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이직이나 독립·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재직 중 관리하던 거래처가 퇴사 이후에도 그대로 새 직장이나 새 사업체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직장으로부터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상담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이런 분들 중 상당수는 “거래처가 저를 믿고 스스로 따라온 건데 제가 뭘 어떻게 한 거냐”, “회사 자료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대응 없이 지내다가, 회사로부터 “재직 중부터 이직을 준비하며 거래처를 빼돌렸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요건을 판단하면서, 퇴사한 직원은 원칙적으로 더 이상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재직 중에 이루어진 행위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즉 언제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퇴사 전후 거래처 이관이 어떤 경우에 업무상배임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미 고소를 당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거래처가 스스로 따라온 것만으로는 업무상배임이 되지 않습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 범할 수 있고, 퇴사한 직원은 원칙적으로 그 지위에서 벗어납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입니다.
회사 직원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회사와의 고용관계에 따라 이 지위가 인정됩니다. 그런데 퇴사와 동시에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7도3808 판결도 퇴사한 직원은 원칙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재직 중 아무런 문제행위 없이 정상적으로 퇴사한 뒤, 평소 신뢰관계를 쌓아온 거래처가 스스로 판단해 새 직장이나 새 사업체와 거래를 이어간 것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는 업무상배임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업은 기본적으로 자유이고, 거래처를 선택하는 것도 거래처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퇴사 후 지위를 상실한 이상, 거래처가 스스로 따라온 결과만으로는 업무상배임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2. 재직 중 거래처 자료를 빼돌렸거나 반환·폐기 의무를 어겼다면 그 순간 범죄가 완성됩니다
재직 중 반출 행위는 반출한 순간, 정당하게 갖고 있던 자료도 미반환·미폐기는 퇴사한 순간 이미 기수에 이릅니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해, 단순 배임보다 형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이 현금이 아니라 거래처 명단, 단가표, 계약조건 같은 정보를 취급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업무상배임이 문제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것은 재직 중에 거래처 연락처, 견적 내역, 계약조건 등을 개인 이메일이나 외장 저장매체로 빼돌리는 행위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면 그 반출행위만으로 업무상배임이 된다고 봅니다.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된다.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며, 적법하게 반출하였더라도 퇴사 시에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도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즉 자료를 빼낸 시점, 또는 정당하게 갖고 있던 자료를 퇴사하면서 돌려주거나 폐기하지 않은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됩니다. 대법원 2017도3808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이러한 반출·미반환 행위는 그 자체로 재직 중 또는 퇴사 시에 기수에 이르는 것이지, 이후 그 자료를 실제로 영업에 활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확인했습니다.
거래처 정보를 빼돌리거나 돌려주지 않은 시점에 업무상배임은 이미 완성되며, 이후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양형 사정일 뿐입니다.
3. 재직 중 거래처에 이직·창업 계획을 알리고 계약 이전을 준비했다면 자료 유출이 없어도 임무 위배입니다
회사 몰래 거래를 새 회사로 옮기도록 손을 써두는 행위 자체가 이미 임무위배행위입니다.
업무상배임은 자료를 물리적으로 빼돌리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자체를 요건으로 삼고 있어서, 재직 중에 거래처와 접촉해 퇴사 이후 새 회사나 개인 사업체로 계약을 옮기도록 유도하거나, 견적을 미리 조율해 두는 행위도 임무위배행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당 직원이 재직 중 거래처 담당자에게 자신의 퇴사·창업 계획을 미리 알리면서 “퇴사하면 그쪽으로 계약을 옮겨 달라”고 요청하거나, 회사 명의 견적보다 낮은 조건을 개인적으로 제시해 두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경우 실제 계약 이전은 퇴사 이후에 이루어지더라도, 그 준비행위 자체가 재직 중 회사에 대한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회사직원이 재직 중에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유출 또는 반출한 것이어서 유출 또는 반출 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된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이 법리는 자료 유출뿐 아니라, 재직 중 회사가 확보할 수 있었던 거래 기회를 가로채 제3자, 즉 자신이 설립할 회사나 개인 사업체에 넘기는 행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다만 재직 중 단순히 이직을 고민하거나 준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사의 구체적인 거래 기회를 실제로 이전시키는 행위나 조치가 있었는지가 핵심적으로 다투어집니다.
자료를 빼내지 않았더라도, 재직 중 거래처와 손을 써서 계약 이전을 준비했다면 그 준비행위 자체가 임무위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이관된 거래처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특경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 산정 기준에 따라 형량이 크게 갈리고, 다툼의 여지도 그만큼 큽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관된 거래처와의 거래 규모,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횡령과 달리 배임 사건에서는 실제로 회사 계좌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없기 때문에, 이득액·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큽니다. 이관된 거래처와의 과거 거래 실적, 남아 있던 계약기간, 예상되는 향후 매출과 이익률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산정 방식과 범위 자체가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재직 중 실제로 어떤 준비행위가 있었는지, 손해를 자진 변제했는지, 초범인지, 재직기간과 직급은 어땠는지 등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재직 중 행위인지 퇴사 후 행위인지부터 시점별로 정리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거래처 이관 관련 업무상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한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업무상배임 고소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행위들이 재직 중에 있었던 일인지, 퇴사 이후에 있었던 일인지부터 이메일·메신저·업무일지 등으로 시점을 특정합니다.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비밀유지·경업금지 약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대상과 기간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합니다.
실제로 이관된 거래처의 거래 규모, 남은 계약기간, 예상 매출 등 이득액·손해액 산정에 쓰일 자료를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거래처 이관·영업비밀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재직 중 행위와 퇴사 후 행위를 구분해 형사상 방어 전략과 민사상 대응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거래처 이관을 둘러싼 업무상배임 분쟁은 “같이 일하던 사이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또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는 당혹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래처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문제된 행위가 재직 중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로 인한 손해가 얼마인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직원 입장에서도 “거래처가 알아서 따라온 것”이라는 항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직 중 어떤 행위를 했는지, 회사의 자료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래처 이관을 둘러싼 업무상배임 사건에서 거래처를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회사 쪽과, 반대로 혐의를 받는 이직·창업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시점과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래처가 먼저 연락해서 계약하자고 한 경우도 배임이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퇴사한 직원은 더 이상 업무상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어, 재직 중 문제행위가 없었다면 거래처가 스스로 옮겨온 결과만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직 중 준비행위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퇴사하면서 거래처 연락처를 개인 휴대폰에 저장해 나왔는데 문제되나요?
A. 그 정보가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반환하거나 폐기하라는 요청을 받고도 이를 이용해 영업했다면 퇴사 시점에 업무상배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경업금지 약정을 맺은 적이 없는데도 배임이 될 수 있나요?
A. 경업금지 약정 유무와 업무상배임 성립 여부는 별개입니다. 약정이 없어도 재직 중 자료 유출이나 거래 기회 가로채기 같은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다면 배임이 문제될 수 있고, 약정이 있어도 재직 중 문제행위가 없었다면 형사처벌과는 별개의 민사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득액은 정확히 어떻게 계산하나요?
A. 이관된 거래처와의 과거 거래 실적, 남은 계약기간, 예상 매출·이익률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회사는 업무상배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민사로 별도 청구할 수 있고, 형사 수사 기록이 민사상 손해액 입증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대응이 일반적입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재직 중 행위와 퇴사 후 행위를 구분해 진술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