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종중 소유의 임야가 수용되거나 개발되면서, 그동안 총무나 종친회 임원이 관리해오던 종중 자금을 둘러싼 분쟁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건 중 상당수는 “종중 일 보느라 고생하는데 이 정도는 넣어 써도 된다”, “종중 돈이나 내 돈이나 어차피 내가 관리하는 건데 굳이 통장을 나눌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종중 자금과 개인 자금을 한 계좌에서 섞어 써 온 총무들의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종중원들이 자금 사용 내역을 묻기 시작하면, “다 종중 일에 썼다”,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해명만으로는 넘어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종중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의 지위에 대해 정식 위임계약이 없어도 사실상의 위탁관계만으로 인정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유용한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종중 총무가 종중 돈을 개인 계좌에 섞어 관리한 경우 어떤 상황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을 받고 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종중 총무도 종중 돈에 대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입니다
총무라는 직함은 회계 편의상 호칭이 아니라, 형법상 보관자 지위를 만드는 사실관계입니다.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 종족단체로, 법인이 아닌 사단(비법인사단)의 성격을 가집니다. 종중 소유의 부동산이나 예금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종중원 전체에 총유적으로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종중 규약이나 종중원 총회의 결의, 또는 오랜 관행에 따라 총무가 종중 자금의 수납·지출을 맡아왔다면, 설령 정식 위임계약서 한 장 작성한 적이 없더라도 총무는 종중과의 관계에서 자금을 사실상 위탁받아 보관하는 지위에 서게 됩니다.
대법원은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는 위탁관계에 대해, 반드시 법률상 유효한 위임계약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의 관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임야나 위 대출금에 관하여 사실상 종중의 위탁에 따라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불문한다(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
즉 종중 총무가 오랫동안 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사정 자체가, 이미 형법상 보관자 지위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종중 총무가 종중 자금을 오랫동안 관리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형법상으로는 이미 타인 재물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2. 개인 계좌에 종중 돈을 섞어 관리한 것만으로도 위험 신호가 시작됩니다
금전은 대체물이지만, 목적이 정해져 맡겨진 돈은 특정성을 지켜 관리해야 할 의무가 따릅니다.
금전은 성질상 대체물이라 점유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종중 제사비용이나 묘역 관리비, 소송비용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맡겨진 돈이라면 그 위탁의 취지에 맞게 관리하고 지출할 의무가 별도로 따릅니다.
총무가 종중 돈을 자신의 급여계좌나 생활비 계좌에 그대로 넣어 개인 지출과 뒤섞어 쓰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돈이 종중 몫이고 어느 돈이 개인 몫인지 구분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정작 종중원들이 사용처를 물었을 때, 총무 스스로도 명확한 소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총무·회계처럼 업무상 임무로 자금을 보관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실무에서는 위탁받은 돈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개인계좌에 장기간 섞어 사용하면서 정작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사정 자체가, 수사기관이나 법원 입장에서는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개인계좌에 종중 돈을 섞어 관리하면서 사용처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 그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입니다.
3.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은 업무상횡령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돈을 꺼내 쓴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되고, 사후 반환은 양형에서만 참작됩니다.
종중 일을 도맡아 하다 보면 “이 정도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써도 된다”거나 “다음 시제 때 정산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실제로 종중 소유 임야가 수용되거나 매각되어 목돈이 총무 명의 계좌로 들어온 직후, 이런 생각으로 개인 용도에 먼저 손을 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다음에 정산하겠다”, “벌초비로 나중에 채워 넣겠다”는 생각은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종친회 임원이 결의 없이 종중 명의 예금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한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도2112 판결).
“나중에 갚거나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은, 돈을 꺼내 쓴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4. 유용한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소액이라도 반복되면 합산되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최근 종중 소유의 임야나 농지가 도로·택지 개발로 수용되면서 보상금이 한꺼번에 종중 계좌로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목돈을 총무가 개인계좌로 옮겨 관리하다가 나눠 쓰면, 처음에는 소액이었더라도 반복되는 인출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총무 교체 시기가 늦어질수록, 그리고 회계장부 없이 관행적으로 관리해온 기간이 길수록 사용처를 구분해 소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확인 순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종중 자금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종중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총무의 자금 관리에 의문이 든다면, 감정적으로 추궁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중 규약이나 종중원 총회 회의록에 자금 관리·집행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종중 명의 계좌와 총무 개인계좌 전체의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입출금 시점·금액·빈도를 정리합니다.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시제·묘역관리·소송비용 등 종중 용도로 쓰였는지, 개인 용도로 흘러갔는지 영수증과 증빙으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종중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종중 명의의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종중 자금 문제는 “그래도 집안일인데”, “같은 문중 어른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을 관리하도록 맡겼던 종중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추궁보다, 어떤 자료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좌 거래내역, 종중 규약, 자금 사용 경위에 대한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자금 관리를 맡았다가 의심을 받는 총무 입장에서도 “종중 일 보느라 고생했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종중원들의 동의나 승인이 있었는지, 지출 내역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종중 자금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총무 쪽과 문제를 제기한 종중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중 총무는 보수를 받지 않는 봉사직인데도 횡령이 성립하나요?
A. 보수를 받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로서 종중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업무상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무보수라는 사정은 형사책임 성립 여부가 아니라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정식 위임장이나 계약서 없이 관행적으로 총무가 관리해온 경우도 문제되나요?
A.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는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다는 입장이므로, 관행적으로 자금을 맡아온 사정만으로도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개인계좌에 넣어뒀을 뿐 실제로는 전부 종중 일에 썼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사용처를 구체적인 증빙으로 소명할 수 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소명하지 못하면 자기 소유처럼 처분한 것으로 추단될 수 있어, 지출 내역을 뒷받침할 자료 확보가 중요합니다.
Q. 종중원 총회 결의로 사후에 사용을 추인해주면 문제가 없어지나요?
A. 추인의 시점과 범위에 따라 다릅니다. 이미 완성된 형사책임이 사후 추인만으로 소급해 소멸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중원 전체의 추인은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종중 부동산 보상금처럼 큰돈이 들어왔을 때 특경법은 언제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반복 인출은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종중 명의로 민사 반환청구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 과정에서 확보되는 계좌 거래내역과 수사 기록이 민사상 반환청구·부당이득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총무 교체 시점에 회계장부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우선 종중 명의 계좌와 총무 개인계좌의 거래내역부터 즉시 발급받아 확보하고, 종중 규약상 자금 관리 절차를 확인한 뒤 변호사와 함께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내역 확보와 사용처 소명이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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