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헬스장, 필라테스, 스터디카페처럼 회원권을 판매하고 일정 금액을 보증금 명목으로 받는 업종에서,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 보증금을 운영자금으로 다 써버려 회원들이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사업주분들 상당수가 “회원들 보증금은 계약 끝나면 돌려주면 되는 돈이니, 지금 급한 대로 운영비로 써도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회원들의 보증금을 매장 임차료나 직원 급여, 다른 사업 투자금으로 돌려쓰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기간이 끝나 회원이 반환을 요구하면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오고, 사업주는 “그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민사 문제일 뿐”이라며 버티는 경우가 많아 회원들은 “이거 명백히 횡령 아니냐”며 고소를 준비하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금전을 받은 사람에게 그 소유권이 넘어가는 통상의 계약관계와, 특정 목적을 위해 맡아둔 재물을 보관하는 관계를 뚜렷이 구분해 왔습니다. 보증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사업주가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 없이 돈을 받았다면 횡령이 아니라 사기 문제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회원권 보증금을 사업주가 소비했을 때 어떤 경우에 횡령이 되고 어떤 경우에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운지, 그리고 사기로 의율되는 경계는 어디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증금을 받은 사업주는 그 돈의 소유자가 되어, 소비 자체만으로는 횡령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금전은 특정물이 아닌 대체물이어서, 통상의 계약관계에서는 소유권도 함께 넘어갑니다.
형법 제355조가 정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문제된 재물이 ‘타인의’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금전은 부동산이나 물건과 달리 특정성이 없는 대체물이어서, 이를 주고받는 거래에서는 점유가 넘어감과 동시에 소유권도 함께 이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회원권 계약에서 사업주가 받는 보증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반환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더라도, 이는 사업주가 그 금전을 소유하되 나중에 동액 상당을 돌려줄 채무를 부담한다는 의미일 뿐, 그 금전 자체를 회원의 소유로 그대로 보관해 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유사한 구조의 사건에서 이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도 임대인에게 양도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직접 보증금을 반환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채권양도인이 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전의 소유권은 양도인에게 귀속되고, 양도인이 양수인을 위하여 이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는 회원권 보증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업주가 회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운영자금이나 다른 용도로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형법상 횡령죄의 객체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지더라도, 이는 통상 계약상 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다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증금을 받은 사업주가 이를 운영자금으로 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원칙적으로 형사상 횡령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2. 다만 보증금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정해져 있었거나,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빼돌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위탁의 취지가 ‘그대로 맡아두라’는 것이었다면, 소비 자체가 임무 위배가 됩니다.
앞서 본 원칙에는 분명한 예외가 있습니다. 계약이나 약관, 관련 법령에서 보증금을 사업주의 일반 운영자금과 섞지 않고 별도 계좌에 예치·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소비대차성 금전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해 맡아둔 재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골프장·콘도 등 회원제 체육시설의 예탁금에 관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반환 절차와 영업양도·폐업 시 회원 권리의 승계(제27조)까지 규정해 둔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이런 특정 목적 위탁의 취지를 어기고 다른 용도로 써버렸다면, 통상의 채권채무관계와 달리 위탁의 취지에 반하는 임무위배로서 횡령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지점은 사업 형태입니다.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주식회사 명의로 운영되는 시설이라면, 회원 보증금은 이미 법인의 부채(선수금·예수금)로 계상되어 법인 자산의 일부를 구성합니다. 이 경우 대표이사 등이 그 자금을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빼돌렸다면, 이는 ‘회원에 대한 반환채무 불이행’ 차원이 아니라 ‘법인 재산을 보관하는 대표자의 임무위배’ 차원에서 별도로 문제 됩니다. 실무에서는 대표자가 인출한 자금의 사용처에 관해 합리적인 설명이나 증빙을 내놓지 못하면, 법원이 불법영득의사를 사실상 추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보증금이라는 이름만으로 횡령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①그 돈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한 위탁의 취지가 있었는지, ②법인 자금으로 계상된 돈을 대표자가 사적으로 유용했는지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보증금을 별도 관리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거나, 법인 자금을 대표자가 사적으로 빼돌렸다면 업무상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 없이 보증금을 받았다면, 횡령이 아니라 사기가 문제됩니다
계약체결 당시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회원권 보증금 사건에서 실제로 더 자주 문제 되는 죄명은 횡령이 아니라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입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이는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처분행위, 그리고 처음부터 재물을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 없이 받으려 한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른바 차용사기 사건에서 편취의 범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변제(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 사정이 나빠져 갚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원칙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고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반대로 계약 당시 이미 반환 능력이 사실상 없었거나 곧 없어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보증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실제로 세무서에 폐업신고까지 마친 상태에서도 회원권을 계속 판매한 사업주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은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미 폐업을 신고해 사실상 환불 능력이 없어진 상태를 숨긴 채 신규 회원을 모집하거나 기존 회원권을 중고 거래로 넘긴 정황이 있다면, 계약체결 시점의 편취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사정이 됩니다.
계약 당시부터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 정상 운영 중 사정이 나빠져 못 갚게 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민사 채무불이행입니다.
4. 사기냐 횡령이냐, 피해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다수 회원의 보증금이 합산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기죄로 의율되면 형법 제347조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예외적인 사정으로 업무상횡령이 문제된다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회원권 사업의 특성상 피해자가 한두 명에 그치지 않고 수십~수백 명에 이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편취하거나 유용한 금액은 개별 회원별로 나누어 보지 않고 합산되어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피해 회원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폐업·잠적 등으로 반환 가능성이 낮아 보일수록 구속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다만 초범 여부, 피해회복(공탁·합의) 정도는 성립 여부가 아니라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회원권 보증금 미반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사업장이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다수 회원의 피해액이 합산되어 특경법 구간에 이른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업주의 보증금 소비를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원권 계약서·약관·이용규칙에 보증금 반환 조건과 별도 관리(예치)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사업자의 폐업신고 여부, 사업자등록 상태, 압류·가압류 등 재산 상태를 확인해 계약 당시 반환 능력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자료를 모읍니다.
보증금 입금 내역과 사업 계좌의 거래내역을 대조해, 회원들의 보증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자금 흐름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회원권 보증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회원권 보증금 문제는 “설마 사업자가 그 돈을 다 써버렸겠나”라는 생각과, “그래도 계속 다니던 곳인데”라는 미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회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계약서와 입금 내역, 사업자의 폐업·재산 상태 등 반환 의사·능력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운영난 속에서 보증금을 미처 돌려주지 못한 사업주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줄 자료(정상적인 매출·지출 내역, 반환 노력 등)를 갖추었는지에 따라 사기 혐의를 벗을 수 있는지가 크게 갈립니다.
저는 회원권 보증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회원 쪽과, 반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조사받는 사업주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계약 구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보증금은 반환한다”고만 적혀 있고 별도 관리 의무가 없는데도 사업주가 다 써버렸습니다. 횡령 아닌가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별도 보관 의무가 없는 통상의 보증금은 사업주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어, 소비 자체만으로는 횡령이 성립하지 않고 민사상 반환청구의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계약 당시부터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사업주가 폐업신고를 했는데도 계속 회원권을 팔았습니다. 이것도 문제되나요?
A.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실상 환불 능력이 없어진 상태를 숨기고 신규 회원을 모집했다면, 계약체결 당시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유력한 사정이 되어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큽니다.
Q.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인데, 대표이사가 보증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면요?
A. 이 경우는 앞서 본 원칙과 달리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법인 자산으로 계상된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면, 법인 재산을 보관하는 자의 임무위배로 업무상횡령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보증금을 못 받은 회원이 여러 명인데, 각자 고소해야 하나요 같이 해야 하나요?
A. 각자 고소해도 되지만, 피해자들이 자료를 모아 공동으로 고소하면 편취·유용 금액이 합산되어 사안의 중대성이 명확해지고, 특경법 적용 여부 판단에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보증금 반환청구나 지급명령을 진행할 수 있고,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자료(계좌내역, 진술 등)가 민사 소송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변호사 선임은 언제가 좋을까요?
A. 조사를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기·횡령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인 반환 의사·능력, 자금 사용처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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