 중지하거나 각하하는 관할권 불행사 신청이 통하지 않도록 정합니다. 결국 한국 법원을 전속적으로 합의해 두면 같은 소송이 외국에 먼저 걸려 있더라도 중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한국 법원이 불편한 법정지라는 방어도 쓸 수 없습니다.

  • 외국법원 전속 합의 — 한국 법원에 소를 내면 각하가 원칙이다(제8조 제5항). 예외 4가지는 아래 섹션에서 다룬다.

  • 한국 법원 전속 합의 — 소송경합 중지(제11조 제1항 단서 제1호)와 관할권 불행사(제12조 제1항 단서)의 예외에 해당해 한국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 부가적 합의 — 지정 법원 외 다른 법정에서도 소송할 수 있으나, 이를 원하면 계약서에 그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합의로 정한 법원은 전속적인 것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법원에서도 소송할 여지를 남기려면 그 취지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합의가 무효가 되는 4가지 — 제8조 제1항 각 호

합의가 서면으로 되어 있고 전속 추정을 받더라도 제8조 제1항 각 호 중 하나에 해당하면 효력이 없습니다. 조문이 열거한 무효 사유는 네 가지이고, 서면 요건을 갖췄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네 가지를 통과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각 호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1호 — 합의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가지게 되는 국가의 법(준거법 지정에 관한 법규 포함)에 따를 때 그 합의가 효력이 없는 경우.

  • 제2호 — 합의를 한 당사자가 합의를 할 능력이 없었던 경우.

  • 제3호 — 한국 법령 또는 조약에 따를 때 합의의 대상이 된 소가 합의로 정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의 국제재판관할에 전속하는 경우.

  • 제4호 —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면 소가 계속된 국가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경우.

제3호를 이해하려면 국제사법 제10조의 전속관할을 봐야 합니다. 한국의 공적 장부의 등기·등록에 관한 소, 한국 법령에 따라 설립된 법인의 설립 무효·해산·결의 무효 등에 관한 소, 한국에 있는 부동산의 물권에 관한 소, 한국에 등록되었거나 등록이 신청된 지식재산권의 성립·유효성·소멸에 관한 소, 한국에서 재판의 집행을 하려는 경우 그 집행에 관한 소는 한국 법원에만 제기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해외 거래처와의 분쟁을 외국법원 관할로 합의해 두었더라도, 한국에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 자체를 다투는 소는 한국 법원의 전속관할이므로 그 소에 대해서는 합의가 효력이 없습니다. 거래 분쟁 전체를 한 법원에 몰아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일부 쟁점은 그 합의가 미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이 부분의 판례는 개정 전 사안입니다.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과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은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관할 합의가 유효하려면 해당 사건이 한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않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관할권을 가지며, 사건이 그 외국법원과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 전속 합의가 현저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면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라고 했습니다. 96다20093 판결은 한국에 주된 사무소를 둔 두 법인 사이의 분쟁을 미국 뉴욕 법원에 전속시킨 이면약관을 관련성 결여로 무효라고 보았고, 2001다53349 판결도 지정 외국법원과 관련성이 없고 준거법도 한국법이라는 점 등을 들어 무효라고 했습니다. 현행 제8조 제1항 각 호에는 '합리적 관련성'이라는 문구가 없고 위 네 가지 사유가 열거되어 있으므로, 지금은 이 판례들을 개정 전 배경으로 읽고 조문의 각 호부터 대조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합의가 있는데도 한국 법원이 재판하는 경우 — 변론관할과 제8조 제5항 단서

외국법원 전속 합의가 있어도 한국 법원이 소를 각하하지 않는 예외가 제8조 제5항 단서에 네 가지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합의를 근거로 한국 소송을 막으려는 쪽도, 합의가 있는데 한국에서 소를 내려는 쪽도 이 네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 합의가 제1항 각 호의 사유로 효력이 없는 경우.

  • 제9조에 따라 변론관할이 발생하는 경우.

  • 합의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는 국가의 법원이 사건을 심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경우.

  •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없는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변론관할입니다. 국제사법 제9조는 피고가 국제재판관할이 없음을 주장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대하여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하면 법원에 그 사건에 대한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정합니다. 즉 계약서에 외국법원 전속 합의가 있더라도 한국 법원에 소가 제기되었을 때 피고인 해외 거래처가 합의 항변을 하지 않고 곧바로 대금이나 하자 문제 같은 본안 다툼에 들어가면 합의를 원용할 기회를 잃습니다. 그래서 합의를 근거로 한국 소송을 막으려는 쪽은 본안에 관한 주장을 하기 전에 관할 없음 항변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합의 조항 자체가 얼마나 단단한지도 함께 볼 점이 있습니다. 제8조 제4항은 합의가 계약 조항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 계약 중 다른 조항의 효력은 합의 조항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계약의 다른 조항이 무효라거나 취소되었다고 해서 그 사정만으로 관할 합의 조항이 함께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거래처가 납품 조건이나 대금 조항의 유효성을 다투면서 관할 조항까지 무너뜨리려는 주장은 이 조항에 부딪힙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소를 내기 전에는 합의 조항의 존재와 효력 요건을 먼저 점검하고, 소송에 응하는 쪽은 관할 항변의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재판관할 합의와 중재합의 —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집행 경로가 달라진다

국제 거래 계약에는 법원 대신 중재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조항도 많습니다. 중재법 제8조 제2항은 중재합의를 서면으로 하도록 정하고, 제3항은 전자우편 등으로 교환된 전자적 의사표시에 중재합의가 포함된 경우도 서면으로 봅니다. 중재합의가 있는 분쟁에 소가 제기되어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면 법원은 중재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그 소를 각하해야 하고, 그 항변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을 할 때까지 해야 합니다. 서면 요건과 항변 시점이 국제사법의 합의관할·변론관할과 닮은 구조입니다.

차이는 판결과 중재판정의 집행에서 크게 벌어집니다. 외국법원 판결을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이 정한 승인 요건, 즉 그 외국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 패소한 피고에 대한 적법한 송달, 공서양속 위반이 아닐 것, 상호보증 또는 승인요건의 균형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그 위에 민사집행법 제26조·제27조에 따라 집행판결을 받아야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한국 판결을 상대방 재산이 있는 외국에서 집행할 수 있는지는 그 나라가 한국 판결을 승인·집행해 주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중재판정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을 적용받는 경우 중재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그 협약에 의해 승인·집행되므로 재판과는 다른 경로를 탑니다.

그래서 조항을 고를 때는 분쟁이 생겼을 때 상대방 재산이 어느 나라에 있을지, 그 나라에서 한국 판결이나 중재판정이 집행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이는 분쟁이 생긴 뒤에는 바꿀 수 없고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만 정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한 계약서에 재판 합의와 중재 조항이 함께 적혀 있으면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부터 다툼이 되므로, 둘 중 하나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넣을 때 점검할 것 — 관할·준거법·보전처분을 함께 정한다

관할 합의와 준거법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국제사법 제45조 제1항은 계약이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따른다고 정하므로, 관할은 한국 법원으로 하고 준거법은 외국법으로 정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다만 관할과 준거법이 서로 다른 나라로 갈라지면 법원이 외국법의 내용을 조사해 적용해야 해서 비용과 시간이 늘 수 있습니다. 관할 조항을 넣을 때 준거법 조항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정해 두는 편이 분쟁 시 판단 순서를 단순하게 만듭니다.

보전처분도 본안 관할과 따로 봐야 합니다. 국제사법 제14조 제1항은 한국 법원에 본안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이 있거나 보전처분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한국에 있으면 보전처분에 대한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긴급히 필요한 경우 한국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해외 거래처가 한국 내 거래처에 대한 매출채권이나 예금을 갖고 있다면, 본안 관할과 별개로 그 재산을 묶어 둘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관할 조항에는 본안 소송뿐 아니라 가압류·가처분 같은 보전처분을 어느 나라 법원에서 할 수 있는지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 법원의 특정 — 국가·도시·법원 이름을 정확히 적는다(예: '서울중앙지방법원').

  • 전속·비전속의 명시 — 전속으로 할지, 다른 법원도 허용할지를 문구로 밝힌다(제8조 제3항).

  • 대상 범위의 특정 — 어느 계약과 관련된 분쟁인지 적고, 대금·품질 분쟁이 빠지지 않는 문구로 쓴다.

  • 준거법 조항의 병기 — 관할 조항과 준거법 조항을 같은 자리에서 정한다(제45조 제1항).

  • 서면 기록의 보관 — 서명본이나 상대의 수락 메일을 보관한다(제8조 제2항).

  • 보전처분·집행 경로의 정리 — 재판으로 할지 중재로 할지 하나로 정하고, 보전처분을 할 법원도 함께 적는다.

관할 합의는 서면 요건·전속 추정·무효 사유 세 가지를 점검하고, 준거법·보전처분·집행 경로까지 한 묶음으로 정해야 완결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두로만 분쟁이 생기면 한국 법원에서 하자고 약속했는데 효력이 있나요?

A. 국제사법 제8조 제2항은 국제재판관할 합의를 서면으로 하도록 정하므로, 구두 약속만으로는 합의로서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내용을 이메일이나 팩스로 확인한 기록이 있다면 전자적 의사표시를 포함하는 서면 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서면이 전혀 없다면 합의가 없는 경우로 돌아가 제3조·제4조·제41조 같은 일반 관할 규정에 따라 한국 법원의 관할을 따지게 됩니다.

Q. 계약서에 서울중앙지방법원만 적으면 다른 나라 법원에는 소송을 못 내나요?

A. 제8조 제3항은 합의로 정해진 관할을 전속적인 것으로 추정하므로, 다른 법원을 허용한다는 문구가 없다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만 재판하기로 한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다른 나라 법원에서도 소송할 여지를 남기려면 비전속적 합의임을 문구로 밝혀야 합니다. 전속 추정은 뒤집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부가적 합의라는 취지를 뒷받침할 문구나 거래 경위가 필요합니다.

Q. 외국법원 전속 합의가 있는데 한국에서 소를 냈고 상대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제9조에 따라 피고가 국제재판관할이 없음을 주장하지 않고 본안에 대해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하면 한국 법원에 관할이 생깁니다. 제8조 제5항 단서도 변론관할이 발생하는 경우를 각하 원칙의 예외로 열거합니다. 그래서 합의를 근거로 한국 소송을 막으려는 쪽은 본안 주장에 앞서 관할 항변을 해야 합니다.

Q. 거래 상대가 개인 소비자나 근로자라면 관할 합의가 똑같이 통하나요?

A. 소비자계약과 근로계약은 별도 규정이 있어 사업자 사이의 합의와 다르게 취급됩니다. 제42조 제3항은 소비자계약의 관할 합의가 분쟁이 이미 발생한 후에 한 경우, 또는 한국 법원 외에 외국법원에도 소비자가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만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제43조 제3항도 근로계약에 대해 분쟁이 이미 발생한 경우, 또는 한국 법원 외에 외국법원에도 근로자가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만 합의의 효력을 인정합니다.

Q. 계약서에 관할 조항이 아예 없으면 한국에서는 소송을 못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가 없으면 제2조의 실질적 관련 원칙과 제3조 이하 특별관할 규정을 따집니다. 물품공급계약이면 물품인도지, 용역제공계약이면 용역제공지가 한국에 있는 경우 제41조 제1항에 따라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도지가 외국이고 상대의 사무소나 재산도 한국에 없다면 한국 법원의 관할부터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Q. 한국 법원에서 승소하면 해외 거래처의 외국 재산도 집행할 수 있나요?

A. 한국 판결을 외국에서 집행할 수 있는지는 그 재산이 있는 나라가 한국 판결을 승인·집행해 주는지에 달려 있어 한국 법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외국 판결을 한국에서 집행하려면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 요건과 민사집행법 제26조·제27조의 집행판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중재판정은 뉴욕협약을 적용받는 경우 그 협약에 따라 승인·집행되므로, 상대방 재산이 있을 나라를 고려해 재판과 중재 중 무엇으로 정할지 계약 단계에서 정해 두어야 합니다.

맺음말

해외 거래처와의 관할 조항은 '서면으로 했는가', '전속으로 추정되는가', '무효 사유에 걸리지 않는가'의 세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큰 틀이 정리됩니다. 국제사법 제8조는 이메일·팩스 같은 전자적 의사표시까지 서면에 포함시켜 방식 요건을 넓혔지만, 합의로 정한 법원은 전속적인 것으로 추정되어 한 번 적은 문구가 다른 법정의 문을 닫는 효과를 낳습니다. 여기에 변론관할과 무효 사유, 재판과 중재의 집행 경로 차이까지 겹치므로 조항 한 줄의 무게가 계약 전체 못지않게 큽니다.

분쟁이 생긴 뒤에 이미 적어 둔 조항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 거래처와 계약하기 전, 그리고 기존 거래처의 발주서·인보이스 양식을 점검하는 단계에서 관할·준거법·보전처분 조항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듭니다. 시흥 시화·정왕 공단이나 화성 향남·남양 일대처럼 제조업체의 수출입 거래가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서를 검토할 때 분쟁 해결 조항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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