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관리비나 장기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썼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에게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회장님들 중에는 “회장이니까 이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도 된다”, “결국 우리 아파트를 위해 쓴 돈이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관리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기 중 갈등이 생기거나 감사·회계 점검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입주민들을 위해 썼다”는 항변만으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관리비·충당금 같은 공동주택 자금의 용도 외 사용에 대해 회장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썼는지, 아니면 소유자인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썼는지를 엄격히 가려 불법영득의사 유무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도, 입주민을 위해 썼다는 말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관리비를 유용하면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관리비는 회장 개인이 아니라 입주자 전체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회장은 관리비를 보관·집행하는 지위에 있을 뿐, 소유자가 아닙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에 따라 입주자등이 납부하는 관리비는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위해 쓰이는 자금으로,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장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입주자등 전체에게 귀속되는 자금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특별수선충당금도 마찬가지로 주요시설 교체·보수라는 목적에 묶여 있는 별도 적립금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동별 대표자 중에서 선출되는 임원으로(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제6항), 관리규약에 정해진 절차와 용도에 따라 이 자금을 집행할 권한을 위임받은 것일 뿐입니다. 통상 관리비는 회장 개인 명의가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에 적립·관리되고, 지출에는 견적·계약·의결 같은 내부 절차가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내가 회장이니 이 정도 지출은 재량”이라는 생각으로 관리규약에 정해진 절차나 용도를 건너뛰고 자금을 집행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출이 반복되고 액수가 커질수록, 나중에 “정당한 목적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소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관리비와 충당금은 정산 전 회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입주자 전체에게 귀속되는 자금입니다.
2. 정해진 용도 외로 관리비를 쓰면 불법영득의사가 문제됩니다
핵심은 회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 썼는지,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썼는지입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정해진 용도를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습니다.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이 사건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특별수선충당금을 아파트 구조진단 견적비와 시공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변호사 선임료로 쓴 사안이었습니다. 관리규약에 정한 용도는 아니었지만, 대법원은 구분소유자들의 포괄적 동의가 있었고 그 지출이 결국 아파트와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반대로 같은 관리규약 위반이라도, 회장 개인의 카드값·생활비·개인 사업자금처럼 처음부터 회장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인출했다면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후에 “입주민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해도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정해진 용도를 벗어났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이익을 위해 처분했는지가 불법영득의사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3. “입주민들을 위해 썼다”는 항변도 무조건 통하지 않습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항변을 뒷받침할 증거부터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장이 관리규약에 정한 의결·견적·계약 절차 없이 임의로 자금을 집행했다면, 나중에 “입주민을 위해 썼다”고 주장해도 그 목적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의록도 없이, 계약서도 없이 지출된 돈은 사후에 정당한 용도였음을 소명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비슷한 문제는 아파트 부녀회 같은 자생단체가 세차권리금·게시판 광고수입 같은 잡수입금을 관리규약에 정한 용도 외로 임의 소비한 사건에서도 반복적으로 다투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건에서도 그 자금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관리규약과 법령이 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정한 뒤에야 횡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13252 판결).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제3항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관리비·사용료·장기수선충당금을 법에 정한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책임과는 별도로 같은 법 제102조제2항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즉 형사처벌을 면하더라도 행정적 제재는 남을 수 있습니다.
회의록·계약서 같은 절차적 증거가 없다면, “입주민을 위해서였다”는 항변은 설 자리가 좁아집니다.
4. 유용 금액이 커질수록 처벌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5억원, 50억원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회장이 관리비 등 자금을 보관하는 업무상 지위에서 이를 유용했다면 단순횡령(형법 제355조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관리비 유용은 한 번에 큰 금액이 빠져나가기보다 임기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소액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지출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산정되므로 누적 금액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초범인지, 실제 입주민 편익을 위해 쓰인 부분이 있는지, 반환·합의 여부 등은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상대로 한 관리비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단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이르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장의 관리비 유용을 의심하게 됐거나, 반대로 그런 의심을 받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리규약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에 해당 지출을 의결하거나 승인한 기록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빈도를 정리합니다.
인출된 자금이 실제로 아파트·입주민을 위해 쓰였는지 견적서·계약서·영수증으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동주택 관리비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 대응과 민사상 반환청구·해임 절차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둘러싼 관리비 문제는 “그래도 우리 아파트를 위해 애쓴 사람인데”라는 생각과, 반대로 “회장이 우리 돈을 마음대로 썼다”는 불신이 뒤섞이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비 사용을 문제 삼는 입주민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문제 제기보다, 어떤 자료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의록, 계좌 거래내역, 지출 관련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관리비 사용을 의심받는 회장 입장에서도 “입주민들을 위해 쓴 돈”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그 지출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공동주택 관리비 분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민 쪽과 회장·관리소장 등 회장을 관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장이 관리비를 개인 계좌가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계좌에서 인출했어도 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자금이 어느 계좌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회장이 그 자금을 보관·집행하는 지위에서 정해진 용도 외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했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Q. 총회나 회의에서 구두로 승인받고 지출했다면 문제없나요?
A. 구두 승인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관리규약이 정한 절차(회의록 작성, 의결 등)를 거쳤다는 객관적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정당한 지출이었다는 점을 소명하기 어려워집니다.
Q. 입주민 전체를 위해 썼다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A. 아닙니다. 소유자인 입주민의 이익을 위해 처분한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 관리규약 위반 자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과 절차, 증빙자료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반복된 인출은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형사처벌과 별도로 과태료도 부과되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비 등을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제출 자료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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