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밀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준 인사담당자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채용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어디까지가 처벌 대상인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인사담당자분들 중에는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순위만 조금 조정해준 것뿐이다”, “지인 부탁이라 한 번 봐준 것뿐인데 이 정도로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생각으로 청탁을 들어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 감사나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대가를 받지 않았다”, “채용 결과에 큰 영향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는 형사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임수재죄의 성립 범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정도에 이를 필요가 없고 사회통념상 부적절하다고 평가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확인했고,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도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해친 것만으로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청탁을 받고 채용에 관여한 인사담당자가 어떤 경우에 배임죄, 나아가 배임수재죄나 업무방해죄까지 함께 문제되는지, 그리고 의심 정황이 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청탁을 들어준 인사담당자는 돈을 받지 않아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인사담당자는 회사를 위해 채용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배임수재죄의 행위주체 요건을 그대로 충족합니다.
인사담당자는 회사를 대신해 채용이라는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형법상 배임죄와 배임수재죄는 모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행위주체로 하는데, 채용 절차를 기획·평가하고 최종 순위 결정에 관여하는 인사담당자는 이 요건을 그대로 충족합니다.
채용 사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서류를 접수하고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원자들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할 임무를 진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지원자를 청탁받아 면접 점수를 올리거나 순위를 조정하는 행위는 이 임무를 위배하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돈을 받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돈을 받았는지는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는지를 가르는 요건일 뿐, 청탁을 들어준 행위 자체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와는 별개로 평가됩니다. 대가 유무와 무관하게, 청탁을 받고 채용에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 조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인사담당자는 회사의 채용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청탁을 들어준 사실만으로도 배임죄·배임수재죄·업무방해죄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대가를 받고 채용 청탁을 들어줬다면 회사의 손해 여부와 무관하게 배임수재죄가 성립합니다
배임수재죄는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거래의 청렴성 자체를 보호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배임수재죄입니다.
배임수재죄가 형법 제355조·제356조의 일반 배임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회사에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청탁을 들어준 결과 회사가 오히려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해 손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이익을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는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청탁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 충분하다.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9도17102 판결).
즉 “우리 아이가 지원했으니 잘 좀 봐 달라”는 식의 부탁이라도, 그것이 공정한 채용이라는 사회상규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금품이나 접대, 향응,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가가 반드시 채용 이전에 명시적으로 약속될 필요도 없고, 청탁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까지 나아갔는지도 요건이 아닙니다. 청탁을 한 지원자의 보호자나 지인 역시 형법 제357조 제2항의 배임증재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함께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배임수재죄는 회사의 손해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이익을 취득한 사실만으로 성립합니다.
3. 대가 없이 순위만 조정했더라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배임수재의 재물·이익 요건이 없어도, 채용의 공정성을 해친 순간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청탁을 들어주면서도 아무런 금전적 대가나 향응을 받지 않은 경우입니다. 배임수재죄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반드시 요구하므로, 순수하게 인맥이나 부탁만으로 순위를 조정해준 경우에는 배임수재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형사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올리거나 순위를 조작해 채용 결과를 바꾸는 행위는, 회사가 세워둔 공정한 평가 기준을 속이는 것이어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도9459 판결).
채용 절차에서 평가위원단이나 다른 결재라인은 인사담당자가 전달한 점수나 순위가 정상적으로 산출된 것으로 믿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인사담당자가 청탁을 반영해 자료를 조작한다면, 이는 회사와 다른 평가자들의 부지·착오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위계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금융권 채용 관련 사건에서 면접 점수나 순위를 조작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킨 임직원들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유죄가 확정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해치는 순위·점수 조작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4. 청탁의 성격에 따라 배임수재·업무방해·업무상배임의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받은 이익의 형태와 회사 손해 발생 여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구간이 갈립니다.
정리하면, 청탁을 들어준 인사담당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죄명과 형량은 대가 수수 여부와 회사의 손해 발생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청탁의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받은 재물은 형법 제357조 제3항에 따라 몰수되며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이 추징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배임수재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정한 가중처벌 대상 범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경법 제3조는 형법 제355조(횡령·배임)와 제356조(업무상 횡령과 배임)만을 열거하고 있어, 배임수재로 받은 금액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 금액만으로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반면 청탁을 들어준 결과 실제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평가되는 경우—예를 들어 부적격자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손실이나 정상적인 채용 절차 진행 비용의 낭비 등이 인정되는 경우—별도로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가 함께 성립할 수 있고, 이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이 경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대가 없이 순위만 조정한 경우라도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배임수재죄와 업무방해죄, 업무상배임죄는 서로 보호법익이 달라 사실관계에 따라 여러 죄가 함께 적용되어 실체적 경합으로 처벌 수위가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5. 채용비리 의혹은 고소부터 재판까지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청탁의 대가성 입증 여부를 좌우합니다.
채용 청탁 의혹은 대개 회사의 내부감사나 다른 지원자·직원의 제보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이후 형사 절차로 이어지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회사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고발 접수 및 수사 → ②인사담당자·청탁자·합격자에 대한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가로 받은 금액이 크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정황이 있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오간 문자·메신저·통화 기록 등 청탁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확보합니다.
면접 평가표·점수표·순위표의 원본과 수정 이력을 대조해 조작 여부를 확인합니다.
청탁의 대가로 금품, 향응, 접대 등이 오간 정황이 있는지 계좌내역·카드사용내역 등으로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채용 관련 형사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배임수재·업무방해·업무상배임 중 어떤 죄책이 문제되는지를 정확히 가려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채용 청탁 문제는 “다들 이 정도는 하지 않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 채용으로 피해를 본 다른 지원자나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문제제기보다, 어떤 자료가 청탁과 그 대가를 뒷받침하는지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평가표의 수정 이력, 청탁을 주고받은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회사의 내부 징계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심을 받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도 “대가를 받지 않았다”, “관행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가가 오갔는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이 얼마나 훼손됐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채용 청탁으로 인한 배임수재·업무방해 사건에서 청탁을 받은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가 수수 여부와 절차 공정성 훼손 정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탁을 받았지만 실제로 채용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처벌되나요?
A. 배임수재죄는 청탁에 따른 행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대가를 취득한 사실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가 함께 문제됩니다.
Q. 돈이 아니라 접대나 선물을 받은 경우도 처벌 대상인가요?
A. 됩니다. 배임수재죄의 ‘재산상 이익’에는 금전 외에 향응, 접대, 편의 제공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이익이 모두 포함되므로, 형태와 무관하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대표이사나 상급자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청탁을 들어줬어도 처벌되나요?
A.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시 경위와 관여 정도, 대가 수수 여부에 따라 공범 성립 범위나 양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지시 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청탁한 사람, 즉 지원자의 부모나 지인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됩니다. 형법 제357조 제2항의 배임증재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채용 담당자와 함께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회사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배임수재죄와 업무방해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소가 가능한 범죄이므로, 회사가 문제 삼지 않더라도 내부 제보나 수사기관의 인지로 형사 절차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Q. 청탁을 거절했는데도 나중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나요?
A. 청탁을 거절하고 실제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배임수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거절한 경위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따랐다는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채용 청탁으로 인한 형사처벌과 별도로 민사 책임도 지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부정 채용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탈락한 지원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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