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코인(가상자산) 투자가 늘면서, 급락장이나 세금·상속 문제를 이유로 지인에게 코인 지갑이나 거래소 계정을 잠시 맡기거나, 대신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친한 사이니까 잠깐 맡아둔 거다”, “오르면 나눠 갖기로 했으니 마음대로 팔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지인에게 코인을 이체해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인이 시세가 오르자 연락 없이 코인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손실을 이유로 “이미 다 써버렸다”고 하면, 막상 “횡령이니 신고하겠다”고 나서도 정확히 어떤 죄로 처벌해야 하는지부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가상자산이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정보라는 점에서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코인을 임의로 처분한 지인에게 곧바로 횡령죄를 적용할 수 없고, 배임죄의 성립 요건을 별도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래에서는 지인에게 맡긴 코인을 임의로 처분했을 때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신고 전에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지인에게 맡긴 코인도 위탁자의 재산이지 보관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지갑을 맡기거나 매도를 부탁한 순간, 지인은 위탁받은 재산을 관리하는 지위에 놓입니다.
코인 투자를 하다 보면 세금 문제, 상속·이혼 등 재산분할 이슈, 혹은 단순히 “변동성 장세에서 대신 봐 달라”는 이유로 지인에게 코인을 이체해 지갑에 보관하게 하거나, 특정 가격에 팔아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코인이 넘어간 경우, 그 코인은 받은 지인의 것이 아니라 원래 주인, 즉 위탁자의 재산입니다. 지인은 부탁받은 목적—단순 보관이든 지정가 매도든—의 범위 안에서만 코인을 관리할 권한을 가질 뿐, 그 범위를 벗어나 임의로 팔거나 자신의 생활비·투자금으로 돌려 쓸 권한은 없습니다.
문제는 코인이 계좌이체나 실물자산과 달리 거래소 앱 몇 번의 클릭만으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탁자가 눈치채기 전에 이미 매도·출금이 끝나 있는 경우가 많고, 시세가 급락한 뒤에야 “원금이라도 돌려달라”는 요구가 시작되면서 분쟁이 불거집니다.
지인에게 맡긴 코인은 지인의 재산이 아니라 위탁자의 재산이며, 부탁받은 목적 범위를 벗어난 처분은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2. 코인은 횡령죄의 재물이 아니라 배임죄가 문제되는 재산상 이익입니다
유체물이 아닌 가상자산은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으로 분류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물’은 동산·부동산 같은 유체물, 그리고 전기처럼 물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코인은 자연물리계에서 질량이나 공간을 차지하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정보입니다. 이 때문에 지인이 맡긴 코인을 임의로 팔았다고 해서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흐름입니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즉 대법원은 코인을 형법 제355조 제1항의 ‘재물’이 아니라, 같은 조 제2항이 규율하는 ‘재산상 이익’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손해를 가한 때에도 횡령과 같은 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인이 맡긴 코인을 임의로 처분한 사건은 횡령이 아니라 배임죄의 틀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코인은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므로, 임의 처분 사건은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로 접근해야 합니다.
3. 착오로 들어온 코인과 달리 부탁받아 맡은 코인은 신임관계가 뚜렷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맡아달라고 부탁한 이상, 지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지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자의 재산을 보존·관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피고인이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비트코인을 자기 계정으로 이체받은, 이른바 착오 이체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배임죄도 부정했습니다. 원인관계 없이 우연히 코인이 들어온 것만으로는 신임관계가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지인에게 “대신 갖고 있어 달라”, “이 가격에 팔아 달라”고 명시적으로 부탁하고 코인을 넘긴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이때는 위탁자와 지인 사이에 코인을 특정 목적으로 보존·관리해 달라는 명확한 신임관계가 존재하므로, 지인이 그 임무를 위배해 코인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연히 들어온 코인과 달리, 명시적으로 부탁받아 맡은 코인은 신임관계가 분명해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큽니다.
4. 임의로 처분한 이득액이 커질수록 처벌 수위도 함께 높아집니다
코인 가격 변동성 때문에 이득액을 언제 기준으로 산정하느냐가 처벌 구간을 가릅니다.
배임죄의 기본 법정형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만약 지인이 자산관리를 업으로 삼아 코인을 위탁받아 운용하던 사이였다면,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한 것이므로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같은 법 제3조는 형법 제355조(횡령·배임)의 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재물뿐 아니라 재산상 이익도 대상으로 삼고 있어, 코인 임의 처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코인은 시세 변동이 크기 때문에, 이득액을 지인이 코인을 실제로 매도·처분한 시점의 시가로 환산해 산정하는지가 처벌 구간을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맡길 당시보다 급등한 뒤 처분했다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고, 반대로 급락한 뒤 처분했다면 이득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블록체인 거래내역 확보가 사건의 성패를 가릅니다
지갑 주소와 트랜잭션 기록을 먼저 확보해야 배임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코인 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인이 코인을 임의로 처분했다고 의심된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인에게 코인을 맡긴 경위와 조건(단순 보관인지, 특정 가격 이상에서만 매도하기로 했는지)을 보여주는 카카오톡·문자 등 대화 기록을 확보합니다.
코인을 이체한 전자지갑 주소, 거래소 계정의 입출금 내역, 그리고 가능하다면 블록체인 상의 트랜잭션 기록(TxID)까지 확보해 이동 경로를 정리합니다.
지인이 실제로 코인을 처분한 시점의 거래소 시세 자료를 확보해, 이득액과 손해액을 시가 기준으로 산정할 근거를 마련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배임죄 고소와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인에게 코인을 맡긴 문제는 “그래도 믿고 맡긴 사이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인을 맡긴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맡긴 경위와 조건을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화 기록, 지갑 이체 내역, 거래소 시세 자료가 쌓일수록 배임죄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코인을 처분해 의심받는 지인 입장에서도 “친한 사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조건으로 맡았는지, 처분에 대한 동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신임관계 분쟁에서 코인을 맡긴 쪽과 처분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인에게 “대신 팔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지인이 제 허락 없이 팔아버렸습니다. 횡령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코인은 형법상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으로 분류되어 전형적인 횡령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인이 위탁받은 임무를 위배해 코인을 처분한 것이므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Q. 코인은 재물이 아니라던데, 그럼 아예 처벌이 안 되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배임 행위도 횡령과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코인 임의 처분도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지인이 “동의를 받고 팔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동의 여부는 핵심 쟁점입니다. 맡긴 조건을 뒷받침할 대화 기록·문자가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코인을 맡길 때의 대화 내용을 최대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Q. 지인이 나중에 원금만큼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처분 시점에 이미 임무위배 행위가 완성되므로 사후 반환만으로 배임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환·합의 여부는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배임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코인 시세 변동을 고려해 처분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이득액을 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배임죄 고소와 별도로 민사소송도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 과정에서 확보되는 지갑 이체 내역과 진술 자료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도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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