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나 동업체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벌금형으로 사건이 끝나는 약식명령 절차를 기대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횡령이라도 처음이고 금액도 크지 않으니 벌금 정도로 끝나지 않겠냐”, “약식명령만 받으면 전과도 별로 안 남는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득액 규모나 범행의 계획성에 따라 애초에 약식명령 대상조차 되지 못하거나, 정식으로 기소되어 재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약식명령 절차와 정식재판청구 이후의 형종 상향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횡령죄의 성립 요건 자체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며,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횡령죄가 어떤 경우에 약식명령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죄도 벌금형에 그치는 약식명령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은 검사가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청구하고, 법원이 서면 심리만으로 형을 정하는 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는 지방법원이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해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약식명령은 애초에 벌금형(또는 과료·몰수)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에서만 가능한 절차이고,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는 사건에는 쓰일 수 없습니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자금 관리 업무를 맡은 사람이 그 임무를 어긴 경우 적용되는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두 죄 모두 법정형에 벌금형이 포함돼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약식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약식명령으로 사건이 끝난다고 해서 무죄나 훈방에 가까운 결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벌금형도 엄연한 형사처벌이자 유죄판결이므로 범죄경력자료에 남고, 이후 비슷한 사건에서 재범 정황으로 취급돼 불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은 벌금형이 법정형에 포함된 사건에서만 가능한 절차일 뿐, 무죄나 처벌 없음을 뜻하지 않습니다.
2.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애초에 약식명령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면 벌금형만으로 선고를 마칠 수 없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횡령·업무상횡령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른 벌금은 어디까지나 징역형에 더해 함께 선고할 수 있는 “병과” 대상일 뿐, 징역형을 대신할 수 있는 선택형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이득액이 5억원을 넘는 순간 법원은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고, 약식명령이 전제로 하는 벌금·과료·몰수만의 선고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해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 “유용한 금액을 나눠서 계산하면 5억원 밑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기회에 반복적으로 유용한 금액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되는 경우가 많아, 매달 소액을 인출했더라도 누적 이득액을 기준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가 판단됩니다.
이득액 5억원이라는 기준선은 약식명령 가능 여부를 가르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변수입니다.
3.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할지는 죄질과 정황을 함께 봅니다
반환·합의가 있어도 유죄 판단 자체는 달라지지 않고, 벌금액과 기소 방향에만 참작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라 하더라도 검사가 반드시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이득액의 절대적 규모, 범행이 1회성인지 반복·계획적인지, 피해자와의 신뢰관계를 얼마나 악용했는지, 초범 여부, 수사 단계에서의 반환·공탁·합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식기소와 정식기소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방어 논리가 “이미 다 갚았으니 처벌까지 갈 문제는 아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해 왔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반환·변상 의사나 실제 반환이 있었다고 해서 범죄 성립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고, 다만 약식기소 여부나 벌금액을 정하는 양형 단계에서 유리한 사정으로만 참작될 뿐입니다.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했더라도, 법원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사안이 중하거나 서면 심리만으로 판단하기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면 형사소송법 제450조에 따라 직권으로 통상의 공판절차에 회부할 수도 있습니다.
반환·합의는 죄를 없애지 못하고, 약식기소 여부와 벌금액을 정하는 데만 영향을 줍니다.
4.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벌금액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형종상향금지 원칙은 형의 종류를 지켜줄 뿐, 벌금 액수까지 고정하지는 않습니다.
약식명령을 받은 검사 또는 피고인은 형사소송법 제453조에 따라 그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은 이 청구권 자체를 미리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2017년 개정으로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약식명령에서 벌금형을 받았다면, 정식재판에서 판사가 사실관계를 다시 검토하더라도 징역형으로 형종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원칙이 지켜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형의 “종류”일 뿐, 벌금의 “액수”까지 그대로 유지해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식재판 과정에서 추가 증거나 피해 규모가 새롭게 확인되거나 반성·재발방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더 많은 벌금을 선고할 수 있고 이 경우 판결서에 양형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도14986 판결도 정식재판 단계에서 공소사실이 변경되는 경우까지도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형종상향금지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약식명령의 벌금액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없고 오히려 불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면 정식재판 청구가 항상 유리한 선택은 아닙니다. 청구 여부는 벌금 산정 근거와 사건 기록을 먼저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약식명령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단계부터 이득액과 반환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결론을 가릅니다.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이 단계에서 검사가 이득액과 정황을 검토해 약식명령 청구 여부를 결정 → ③약식기소된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이 기록만으로 서면 심리해 약식명령을 고지 → ④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지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애초에 약식기소 대신 정식 기소나 구속 수사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약식명령을 받은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출·이체 내역 전체를 확보해 합산 이득액을 먼저 계산하고, 5억원 기준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를 가늠합니다.
반환·공탁·합의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계획이라면 그 자료를 정리해 검사 의견 제출 단계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미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벌금액 산정 근거와 사실관계를 검토해, 7일의 정식재판 청구 기간 안에 청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횡령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약식명령 단계부터 정식재판 청구 여부까지 각 단계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는 분들은 “벌금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혹시 구속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 사이에서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을 빼앗긴 쪽 입장에서는 상대방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가볍게 끝나지 않도록 이득액과 계획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도 이득액 산정이 정확한지, 반환·합의 사정이 검사와 법원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득액 산정과 절차 선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약식명령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인지,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는 사건인지는 서류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죄로 약식명령을 받으면 전과가 남지 않나요?
A. 남습니다. 벌금형도 엄연한 유죄판결이므로 범죄경력자료에 기록되고, 이후 다른 사건에서 재범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이득액이 5억원에 조금 못 미치면 무조건 약식명령으로 끝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5억원 미만이라도 계획성·상습성, 피해자와의 신뢰관계, 초범 여부 등을 검사가 함께 판단해 정식기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이미 피해액을 전액 갚았는데도 약식명령 대상이 아닐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반환·변상은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라, 성립 여부보다는 벌금액이나 기소 방향에 참작되는 사정일 뿐입니다.
Q. 약식명령의 벌금액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A. 아닙니다. 형종상향금지 원칙으로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정식재판에서 벌금액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어 사건 기록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Q. 회사 자금을 나눠서 여러 번 유용했는데도 이득액이 합산되나요?
A. 대체로 합산됩니다. 동일한 기회에 반복된 유용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을 기준으로 특경법 적용 여부가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정식재판을 청구할지 결정할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A.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약식명령이 확정되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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