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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계약 취소권, 알고도 잔금을 받으면 법정추인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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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계약 취소권, 알고도 잔금을 받으면 법정추인으로 사라진다 

강대현 변호사

매수인의 거짓말에 속아 매매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막상 잔금 지급일이 되면 별다른 조치 없이 잔금을 그대로 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기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잔금까지는 우선 받아두고 취소 여부는 나중에 천천히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법은 취소권자가 취소 원인을 알고 난 뒤에 일정한 행동을 하면 취소권 자체가 자동으로 소멸하도록 정해두고 있고, 잔금을 이의 없이 받는 행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사기를 알고도 잔금을 받는 행위가 왜 법정추인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취소권을 지키려면 어느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권의 성립요건 — 민법 제110조

매매계약이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체결되었다면, 피해자는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판례와 학설이 요구하는 성립요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에게 기망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하는 것뿐 아니라, 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침묵한 경우(부작위에 의한 기망)도 포함됩니다. 둘째, 상대방에게 2단계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속이려는 고의와, 그 착오로 인해 계약의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가 모두 필요합니다. 셋째, 기망행위와 의사표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즉 그 기망이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취소권이 인정되면 그 효과는 무겁습니다. 민법 제141조에 따라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봅니다. 매매계약이 소급적으로 사라지므로, 매도인은 이미 넘긴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고 매수인이 지급한 대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관계가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강력한 취소권이 영구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취소권자가 취소 원인을 알고 난 뒤 취하는 행동에 따라, 정작 취소를 행사하기도 전에 그 권리 자체가 소멸해버릴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법정추인 제도입니다.

취소권은 인정되는 순간이 아니라 행사하는 순간까지 유지되어야 의미가 있다 — 그 사이에 취소권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권리가 소멸할 수 있다.

취소권을 지키는 분기점 — '취소 원인의 종료'란 무엇인가

민법 제144조 제1항은 "추인은 취소의 원인이 소멸된 후에 하여야만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에서 취소 원인이 소멸되는 시점은 바로 피해자가 기망당한 사실을 알게 된 때입니다. 그 전까지는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므로, 이 시기에 한 이행이나 이행 수령은 법정추인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사기를 알게 된 그 이후부터는 취소권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취소권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대법원도 이 요건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2986 판결은 추인이 법률행위의 효력을 유효로 확정시키려면, 취소권자가 취소 원인이 종료한 후에 취소할 수 있는 행위임을 알고서 추인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법정추인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법정추인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예컨대 이행을 받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를 할 당시 이미 사기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법정추인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대개 "잔금을 받을 당시 이미 사기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이며, 통화 기록이나 문자메시지, 내용증명 발송 여부 등이 그 인식 시점을 가르는 증거가 됩니다.

잔금을 받으면 왜 법정추인이 되는가 — 제145조 제1호 '이행'의 의미

민법 제145조는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관하여 추인할 수 있게 된 후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추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그 첫 번째 사유로 "전부나 일부의 이행"을 들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이행'은 취소권자 스스로 채무를 이행하는 경우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이행을 수령하는 것, 즉 상대방이 제공하는 급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완결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같은 '이행'에 포함된다고 해석됩니다.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잔금을 받는 행위는 바로 이 '이행의 수령'에 해당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매도인 A가 매수인 B에게 부동산을 매도했는데, 중도금을 받은 이후 B가 계약 당시 제시한 소득증빙이나 자금출처 서류가 위조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시점부터 A는 사기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상태에 놓입니다. 그런데 A가 이 사실을 알고도 잔금 지급일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잔금을 그대로 수령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넘겨주었다면, 그 순간 제145조 제1호의 '이행'을 수령한 것이 되어 계약을 추인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후에는 같은 사기를 이유로 다시 취소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 법정추인은 취소권자의 추인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한 행위만 있으면 법률 규정에 의해 곧바로 성립한다.

  • '이행'에는 취소권자 자신의 이행뿐 아니라 상대방 이행의 수령도 포함된다.

  • 법정추인의 효과가 발생하려면 그 행위 당시 취소권자가 이미 취소 원인(사기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 법정추인이 성립하면 취소권은 그 즉시 소멸하며, 이후 같은 사유로는 다시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

사기 사실을 알고 난 뒤 잔금을 이의 없이 받는 행위는 '이행의 수령'으로서 민법 제145조 제1호의 법정추인 사유에 해당한다.

이의를 보류하면 달라진다 — 법정추인을 막는 단서 조항

제145조는 본문 뒤에 중요한 단서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의를 보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문구입니다. 즉 법정추인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그 행위를 하면서 취소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표시했다면 추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잔금을 받는 것과 취소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별개라는 점을 상대방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무에서 이의 보류는 구두로 흘리듯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입증할 수 있는 형태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잔금을 수령하기 전에 내용증명우편으로 "귀하의 기망행위로 인해 본 계약을 취소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잔금 수령이 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통지한다"는 취지를 먼저 발송해두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또는 잔금 영수증이나 정산합의서에 "취소권을 유보하고 수령함"이라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기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절차 없이 그냥 잔금을 받고 등기까지 넘겨준 뒤에야 취소를 주장하면, 상대방은 법정추인이 이미 성립했다고 항변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잔금 말고도 위험한 행동들 — 법정추인 사유 전체

법정추인 사유는 잔금 수령 하나만이 아닙니다. 제145조는 여섯 가지 사유를 모두 나열하고 있고, 사기 사실을 인식한 이후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이의 없이 하게 되면 취소권을 잃습니다.

  • 전부나 일부의 이행 — 취소권자가 스스로 이행하거나 상대방의 이행을 받는 것(잔금 수령이 여기 해당).

  • 이행의 청구 — 취소권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예: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 경개 —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을 맺는 것.

  • 담보의 제공 — 취소권자가 상대방에게 담보를 제공하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담보를 제공받는 것.

  • 취소할 수 있는 행위로 취득한 권리의 전부나 일부의 양도 — 매수인이 매수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처분하는 경우 등.

  • 강제집행 — 취소권자가 채무자로서 강제집행을 받거나, 채권자로서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것.

사기를 알게 된 매도인이 잔금 대신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흔합니다. 이는 '이행의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 매도인 본연의 행위처럼 보이지만, 매도인이 매수인을 상대로 잔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이는 취소가 아니라 계약의 유효를 전제로 한 이행청구이므로 역시 법정추인 사유에 해당합니다. 취소권을 행사할 생각이라면 이행청구 소송이 아니라 취소 및 부당이득반환·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구하는 방향으로 청구취지를 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정추인 이후에도 남는 길 — 손해배상과 형사책임

이미 잔금을 받아버려 법정추인이 성립했다고 해서 구제수단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정추인으로 소멸하는 것은 계약을 취소할 권리뿐이고, 상대방의 기망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별도로 존속합니다. 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기망으로 인해 입은 손해(예: 시세보다 낮게 판 차액, 지연손해 등)를 별도의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길은 남아 있습니다.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망행위가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면 형사 고소도 별개로 가능합니다. 법정추인은 민법상 취소권의 소멸 문제일 뿐,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취소를 통한 원상회복(계약 자체를 무효화하고 이미 넘긴 재산을 되찾는 것)과, 손해배상이나 형사고소를 통한 사후적 구제는 회복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사기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서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잔금을 받기 전에 취소 의사표시부터 먼저 보내 원상회복의 길을 열어둘 것인지, 아니면 계약 자체는 유지하고 손해배상·형사고소로 대응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이 판단을 미룬 채 일단 잔금부터 받아버리면, 스스로 그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기를 알게 된 즉시 잔금 수령을 거부해야만 취소권이 유지되나요?

A.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의를 보류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잔금을 받기 전 취소권을 유보한다는 취지를 내용증명 등으로 명확히 통지해두면, 잔금을 받더라도 법정추인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Q. 잔금을 받을 당시에는 사기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정추인은 취소 원인을 안 뒤에 한 행위에만 적용되므로, 사기를 모른 채 받은 잔금은 법정추인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기 사실을 안 이후에도 별다른 이의 없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행위를 하면 그 시점부터 법정추인 문제가 새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법정추인이 성립하면 사기죄로 형사 고소도 할 수 없나요?

A. 법정추인은 민사상 취소권의 소멸에 관한 문제일 뿐이므로 형사책임과는 무관합니다. 기망행위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면 잔금을 받았더라도 형사 고소는 별도로 가능합니다.

Q. 잔금 대신 소유권이전등기만 먼저 넘겨받으면 취소권이 유지되나요?

A.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는 것도 상대방(매도인)의 채무 이행을 수령하는 행위이므로 제145조 제1호의 '이행'에 해당해 법정추인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잔금과 마찬가지로 이의 보류 없이 받으면 취소권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Q. 취소권 행사 기간이 남아 있다면 법정추인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146조의 3년·10년 제척기간은 별개의 제한이고, 법정추인은 그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특정 행위 한 번으로 즉시 취소권을 소멸시킵니다. 제척기간이 남았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Q. 이미 법정추인이 성립한 것 같은데 되돌릴 방법이 있나요?

A. 법정추인이 유효하게 성립했다면 그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잔금을 받을 당시 실제로 사기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또는 이의를 보류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 법정추인의 성립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관련 자료부터 정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사기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권은 강력하지만, 그만큼 쉽게 소멸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합니다. 사기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아무 조치 없이 잔금을 받거나 이행을 청구하면, 취소권을 행사해보지도 못한 채 법률 규정에 의해 계약을 추인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사기를 알게 된 시점부터는 잔금 지급 여부를 단순한 실무 절차로 넘기지 말고, 취소권을 유지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먼저 정한 뒤 그에 맞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특히 광교를 비롯한 수원·경기남부 지역처럼 고액 부동산 거래가 잦은 곳에서는 잔금 규모 자체가 커서, 법정추인 여부에 따라 되찾을 수 있는 금액의 차이도 상당합니다. 사기 사실을 인지한 시점부터 잔금 지급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의 보류 통지나 취소 의사표시를 준비하는 절차는 최대한 서둘러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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