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담보책임 배제 조항, 하자 책임을 없앤 계약서가 무효가 되는 기준 | 계약일반/매매 | 로톡
약관 담보책임 배제 조항, 하자 책임을 없앤 계약서가 무효가 되는 기준
법률가이드
계약일반/매매소비자/공정거래손해배상

약관 담보책임 배제 조항, 하자 책임을 없앤 계약서가 무효가 되는 기준 

강대현 변호사

분양계약서나 공급계약서, 시공 표준계약서 끝부분에 '인도 후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 회사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는 줄 모르고 서명했다가, 나중에 하자를 발견하고서야 구제 수단이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계약자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업자가 미리 만들어 둔 계약서의 담보책임 배제 조항은 민법상 특약의 자유와 별개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통제를 받고, 상당한 이유 없이 하자 책임을 없앤 조항이라면 무효가 됩니다. 다만 그 조항이 약관으로 인정되는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기 때문에 조항의 문구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에서는 담보책임 배제 조항이 무효가 되는 법적 구조와 법원이 보는 기준, 조항이 무효가 된 뒤 계약자가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민법의 담보책임 면제 특약과 약관법 — 두 겹으로 걸리는 통제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매수인은 민법 제580조 제1항과 제575조 제1항에 따라, 하자 때문에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는 계약을 해제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했다면 이 책임은 인정되지 않고, 목적물을 종류로 지정한 매매라면 제581조에 따라 하자 없는 물건을 달라고 청구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이 권리는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제582조). 도급계약에서는 제667조에 따라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 보수를 청구하고, 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일반 도급의 행사 기간은 인도받은 날부터 1년입니다(제670조 제1항).

이 규정들은 임의규정이어서 당사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면 그에 따른다는 것이 민법 제105조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을 두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됩니다(제584조). 다만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사실과 제3자에게 권리를 설정·양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면하지 못하고, 도급에서도 수급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은 제672조에 따라 면책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민법이 세운 첫 번째 통제선입니다. 이 선은 사업자가 하자를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어야 넘을 수 있기 때문에, 하자를 알았는지가 다툼이 되는 사건에서는 좁은 통로에 그칩니다.

두 번째 통제선은 계약서가 사업자가 미리 만든 약관일 때 작동합니다.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하기 위해 만든 양식 속 담보책임 배제 조항은 특약의 자유만으로 유효성이 정해지지 않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7조 제3호가 '상당한 이유 없이' 담보책임을 배제·제한하는 조항을 무효로 한다는 별도의 기준을 세워 두었습니다. 사업자가 하자를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조항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민법 제584조와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그래서 하자 분쟁에서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보다 그 조항이 약관인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가 먼저 다투어집니다.

민법은 담보책임 면제 특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그 특약이 사업자가 미리 만든 약관이라면 약관법이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다시 심사한다.

약관법 제7조 제3호 — 배제·제한·요건 가중, 세 갈래가 모두 무효 대상

약관법 제7조 제3호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 또는 제한하거나 그 담보책임에 따르는 고객의 권리행사의 요건을 가중하는 조항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배제, 제한, 요건 가중이라는 세 갈래가 모두 대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전면 배제 문구만이 아니라, 겉으로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구제 수단을 좁혀 놓은 조항까지 같은 조문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조항이 어느 유형인지 먼저 분류해 두면 주장의 뼈대가 잡힙니다.

  • 배제 — '인도 후 발견된 하자에 대해 회사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처럼 담보책임 자체를 없애는 조항.

  • 제한 — 하자보수만 하고 손해배상이나 해제는 할 수 없다고 하거나, 배상 한도를 낮게 못 박아 두는 조항.

  • 요건 가중 — 인도 후 며칠 이내 서면 통지, 하자 원인의 고객 입증처럼 법에 없는 조건을 붙여 권리행사를 어렵게 하는 조항.

  • 견본·표시와 다른 경우 — 견본이나 품질·성능 표시가 있는데도 그 보장 내용에 대한 책임을 없애는 조항(제7조 제4호).

약관법은 제7조와 함께 일반원칙인 제6조를 두고 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고(제6조 제1항),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제6조 제2항 제1호). 제7조 제3호와 제6조 제2항 제1호를 함께 근거로 삼을 수 있고, 뒤에서 볼 대법원 판결도 두 조문을 함께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하자의 원인이나 존재를 고객이 입증하라는 문구가 있다면,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을 무효로 하는 제14조 제2호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됩니다.

제7조 제4호는 견본이 제시되었거나 품질·성능 등에 관한 표시가 있는 경우, 그 보장된 내용에 대한 책임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 또는 제한하는 조항도 무효로 정하고 있습니다. 분양 카탈로그와 모델하우스, 입주자모집공고에 표시된 마감재 사양이나 면적, 시공업체가 제시한 시공 견본 같은 자료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광고나 견본으로 약속한 내용을 계약서 뒷부분의 면책 문구로 뒤집을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하자 분쟁에서는 계약서만이 아니라 계약 전에 받은 홍보물과 사양서를 함께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약관인가 개별약정인가 — 무효 주장에 앞서 넘어야 할 관문

약관법 제2조 제1호는 약관을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라고 정의합니다. 분양·공급계약서, 시공사의 표준 도급계약서, 사업자의 매매계약서 양식이 전형적입니다. 특약란에 따로 적어 넣은 문구라 해도 사업자가 계약마다 같은 문구를 반복해 넣는다면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이라는 점에서 약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번의 거래를 위해 당사자가 그 자리에서 만든 조항은 약관이 아니라 개별 특약이고, 이 경우에는 약관법이 아니라 민법의 담보책임 규정과 제584조로 다투게 됩니다.

사업자가 가장 먼저 꺼내는 반론은 '이 조항은 협의를 거친 개별약정'이라는 주장입니다.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은, 사업자가 약관을 마련해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제시해 계약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특정 조항에 관해 개별적인 교섭을 거쳐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조항은 약관법의 규율 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봅니다(약관법 제4조는 개별 합의가 약관에 우선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조항 내용의 변경으로 나타날 필요는 없어도, 상대방이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그 조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미리 마련된 내용에 구속되지 않고 바꿀 가능성이 있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별약정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이 증명해야 하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업자가 제시한 선택 항목 중 하나에 √ 표시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개별약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결론적으로 해당 조항이 불공정하다고까지는 보지 않아 청구가 기각되었지만, 개별약정 판단 기준과 증명책임 법리는 담보책임 배제 조항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사업자가 '협의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는 협의 이력이 승패를 가릅니다. 계약서 초안을 받은 시점과 서명한 시점의 간격, 조항 수정을 요청했는지와 사업자의 답변, 수정본이 오갔는지를 메신저 대화나 이메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자가 수정을 요청했는데 사업자가 '다른 계약자도 모두 이 조항으로 계약한다'고 답하며 거절했다면, 조항 내용을 바꿀 가능성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자 측이 변호사와 함께 문구를 협상해 수정한 이력이 남아 있다면 개별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고, 그때는 약관법이 아닌 민법 제105조와 제584조의 틀에서 다투게 됩니다.

  • 약관으로 보는 방향의 자료 — 같은 양식을 여러 계약에 쓴 사실, 수정 요청이 거절되었거나 무시된 대화 기록.

  • 개별약정으로 보는 방향의 자료 — 조항 수정본, 협상 과정의 메일·문자, 전문가 검토 이력.

  • 증명책임 — 개별약정이라는 주장은 사업자가 증명해야 함.

  • 미리 확보할 자료 — 최초로 받은 계약서 초안, 서명본, 협의 과정의 대화 기록 일체.

'상당한 이유'는 이렇게 가려진다 — 지하주차장 면적 정산 배제 조항 사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건이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23040 판결입니다. 주상복합건물 공급계약서에는 계약면적이 변경될 수 있고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은 지하주차장 면적의 증감은 정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었습니다. 사업자가 지하 5층 대신 지하 4층으로 시공하면서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의 지하주차장 면적이 줄었고 주차대수가 48대 감소했습니다. 원심은 이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지하주차장 면적이 표시와 달라도 담보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하자담보책임 면제약정으로 보고,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하고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을 잃은 조항이므로 구 약관법 제7조 제3호, 제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이 상당한 이유를 부정하며 짚은 사정은 구체적입니다. 원심은 지하투영부지 사용권 확보로 주차 이용의 편익이 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유효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아래 사정들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사전 고지 — 지하 4층으로의 설계변경이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계약 때 알린 적이 없고, 지하주차장의 층수와 면적이 인허가 과정에서 다소 변경될 수 있다는 정도만 알렸음.

  • 계약면적 표시 — 공급면적에 기타공용면적(지하주차장 면적)을 포함해 계약면적으로 표시했고,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면적과도 구별해 두었음.

  • 손해의 크기 — 지하주차장 면적 감소로 주차대수가 48대나 줄었음.

  • 사업자가 아낀 비용 — 지하 5층을 짓지 않아 지출을 면한 시공비가 제1심 인정액으로 약 124억 원(사업자 주장액으로 보아도 약 119억 원)인 반면, 지하투영부지 사용권 확보에 든 돈은 33억 4,800만 원 정도였음.

  • 대가관계 — 공급면적이 분양대금과 견련관계에 있다면 그에 비례해 증감하는 지하주차장 면적도 견련관계에 있고, 지하주차장 시공비도 분양가에 반영되었을 것임.

  • 사업자가 내세운 편익 — 주차장 이동 동선이 짧아진 정도는 부수적 편익에 불과하고 48대 감소로 인한 손해를 상쇄하지 못함.

이 판결에서 대법원이 따진 것은 조항의 문구가 아니라, 계약 때 무엇을 알렸는지, 계약자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사업자가 그 조항으로 얼마를 아꼈는지, 대금과 어떤 대가관계에 있는지였습니다. 구 약관법(2010. 3. 22. 개정 전) 사안이지만 적용된 제7조 제3호와 제6조 제2항 제1호는 현행법에도 같은 번호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하자 분쟁에서는 계약서 조항 원문에 더해, 그 조항이 실제로 사업자에게 어떤 비용 절감이나 이익을 준 구조인지, 계약 전에 고지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업자가 조항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때 내세울 수 있는 사정도 결국 위 사정의 반대편, 즉 충분히 사전 고지했다는 점과 그 위험이 대금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 계약자가 입는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 놓이게 됩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전 고지, 손해의 크기, 사업자가 조항으로 아낀 비용, 분양대금과의 대가관계를 따져 '상당한 이유'를 부정했다.

분양·시공·매매 계약서 유형별 판단 — 어떤 조항이 어디서 걸리는가

분양계약에서는 약관법에 앞서 집합건물법 제9조가 작동합니다. 집합건물을 건축해 분양한 분양자와 시공자는 구분소유자에게 담보책임을 지고(제1항), 그 담보책임에 관해 이 법과 민법에 규정된 것보다 매수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습니다(제4항). 존속기간도 제9조의2가 건물의 주요구조부와 지반공사의 하자는 10년, 그 밖의 하자는 5년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한 기간으로 정해 두었고, 시행령 제5조는 구조상·안전상 하자를 5년, 기능상·미관상 하자를 3년, 마감공사처럼 발견과 보수가 쉬운 하자를 2년으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분양계약서에 '하자보수 청구는 입주 후 1년 이내에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가장 짧은 법정 기간인 2년보다도 짧아 약관법까지 갈 것 없이 제9조 제4항으로 무효를 다툴 수 있습니다.

공사 도급에서는 민법 제667조의 하자보수·손해배상 청구권과 존속기간이 기준선입니다. 일반 도급은 인도 후 1년(제670조 제1항)이고,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의 목적물이나 지반공사의 하자는 인도 후 5년, 석조·석회조·연와조·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은 10년입니다(제671조 제1항). 시공사 표준 도급계약서에 '준공 후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 시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거나 '하자보수 요청은 준공 후 3개월 안에 서면으로만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면, 앞의 것은 담보책임의 배제로, 뒤의 것은 권리행사 요건의 가중으로 제7조 제3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수급인이 하자를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민법 제672조가 함께 적용되어 면책 특약을 내세울 수 없습니다.

사업자가 쓰는 표준 매매계약서의 '현 상태 그대로 매매하며 하자에 대해 매도인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됩니다. 매도인이 분양사나 매매업자처럼 여러 상대방에게 같은 양식을 쓰는 사업자라면 이 문구는 약관이고, 상당한 이유 없이 담보책임을 배제한 조항으로 무효를 다툴 수 있습니다. 반면 개인 매도인이 한 번의 거래에서 특약으로 넣은 '현 상태 매매' 문구는 약관이 아니어서 제7조 제3호를 쓸 수 없고, 민법 제584조가 정한 대로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하자를 중심으로 다투게 됩니다. 예컨대 매도인이 누수나 균열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고 '현 상태 그대로' 문구만 내세웠다면 그 하자에 대해서는 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 분양 — 집합건물법 제9조 제4항이 이 법과 민법보다 매수인에게 불리한 특약을 무효로 하므로, 존속기간을 줄이거나 책임을 면제하는 문구가 대상.

  • 도급 — 민법 제670조·제671조의 존속기간보다 짧게 줄이거나 하자보수를 배제하는 문구는 약관법 제7조 제3호와 제672조로 검토.

  • 사업자 표준 매매계약서 — '현 상태 매매' 문구는 약관이면 제7조 제3호로 무효를 다툼.

  • 개인 간 매매 — 약관이 아니므로 제584조의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중심.

조항이 무효가 되면 — 계약은 유지되고 법정 담보책임이 되살아난다

약관법 제16조는 약관의 일부 조항이 제6조부터 제14조까지에 따라 무효인 경우 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유효한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그 유효한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담보책임 배제 조항이 무효로 판단되어도 계약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조항만 사라지고, 그 자리를 민법과 집합건물법의 법정 담보책임이 채웁니다. 결국 계약자는 계약을 유지한 채 하자보수, 손해배상,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의 해제 같은 법정 구제수단을 행사하게 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법정 행사 기간입니다. 조항이 무효라고 해서 시간이 멈추는 것은 아니어서, 매매의 하자담보는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민법 제582조), 일반 도급은 인도 후 1년(제670조 제1항), 집합건물은 제9조의2가 정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배제 조항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은 길어질 수 있으므로, 하자를 발견하면 조항 분석보다 먼저 사진과 영상, 전문가 확인서로 발견 시점과 하자 내용을 고정하고 기간 안에 내용증명 등으로 보수나 배상을 청구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간이 지난 뒤에는 조항이 무효라는 판단을 받아도 청구 자체가 기간 도과로 막힐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 사업자가 배제 조항을 방어 수단으로 내세우면, 계약자는 조항이 약관이라는 점,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제7조 제3호), 설명의무 위반으로 계약 내용이 될 수 없다는 점(제3조 제4항)을 차례로 주장하게 됩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계약서 양식 전체(뒷면과 별지 포함), 사업자가 다른 계약에 쓴 같은 양식, 홍보물·사양서·견본 자료, 하자 사진과 감정 결과, 사업자가 하자를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하자 감정은 손해배상액의 근거가 되는 보수비용을 산정하는 절차이므로 소송 초기에 감정 방향을 잡아 두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제19조에 따른 약관 심사청구를 하거나 제17조의2에 따른 시정조치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이는 조항의 삭제·수정을 위한 절차이지 개별 계약자의 손해를 회복해 주는 절차가 아니어서 민사 청구는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

무효까지 가지 않아도 — 설명의무와 고객 유리 해석의 활용

무효 판단까지 가지 않고도 조항을 주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길이 있습니다. 약관법 제3조 제3항은 사업자가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도록 하고, 제4항은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 경우 조항이 무효인지를 따지기 전에 애초에 계약의 내용이 되지 못합니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50746 판결은 보험약관 사안(약관법 제3조 참조)에서,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내용을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았고,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이미 알고 있거나 별도 설명 없이도 예상할 수 있는 사항, 법령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의 사항은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밝혔습니다.

담보책임 배제 조항은 하자가 생겼을 때 계약자가 가진 구제수단을 없애는 조항이므로, 계약 체결 여부나 대금을 정하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끝에 서명했다는 사실과 사업자가 그 조항의 의미를 설명했다는 사실은 별개이므로, 계약 당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 조항을 설명했는지, 설명 없이 서명란만 안내받았는지를 기억과 기록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반면 법령이 정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문구, 예를 들어 민법이 정한 기간을 되풀이한 정도의 조항은 설명의무 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 조항이 법령의 반복인지 그 이상인지를 가려야 합니다.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되더라도 제5조 제2항이 남아 있습니다.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예를 들어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하자보수 의무까지 없애는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보수 의무는 남아 있는 것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결국 담보책임 배제 조항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계약 내용에서 배제하고, 문구를 고객에게 유리하게 좁혀 해석하고, 그래도 남는 부분은 제7조 제3호로 무효를 다투는 세 겹의 방어선을 차례로 세울 수 있습니다.

  • 1차 — 설명의무(제3조 제3항·제4항): 설명 없이 체결했다면 그 조항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음.

  • 2차 — 해석(제5조 제2항): 뜻이 명백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

  • 3차 — 무효(제7조 제3호, 제6조): 상당한 이유 없는 배제·제한·요건 가중은 무효.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하자에 대해 이의하지 않는다'고 서명했는데 효력이 아예 없나요?

A. 그 조항이 사업자가 여러 계약에 쓰려고 미리 만든 약관이고 상당한 이유 없이 담보책임을 배제·제한한 것이라면 약관법 제7조 제3호에 따라 무효입니다. 다만 개별 교섭을 거쳐 정한 조항이라면 약관법이 아니라 개별약정으로 다뤄지고, 이때는 민법상 특약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되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은 제584조에 따라 면책되지 않습니다. 개별 교섭이 있었다는 점은 사업자가 증명해야 하므로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Q. 개인 집주인과의 매매에서 '현 상태 그대로' 특약을 넣었다면 약관법으로 다툴 수 있나요?

A. 개인이 한 번의 거래를 위해 넣은 특약은 여러 상대방과 계약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것이 아니어서 약관법의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에는 민법 제584조에 따라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알리지 않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매수인이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했다면 제58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매도인의 인지 여부를 보여줄 자료, 예를 들어 이전 수리 내역이나 보수 견적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사업자끼리 맺은 계약에도 약관법이 적용되나요?

A. 약관법 제2조 제3호는 고객을 사업자로부터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할 것을 제안받은 자로 정의할 뿐 소비자로 한정하지 않아, 사업자가 고객인 계약에도 약관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15조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약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7조부터 제14조까지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고, 제30조에 따라 상법 제3편이나 근로기준법에 속하는 계약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업자 간 계약에서도 조항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협상이 있었다면 개별약정으로 판단될 수 있어 협의 이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Q. 담보책임 배제 조항이 무효이면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약관법 제16조에 따라 일부 조항이 무효여도 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유효한 부분만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그 부분이 한쪽 당사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담보책임 조항이 빠져도 민법과 집합건물법의 법정 담보책임이 그 자리를 채우므로, 계약을 유지한 채 법정 담보책임에 따른 구제를 청구하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Q. 조항이 무효라면 하자를 발견하고 시간이 지나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조항의 무효와 법정 행사 기간은 별개입니다. 매매의 하자담보는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민법 제582조), 일반 도급은 인도 후 1년(제670조), 집합건물은 주요구조부·지반공사 10년 등 제9조의2가 정한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기간이 지나면 조항이 무효라도 청구가 막힐 수 있으므로, 하자를 발견하면 곧바로 사진과 확인서로 시점을 남기고 서면으로 청구해 두어야 합니다.

Q.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하자 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나요?

A.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법 제17조의2에 따라 사업자에게 불공정약관조항의 삭제·수정을 권고하거나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제19조에 따라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는 약관 조항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조항 자체를 바로잡는 절차이고, 개별 계약자의 하자 보수나 손해배상을 대신 받아주는 절차는 아닙니다. 손해를 회복하려면 사업자를 상대로 한 민사 청구가 별도로 필요하고, 같은 조항으로 피해를 본 계약자가 여럿이라면 조항 시정 절차를 병행해 볼 수 있습니다.

맺음말

담보책임 배제 조항은 민법이 허용하는 특약이지만, 사업자가 미리 만든 약관이라면 약관법 제7조 제3호가 상당한 이유 없는 배제·제한·요건 가중을 무효로 걸러냅니다. 승패는 조항 문구보다 그 조항이 약관인지 개별약정인지, 계약 때 무엇을 알렸는지, 계약자가 입은 손해와 사업자가 아낀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에서 갈립니다.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23040 판결이 보여주듯 이 판단은 자료로 입증해야 하는 사실의 문제입니다.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이 나더라도 법정 행사 기간은 별개로 흐르기 때문에, 하자를 발견했다면 조항을 분석하기 전에 시점과 내용을 기록하고 서면으로 청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설명의무와 고객 유리 해석 원칙까지 함께 활용하면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에도 조항의 효력을 좁힐 수 있는 길이 남습니다.

신축·분양 계약서를 들고 광교나 수지 인근에서 상담을 받으신다면 계약서 원본과 입주자모집공고, 홍보물, 하자 사진을 함께 가져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자 발견 시점에 따라 쓸 수 있는 구제수단이 달라지므로 기간이 남아 있을 때 조항별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2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