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인허가나 사업 청탁 과정에서 “이 돈을 담당 공무원에게 좀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돈을 맡았다가, 사정이 바뀌어 전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써버렸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 상당수는 “어차피 떳떳한 돈도 아니었으니 돌려달라고 못할 것이다”, “전달을 안 했으니 나중에 문제되면 그냥 돌려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손을 댑니다. 그런데 막상 돈을 건넨 사람이 “왜 전달하지 않고 네가 써버렸느냐”며 횡령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서면, 당황한 나머지 “원래 뇌물로 쓰라고 준 돈 아니었느냐”는 항변만 준비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뇌물 등 불법한 목적으로 교부된 금전의 법적 성격에 대해 그 돈의 소유권이 이미 건넨 사람이 아니라 받은 사람에게 귀속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형사책임 전체가 사라진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뇌물 전달 명목으로 받은 돈을 임의로 쓴 경우 어떤 죄가 문제되고, 어떤 경우에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뇌물로 쓰일 돈임을 알고 받으면 전달 여부와 무관하게 그 순간 범죄가 완성됩니다
중간에서 돈만 맡아 전달하려 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법조문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133조는 뇌물을 약속·공여하거나 공여 의사를 표시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면서, 제2항에서 “제1항의 행위에 제공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금품을 교부한 자 또는 그 사정을 알면서 금품을 교부받은 제3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돈은 공무원에게 전달할 뇌물이다”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 돈을 건네받았다면, 실제로 공무원에게 전달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받는 그 순간 이미 뇌물공여죄가 완성됩니다. 실무에서는 “나는 심부름만 했을 뿐 뇌물을 준 게 아니다”라는 항변이 자주 나오지만, 법조문은 이런 중간 전달자를 정확히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그 돈이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됐다면 공무원에게는 별도로 수뢰죄(형법 제129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성립하고,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중간에서 받은 사람의 형사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실제로 전달했든 안 했든, 뇌물로 쓰일 돈임을 알고 받는 순간 형사책임은 이미 시작됩니다.
2. 그 돈을 개인적으로 써버렸다고 해서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돈의 소유권이 이미 받은 사람에게 넘어가 있어, 횡령죄가 전제하는 ‘타인의 재물’이 아니게 됩니다.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하려면 그 재물이 여전히 법률상 타인의 소유여야 합니다. 그런데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경우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급여한 사람이 원인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결국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은 급여받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는 데 있습니다.
대법원은 뇌물공여 또는 배임증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전달해달라며 교부받은 돈에 대해 정확히 이 법리를 적용해 왔습니다.
갑이 을로부터 제3자에 대한 뇌물공여 또는 배임증재의 목적으로 전달하여 달라고 교부받은 금전은 불법원인급여물에 해당하여 그 소유권은 갑에게 귀속되는 것으로서, 갑이 위 금전을 제3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
즉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썼다”는 사실 자체는, 그 시점에 이미 형법상 ‘타인의 재물’이 아니게 된 돈을 쓴 것이어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뇌물 전달용으로 받은 돈은 법적으로 이미 받은 사람의 것이 되어 있어, 이를 쓰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3. 다만 처음부터 전달할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별도로 문제됩니다
횡령이 아니라는 결론과, 애초에 속여서 돈을 받았는지는 완전히 다른 심사입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성립 여부는 돈을 교부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차용금 편취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돈을 받을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 태도를 바꾸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뇌물 전달 명목의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받을 당시부터 실제로 전달할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으면서도 “전달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았다면, 횡령죄와는 별개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공무원과 연결해줄 수 있다”는 취지로 청탁·알선을 자처하며 돈을 받은 경우라면 사기죄와 함께 변호사법 위반(제111조 제1항,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병과도 가능)까지 함께 문제됩니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고 기망하고 이에 속은 상대방으로부터 금품을 교부받은 경우, 사기죄와 변호사법 위반죄가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도8704 판결).
결국 “왜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상대방의 추궁에 “원래 뇌물로 준 돈이라 횡령이 아니다”라고만 답하는 것은 절반의 방어에 불과합니다. 받을 당시의 의사와 능력이 밝혀지는 순간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별도의 국면이 열립니다.
횡령이 아니라는 것과, 처음부터 속여서 돈을 받았는지는 전혀 다른 심사 기준을 따릅니다.
4. 실제로 적용되는 죄명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형량 구간이 뛰어오릅니다.
뇌물공여죄(형법 제133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변호사법 위반(제111조 제1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인 반면,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 자체가 훨씬 무겁습니다.
하나의 행위에서 뇌물공여·변호사법 위반·사기가 동시에 문제되면 형법 제40조에 따른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어, 가장 무거운 죄, 대개는 사기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사기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되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받은 돈이라도 하나의 범의 아래 이루어졌다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뇌물 전달 관련 사건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후 조사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인지수사 개시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하거나 뇌물공여 액수가 크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뇌물 전달을 둘러싼 분쟁이 불거졌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건넨 사람이 애초에 그 돈의 용도(뇌물 전달)를 어떻게 알렸는지 문자·통화 기록·대화 내용부터 정리합니다.
실제로 공무원에게 전달이 이루어졌는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경위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돈을 받을 당시 실제로 전달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정황 자료를 모읍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뇌물·횡령·사기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실제로 어떤 죄명이 문제될 가능성이 높은지와 그에 맞는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뇌물 전달을 부탁받았다가 문제가 커진 분들은 “원래 떳떳한 돈도 아니었는데 신고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건넨 쪽 입장에서는 전달되지 않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자신도 뇌물공여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까지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돈을 받아 쓴 쪽 입장에서도 횡령은 아니라는 판례를 알게 되더라도, 처음부터 전달할 생각이 있었는지에 따라 사기·뇌물공여·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갈리는 만큼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저는 뇌물 전달과 관련된 자금 분쟁에서 돈을 건넨 쪽과 받아 쓴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뇌물로 전달해달라고 받은 돈을 다 써버렸는데 횡령으로 고소당했습니다. 무죄가 되나요?
A. 대법원은 뇌물공여 목적으로 교부받은 돈은 불법원인급여물로서 소유권이 이미 받은 사람에게 귀속된다고 보아 횡령죄를 부정합니다. 다만 애초에 전달할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어 무죄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Q. 돈을 준 사람이 나중에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하나요?
A. 법적으로는 돌려줄 의무가 없습니다. 민법 제746조에 따라 불법원인급여는 반환청구가 인정되지 않아, 준 사람도 민사로 되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Q. 실제로 공무원에게 돈이 전달되지 않았어도 뇌물공여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33조 제2항은 뇌물에 제공할 목적으로 교부된 돈임을 알면서 받은 제3자도 뇌물공여와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해, 실제 전달 여부와 무관하게 받는 순간 범죄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Q.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돈을 받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받을 때부터 전달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받은 뒤 마음이 바뀐 것이라면 형사상 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Q. 액수가 크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그렇습니다. 사기죄로 의율되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크게 가중되고, 뇌물공여·변호사법 위반이 함께 문제되면 상상적 경합으로 가장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됩니다.
Q. 돈을 건넨 사람도 처벌받나요?
A. 그렇습니다. 공무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돈을 교부한 사람은 형법 제133조에 따라 뇌물공여죄로 처벌될 수 있어, 실제 전달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Q.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뇌물공여·사기·변호사법 위반이 동시에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 초기 진술 방향에 따라 죄명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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