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하철, 화장실, 사무실 탈의공간 등에서 벌어진 불법촬영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뒤, “초범이니까 기소유예로 끝나겠지”라는 말만 믿고 별다른 준비 없이 조사에 나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휴대전화에 있던 사진은 이미 지웠다”, “피해자한테 안 걸렸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조사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 과정에서 “그 삭제한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은 촬영물이 실제로 삭제·폐기되었는지, 그 시점이 유포되기 이전이었는지를 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의 처분 수위를 가르는 핵심 잣대로 삼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불법촬영 사건에서 기소유예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그리고 삭제 확인이 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불법촬영은 초범이라도 기소유예가 당연히 보장되지 않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하는 순간 이미 범죄가 완성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죄가 성립하는 시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 여기서 ‘촬영’이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속에 들어 있는 필름이나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도10677 판결,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1도749 판결).
즉 영상정보가 저장장치에 입력되는 순간 범죄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그 이후에 파일을 지웠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한 번뿐이었다”, “바로 지웠다”는 사정만으로는 애초에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초범이고 촬영 횟수가 한 번이라 하더라도 혐의 자체는 이미 인정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다음 단계가 바로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이 이루어진 순간 이미 범죄가 완성되며, 삭제 여부는 그 성립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2. 기소유예는 무혐의가 아니라 검사가 재량으로 내리는 불기소 처분입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참작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정상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재량 처분이라는 뜻입니다. 혐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혐의없음·불송치 처분과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참작 사유는 ①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②피해자에 대한 관계, ③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④범행 후의 정황, 이 네 가지입니다. 실무에서 촬영물 삭제·폐기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재범 방지 노력 등이 검토되는 근거가 바로 이 네 번째 요소, ‘범행 후의 정황’입니다.
문제는 이 네 가지가 서로 독립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범행 후의 정황 즉 촬영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머지 사유의 무게도 함께 떨어집니다.
기소유예는 혐의를 부정하는 처분이 아니라, 형법 제51조가 정한 정상을 검사가 재량으로 참작해 내리는 불기소 처분입니다.
3. 촬영물 삭제 확인이 기소유예 여부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사유입니다
‘지웠다’는 진술과 수사기관이 확인한 삭제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집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은 촬영물을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폐기한 경우를 대표적인 감경 요소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핵심은 ‘삭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시점입니다.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폐기한 경우만 실질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이미 유포된 뒤의 삭제는 완전한 회수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무게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검사와 경찰은 피의자의 진술만으로 삭제 여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PC·클라우드 계정을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해 촬영물이 실제로 복구 불가능한 상태인지, 메신저나 이메일, 클라우드 백업을 통해 외부로 전송된 흔적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합니다. 이 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하면 “삭제했다”는 주장 자체가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삭제·미유포 확인 하나만으로 기소유예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초범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의 정도가 함께 검토됩니다. 다만 삭제·미유포가 확인되지 않으면 다른 사유가 아무리 갖춰져 있어도 기소유예 판단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 실무의 흐름입니다.
삭제했다는 본인의 진술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포렌식으로 확인한 삭제·미유포 사실이 기소유예 판단의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4. 삭제되지 않고 유포까지 이어지면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촬영죄와 반포죄는 형량 구조 자체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행위 유형별로 형량 구조를 촘촘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촬영 자체는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는 제2항에 따라 역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반포죄는 촬영 당시에는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유포한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한 경우는 제3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하한이 정해져 있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문턱 자체가 크게 높아집니다.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은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고, 상습범이면 제5항에 따라 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스스로 촬영물을 지우는 행위 자체가 형법 제155조의 증거인멸죄로 별도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조항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이 조항의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이미 조사가 임박하거나 개시된 상태에서 임의로 기기를 초기화해 포렌식 확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면, ‘삭제했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무너지고 은닉·조작 정황으로 평가되어 오히려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5. 조사부터 처분까지, 삭제 여부는 이런 순서로 확인됩니다
임의로 기기를 초기화하기 전에 반드시 지켜야 할 순서가 있습니다.
불법촬영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인지 → ②피의자 조사와 함께 휴대전화 등 임의제출·압수,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촬영물 존재·복구 가능성·전송 기록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이 아니라 기소로 이어질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유포·영리 목적이 개입된 사안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임의로 기기부터 초기화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휴대전화·PC·클라우드 계정에 남아 있는 촬영물의 존재 여부와 삭제 시점을 먼저 확인하되, 이미 조사가 예정돼 있다면 임의로 기기를 초기화하지 않습니다.
촬영물을 제3자에게 전송하거나 공유한 기록이 있는지 메신저·이메일·클라우드 백업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피해자와의 관계, 초범 여부, 반성 정황 등 형법 제51조가 정한 다른 참작 사유도 함께 정리해 둡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불법촬영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삭제·미유포 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하고 다른 정상참작 사유까지 함께 준비해 기소유예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불법촬영 사건은 “초범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안심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촬영물이 실제로 삭제·폐기되었는지, 유포된 흔적은 없는지를 수사기관이 제대로 확인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확인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사건이 서둘러 종결되면 불안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지웠으니 됐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삭제가 언제, 어떤 경위로 이루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소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불법촬영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조사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삭제·유포 여부를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처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초범이고 촬영물도 바로 지웠는데 왜 기소유예가 안 될 수도 있나요?
A. 삭제했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삭제 시점이 유포 이전인지, 실제로 복구 불가능한 상태인지를 수사기관이 확인하지 못하면 다른 정상참작 사유가 있어도 기소유예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Q. 조사받기 전에 미리 휴대전화를 초기화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이미 신고·조사가 임박한 상태에서 임의로 기기를 초기화하면 삭제 시점과 경위를 소명할 방법이 사라져, 오히려 은닉 정황으로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Q. 촬영물을 삭제하면 그 자체로 별도의 증거인멸죄가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형법 제155조의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대상으로 하므로,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것은 이 조항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소유예 판단에는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삭제 확인 없이도 기소유예가 되나요?
A. 합의는 중요한 정상참작 사유이지만 그것만으로 자동 결정되지 않습니다.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다는 점, 삭제·폐기 여부가 함께 확인돼야 종합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촬영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다가 나중에 지운 경우도 삭제로 인정되나요?
A.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반포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제2항에 따라 촬영죄와 별개로 처벌되는 행위이고, 전송 이후의 삭제는 이미 발생한 유포 사실 자체를 지우지 못합니다.
Q.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가 남지 않나요?
A. 수사경력자료는 남지만 일정한 실효기간이 지나면 조회 목적이 제한되고, 벌금형·징역형처럼 형사처벌이 확정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이후 동종 사건에서 재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지금 삭제해도 되나요?
A. 통보 이후의 삭제는 시점 자체가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미 조사가 예정된 상태라면 임의로 지우기보다 변호사와 함께 소명 전략을 먼저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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