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 마켓·SNS를 통한 위탁판매 거래가 늘면서, 물건을 맡겨 판매가 이루어졌는데도 셀러가 대금 정산을 미루거나 아예 지급을 거부해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위탁자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 없이 “셀러니까 알아서 정산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맡겼다가, 막상 판매가 끝난 뒤 셀러로부터 “매출 들어오는 대로 순서대로 챙겨드리겠다”, “지금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해서 듣는 경우였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기다리다 연락이 끊기고 나서야 형사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위탁판매 대금의 법적 성격을 두고 위탁매매인이 판매대금을 임의로 사용·소비하면 원칙적으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셀러가 개인 자격으로 물건을 맡았든, 사업 형태로 위탁판매를 대행했든 이 법리에서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위탁판매 대금을 정산해주지 않는 셀러에게 어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피해를 입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위탁판매 대금은 셀러의 돈이 아니라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판매가 이루어지는 순간, 대금은 곧바로 위탁자의 소유가 됩니다.
위탁판매란 위탁자가 물건의 판매를 맡기고, 실제 매매는 수탁자인 셀러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거래방식입니다. 상법 제101조가 정하는 정식 위탁매매업자뿐 아니라, 요즘은 SNS·중고거래 플랫폼·공동구매·재고 처분 등에서 “물건을 맡기면 대신 팔아주겠다”는 형태의 개인 간 위탁판매도 흔하게 이루어집니다.
대법원은 “위탁매매에 있어서 위탁품의 소유권은 위임자에게 있고 그 판매대금은 이를 수령함과 동시에 위탁자에게 귀속한다”는 법리를 오래전부터 확립해왔습니다. 즉 셀러가 물건을 팔아 돈을 받는 순간, 그 돈은 셀러 개인의 매출이 아니라 위탁자의 재산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셀러들이 판매대금을 자신의 다른 사업 운영비나 생활비로 먼저 쓰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지위에서 벗어난 처분이며, 위탁자가 정산을 요구하는 시점에 문제가 드러납니다.
위탁판매 대금은 판매가 이루어지는 즉시 셀러가 아니라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2. 정산을 미루거나 거부하면 원칙적으로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매출 들어오면 챙겨줄게요”라는 말은 이미 성립한 형사책임을 지워주지 못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셀러가 반복적·계속적으로 위탁판매를 업으로 해온 경우라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실무에서 셀러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항변은 “정산이 늦어졌을 뿐 안 주겠다는 게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지점에서 판매대금의 법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못박고 있습니다.
위탁매매에 있어서 위탁품의 소유권은 위임자에게 있고 그 판매대금은 이를 수령함과 동시에 위탁자에게 귀속한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매매인이 위탁품이나 그 판매대금을 임의로 사용·소비한 때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6191 판결).
다만 정산 지연이 곧바로 횡령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탁판매인과 위탁자 사이에 판매대금에서 비용이나 수수료를 공제한 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등 대금 처분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면, 그 정산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판매대금을 소비하거나 인도를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813 판결). 즉 수수료·비용 공제 약정이 있었는지, 그 정산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정산은 나중에 해주겠다”는 말은, 판매대금을 받은 순간 이미 발생한 보관자로서의 책임을 지워주지 못합니다.
3. 처음부터 정산해줄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탁을 맡기 전부터 정산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횡령을 넘어 사기가 됩니다.
횡령죄는 일단 적법하게 물건을 맡은 뒤 그 처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셀러가 위탁판매를 맡을 당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해줄 의사나 능력 없이 물건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편취 범의의 존부를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편취의 범의의 존부는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위탁판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정산이 늦어진 것을 넘어, 위탁판매 계약 당시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부채가 있었거나 동일한 수법으로 여러 위탁자에게 물건을 받고 정산을 미룬 정황이 확인된다면 처음부터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될 여지가 커집니다. 특히 다수의 위탁자로부터 물건을 받은 뒤 정산을 미루다 잠적하는 “위탁판매 대행업체” 사건에서는 횡령과 사기가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고,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단순 횡령보다 형이 훨씬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정산할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던 정황이 확인된다면, 횡령을 넘어 형이 훨씬 무거운 사기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4. 미정산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여러 건이 쌓여 포괄일죄로 합산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정산 대금의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앞서 본 형법상 횡령·사기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지만,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위탁판매 미정산은 한 번에 큰 금액이 걸리기보다, 여러 위탁자·여러 건의 판매대금이 정산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며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일한 범의 아래 반복된 행위로 인정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처벌 수위가 정해질 수 있어, 소액이라도 여러 건이 누적되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반환·합의 여부, 정산이 지연된 경위, 초범인지 여부 등은 횡령·사기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위탁 내역과 정산 근거부터 정리해야 사건의 방향이 잡힙니다.
위탁판매 미정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미정산 금액이 특경법 구간이거나 다수 피해자가 확인되는 경우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셀러의 정산 거부를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탁판매 계약서나 문자·메신저 대화로 위탁 물품 내역, 판매가, 정산 조건(정산 시기·수수료율)이 남아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실제 판매가 이루어졌는지, 판매 플랫폼의 정산내역이나 셀러 계좌 입금내역으로 대금 수령 여부와 시점을 확인합니다.
셀러가 다른 위탁자에게도 동일하게 정산을 미루거나 연락을 끊었는지 등 반복 정황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탁판매 대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위탁판매는 계약서 없이 구두나 SNS 메시지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정산이 안 되기 시작해도 “그래도 좀 더 기다려보면”이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금을 받지 못한 위탁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위탁 물품 내역과 판매 증빙, 정산 조건을 어떤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화 기록과 정산 요구 내역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매출 회전이 꼬여 정산이 늦어진 셀러 입장에서도, 정산 의사와 능력을 소명할 자료 없이 “곧 준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횡령이나 사기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실제 자금 흐름과 정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위탁판매 대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위탁자와 정산 문제로 형사 고소를 당한 셀러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자료 정리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탁판매 계약서를 안 썼는데도 횡령이 되나요?
A. 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물건이나 판매대금을 맡긴 사실과 판매 경위가 문자·대화 등으로 확인되면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절차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
Q. 셀러가 “정산은 매출 순서대로 해준다”고 미리 말했는데도 문제되나요?
A.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금 처분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있었다면 정산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곧바로 횡령이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약속한 정산 조건을 넘겨 장기간 지급을 거부하면 횡령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 셀러가 이미 다 써버려서 갚을 돈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처벌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판매대금을 임의로 소비한 시점에 이미 횡령죄가 성립하며, 이후 변제 능력이 없다는 사정은 양형에서만 참작됩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미정산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건이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소송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를 통해 확보되는 수사 자료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하는 것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셀러가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인 경우에도 처벌 수위가 같나요?
A. 반복적·계속적으로 위탁판매를 업으로 해온 경우에는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이 적용돼 형이 더 무거워지고, 일회성 위탁이라면 단순횡령(형법 제355조)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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