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으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어린이집·학교·학원·병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최장 10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취업제한 명령이 함께 선고됩니다. 그런데 이 명령이 모든 성범죄 사건에 예외 없이 붙는 것은 아닙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취업제한 명령 자체를 선고하지 않거나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이미 법에 마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반성하고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자료로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취업제한 명령이 면제되는 법적 근거와, 재범위험성이 낮다는 것을 실제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취업제한 명령이란 —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으면 따라붙는 처분
취업제한 명령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에 근거를 둔 처분입니다. 이 조항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뿐 아니라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적용되므로, 피해자가 성인이었던 사건이라도 유치원·학교·어린이집처럼 아동·청소년이 이용하는 기관에는 그대로 취업이 제한됩니다. 법원은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약식명령의 경우 고지와 동시에) 이 명령을 선고해야 하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일정 기간 동안 대상 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게 됩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벌금형이 확정된 날을 기준으로 취업제한 기간이 계산됩니다.
대상 기관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유치원·초중고교·대학 같은 교육기관은 물론, 학원과 교습소, 어린이집, 체육시설, 의료기관, 공동주택 경비업무, 경비업을 하는 법인, 청소년활동시설, 게임제공업소, 노래연습장 청소년실 운영 사업장까지 법 제56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돼 있습니다. 법 제56조 제2항은 이 취업제한 기간의 상한을 10년으로 못박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상한일 뿐 하한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뒤에서 다룰 예외·감경 논의의 출발점이 됩니다.
취업제한 명령은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형의 선고에 부수해 별도 요건으로 판단되는 처분이다 — 그래서 형량이 낮다고 자동으로 면제되지 않고, 반대로 면제된다고 형이 가벼워지지도 않는다.
취업제한 명령 면제 —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으면 선고하지 않을 수 있다
법 제56조 제1항 본문은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정해 원칙적으로 필요적 선고임을 분명히 합니다. 그런데 같은 항 단서는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합니다. 이 단서가 바로 취업제한 명령을 아예 선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입니다.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정과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은 각각 독립된 사유이므로, 재범위험성 자체는 낮지 않더라도 생계유지나 직업의 특수성 같은 다른 사정으로 면제가 인정될 여지도 이론상 열려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쪽은 역시 재범위험성입니다. 법원이 이 단서를 적용해 취업제한 명령 자체를 선고하지 않으려면, 검사가 구형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거나 변호인이 별도로 면제를 구하는 의견과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 자료 없이 재판부가 직권으로 면제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재범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가 판결문에 설시될 수 있을 정도로 제시돼야 실제로 면제나 기간 단축으로 이어집니다.
예외조항이 생긴 이유 — 일률적 10년 취업제한을 위헌으로 본 헌법재판소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이 단서 조항이 처음부터 법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법률은 죄질이나 재범위험성에 대한 개별 심사 없이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예외 없이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 3. 31. 선고 2015헌마98 결정에서, 이러한 일률적 10년 취업제한이 재범의 위험성을 개별적으로 따지지 않고 사실상 모든 대상자를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성적 성벽이 치료되었다고 판단해 치료감호를 종료한 경우에도 재범위험성을 그대로 의제하는 것은 치료감호 제도의 취지와도 모순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의 단서 조항, 즉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가 들어왔습니다. 같은 취지의 조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등 유사한 취업제한 규정에도 동일한 문구로 반영돼 있습니다. 즉 재범위험성을 개별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것은 특정 법률 하나의 특칙이 아니라, 취업제한이라는 처분 유형 전체에 적용되는 헌법적 요청이라는 뜻입니다.
재범위험성 판단 기준 — 법원이 전문가 의견을 듣는 이유
법 제56조 제3항은 "법원은 제1항에 따라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려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취업제한 명령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 등에 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재범위험성이 판사의 인상이나 직관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 평가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법이 전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정신감정을 의뢰하거나, 법원이 판결 전 재범위험성 평가를 명하는 방식으로 이 절차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가는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는 범행의 경위(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피해자와의 관계(면식범인지 아닌지, 지위를 이용했는지), 동종 전과 유무, 알코올·약물 등 문제행동과의 관련성, 피고인의 성적 일탈 성향에 대한 임상적 소견 등을 종합해 재범위험성을 판단합니다. 여기에 더해 치료 프로그램 참여 이력이나 사회복귀를 뒷받침할 환경(가족의 지지, 안정적 직업 등)도 함께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법원이 이런 사정을 종합해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단서 조항이 적용됩니다.
재범위험성이 낮다는 판단은 법률요건이자 사실인정의 문제여서, 변호인이 주장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전문가의 평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로 구체화되어야 법원을 움직일 수 있다.
재범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받는 자료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재판부를 설득하려면 막연한 반성의 표현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판단 기준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변호인 의견서만 제출하는 것보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서를 함께 첨부해야 실질적인 검토 대상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 전문가의 재범위험성 평가 소견서 — 면담과 심리검사를 거쳐 작성된 것일수록 신빙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이나 수강명령·이수명령 이행 확인서 — 이미 치료적 개입을 받고 있거나 완료했다는 사실은 재범위험성 평가에 직접 반영되는 요소입니다.
피해자와의 합의서, 공탁서 등 피해회복 관련 자료 — 피해회복 자체가 재범위험성 평가 요소는 아니지만, 범행 경위와 피고인의 태도를 판단하는 정황자료로 함께 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경력조회 회보 등 초범임을 뒷받침하는 자료, 그리고 가족관계증명서·재직증명서처럼 안정적 생활환경을 보여주는 자료.
직업의 특수성이나 생계유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자료 — 재범위험성과는 별개로 단서의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할 수 있는지 검토할 때 쓰입니다.
이런 자료는 한꺼번에 몰아 제출하기보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시간을 두고 쌓아가는 편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치료 프로그램은 하루아침에 이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재범위험성 평가도 충분한 면담 시간을 거쳐야 신빙성 있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기소 이후에야 급하게 자료를 준비하면 시간에 쫓겨 평가의 밀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취업제한 명령을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면 가능한 한 이른 시점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완전 면제가 아니어도 — 취업제한 기간을 줄이는 방법
재판 실무에서는 취업제한 명령을 아예 선고하지 않는 완전 면제보다, 10년보다 짧은 기간으로 단축해 선고하는 경우가 함께 검토됩니다. 법 제56조 제2항은 취업제한 기간의 상한만 10년으로 정하고 있을 뿐 하한을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제출된 재범위험성 자료의 설득력에 따라 1년, 3년, 5년 등 사건별로 다양한 기간을 정할 재량을 갖습니다.
이 구조는 재범위험성 자료의 목표를 좀 더 현실적으로 잡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완전 면제까지는 인정받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재범위험성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 소명되면 취업제한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판단을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인 의견서를 준비할 때는 면제 자체를 주된 목표로 삼되, 예비적으로 기간 단축을 함께 구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취업제한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의 차이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취업제한 명령 외에도 여러 부수처분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등록정보의 공개명령, 고지명령,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 공개명령에 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인 경우, 그 밖에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별도의 단서를 두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처분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취업제한 명령의 요건인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와 공개명령의 요건인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은 문언 자체가 다르고, 법원이 각 처분마다 별도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취업제한 명령이 면제됐다고 해서 신상정보 등록이나 공개·고지명령까지 자동으로 함께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각 처분을 다투려면 그 처분의 고유한 요건에 맞춘 자료를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유의할 점 — 언제, 어떻게 자료를 내야 하나
취업제한 명령은 본안 판결과 동시에 선고됩니다. 그 말은 곧 재범위험성 자료를 제출할 마지막 기회가 1심 변론종결 전이라는 뜻입니다. 판결이 선고된 뒤에는 그 취업제한 명령 부분만 따로 다시 심리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고, 다투려면 항소나 상고를 통해 상급심에서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상급심에서 새로 자료를 제출할 수는 있지만, 1심에서 이미 한 차례 판단이 내려진 사안을 뒤집으려면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취업제한 명령이 형량과는 별개의 판단이라는 사실입니다. 감형을 구하는 양형 자료를 낸다고 해서 취업제한 명령 면제 주장이 저절로 함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가 두 처분을 각각 별도로 판단하는 만큼, 양형 의견서와는 별도로 취업제한 명령의 면제나 기간 단축을 구체적으로 구하는 취지를 명시한 의견서와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더 안전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로 벌금형만 받아도 취업제한 명령이 나오나요?
A. 그렇습니다. 법 제56조 제1항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취업제한 명령 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이 경우 벌금형이 확정된 날부터 취업제한 기간이 기산됩니다. 다만 처단형이 벌금형에 그쳤다는 사정은 재범위험성이나 특별한 사정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Q. 집행유예를 받으면 취업제한 명령을 자동으로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집행유예도 형의 선고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취업제한 명령 대상이며, 집행유예가 실효되지 않고 유예기간이 지나면 그 시점부터 취업제한 기간이 기산됩니다. 집행유예 여부와 취업제한 명령 면제 여부는 서로 다른 요건에 따른 별개의 판단입니다.
Q. 재범위험성 평가는 어디서 받아야 하나요?
A. 법이 특정 기관을 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법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심리학자·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만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평가를 의뢰해 소견서를 받는 것이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평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재판 일정을 고려해 미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1심에서 놓친 취업제한 명령 면제 주장을 항소심에서 새로 할 수 있나요?
A. 가능은 하지만 1심에서 이미 내려진 판단을 뒤집으려면 그보다 강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재범위험성을 뒷받침하는 평가와 자료는 가능한 한 1심 변론종결 전에 준비해 제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Q. 취업제한 명령이 면제되면 신상정보 등록도 함께 면제되나요?
A. 아닙니다. 취업제한 명령과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명령은 각각 별도의 법조문과 요건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되는 처분입니다. 취업제한 명령이 면제됐더라도 다른 부수처분은 그 처분 고유의 요건에 따라 따로 판단받아야 합니다.
Q. 재범위험성 자료는 양형자료와 함께 내면 충분한가요?
A. 함께 제출할 수는 있지만 취업제한 명령은 형벌이 아닌 별도의 처분이므로, 감형을 구하는 양형 의견과는 구분해 취업제한 명령의 면제나 기간 단축을 명시적으로 구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해 첨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구하는 처분을 명확히 특정해야 재판부가 해당 쟁점을 놓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취업제한 명령은 예외 없이 붙는 처분이 아니라,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 소명되면 면제되거나 기간이 줄어들 수 있는 처분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법원이 직권으로 알아서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평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자료로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열리는 문입니다. 반성한다는 말이나 막연한 다짐만으로는 부족하고, 치료 이력·전문가 소견·생활환경 자료처럼 재판부가 판결문에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준비 시점도 중요합니다. 취업제한 명령은 본안 판결과 동시에 선고되기 때문에, 자료를 준비할 실질적인 기회는 수사 단계에서 1심 변론종결 전까지로 제한적입니다. 인계동이나 수원지검 관할 사건처럼 수사 초기 대응이 필요한 경우라면, 취업제한 명령을 포함한 부수처분 전체를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자료를 설계하는 편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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