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노동조합의 규모가 커지고 조합비 규모도 상당해지면서, 회계를 맡은 간부와 관련된 조합비 유용 의혹이 조합원들 사이의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조합원분들 중 상당수는 “간부니까 이 정도는 써도 된다”, “조합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비용이 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조합비가 회식비나 개인 용도로 흘러간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제기하려 하면, 정작 조합을 대표해 고소해야 할 위원장 본인이 유용 당사자인 경우가 많아 “그럼 누가, 어떻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몰라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요건, 특히 불법영득의사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고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조합 내부의 자금 문제라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예외가 아니며, 조합 명의의 고소가 막혀 있다고 해서 수사 자체를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노조 간부의 조합비 유용이 어떤 범죄가 되는지, 그리고 조합원 개인은 이를 누구에게 어떻게 문제 삼을 수 있는지 고소와 고발의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노조 간부가 조합비를 사적으로 쓰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조합비는 간부 개인의 재량 자금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가 위탁한 재산입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로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는 조합원의 권리를 규약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제22조), 이는 조합비 납부가 조합원의 의무이자 조합비 자체가 조합원 전체에게 귀속되는 공유재산이라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위원장, 사무국장, 회계감사원 등 조합비를 관리하는 간부는 그 돈을 실제로 지배·처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형법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지위에 놓입니다. 대법원도 자금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처분 권한을 가진 사람은 그 자금의 보관자 지위에 있다는 법리를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7465 판결 등). 조합비 통장의 인감이나 공동 관리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도 이 지위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간부니까 이 정도는 써도 된다”, “조합 활동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비용이 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회식비, 개인 경조사비, 사적인 대출금 상환 등에 조합비를 끌어다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규약이나 예산 승인 절차 없이 이뤄진 인출이라면, 액수와 무관하게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어(제14조), 조합비의 입출금 흐름은 원칙적으로 기록으로 남습니다. 이 자료가 나중에 유용 여부를 가리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조합비는 간부 개인이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정산·승인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는 조합원 전체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2.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은 불법영득의사를 지우지 못합니다
인출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되고, 사후에 채워 넣어도 성립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조합비를 업무로서 관리하는 간부라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조합비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 해당 간부는 대개 “나중에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거나 “실제로 이미 전액 갚았다”고 해명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해 왔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인출 시점에 조합비를 개인 용도로 쓰겠다는 의사만 있었다면, 이후 전액을 채워 넣었더라도 이미 완성된 범죄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다만 반환·변상 여부는 형을 정하는 양형 단계에서는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은, 인출하는 순간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조합 명의 고소가 막혀도 조합원 개인의 고발로 수사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자체이지만, 고발만큼은 조합원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조합비 유용 사건에서 조합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내가 직접 고소할 수 있는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23조는 고소권자를 “범죄로 인한 피해자”로 한정합니다. 조합비 유용의 직접적 피해자는 개별 조합원이 아니라, 그 돈이 귀속되는 노동조합 자체입니다. 그래서 원칙적인 고소는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자를 통해 이뤄집니다.
문제는 유용의 당사자가 바로 그 대표자, 즉 위원장 본인이거나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인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합 명의의 고소 자체가 사실상 진행되지 않고, 개별 조합원은 형사소송법상 정식 고소권자가 아니어서 고소장 접수가 반려되거나 처리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고발은 피해자 지위와 무관하게 조합원이든, 조합원이 아닌 제3자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원장 스스로 조합 명의 고소를 막고 있어도, 조합원 한 사람의 고발만으로 경찰의 수사 착수는 가능합니다.
다만 고소와 고발은 이후 절차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항고와 재항고는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라 고소인과 고발인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고까지 기각된 뒤 법원에 직접 재정을 구하는 재정신청(형사소송법 제260조)은 원칙적으로 고소권자에게만 인정되고, 고발인에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직권남용 등 일부 범죄만 예외입니다). 업무상횡령은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고발인 지위인 조합원은 불기소 처분에 항고·재항고까지는 할 수 있지만 재정신청까지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이 때문에 가능하다면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노동조합법 제18조에 따라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해 새로운 대표자나 직무대행을 세우고, 조합 명의로 고소인 지위를 확보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합 명의 고소가 막혀 있어도, 조합원 개인의 고발만으로 수사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4. 유용 금액이 쌓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매달 소액이라도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갑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조합비 유용은 처음에는 매달 소액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명목으로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만 원, 몇 십만 원씩 인출한 금액이라도 수년간 누적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초범인지, 유용 경위가 무엇인지, 조합에 반환·변상했는지는 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발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발장 접수 전 회계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조합비 유용 의혹에 대한 형사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사업장 소재지가 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발장 접수 → ②고발인·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합비 유용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동조합 규약과 최근 회계감사 결과, 재정에 관한 장부(노동조합법 제14조·제25조)부터 확인합니다.
조합비 통장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빈도를 정리하고, 예산 승인이나 결의 절차를 거쳤는지 대조합니다.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조합 활동에 쓰였는지, 개인 용도로 흘러갔는지 영수증·카드 내역과 대조하고, 필요하다면 조합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모아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도 함께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회계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고발과 함께 조합 명의 고소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수사 진행과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노조 간부의 조합비 유용 문제는 “그래도 같이 활동해 온 사람인데”, “조합 내부 일을 굳이 밖으로 알려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합비를 지키려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문제 제기보다, 회계장부와 통장 내역 등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위원장 명의 고소가 막혀 있다면 개별 고발과 임시총회를 통한 대표자 교체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입니다.
반대로 조합비 사용을 의심받는 간부 입장에서도 “조합 활동에 필요해서 썼다”는 해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예산 승인이나 결의 절차가 있었는지, 지출 내역이 조합 활동과 얼마나 관련되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노동조합 회계 분쟁에서 조합비를 관리한 간부 쪽과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누가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합원 한 사람이 고발해도 수사가 진행되나요?
A. 네. 형사소송법상 고발은 피해자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할 수 있어, 조합원 한 사람의 고발만으로도 경찰의 수사 착수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후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은 고소인에게만 인정되므로 절차상 권리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Q. 위원장이 스스로 고소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나요?
A. 조합원 또는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모이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위원장이 소집을 기피하면 행정관청에 소집권자 지명까지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로 새 대표자를 세워 조합 명의 고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Q. 나중에 유용한 금액을 전부 채워 넣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는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 여부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고소와 고발은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고소는 범죄 피해자만 할 수 있고,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는 데는 차이가 없지만, 불기소 처분 이후 법원에 직접 재정을 구하는 재정신청은 원칙적으로 고소인에게만 인정되고 고발인은 항고·재항고까지만 가능합니다.
Q. 매달 십몇만 원 정도의 소액만 유용됐어도 처벌 대상인가요?
A. 네. 같은 명목으로 반복된 인출은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처벌되므로, 개별 금액이 작더라도 누적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Q. 조합비 유용이 의심되는데 회계장부를 볼 권리가 있나요?
A.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은 조합 대표자가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고, 조합원이 요구하면 이를 열람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6개월에 1회 이상 실시되는 회계감사 결과도 조합원에게 공개돼야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이후 수사와 재판의 방향을 정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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