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이별한 연인이나 다투게 된 지인 사이에서, 상대방의 SNS·메신저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해 대화 내용을 캡처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예전에 사귈 때 알려준 비밀번호로 본 것뿐이다”, “진짜로 유포할 생각까지는 없었고 그냥 겁만 준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실제로 경찰에 신고하면 이런 인식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계정 침입과 협박이 각각 별도의 범죄로 다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협박죄를 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와 무관하게, 해악의 고지가 전달되고 그 의미를 인식한 순간 곧바로 완성되는 범죄로 일관되게 해석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누설죄 역시 흔히 말하는 ‘해킹’보다 훨씬 넓은 행위까지 포섭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지인·연인의 계정에 접속해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어떤 범죄가 되는지, 이를 유포하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협박을 받고 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계정에 접속해 대화 내용을 열어본 순간 이미 범죄는 시작됩니다
비밀번호를 알아냈든, 로그인된 상태를 그대로 이용했든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면 그 접속 자체가 처벌 대상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제71조 제1항 제1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침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우에도 미수범으로 처벌됩니다(같은 조 제2항).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오해는 “예전에 사귈 때 상대가 직접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니 지금 봐도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무관하게, 관계가 끝나거나 상대방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 그 접근권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헤어진 뒤에도 예전 비밀번호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사정은 접속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또한 굳이 아이디·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로그인해 둔 상태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몰래 대화창을 열어보는 것 역시 접근권한 없는 접속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PC에 저장된 자동로그인 세션을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밀번호를 알아낸 경위나 방법과 무관하게, 상대방의 동의 없는 접속은 그 자체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됩니다.
2. 열어본 대화 내용을 캡처하거나 저장하면 별도의 비밀침해죄가 성립합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누설죄는 흔히 말하는 ‘해킹’보다 넓은 행위까지 포섭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71조 제1항 제14호에 따라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보호하는 ‘타인의 비밀’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오가는 메시지뿐 아니라, 이미 상대방의 스마트폰이나 PC에 저장·보관된 대화 내용이라도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열람이 가능한 경우라면 여기서 말하는 ‘비밀’에 포함됩니다.
특히 대법원은 아이디·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의 침입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로그인되어 있는 상태를 이용해 몰래 대화 내용을 열람·취득하는 행위까지 ‘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 ‘침해’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하는 행위를 말하고, ‘누설’이란 그와 같이 취득한 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러한 부정한 수단에는 사용자가 식별부호를 입력하여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해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즉 몰래 열어본 것만으로 ‘침해’가, 그 내용을 아직 모르는 제3자에게 알리는 순간 ‘누설’이 각각 완성됩니다. 대화 내용을 캡처해 두는 행위 자체가 침해에 해당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보여주거나 전송하면 누설까지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대화 내용을 몰래 열어보거나 캡처해 둔 시점에 이미 비밀침해죄는 완성되고, 이를 제3자에게 알리면 누설죄까지 더해집니다.
3. 유포하겠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협박죄는 이미 완성됩니다
상대가 실제로 겁먹지 않았더라도, 해악의 고지가 전달되고 이해된 순간 협박죄는 기수에 이릅니다.
형법 제283조는 사람을 협박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죄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실무에서는 “문자만 보냈을 뿐 실제로 유포하지는 않았으니 처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협박죄의 법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
즉 “대화 내용을 유포하겠다”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해 그 의미가 전달된 이상, 실제로 유포했는지·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는 협박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돈이나 재산상 이익, 또는 재결합·이별 요구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면 협박죄를 넘어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 되고, 실제로 요구한 것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갈미수범으로 처벌됩니다(형법 제352조).
유포하겠다는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그 의미가 이해된 순간, 실제 유포 여부나 상대방의 공포심과 무관하게 협박죄는 이미 완성됩니다.
4. 여러 범죄가 겹치면 형이 합산되지 않고 가중되는 구조로 처벌됩니다
정보통신망 침입·비밀침해·협박(공갈)은 보호법익이 다른 별개의 범죄로, 함께 성립하면 경합범으로 가중처벌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정보통신망 침입(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 비밀침해·누설(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 벌금), 협박(3년 이하 징역·500만원 이하 벌금 등), 공갈(10년 이하 징역·2천만원 이하 벌금)은 각각 보호하는 법익이 다른 별개의 범죄입니다. 계정에 침입해 대화 내용을 몰래 캡처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면, 이 죄들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에서 여러 죄가 함께 성립하면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으로 처리되는데, 각 죄가 서로 같은 종류의 형(징역·벌금)인 경우 단순히 형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방식으로 처벌됩니다. 다만 각 죄의 장기·다액을 합산한 범위를 넘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형이 무거운 공갈죄(10년 이하 징역)를 기준으로 하면, 이론상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여러 죄가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단순히 “겁만 준 것”이라는 인식과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처벌 수위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셈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협박 메시지와 계정 접속 흔적을 삭제되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계정 해킹·대화 유포 협박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이버수사팀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여러 죄가 함께 인정되는 사건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협박을 받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해 상대방을 자극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협박 메시지·대화 캡처 화면을 삭제되기 전에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필요하다면 문자메시지·SNS 캡처에 대한 증거보전(공증) 절차도 검토합니다.
해당 계정 운영사(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에 로그인 기록·접속 IP·기기 정보를 요청해, 무단 접속 시점과 방법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협박 메시지를 보낸 상대방의 연락처·계정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고, 대화 내용이 유포될 경우 침해되는 사생활·명예의 범위도 함께 정리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함께 정보통신망법 위반·협박(공갈)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검토한다면,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정 해킹이나 대화 유포 협박 문제는 “한때 가까웠던 사람인데”, 또는 “창피해서 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박을 받고 있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협박 메시지와 계정 접속 흔적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료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홧김에 옛 비밀번호로 접속해 겁을 준 뒤 뒤늦게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도 “진짜로 유포할 생각은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접속 경위가 어떠했는지, 상대방에게 어떤 표현으로 어떤 요구를 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계정 침입·비밀침해·협박(공갈) 사건에서 협박을 당한 쪽과 협박 혐의로 조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전에 사귈 때 비밀번호를 직접 알려준 적이 있는데, 그걸로 봐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무관하게, 관계가 끝나거나 상대방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 접근권한은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헤어진 뒤에도 예전 비밀번호가 살아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접속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Q. 실제로 유포하지 않고 문자로 겁만 준 경우에도 협박죄가 되나요?
A. 됩니다. 대법원은 협박죄를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겁을 먹었는지와 무관하게, 해악의 고지가 전달되고 그 의미가 인식된 순간 완성되는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유포 여부는 협박죄 성립과 별개입니다.
Q.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라던데, 합의하면 끝나는 건가요?
A. 협박죄만 문제 된다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가 제기되지 않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망 침입·비밀침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협박 부분만 합의되더라도 나머지 죄는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대화 내용이 성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냥 일상 대화여도 처벌되나요?
A. 됩니다. 정보통신망법이 보호하는 ‘타인의 비밀’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본인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을 뜻하므로, 내용의 성격과 무관하게 무단 접속·열람·유포 자체가 문제 됩니다.
Q.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다면 어떤 죄가 되나요?
A. 협박에 재산상 이익이나 금전 요구가 더해지면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가 문제 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갈미수로 처벌됩니다.
Q. 협박 메시지를 받았는데 지금 뭐부터 해야 하나요?
A. 메시지와 대화 캡처 화면을 삭제되기 전에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계정 운영사에 로그인 기록·접속 IP를 요청해 무단 접속 경위를 특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후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회수·대응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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