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소규모 사업장에서 기장을 세무사 사무실이나 기장대행업체에 맡겼다가, 매달 납부하라고 건넨 세금이 실제로는 국세청에 납부되지 않고 사무실 직원 개인 용도로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업주 대부분은 “세무사 사무실인데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매달 돈을 보냈으니 세금은 당연히 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통장 내역이나 홈택스 체납 조회를 따로 확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무서에서 체납 독촉장이나 압류 예고 통지서를 받고서야, 사무실 직원이 몇 달, 길게는 몇 년치 세금 납부액을 빼돌려 온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사안에서 실질적으로 자금을 관리·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횡령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명목상 직급이 낮은 직원이라 해도, 사업주가 맡긴 세금 납부용 자금을 사실상 혼자 관리하며 임의로 처분했다면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이득액 규모에 따라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기장을 맡긴 사무실 직원이 세금 납부액을 빼돌렸을 때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사업주가 무엇부터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세금 납부용으로 맡긴 돈은 사무실이나 직원의 소유가 아닙니다
기장료와 달리 납부대행금은 처음부터 국가에 낼 돈이지 사무실 수입이 아닙니다.
기장을 맡기면 사업주는 매달 기장료 외에 부가가치세·원천세·종합소득세 등 실제 납부해야 할 세액에 해당하는 돈을 함께 사무실 계좌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 기장료는 사무실이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로 사무실 소유가 되지만, 세금 납부용으로 건넨 돈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 돈은 사업주가 국가에 납부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사무실에 맡긴 위탁금으로, 사무실이나 그 직원은 정해진 기한에 정해진 세목으로 납부하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쓸 권한이 없습니다. 형법상으로는 사무실 직원이 이 돈을 관리하는 순간부터 타인, 즉 사업주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됩니다.
문제는 직원이 명목상 낮은 직급이라도, 실제로는 계좌 이체·자금 배분을 혼자 처리하며 사업주가 보낸 세금 납부액을 사실상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2도1271 판결은, 자금관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그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 보관 중인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했다면 직위나 명칭에 관계없이 횡령죄가 성립하고 이득액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세금 납부용으로 건넨 돈은 사무실에 맡긴 순간에도 여전히 사업주의 재산이며, 실질적으로 그 돈을 주무른 사람이 형사책임을 집니다.
2. “나중에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돌려썼어도 이미 범죄는 완성됩니다
납부할 생각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인출·유용 시점에 이미 범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기장 업무를 담당하며 세금 납부액을 보관·관리하던 직원이라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은 “당장 급해서 잠깐 썼을 뿐 나중에 낼 생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나중에 밀린 세금을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세금 납부 기한을 넘긴 시점, 즉 실제로 국세청에 내지 않고 다른 용도로 인출한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은, 인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세무사 사무실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사업주 선임·감독을 소홀히 한 세무사 사무실은 민사상 사용자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형사책임은 실제로 돈을 빼돌린 직원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그 직원이 세무사 사무실 소속으로 기장·납부 업무를 수행하다가 저지른 일이라면 사업주는 세무사, 즉 사용자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민법 제756조는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사용자에게 배상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세무사가 “직원이 몰래 한 일이라 나는 몰랐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지만, 판례는 사무집행 관련성을 외형상 업무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금 납부 대행은 기장 계약에 따라 그 사무실이 통상적으로 처리하던 업무였으므로, 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횡령이라면 사용자책임을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세무사가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증명하면 면책될 여지도 있어, 실제로는 사무실 내부 결재·확인 체계가 어떻게 운영됐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형사 고소와 별도로 세무사 사무실을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의 횡령이라도, 그 업무가 사무실의 통상 업무 범위 안이었다면 세무사를 상대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4. 빼돌린 금액과 은폐 방식에 따라 적용 죄명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유용인지 조직적 은폐인지에 따라 업무상횡령을 넘어 사기·문서위조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세금 납부액을 보관하다가 개인 용도로 쓴 것만으로도 업무상횡령이 성립하지만, 그 규모가 커지면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기장대행 사건의 특징은 매달 소액씩 빼돌려도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발각이 늦어질수록 이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입니다. 몇 년치 세금 납부액이 한꺼번에 발각되면 처음 착수할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특경법 구간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에 직원이 사업주에게 “세금을 냈다”며 허위로 납부확인서나 홈택스 이체 내역을 꾸며 보여줬다면 사문서위조(형법 제231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와 위조사문서행사(형법 제234조)까지 함께 성립할 수 있고, 애초부터 낼 생각 없이 돈부터 받아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로 의율될 수도 있습니다.
은폐를 위해 서류까지 조작했는지가 죄명과 형량을 가르는 또 다른 기준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체납 사실을 확인한 날부터 자료부터 정리해야 사건 전체의 방향이 잡힙니다.
기장을 맡긴 사무실 직원의 세금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체납 독촉장이나 압류 예고를 받고 사무실 직원의 횡령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주가 사무실에 보낸 이체 내역과 기장(세무대리) 계약서를 통해 매달 세금 납부용으로 지급한 금액과 시기를 정리합니다.
홈택스에서 실제 신고·납부 내역과 체납·가산세 부과 내역을 직접 조회해 미납된 세목과 기간, 금액을 확정합니다.
사무실 계좌에서 직원 개인 계좌나 개인 용도로 흘러간 정황(급여 이체와 구분되는 별도 송금, 현금 인출 시점 등)을 정리해 고소장에 첨부할 증거로 준비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함께, 이미 낸 세금 납부액에 대한 민사상 반환청구, 그리고 뒤늦게 부과된 가산세에 대한 국세기본법상 감면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한다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마치며
기장을 맡긴 사무실에서 세금 납부액이 빼돌려진 사실은 대부분 세무서의 체납 통지서를 받고 나서야 드러납니다. “그래도 몇 년째 맡겨온 사무실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에는 통지서 자체를 착오로 여기고 넘어가다가,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을 뜯긴 사업주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실제 지급 내역과 국세청 체납 내역을 대조해 어느 시점부터 얼마가 빠져나갔는지부터 확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갑작스럽게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직원이나 세무사 사무실 입장에서도, 사업주의 명시적 지시나 정산 절차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무작정 억울함만 호소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세금 납부를 위탁받은 자금을 둘러싼 횡령 사건에서, 자금을 관리하다 의심을 받는 쪽과 반대로 세금을 뜯긴 사업주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형사·민사·세무 세 갈래의 결론이 함께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체납 통지서 한 장으로 상황을 넘겨짚기보다, 지금 자료를 확보해 정확한 그림부터 그려야 할 때입니다. 그 시작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장료를 낸 것과 세금 납부액을 맡긴 것, 법적으로 다른가요?
A. 네, 다릅니다. 기장료는 사무실이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로 사무실 소유가 되지만, 세금 납부용으로 건넨 돈은 정해진 용도로만 쓸 수 있는 위탁금이라 직원이 이를 다른 데 쓰면 횡령이 성립합니다.
Q. 세무사는 몰랐다고 하는데, 세무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직원이 기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민법상 사용자책임에 따라 세무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선임·감독을 게을리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직원이 나중에 밀린 세금을 전부 납부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변상하려는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완납·합의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이미 가산세까지 냈는데, 그 부분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직원의 계획적인 횡령 때문에 기한을 지킬 수 없었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국세기본법상 가산세 감면을 위한 정당한 사유로 주장해볼 수 있고, 별도로 직원과 세무사를 상대로 가산세 상당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빼돌린 금액이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매달 소액이라도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소송도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 과정에서 확보되는 계좌 추적 자료가 민사상 부당이득·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진행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체납 통지서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찾아가야 하나요?
A. 통지서를 받은 즉시가 가장 좋습니다. 자료가 남아 있을 때 이체 내역과 홈택스 납부 내역을 빨리 대조해야 하고, 이득액 규모에 따라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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