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발주한 정보화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애초 제안요청서에 없던 기능 추가나 인터페이스 변경을 발주기관이 요구해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과업내용 변경이 발생해도 계약금액과 사업기간은 그대로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이런 상황을 위해 소프트웨어사업자가 발주기관에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업심의위원회가 어떤 절차로 열리고, 계약금액·기간 조정을 실제로 받아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공 SW사업 과업변경이 계약분쟁으로 번지는 이유
공공 정보화사업은 통상 발주기관이 작성한 제안요청서(RFP)와 사업자의 제안서를 바탕으로 총액이 확정된 정액계약 형태로 체결됩니다. 그런데 사업이 착수되면 요구사항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혹은 관련 법령·정책이 바뀌거나 연동해야 하는 상위 시스템의 사양이 변경되면서 당초 계약 범위를 넘어서는 과업이 추가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집니다. 발주기관 담당자가 "협조 차원에서 조금만 더 해달라"는 식으로 구두로 요청하고, 사업자도 관계 유지를 위해 이를 수용했다가 준공 시점에 정산 근거가 없어 손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계약금액 조정 체계가 원래 공사·물품 계약을 전제로 짜여 있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법 제19조는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의 계약내용 변경이 있을 때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정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요구사항이라는 무형의 대상이 변경되는 상황을 세밀하게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국가계약법 체계와 별도로, 소프트웨어사업의 과업내용 확정·변경과 그에 따른 계약금액·계약기간 조정을 전담 심의기구인 과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규정해 두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위원회 심의가 단순한 자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발주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심의결과를 계약에 반영해야 할 의무를 지고, 사업자에게는 이 절차의 개최를 먼저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아래에서 그 근거 조문과 실제 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공사·물품 계약을 전제로 한 국가계약법의 설계변경 체계와 별도로, SW사업의 과업내용 확정·변경과 그에 따른 계약금액·기간 조정을 과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규정한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0조 — 과업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것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0조 제1항은 국가기관등의 장이 과업심의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정하면서, 그 심의사항을 두 가지로 명시합니다. 하나는 과업내용의 확정이고, 다른 하나는 과업내용 변경의 확정 및 이에 따른 계약금액·계약기간 조정입니다. 즉 과업이 처음 어떻게 확정됐는지뿐 아니라, 그 이후 범위가 바뀌었을 때 돈과 기간을 어떻게 조정할지까지 이 위원회가 다루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발주기관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심의결과를 계약 등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웁니다. 위원회를 열어놓고 결과를 무시할 수 없도록 못박은 것입니다. 그리고 제3항은 사업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조항입니다. 발주기관과 소프트웨어사업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는 과업내용 변경으로 계약내용 변경이 필요한 경우 발주기관에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고, 발주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 요청을 수용해야 합니다. 위원회 개최 여부가 발주기관의 자유로운 재량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무엇이 '특별한 사정'인지는 법 조문에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사업자가 요청 단계부터 변경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 예컨대 요구사항정의서 대비 실제 범위의 차이, 발주기관의 지시 이메일이나 회의록 등을 갖춰서 요청해야 거부 사유를 좁힐 수 있습니다. 준비가 부실한 요청은 반려나 지연의 빌미를 주기 쉽습니다.
개최 요청 절차 — 시행령 제47조가 정한 기한
소프트웨어 진흥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은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대상을 더 구체화합니다.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 재평가 결과를 포함한 과업내용, 과업내용 변경, 그리고 그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계약기간의 조정이 있는 경우 해당 내용까지가 심의 대상입니다.
절차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업자가 서면으로 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면, 발주기관은 그 요청을 수용할 경우 지체 없이 위원회 위원장에게 회의 개최를 통보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이어 발주기관은 요청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심의·의결 결과와 조치계획을 사업자에게 통보해야 합니다(제5항 본문). 다만 과업내용 변경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추가로 조사해야 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사업자와 협의해 한 차례에 한정해 14일 이내의 범위에서 통보기한을 연기할 수 있습니다(제5항 단서). 즉 원칙적으로는 14일, 늦어져도 협의를 거쳐 최대 28일 안팎이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시행령 제47조 제6항은 발주기관이 소프트웨어사업 입찰공고를 할 때부터 사업자가 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절차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업 착수 전 입찰공고문이나 계약서에 이 절차가 실제로 적혀 있는지 미리 확인해두면, 막상 과업변경이 생겼을 때 절차를 몰라 시기를 놓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요청서에 담을 자료 — 당초 과업내용서·요구사항정의서 대비 변경된 범위를 정리한 대비표
변경을 지시한 발주기관 측 근거 — 공문, 이메일, 회의록 등 서면 기록
예상 추가 공수(맨먼스) 산정 근거 및 관련 인력의 투입 계획
요청 시점 — 과업내용 변경이 확인된 직후, 가급적 실제 작업 착수 전에 제출
위원회가 '과업내용 변경'으로 인정하는 기준
위원회는 사업자가 단순히 업무가 힘들어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사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당초 제안요청서·과업내용서와 비교했을 때 실제로 과업 범위가 늘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발주기관의 요구나 관련 법령·정책의 개정, 연동 대상 시스템의 사양 변경처럼 사업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에서 비롯됐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 제3항 제3호가 공사계약에서 "정부에서 설계변경을 요구한 경우"에는 계약상대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단가를 정하도록 한 취지와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이 조항 자체는 공사계약을 대상으로 하고, 용역인 소프트웨어사업에는 같은 시행령 제66조가 정한 기타 계약내용 변경 조정 방식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근거 조문이 다릅니다.
반대로 위원회가 변경으로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초 제안서나 과업내용서에 이미 포함돼 있던 기능을 사업자가 뒤늦게 새로운 과업인 것처럼 요청하거나, 사업자 측 설계·구현 오류를 바로잡는 성격의 작업을 변경으로 포장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요청에 앞서 최초 과업내용서와 제안요청서의 문언을 꼼꼼히 대조해, 실제로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 무엇인지 특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인정되기 쉬운 사유 — 발주기관의 서면 지시에 의한 기능 추가, 관계 법령 개정에 따른 필수 기능 반영, 연동 대상 상위 시스템의 사양 변경
인정되기 어려운 사유 — 최초 제안요청서에 이미 명시된 기능의 뒤늦은 요청, 사업자 측 설계·구현 오류의 보완, 단순 품질 불만에 따른 재작업
계약금액·기간 조정의 실제 기준 — 실비 범위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조정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까지 별도로 정하지 않고, 국가계약법 체계를 함께 적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업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통상 국가계약법 제19조와 그 시행령 제66조가 정한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의 틀 안에서 이뤄집니다. 이 조항은 계약내용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조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추가로 투입되는 인력의 기술등급별 노임단가에 실제 투입 공수(맨먼스)를 곱해 직접비를 산정하고, 여기에 계약서상 정해진 일반관리비율·이윤율을 반영해 최종 조정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쓰입니다. 계약기간 역시 늘어난 과업을 수행하는 데 실제로 필요한 추가 소요기간을 산정해 반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당초 3명이 4개월간 투입하기로 했던 개발 인력에, 상위 시스템 연동 사양 변경으로 2명이 1개월 추가 투입돼야 한다면 그 2명 몫의 노임단가와 기간을 근거로 조정 규모를 계산하는 식입니다.
다만 '실비 범위'라는 기준은 사업자가 실제로 지출하거나 투입한 근거를 갖추지 못하면 위원회 단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투입 인력 확인서, 개별 인력의 타임시트, 산출내역서 같은 자료를 과업변경이 발생한 시점부터 곧바로 기록해두는 습관이 실제 조정 국면에서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업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6조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므로, 투입 인력과 공수를 뒷받침하는 자료 없이는 위원회 단계에서도 조정 폭을 인정받기 어렵다.
위원회 절차에서 불리해지지 않으려면 — 제척·기피와 준비서류
소프트웨어 진흥법 시행령 제46조 제3항은 위원이 안건 당사자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최근 3년 이내에 안건 당사자에 임원·직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거나, 해당 안건에 대해 이미 자문·연구·용역·감정을 한 경우 등을 제척 사유로 규정합니다. 같은 조 제4항은 당사자가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위원에 대해 기피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가 의결로 기피 여부를 결정하도록 정합니다. 발주기관 소속 위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구성이라고 판단되면 이 제척·기피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원회의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집니다(같은 조 제2항). 결국 표결 결과는 사업자가 위원회에 어떤 서면 자료를 제출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발주기관의 지시 근거자료, 요구사항 변경의 시간순 이력, 실제 투입 공수 산정 내역을 미리 정리해 제출하는 쪽이 유리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청이 거부되거나 늦어질 때 — 이후 대응
발주기관이 특별한 사정을 내세워 위원회 개최 요청 자체를 거부하거나, 위원회가 열렸는데도 조정 폭이 사업자가 기대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행정청의 처분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 사이의 협의 절차에서 나온 결론이기 때문에, 곧바로 행정심판이나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 사업자는 계약금액 조정을 둘러싼 다툼을 별도의 절차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 투입한 비용과 정당한 조정금액을 근거로 발주기관을 상대로 용역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대표적이고, 소송에 앞서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재판 외 해결을 먼저 시도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절차로 넘어가더라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축적해 둔 변경 이력과 실비 산정 자료이므로, 초기 대응의 완성도가 최종 결과에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발주기관이 과업심의위원회 개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나요?
A.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0조 제3항은 발주기관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을 수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무엇이 특별한 사정인지 법에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지 않으므로, 변경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춰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면 언제쯤 결과를 알 수 있나요?
A. 시행령 제47조 제5항에 따라 발주기관은 요청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심의·의결 결과와 조치계획을 통보해야 합니다. 사실관계 확인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사업자와 협의해 한 차례, 14일 이내 범위에서 통보기한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Q. 조정받을 수 있는 계약금액은 어떻게 계산되나요?
A. 과업변경에 따른 조정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6조가 정한 실비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추가 투입 인력의 등급별 단가에 실제 투입 공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합니다. 투입 인력 확인서나 타임시트 등 실제 지출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조정 폭을 좌우합니다.
Q. 구두로 추가 작업을 요청받았는데 나중에 조정받을 수 있나요?
A.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위원회는 과업내용서·제안요청서 대비 실제 범위 증가와 그 원인을 확인하므로 구두 지시만으로는 소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메일, 회의록, 공문 등 서면 근거를 그때그때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위원회 위원 구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요?
A. 시행령 제46조는 안건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최근 3년 이내 당사자에 재직한 위원 등을 제척 사유로 규정하고, 당사자가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위원에 대해 기피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발주기관 소속 위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위원회 심의 결과에 불복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심의 결과는 계약 당사자간 협의를 전제로 한 절차이므로 곧바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고, 계약금액을 둘러싼 다툼이 계속되면 용역대금 청구소송이나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신청 등 별도 절차를 검토하게 됩니다.
맺음말
공공 SW사업에서 과업내용 변경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업 진행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변경이 생겼을 때 이를 그때그때 서면으로 남기고 정식 절차를 밟느냐에 따라, 준공 시점에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가 갈린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이 마련한 과업심의위원회는 사업자가 스스로 개최를 요청할 수 있고 발주기관도 특별한 사정 없이는 거부할 수 없는 절차라는 점에서,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제도입니다.
다만 요청서 하나 제출한다고 조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변경의 원인과 실제 투입 근거를 얼마나 촘촘하게 정리해 제출했는지가 위원회 단계는 물론 그 이후 소송이나 조정 절차로 넘어갔을 때까지 결과를 좌우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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