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앞을 보고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도로로 들어오기도 하고,
옆 차선의 차량 때문에 보이지 않던 보행자가 불쑥 나타나기도 합니다.
밤이나 새벽에는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운 옷을 입은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요.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이라고 해서 이런 순간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경찰에 집계된 교통사고가 193,889건 발생했고,
271,751명이 다쳤으며 2,54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53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매일 약 7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셈입니다.
사고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행자 사고는 운전자에게 더욱 두려운 사고입니다.
2025년 보행자 교통사고는 35,356건 발생했고,
이 가운데 92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처럼 교통사고는 특별히 난폭한 운전자나
교통법규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일이 아닙니다.
평소 조심해서 운전하던 사람도 잠깐 전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미처 대처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는 것과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전방과 좌우를 잘 살피고
도로 상황에 맞게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운전자가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사고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구체적인 도로 상황과 시야, 운전속도, 보행자의 움직임 등을 살펴
운전자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사람이 사망했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으로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망사고는 운전자에게도 엄청난 충격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출근하고 가족과 생활하던 사람이
단 한 번의 사고로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되고,
결국 형사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운전으로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평생 짊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말만으로 형사재판을 끝낼 수는 없습니다.
고의가 없는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사람이 사망한 이상 법원은 그 결과를 무겁게 봅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 뒤 피고인이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에는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다시 같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자료로 입증하는 양형변론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 역시 평범하게 운전을 하며 살아가던 의뢰인이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보행자를 사망하게 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사건입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 A씨는 40대 남성으로 평소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운전을 직업으로 삼아 왔던 만큼 평소에는 교통법규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큰 사고 없이 운전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A씨는 평소처럼 승객을 태우기 위해 택시를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차량 통행이 적지 않은 도로였습니다. 시간이 늦어 주변이 상당히 어두웠고, 도로 주변의 시야도 낮 시간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보행자 B씨가 횡단보도에서 비스듬하게 벗어난 외곽 지점으로 도로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B씨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고 주변 역시 어두웠기 때문에 A씨가 운전석에서 보행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뒤늦게 B씨를 발견하고 급히 제동하였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사고 직후 A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황한 상황에서도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고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경찰과 구조기관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A씨는 피해자의 상태가 어떠한지 계속 확인하면서 회복하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B씨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A씨가 받은 충격도 상당했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설마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과 충돌한 사람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무리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라고 하더라도 운전자인 A씨에게 전방을 제대로 살피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A씨 역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를 가장 걱정했습니다.
결국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이 사건의 목표는 실형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교통 사건에서는 실형이 쉽게 나오지는 않지만, 1) 횟수가 거듭된 음주운전의 경우 2) 음주 뺑소니 사건의 경우 3) 뺑소니 사망 사건의 경우 4) 그리고 운전자의 과실이 큰 사망 교통사고 사건의 경우에는 실형이 충분히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운전자의 과실이 부당하게 무겁게 평가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동시에 유족과의 대화와 합의가 중요하기에, 그 부분과 이후 양형변론에 초점을 맞춰서 변론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1) 의뢰인의 과실 정도가 수사기관이 판단한 것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했습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 사건은 공소장만 봐서는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다 알 수 없습니다. 공소장은 이른바 ‘기재례’에 따라 전부 비슷한 문구로 판에 박힌 형태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사고의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현장 사진, 도로의 구조와 차선 형태, 사고 발생 시간대의 시야와 조명 상태, 피해자의 진행 방향과 위치, 주변 차량의 통행 상황 등을 하나씩 면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특히 실제 운전자 시야에서 피해자를 어느 시점부터 발견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영상과 사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 제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의뢰인에게 전방주시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기가 쉽지 않았던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했고 수사기관이 처음 판단한 것처럼 의뢰인에게 일방적으로 무거운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했습니다.
교통사고 사건에서는 사고 직후 이루어지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자가 어떻게 진술하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충격과 죄책감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막연하게 진술하거나, 반대로 억울한 마음에 피해자의 잘못만 강조할 경우 사고 경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의뢰인과 함께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자료를 반복하여 확인하면서 피해자를 최초로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 당시의 시야와 조명 상태, 도로 구조와 주변 차량의 상황, 피해자의 진행 위치, 발견 직후 의뢰인이 취한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도 의뢰인이 자신의 전방주시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되, 실제 사고 당시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기 어려웠던 객관적인 사정과 사고를 회피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상황까지 빠짐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조사 전 예상 질문과 답변을 충분히 준비하고 진술 방향을 조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라는 결과만을 놓고 과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고 상황을 토대로 의뢰인의 실제 과실 정도가 정확하게 판단될 수 있도록 수사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이라는 결과와 별개로 사고 당시 의뢰인이 실제로 회피할 수 있었던 가능성과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를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정확하게 평가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장 분석과 증거자료들은 이후 공판에서도 사고 발생경위와 의뢰인의 과실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양형자료로 제출하여 적극적으로 변론했습니다.
(2) 성향 및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될 뻔한 합의를 끈질긴 설득 끝에 성사시켰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사건에서 유족과의 합의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족에게 무작정 합의를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을 갑작스럽게 잃었습니다.
돈으로 그 상실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접촉 방법과 시기, 전달하는 표현 하나하나에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A씨를 대신하여 유족 측과 조심스럽게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피해회복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합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유족이 생각하는 합의금과 A씨가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 사이에 차이가 있었고, 합의금 지급방법과 구체적인 합의조건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사실상 합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정도로 협상이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A씨 역시 크게 낙담했습니다.
단순히 형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족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회복해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데, 합의 자체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유족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A씨가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계속 조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합의금 액수만 흥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A씨가 사고 이후 얼마나 깊이 반성하고 있는지, 피해회복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약속한 합의금은 어떠한 방식으로 마련하여 지급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유족 측을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합의조건을 하나씩 조정했고, 결국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3) 보험사의 부당한 합의금 지급 거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유족과의 합의를 성사시킨 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또 발생했습니다.
보험회사에서 형사합의금에 해당하는 보험금 지급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나온 것입니다.
요즘에는 자동차보험과 별도로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서 교통사고로 형사절차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교통사고처리지원금·형사합의금이나 변호사선임비용 등을 보장하는 특약을 함께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중대 교통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매달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이러한 보장을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특히 사망사고나 중상해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 측과의 형사합의금이 상당한 금액에 이를 수 있고, 경찰 수사부터 검찰 및 형사재판까지 장기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경제적 부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와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흔하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측과 실제로 합의한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범위를 다투거나, 변호사선임비용이 과다하다고 주장하며 지급액을 제한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경우에도 해당 보험계약의 구체적인 약관과 가입 시기에 따라 보장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수사단계와 공판단계 중 어느 단계의 비용까지 보장되는지를 두고 보험회사와 가입자의 해석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보험회사에서는 담당자가 이렇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현저하게 깎아서 지급했을 때 내부적으로 칭찬을 받기도 한다니,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막힐 노릇입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고 해서 곧바로 “약관상 받을 수 없는 돈인가 보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보험금 지급 여부는 결국 가입 당시의 보험증권과 특별약관, 사고 발생시점, 담보의 종류와 보장한도, 실제 발생한 형사절차, 합의의 내용과 지급방식,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면책 또는 감액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보험회사가 지급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지급하겠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가 약관상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보험금 문제를 단순히 “보험회사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별개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면 결국 형사합의의 이행과 양형변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A씨가 가입한 보험계약과 특별약관을 구체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사고의 내용과 유족과 체결한 합의서, 보험금 청구내용, 보험회사가 지급을 거절하는 이유 등을 하나씩 대조하여 실제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만한 약관상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검토 결과 저는 보험회사의 지급거절을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A씨를 대리하여 보험회사 측에 보험금 지급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A씨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권이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담당자에게 몇 차례 전화하는 정도로 끝내지도 않았습니다.
보험회사가 계속 지급을 거부하자 보험계약과 약관에 따른 지급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정식으로 발송하고,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와 기존의 지급거절이 부당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후에도 보험회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고, 보험금 지급절차가 실제로 완료될 때까지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보험회사는 결국 입장을 변경하여 A씨가 유족과의 형사합의를 위해 청구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했습니다.
마침내 유족은 A씨의 사죄를 받아들여 합의에 응해주셨고, 형사합의서뿐 아니라 처벌불원서까지 작성해 주셨습니다.
나아가 합의금이 실제로 지급되었다는 객관적인 자료까지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피해회복을 위한 의뢰인의 노력이 말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양형변론에서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4) 다양한 방향으로 판결 선고 직전까지 양형 변론을 계속했습니다.
유족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받았다면 이제 할 일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라는 결과 자체가 매우 중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전제로 형을 정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변론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 중 하나로 보았습니다.
먼저 A씨의 성장과정과 가족관계, 경제적 상황, 직업생활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A씨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평소 운전습관은 어떠했는지, 사고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지, 이번 사고 이후 운전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운전경력과 사고이력도 확인했습니다.
직업상 장시간 운전을 해왔음에도 사고 이전까지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해 왔던 자료를 확보하고, 차량 보험과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하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왔다는 사정도 정리했습니다.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도로환경 역시 살폈습니다.
이번 성공사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지만, A씨가 어두운 시간대 택시를 운행하던 중 어두운 옷을 입고 횡단보도 옆으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게 된 상황 등 사고 발생경위에서 양형상 참작할 수 있는 사정을 정리하여 주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의 행동만 문제 삼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진지한 반성이 없다고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은 분명히 인정하되, 범행의 고의가 없는 과실범이라는 점과 구체적인 사고 발생경위에서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양형변론을 구성했습니다.
아울러 의뢰인의 사고 이후의 행동을 하나하나 자료로 만들어 재판부에 보여드렸습니다.
양형변론에서 저는 의뢰인들에게 자주 말씀드립니다.
“반성하고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성한 결과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드려야 합니다.”
A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고가 난 뒤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유족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사죄했는지.
실제 피해회복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다시는 같은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러한 사정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A씨의 반성 역시 단순히 “잘못했습니다. 선처해주십시오.”라는 문장 몇 줄로 끝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운전으로 한 사람의 생명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유족에게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사고 이후 운전대를 잡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운전습관을 바꾸어 나갈 것인지가 진솔하게 드러나도록 준비했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했습니다.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안전운전과 관련된 자료를 학습하며, 향후 운전을 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방식으로 운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변론요지서로 끝내지 않고 선고 직전까지 계속 추가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양형변론은 자료를 한꺼번에 제출한다고 끝나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사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사정은 그때그때 재판부에 알려야 합니다.
그렇게 판결 선고 직전까지 양형 변론을 계속하였으며, 마침내 선고일이 되었습니다.
3. 사건 결과
법원은 A씨에게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였습니다.
즉 A씨는 실형을 선고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되지 않고 사회 안에서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되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저희가 재판과정에서 계속 강조했던 양형사유가 판결에 실제로 반영되었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택하면서 피고인이 초범인 점, 사고 발생경위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 유족에게 형사합의금이 지급되었고 유족의 처벌불원의사가 확인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명시했습니다.
혹시 검찰에서 항소가 들어와 법정 다툼이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였으나, 다행히 검찰에서도 항소를 포기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민형사 합의도 이미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의뢰인은 이 사건을 종결하고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나긴 수사와 공판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의뢰인은 안도하셨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을 떠난 피해자에 대한 생각에 여전히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이처럼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매우 무겁습니다.
운전자에게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유족에게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건입니다.
따라서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맡은 변호인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태도 역시 “고의가 아니었으니 선처받을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망사고에서 좋은 양형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말보다 실제 행동과 자료가 필요합니다.
유족에게 어떻게 사죄할 것인지, 합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현실적으로 합의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합의금 액수나 조건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여 접점을 찾아야 하고, 보험회사와 문제가 생긴다면 보험약관과 지급요건을 검토하여 보험금이 실제 지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진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의서 한 장을 제출하고 선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과거 운전경력, 전과관계, 사고 직후의 행동, 피해회복 노력, 가족관계와 사회적 유대관계, 반성의 정도,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과 노력 등 해당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양형사유를 찾아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을 때 피고인이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유족에게 사죄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며, 다시는 같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양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은 그 결과가 중대한 만큼 초기부터 사선변호사를 선임하여 유족과의 합의, 보험회사와의 문제, 형사재판의 양형변론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움에 처해 계신 분들,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상담받으러 오세요. 저희 사무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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