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예전의 경찰서 여청범죄수사과는 주로 강간, 강제추행, 몰카 같은 성범죄를 전담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청과가 업무마비 될 정도로 비율이 높아진 고소 건이 있는데요.
바로 스토킹입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스토킹 112 신고는
2024년 3만 1947건에서 2025년 4만 4687건으로 약 40% 늘었고,
스토킹·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신고도
2024년 35만 6988건에서 2025년 43만 9382건으로 23.1%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스토킹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분명 스토킹범죄는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상대방이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연락하고, 집이나 직장 주변을 찾아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상대방의 일상을 감시하는 행동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여러 스토킹 사건을 접하다 보면 다른 측면의 고민도 생깁니다.
스토킹처벌법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실제로 상당한 위험성을 가진 전형적인 스토킹 사건뿐 아니라,
현재 교제 중인 연인 사이의 다툼이나,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관계에서 발생한 감정적인 연락까지
형사고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애관계라는 것이 언제나 명확하게 시작되고 명확하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는 헤어지자고 했다가 오늘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크게 싸운 뒤 서로 차단했다가 며칠 뒤 다시 연락하기도 합니다.
한쪽이 “이제 정말 끝이다”라고 말했다가 다시 연락하고, 다시 싸우고,
또 화해하는 일을 반복하는 관계도 현실에는 존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수십 통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감정적인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방을 스토킹으로 112신고하거나,
일방적으로 고소하거나, 서로 고소하거나,
심지어 민사소송까지 걸어놓고 나중에 가서 취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연인관계라는 이유로 스토킹범죄의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형사실무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아무런 친밀한 관계가 없었던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일상을 추적하고,
상대방이 반복해서 거부하는데도 집과 직장을 찾아가고, 협박과 감시를 계속하는 사건과,
장기간 연인 또는 그에 준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헤어짐과 화해를 반복하던 두 사람이
감정적인 다툼 끝에 수십·수백 차례 연락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형사사건으로 전환된 경우를 위험성의 측면에서 아무런 차이 없이 평가하는 것이
언제나 타당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1. 사건 개요 – 가까운 관계의 파탄에서 시작된 두 개의 스토킹 사건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 A씨는 50대 남성이었습니다.
A씨는 몇 년 전 취미와 관련된 온라인 모임을 통해 B씨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개인적으로 DM을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퇴근 후 함께 식사를 하거나 주말에 공연과 전시회를 보러 다녔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B씨에게 개인적인 고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A씨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고,
A씨 역시 자신의 일상을 B씨와 상당 부분 공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단순한 지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서로의 생활공간과 업무공간을 오가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이 자리에 없을 때 필요한 물건을 대신 챙겨주거나 전달해 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함께 여행을 가거나 기념일을 챙겼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성관계도 갖게 되었습니다.
동거까지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집에 장기간 머무는 일도 잦았습니다.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도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자신들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완전히 같지 않았습니다.
B씨는 때때로 두 사람이 정식으로 교제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A씨는 장기간 이어진 만남과 연락, 서로의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던 생활방식,
주변 사람들에게 서로를 대하는 태도 등을 보면서 사실상 연인과 다름없는 관계라고 받아들이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다툼이었습니다.
연락이 늦었다는 문제,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둘러싼 오해, 서로의 생활에 어디까지 관여할 것인지에 관한 갈등 등이 겹쳤습니다.
크게 싸우고 연락을 끊었다가 다시 만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A씨 입장에서는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인지, 잠시 다투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B씨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답장이 왔지만 점점 답장이 늦어졌고,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B씨는 A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A씨는 관계의 종료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또 크게 싸운 것뿐이다.”
“며칠 지나면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만나서 오해만 풀면 된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A씨가 예전에도 종종 드나들던 적이 있던 B씨의 사무실에,
두고 온 자신의 물건을 가져오려고 들어갔다가 건조물침입으로 112신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두 사람이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A씨가 해당 사무실을 드나드는 것을 B씨가 문제 삼지 않았고,
A씨 역시 자신의 물건을 가져오는 정도의 출입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A씨는 처음에는 이 건조물침입 고소 건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시게 되었는데, 이 부분을 상당히 억울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려고 숨어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간 것도 아닙니다.”
“제 물건을 가지고 나오려고 했습니다.”
“예전에도 여러 번 드나들던 곳이라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 몰랐습니다.”
물론 과거에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해서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도 당연히 출입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그 점을 A씨에게 분명히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건조물침입이 고소되고 조사받는 과정에서, A씨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만나서 대화하자고 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연달아 B씨에게 보내기 시작했고, 이에 B씨는 스토킹 신고와 고소를 했으며, 잠정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좋았을 텐데, A씨는 ‘잠정조치는 문자 그대로 잠정적인 것이고, 스토킹이라고 경찰서에서 판단한 게 아니다’라는 잘못된 내용을 인터넷에서 읽고, 어떻게든 B씨와 마주보고 앉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연락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소는 세 번에 걸쳐 이어졌고, 결국 단순한 스토킹 혐의를 넘어 잠정조치 위반까지 함께 문제가 되었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의뢰인은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시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1) 사건 기록을 검토하여 ‘두 사람의 관계의 실체’부터 다시 밝혔습니다.
스토킹 사건을 변론할 때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수사기록만 읽으면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행동이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데도 일방적으로 계속 따라다닌 행동’으로만 보이기 쉽다는 점입니다.
고소장에는 통상 피해자가 경험한 공포와 불안이 중심적으로 적힙니다.
수사기관 역시 신고가 접수된 시점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록에는
“피고인이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했다.”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찾아왔다.”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했다.”
는 사실들이 시간 순서대로 적히게 됩니다.
이 내용만 떼어 놓고 보면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적절한 형을 정하기 위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며칠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그 이전에 어떠한 관계였고, 그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피고인이 어떠한 인식 속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처음 언제 알게 되었는지.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
평소 하루에 어느 정도 연락했는지.
서로의 생활공간을 얼마나 자유롭게 오갔는지.
여행이나 외출은 얼마나 자주 했는지.
서로의 가족이나 지인에게는 어떻게 소개되어 있었는지.
상대방의 개인적인 물건을 보관하고 있었는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선물과 생활상의 교류가 있었는지.
갈등이 시작된 시점은 언제인지.
B씨가 처음으로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언제인지.
그 전후로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 모든 내용을 세밀하게 정리했습니다.
특히 의뢰인의 말만으로 두 사람이 가까웠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에게도 상대방과 알게 된 경위, 관계 발전 과정, 교제 여부, 관계가 틀어진 시점, 최초 연락단절 통보와 그 맥락, 각 범행의 시간대별 경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메시지, 통화기록, 사진, 영상, 녹취록 등의 자료를 모두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과거 메시지와 통화내역, 서로 주고받았던 물건, 함께 사용했던 생활용품, 주변 지인과의 대화, 두 사람이 서로의 생활공간을 오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 등 관계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제출한 이유는 피해자의 고통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였으니 스토킹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연락거부 의사 이후에도 계속 연락한 행위와 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사기관과 법원이 A씨를 일방적으로 B씨를 따라다니던 사람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다가 관계가 급격하게 파탄났고, A씨가 그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게 되었다는 사건의 정확한 맥락을 보여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이는 범행을 정당화하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하되, 왜 이러한 범행에 이르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양형변론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 두 번째, 건조물침입은 인정하되 고의와 비난 가능성이 매우 강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하나가 건조물침입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무조건적인 무죄 주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B씨의 명시적인 허락을 다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실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과거에 자유롭게 출입했던 곳이라고 하더라도 관계가 달라진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현재 의사를 확인했어야 합니다.
A씨 역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고의가 어느 정도였는지, 어떤 목적으로 그 장소에 갔는지는 양형에서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A씨가 그날 사무실을 찾아간 목적은 B씨를 감시하거나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남아 있던 자신의 물건을 가져오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A씨는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내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판단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점을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설명하면서 건조물침입이라는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상대방의 의사에 정면으로 반하여 은밀하게 침입하여 다른 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사안과는 범행 동기와 고의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A씨에게도 이 점을 여러 차례 설명했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명확하게 인정하되, 실제보다 과도하게 나쁘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은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를 통해 바로잡는 것. 이번 사건의 변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원칙을 유지했습니다.
(3) 추가 경찰조사까지 세밀하게 준비하여 두 사건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첫 사건이 이미 재판에 넘어간 상태에서 추가 고소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찰조사 역시 매우 중요했습니다.
추가 사건에서 감정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기존 진술과 모순되는 답변을 하면 첫 번째 사건의 재판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추가 고소사건의 조사에 앞서 A씨와 진술 방향을 미리 설정하고 꼼꼼히 검토했습니다.
변호인이 조사 내내 동석하면서 유도·강압신문 여부와 진술이 조서에 정확하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하지만, 답변 자체는 피의자가 해야 하므로 조사 전 진술 방향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잘 모르겠다”와 “그런 사실이 없다”를 함부로 섞어 답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사실대로 답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추측하지 않으며, 예상하지 못한 자료가 제시되면 충분히 확인한 다음 답변하도록 준비했습니다. 조사자료에도 명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을 추측해서 답하면 불리한 진술이나 일관성 없는 진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실제 경험한 사실·전해 들은 사실·추측을 구분하여 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경찰에서 영장을 신청할 만큼 죄질을 나쁘게 보고 있어, 위험성이 없음도 강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사에서는 단순히 내가 잘했다, 잘못했다는 일차원적인 답변이 아니라,
과거에는 매우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 사실이고,
그 때문에 갑작스러운 단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상대방이 더 이상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뒤에는 그 의사를 존중했어야 했으며,
특히 경찰의 조치 이후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연락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진술하도록 준비했습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추가 사건 역시 조사에 대응했고, 이후 두 사건은 하나의 재판에서 함께 판단받을 수 있도록 병합되었습니다.
(3)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범죄일람표였습니다.
이 사건은 두 건의 범죄일람표 항목 수를 전부 합치면 무려 오천 건 이상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누구에게나 충격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형사사건에서 숫자가 크다고 해서 그 숫자의 실질까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메신저를 이용한 범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메시지를 보내는 습관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문단으로 길게 작성해서 한 번에 보냅니다.
다른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다섯 개, 열 개의 말풍선으로 잘라 보냅니다.
후자의 경우 전송행위의 숫자는 훨씬 많아집니다.
스토킹범죄에서 반복성은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러한 전송행위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범죄일람표 5,000행 = 5,000개의 서로 다른 독립적인 스토킹 범죄행위’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언제 전송되었는지,
얼마의 시간 간격을 두고 있는지,
서로 이어지는 하나의 문장인지,
실제로 전달된 독립적인 내용은 몇 개인지,
그 내용에 협박이나 위해의 암시가 있는지,
관계회복을 요구하는 내용인지,
성적·모욕적 내용인지,
실제 물리적 접근까지 연결되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OO아. 나 지금 아파트 근처 카페에 와 있는데 잠깐만 나와줄수 있어? 부탁이야. 조용히 기다릴게.”라는 하나의 문장을 DM을 보내면서
“OO아.”
“나 지금”
“아파트 근처 카페.”
“잠깐만”
“나와줄 수 있어?”
“부탁이야,”
“조용히 기다릴게.”
로 여러 번에 나눠서 걸쳐서 단시간에 연속적으로 보내면, 일람표 상으로는 이것이 7건의 스토킹행위로 적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형적인 숫자와 행위의 실질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재판부가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구분하고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의견서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해명하고 강조했습니다.
(4)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스토킹 사건에서 합의를 진행할 때에는 다른 형사사건보다 훨씬 조심해야 합니다.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에게
“합의해 달라.”
“한 번만 만나 달라.”
“사과하고 싶다.”
고 연락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미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건이라면 더욱 위험합니다. 따라서 저는 A씨에게 어떠한 이유로도 B씨에게 직접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안내했습니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변호인을 통해 전달해야 하고, 합의 역시 변호사 사이에서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피해자 측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즉시 합의를 시도하고, 추가 사건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합의에 대한 여지가 없고 오직 강력한 처벌만을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피해자 변호사님께서 이해심이 많으셔서 적정한 합의금을 제시하면 협의를 위해 노력해주시겠다고 하셨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A씨가 마련할 수 있는 합의금 액수 또한 매우 제한적인 게 문제였습니다.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피해자가 만족하지 않는 금액에, 그것도 반복적으로 합의를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스토킹 사건에서는 합의를 위해 지나치게 접촉하거나 종용 및 요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정한 시점 이후에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피해회복 의사를 보여주는 방향을 검토했습니다.
(5) 합의가 어려워지자 형사공탁의 의미와 한계를 충분히 설명하고 적절한 시점에 공탁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A씨는 크게 불안해했습니다.
두 개의 사건이 병합되어 있었고, 반복적인 연락뿐 아니라 경찰의 조치를 위반한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합의가 안 되면 무조건 실형을 받는 것 아니냐.”
는 걱정도 컸습니다.
저는 A씨에게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실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끝까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형사공탁제도에 대해서도 안내했습니다.
다만 저는 공탁을 마치 합의의 대체물처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공탁을 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용서를 받은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공탁금액이 크다고 해서 당연히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도 아닙니다. 공탁은 어디까지나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금전적으로나마 책임을 부담하려고 했다는 하나의 양형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A씨와 충분히 상의한 끝에 금액을 정하고 형사공탁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이 경우 재판부는 공탁을 중요한 양형요소로 반영하기 어렵게 됩니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공탁을 양형요소로 반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공탁이 들어오는지 계속 조회하고 있다가 ‘공탁금 반환동의(사실상 수령거절)’를 곧바로 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크게 낙담했습니다.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렵게 마련하여 공탁한 돈조차 피해자가 받지 않겠다고 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단계에서도 양형변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6) 피해자가 공탁을 거절한 뒤에도 판결 직전까지 새로운 양형자료를 계속 제출했습니다.
공탁을 했다고 해서 변론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내지 않은 양형자료나 더 낼 수 있는 게 있다면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사건 초기부터 의뢰인에게는 가족관계자료, 직장 및 사회생활 자료, 건강 관련 자료, 봉사·기부내역, 경제상황, 사건 이후의 상담이나 치료 등 자숙과 재발방지 노력을 보여줄 자료, 합의를 위해 노력한 자료 등을 폭넓게 준비하고 그때그때 추가로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료를 많이 내는 것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왜 A씨에게 교정시설 수용이 아닌 사회 내에서의 교화 기회를 줄 수 있는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A씨는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황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해하였으며,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것도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재판을 잘 받기 위한 말에 그치지 않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계속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선고기일 직전까지 추가 양형자료를 제출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3. 사건 결과
마침내 선고기일이 되었습니다.
A씨에게 유리한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의 처벌의사도 남아 있었습니다.
형사공탁까지 했지만 피해자는 공탁금 수령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나의 사건만 재판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이 기소된 뒤 추가 고소가 이루어졌고, 두 사건이 결국 병합되어 함께 판단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기록상으로는 5,000건이 넘는 스토킹행위가 범죄일람표에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 숫자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두 사람의 실제 관계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 이후에도 변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양형자료를 준비하여 판결 직전까지 추가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이제 결과를 받는 일만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법원은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사회봉사와 스토킹범죄 재범예방을 위한 수강명령도 함께 부과되었습니다.
A씨에게는 무엇보다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실형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닙니다. A씨의 반복적인 연락이 정당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다만 형을 정할 때에는 단순히 범죄일람표의 행 개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범행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실질, 피해 정도, 피고인의 태도, 피해회복 노력, 재범 가능성, 전과관계와 사회적 유대관계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의뢰인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성실하게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 분께서도 매우 안도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을 진행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스토킹범죄에 대한 엄격한 대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명백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연락과 접근을 계속하고, 감시하거나 협박하고, 폭력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사건이라면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해야 합니다.
연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가 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교제관계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활패턴과 주거지, 직장, 가족관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스토킹 사건을 동일한 위험도를 가진 사건으로 취급하는 것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사귀고 있는 연인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관계,
양쪽 모두 감정적인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한쪽이 고소한 경우,
처음부터 아무런 친밀관계가 없었던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장기간 추적한 경우,
명확한 관계 종료 이후 피해자의 주거지와 직장을 반복적으로 찾아간 경우,
협박이나 폭행을 동반한 경우는 각각 위험성의 내용과 정도가 다릅니다.
형사법이 이러한 차이를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토킹을 가볍게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정말 위험한 스토킹 사건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제한된 수사력과 사법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개별 사건의 관계, 행위 내용, 반복성, 물리적 접근, 폭력성, 거부의사의 명확성, 법적 조치 이후의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법률입니다.
동시에 형사처벌은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가장 강력한 제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과 별개로, 그 사건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형벌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는 더욱 정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저희가 두 사람의 과거 관계를 집요할 정도로 다시 확인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연인이었으니 무죄다.”
라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의뢰인의 행위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다시 동일한 행동을 할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인의 역할은 의뢰인에게 유리한 말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의뢰인이 현재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면 그 부분부터 정확하게 짚어주어야 합니다.
“상대방도 나를 좋아했으니 괜찮다.”
“나는 나쁜 의도가 없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사과하려고 찾아간 것이니 스토킹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생각 자체가 이후 또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도 변호인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특히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스토킹 사건에서 중요하게 살피는 것 중 하나는 향후 같은 행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처벌을 줄이기 위해 반성문 몇 장을 제출하는 것보다 의뢰인이 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상대방과의 관계가 이미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이 결국 법원이 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킹 사건에서 형벌의 정도를 결정할 때에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현재에도 상대방에게 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실형을 선고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적절한 교육과 감독을 전제로 사회 안에서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은 피고인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그만큼 법원의 판단은 신중해야 하고, 변호인 역시 법원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사실과 자료를 제대로 정리하여 전달할 책임이 있습니다.
때로는 의뢰인에게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연락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진술하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억울하다고 주장하기보다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단절하는 것입니다.”
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의 기록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거나, 의뢰인이 하지 않은 행동까지 오해받고 있다면 그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결국 좋은 형사변론은 의뢰인이 원하는 말만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뒤 어디까지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토킹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 쉽습니다.
추가 고소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으며, 합의 여부에 따라 재판의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수사 중이던 사건이 기소되거나 별도의 사건과 병합되면서 대응전략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세운 전략을 끝까지 기계적으로 유지하기보다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현재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그 단계에 맞게 대응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스토킹 사건은 감정적으로 대응할수록 상황이 악화되기 쉽습니다.
이미 신고를 당했다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 아닙니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자료를 통해 설명하면 됩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려는 행동이 오히려 또 다른 형사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찰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았거나, 접근이나 연락을 제한하는 조치를 통보받았거나,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데 추가 사건까지 발생한 상황이라면 혼자 판단하여 대응하기 전에 사건의 방향부터 정확하게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남길 것인지부터 최종적으로 어떤 양형자료를 준비할 것인지까지 하나의 방향 아래 움직여야 하는 사건이 바로 스토킹 사건입니다.
현재 자신의 사건에서 무엇을 인정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언제든 상담을 받으러 오셔도 좋습니다.
사건의 기록과 현재 상황을 면밀히 살펴 의뢰인에게 필요한 대응 방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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