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중개보조원이 매수인이나 임차인에게서 직접 계약금을 받아 챙긴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피해를 본 분들 중 상당수는 “사무실 직원이니까 믿고 계좌로 보냈다”, “소장님도 알고 계신 분이라고 해서 의심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계약금을 건넨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중개보조원이 잠적하고 나면, 정작 사무실을 운영하는 개업공인중개사는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 직원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 나와는 무관하다”며 책임을 피하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로 거래당사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그를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도 함께 배상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도 확인을 소홀히 한 사정이 있다면 배상 범위가 조정될 수 있고, 실제 회수는 보증보험·공제금이라는 현실적인 한도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중개보조원이 계약금을 받아 잠적했을 때 누가, 어떤 근거로,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지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중개보조원이 받은 계약금도 원칙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의 책임입니다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는 법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 본인의 행위로 취급됩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개업공인중개사에게 고용되어 안내·연락·서류 전달 등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독자적으로 중개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개행위를 완결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2항은 “소속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는 그를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행위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계약금을 건넨 것이 그 사람이 아니라, 법적으로는 개업공인중개사에게 건넨 것과 같이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 중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중개보조원이 사무실 명함을 사용하고, 사무실 전화번호로 연락하며, 계약 진행 과정에서 계약금 입금을 안내했다면, 이는 외견상 정상적인 중개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행위입니다.
이 두 조문을 합쳐 보면, 중개보조원이 사무실 업무 과정에서 계약금을 받은 이상 그 수령 행위 자체는 개업공인중개사가 받은 것으로 의제되고, 이후 그 돈이 잠적으로 사라졌다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개업공인중개사가 1차적인 배상 의무를 지게 됩니다.
중개보조원이 받은 계약금이라도, 사무실 업무 과정에서 받은 것이라면 법적으로는 개업공인중개사가 받은 것과 같이 취급되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2. 처음부터 편취할 의도였어도 개업공인중개사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고의적인 편취라 하더라도 업무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이상 사용자의 책임은 인정됩니다.
많은 개업공인중개사들이 “그 직원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속인 것이라 나와는 무관하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중개보조원의 불법행위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편취였던 사안에서도, 그 행위가 업무상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개업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중개보조원이 업무상 행위로 거래당사자인 피해자에게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라고 하더라도, 중개보조원을 고용하였을 뿐 이러한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과실상계의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과 그 금액을 정하는 데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5다242429 판결).
이 판결의 핵심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보조원의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 쪽에도 신원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그 과실을 참작해 개업공인중개사의 배상 범위를 중개보조원보다 가볍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판시의 취지입니다.
한편 형사적으로는 계약금을 받을 때부터 이를 가로챌 생각이었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정상적으로 전달을 위탁받았다가 도중에 마음을 바꿔 임의로 소비했다면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가 각각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중개보조원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이고, 개업공인중개사의 민사상 배상책임 성립 여부와는 별개의 트랙으로 판단됩니다.
중개보조원의 계약금 편취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이 중개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이상 개업공인중개사가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3. 다만 업무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사적 편취라면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외관상 정상적 업무처럼 보였는지, 피해자의 확인 소홀이 있었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개업공인중개사의 책임이 무제한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이 말하는 책임은 어디까지나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에 발생한 손해에 한정됩니다. 만약 중개보조원이 정식 계약 절차와는 무관하게, 사무실 업무가 이미 끝난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별도 접촉해 사인 간 금전거래를 가장했다면 업무상 행위로 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등록관청에 정식으로 고용신고가 되어 있었는지(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1항)도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고 여부는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행정제재 사유가 될 뿐, 외관상 사무실 직원처럼 행세하며 계약을 진행한 이상 손해배상 판단에서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그 사람을 사무실 소속으로 신뢰할 만한 외관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피해자 쪽에서 계약금을 사무실 명의 계좌가 아닌 중개보조원 개인 계좌로 입금했거나, 정식 소속공인중개사인지 등록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면, 앞서 본 2015다242429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그 부주의가 과실상계 사유로 반영되어 최종 배상액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업무와 무관한 사적 편취였는지, 피해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사정을 소홀히 했는지에 따라 개업공인중개사의 최종 배상 범위는 달라집니다.
4. 실제 배상은 보증보험·공제금이 정한 한도 안에서 이뤄집니다
개업공인중개사 개인 자력과 별개로, 법정 보장 한도가 실질적인 회수 가능액을 좌우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3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업무를 개시하기 전에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보증보험 가입, 공제 가입, 공탁 중 하나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4조는 그 보장금액을 법인인 개업공인중개사는 4억원 이상(분사무소가 있으면 분사무소마다 2억원씩 추가), 법인이 아닌 개업공인중개사는 2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점은, 이 보장금액이 사고 1건마다 새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설정된 하나의 총 한도라는 것입니다. 같은 기간 다른 피해자의 청구가 먼저 접수되어 있거나 동시에 접수된다면, 한도 내에서 나누어 지급되어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공제사업자나 보증보험회사에 서면으로 청구 의사를 밝혀 두는 것이 유리한 이유입니다.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배상 청구와는 별개로, 잠적한 중개보조원 개인을 상대로도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잠적 상태에서는 소재 파악과 재산 확인이 관건이므로, 수사기관을 통한 소재 확인과 재산명시·재산조회 등 강제집행 절차를 병행해야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법정 보증금액은 무제한이 아니라 총 한도이므로, 피해를 확인하는 즉시 공제·보증보험 청구 절차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5. 고소부터 배상 청구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형사 고소, 공제금 청구,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에 준비해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중개보조원의 계약금 편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사기 또는 횡령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 → ②고소인 조사 및 중개보조원에 대한 수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필요한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에 개업공인중개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공제금·보증보험금 청구는 형사 절차의 결론을 기다리지 않고 별도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 입금 계좌 명의(사무실 명의인지 개인 명의인지), 문자·통화 기록 등 관련 자료를 먼저 확보합니다.
그 중개보조원이 등록관청에 정식으로 고용신고된 사람인지, 소속된 개업공인중개사 정보를 등록관청이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확인합니다.
개업공인중개사가 가입한 보증보험 또는 공제의 증서 사본을 요청해 보장금액과 보장기간을 확인합니다.
이 세 가지 자료를 갖추면 형사 고소, 공제금 청구,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고, 부동산 계약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회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약금을 떼인 상황에서는 당장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해, 그 사이 잠적한 중개보조원의 소재나 재산이 더 흐려지도록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금을 잃은 의뢰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사무실 명의 계좌였는지, 정식 소속 직원이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배상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길입니다. 반대로 성실하게 사무실을 운영해 온 개업공인중개사 입장에서도, 직원 한 사람의 일탈로 사업 전체와 보증보험까지 흔들릴 수 있어 억울함이 클 수 있으며, 이 경우 과실상계나 보증 범위를 다투어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계약금을 편취당한 의뢰인 쪽과, 직원의 일탈로 배상책임 문제에 놓인 개업공인중개사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금을 중개보조원 개인 계좌로 입금했는데도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무실 명의 계좌가 아니었다는 사정은 피해자의 확인 소홀로 평가되어 과실상계 사유가 될 수 있고, 그만큼 최종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개업공인중개사가 “나는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나요?
A. 면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개업공인중개사가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제하지 않고, 피해자의 과실 등 개별 사정만 참작해 배상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Q. 개업공인중개사가 폐업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긴 경우에도 배상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탁금은 폐업·사망 후 3년간 회수가 제한되고, 보증보험·공제 역시 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보장기간 내 사고인지가 관건이므로, 계약 당시 교부받은 보장 증서 사본으로 보장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Q. 공제금·보증보험금과 개업공인중개사 개인 재산에 대한 청구를 동시에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제·보증보험 청구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업공인중개사 개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Q. 가계약금 단계에서 잠적한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정식 계약서 작성 전 가계약금이라도, 중개보조원이 업무 과정에서 이를 수령한 이상 업무상 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Q. 중개보조원을 형사 고소하는 것과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를 통해 확보되는 수사 자료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공제금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두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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