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를 관리하던 대리상이 어느 순간부터 자기 명의의 회사나 지인 명의를 빌려 같은 상품을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본인(위탁자)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쟁 거래를 발견하고도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상법은 대리상이 본인의 허락 없이 동종 영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위반 시 본인이 그 거래로 생긴 이익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개입권까지 별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리상의 경업금지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금지하는지, 위반했을 때 개입권을 어떻게 행사해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권리를 놓치지 않으려면 어떤 기한을 지켜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리상 경업금지의무 — 상법 제89조가 금지하는 것
상법 제87조는 대리상을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업사용인이 아니면서 상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정의합니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상업사용인)과 달리 대리상은 독립된 상인이지만, 특정 본인의 영업을 대리·중개하며 그 영업 정보와 거래처 관계를 깊이 알게 된다는 점에서 상업사용인과 유사한 신뢰관계에 놓입니다. 그래서 상법은 제89조 제1항에서 대리상이 본인의 허락 없이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의 무한책임사원 또는 이사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라는 문구입니다. 대리상이 전혀 다른 업종에서 부업을 하는 것까지 막는 규정이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영위하는 영업과 같은 종류의 상품·용역을 취급하는 거래만을 금지 대상으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조업체의 국내 유통을 대리하는 대리상이, 같은 상품군을 취급하는 별도의 유통 채널을 본인 몰래 운영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같은 거래처에 넘기는 경우가 전형적인 위반 사례입니다. 반대로 대리상이 완전히 무관한 업종에서 개인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 조항이 규율하는 영역 밖입니다.
경업금지의무는 대리상이 본인과 같은 영업부류의 거래를 본인 몰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지, 대리상의 모든 겸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 판단 기준은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하는가'이다.
허락 없는 경쟁 거래로 인정되는 범위 — 자기계산이든 제3자계산이든
조문이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라고 규정한 부분도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입니다. 대리상 본인 명의로 직접 거래를 벌이는 경우뿐 아니라, 배우자나 지인, 별도로 설립한 법인 명의를 빌려 실질적으로 자신이 이익을 취하는 구조까지 전부 위반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명의만 다른 사람 것일 뿐 실제 손익의 귀속 주체가 대리상 자신이라면, 형식적인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평가됩니다.
본인의 '허락'이 있었는지도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대리상 계약서에 겸업이나 유사 거래를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이 있었는지, 개별 거래 건마다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아니면 본인이 사후에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에 따라 위반 성립 여부와 개입권 행사 가능 여부가 달라집니다. 명시적인 서면 허락이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위반이 성립하고, 본인이 뒤늦게 정황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허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리상 자신의 명의·계산으로 한 동종 거래 — 위반 대상.
제3자(가족·지인·별도 법인) 명의를 빌렸지만 손익이 대리상에게 귀속되는 거래 — 위반 대상.
동종영업을 하는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사 취임 — 위반 대상.
본인의 명시적 허락이 있었던 거래, 완전히 다른 업종의 겸업 — 위반 대상 아님.
위반 시 본인이 갖는 두 갈래 권리 — 개입권과 손해배상·해지
대리상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면 본인에게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권리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상법 제89조 제2항은 이 경우 제17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제17조는 회사 직원인 상업사용인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을 때 영업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한 조문인데, 대리상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 준용 규정에 따라 본인은 크게 두 가지 대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른바 개입권입니다. 대리상이 자기 계산으로 거래했다면 본인은 그 거래를 본인의 계산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3자의 계산으로 거래했다면 대리상에게 그로 인한 이득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로, 개입권을 행사하더라도 이 권리 행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즉 본인은 개입권으로 위반 거래에서 생긴 이익을 흡수하는 동시에, 그 위반으로 별도의 손해가 있었다면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어, 두 권리가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개입권 행사와 계약 해지·손해배상 청구는 양립한다 — 이익을 가져오는 것과 손해를 배상받는 것은 별개의 권리이므로 하나를 택했다고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개입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방법 — 자기계산 거래와 제3자계산 거래의 차이
개입권은 소송을 거쳐야만 발생하는 권리가 아니라, 본인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생기는 형성권으로 이해되는 권리입니다. 대리상에게 "그 거래는 본인이 한 것으로 본다" 또는 "그 거래로 얻은 이득을 양도하라"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면, 그 즉시 법률관계가 정리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행사 시점과 내용을 명확히 남기기 위해 내용증명 등 문서로 의사표시를 하고, 필요하다면 그 뒤 이행을 구하는 소송으로 나아가는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행사 효과는 거래의 계산 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리상이 자기 이름과 자기 계산으로 직접 거래한 경우에는, 본인이 개입권을 행사하면 그 거래 자체가 처음부터 본인의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취급됩니다. 즉 그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수익·목적물이 전부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반면 대리상이 제3자(다른 회사나 지인)의 계산으로 거래를 주선한 경우에는 그 거래 자체를 본인 것으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대신 대리상이 그 거래로 실제 취득한 이득(수수료·차익 등)을 본인에게 양도하라고 청구하는 방식으로 권리가 실현됩니다.
여기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대리상이 위반 거래에서 실제로 얻은 이득이지, 본인이 그 거래를 직접 했다면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의 매출액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입권을 행사하려는 본인은 대리상이 그 거래로 얼마의 이익을 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계약서·세금계산서·입출금 내역 등 자료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놓치면 사라지는 권리 — 개입권 행사기간의 함정
개입권은 무기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준용되는 상법 제17조 제4항에 따라 이 권리는 본인이 그 위반 거래를 안 날로부터 2주가 지나거나, 거래가 있은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두 기간 중 어느 하나만 지나도 권리가 사라지는 구조여서, 실질은 매우 짧은 시한부 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중단·정지 같은 시효제도의 유예 장치가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벌어지는 실수는 경쟁 거래 정황을 짐작하고도 확실한 증거를 모으는 데 시간을 쓰다가 2주를 넘겨버리는 경우입니다. 위반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인식한 시점부터 2주 이내에 최소한 개입권을 행사한다는 의사표시만이라도 먼저 해두고, 구체적인 이득액 산정이나 증거 보완은 그 이후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 순서를 잡아야 시한을 넘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2주를 이미 넘겼더라도 별도의 소멸시효 기간 안에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여지가 남습니다.
본인이 위반 거래를 안 날로부터 2주 — 이 시점까지 개입권 행사 의사표시.
거래가 있은 날로부터 1년 — 안 날을 특정하지 못해도 이 기간이 지나면 소멸.
제척기간이므로 시효중단 같은 유예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움.
기간을 넘겼다면 개입권 대신 계약 해지·손해배상 청구로 대응 방향 전환.
개입권을 넘어선 대응 —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
개입권으로 위반 거래의 이득을 가져왔다고 해서 본인이 입은 손해 전부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리상의 경쟁 거래로 인해 기존 거래처가 이탈했거나 영업 신뢰가 훼손된 경우처럼, 이득양도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손해가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17조 제3항이 준용되어, 개입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은 대리상 계약을 해지하거나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대리상 계약이라면 상법 제92조에 따라 2개월 전에 예고하고 해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처럼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진 사정이 있다면 이 예고기간을 두지 않고 즉시 해지할 수 있는 사유로 다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례입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위반 거래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하므로, 거래처 이탈 경위나 매출 감소 내역 같은 자료를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실무에서 경업 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나
개입권이든 손해배상이든 결국 관건은 대리상이 실제로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본인 몰래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거래처 쪽에서 받은 견적서나 계약서에 대리상 본인 또는 그 배우자·지인 명의의 별도 회사가 등장하는 경우, 대리상이 관리하던 거래처가 특정 시점 이후 유사한 조건으로 다른 채널을 통해 같은 상품을 공급받게 된 정황, 대리상이 설립·운영에 관여한 법인의 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 내역 등이 대표적인 단서가 됩니다.
대리상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상법 제92조의3에 따라 계약과 관련해 알게 된 본인의 영업상 비밀을 지킬 의무를 부담합니다. 경업금지의무 위반 사안에서는 이 영업비밀준수의무 위반이 함께 문제 되는 경우도 많은데, 대리상이 본인에게서 넘겨받은 거래처 목록이나 단가 정보를 이용해 경쟁 거래를 벌였다면 영업비밀 침해 주장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증거 확보 단계에서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사실조회, 관련 계좌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신청 등 법원 절차를 활용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 종료 국면에서 만나는 보상청구권과의 관계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상황에서는 상법 제92조의2가 정한 대리상의 보상청구권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조항은 대리상의 활동으로 본인이 새로운 고객을 얻거나 거래가 현저히 늘어 계약 종료 후에도 그 이익을 계속 누리는 경우, 대리상이 본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다만 단서에서 "계약의 종료가 대리상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이 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경업금지의무 위반은 전형적으로 대리상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하므로, 본인이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면 그 대리상은 계약 종료 후 보상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집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경업금지의무 위반 사실과 그로 인한 해지 경위를 명확히 기록해두는 것이, 개입권·손해배상 청구뿐 아니라 이후 대리상이 보상청구권을 내세울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실익도 있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리상이 아니라 단순 판매대리점이어도 경업금지의무가 적용되나요?
A. 상법상 경업금지의무는 상법 제87조가 정의하는 대리상, 즉 상시 특정 본인을 위해 거래의 대리·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관계에 적용됩니다. 계약 명칭이 대리점·총판이라도 실질이 상시 대리·중개 관계라면 대리상으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 명칭보다 실제 거래 구조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Q. 개입권을 행사하면 대리상과의 계약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개입권 행사와 계약 해지는 별개의 권리여서 동시에 행사할 수 있습니다. 위반 거래의 이득을 개입권으로 가져오면서도, 신뢰관계가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해지하고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모두 가능합니다.
Q. 개입권 행사 사실을 반드시 소송으로만 알릴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개입권은 본인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권으로 다뤄지므로, 내용증명 등 문서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후 이득 양도의 구체적 이행을 구하려면 소송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위반 거래를 안 지 2주가 지났는데 방법이 없나요?
A. 개입권 자체는 제척기간 도과로 더 이상 행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는 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위반 거래로 인한 손해가 있었다면 별도의 소멸시효 기간 안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이득양도청구권을 행사하면 정확히 무엇을 받을 수 있나요?
A. 대리상이 제3자의 계산으로 거래해 실제로 취득한 이득, 즉 수수료나 차익 등을 양도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그 거래를 직접 했다면 얻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매출액 전체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이득액을 자료로 특정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Q. 대리상이 다른 업종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막을 수 있나요?
A. 상법 제89조가 금지하는 것은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 즉 같은 업종의 경쟁 거래에 한정됩니다. 대리상이 전혀 무관한 업종에서 별도로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 조항이 규율하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맺음말
대리상이 본인 몰래 벌인 경쟁 거래는 계약 해지로만 끝낼 문제가 아닙니다. 상법이 정한 개입권을 활용하면 그 거래에서 생긴 이익 자체를 본인이 가져올 수 있고, 여기에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까지 함께 검토하면 대응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다만 개입권은 안 날로부터 2주라는 짧은 제척기간이 걸려 있는 권리이므로, 경쟁 거래 정황을 인지한 시점부터 신속하게 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원·화성 등 경기남부 지역에는 제조업체가 대리상·대리점 계약을 통해 유통망을 맡기는 구조가 많아, 이런 경업금지 분쟁이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거래처 이탈이나 매출 감소의 배경에 대리상의 경쟁 거래가 의심된다면,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에 자료부터 정리해 대응 방향을 정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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