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형사공탁을 피해자가 수령 거부하면 감형이 안 되나요
사건 개요
성폭력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쪽에서 상담을 청해 오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피해자와 합의를 못 했는데 그래도 방법이 있느냐"입니다. 연락을 시도해도 피해자가 응하지 않거나, 대리인을 통해 "어떤 접촉도 원치 않는다"는 뜻만 전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변호인이 권하는 것이 형사소송법과 공탁법에 근거한 형사공탁 특례제도입니다. 피해자의 주소를 몰라도, 사건번호와 사건명만으로 공탁소에 손해배상 상당액을 맡길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막상 공탁을 마치고 나면 새로운 걱정이 생깁니다. 피해자가 재판부에 "공탁금을 받을 뜻이 없다"는 의견서를 내거나, 아예 회수에 동의하겠다는 뜻까지 밝히는 경우입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돈을 걸어 뒀는데도 피해자가 거부하면 그 공탁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집니다. 실제로 선고 직전에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느냐"며 찾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자가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형사공탁은 예전만큼의 감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혀 무의미하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탁을 어떤 시점에, 어떤 태도로, 어떤 근거로 했는지에 따라 재판부의 평가는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공탁이 민사상 채무를 소멸시키는 효과와 형사재판에서 양형에 참작되는 효과는 별개라는 점입니다(공탁법 제5조의2).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아도 공탁 자체로 손해배상채무는 이행된 것으로 처리되지만, 그것이 곧 형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6년 7월 1일 시행 양형기준 개정을 통해 성범죄를 포함한 여러 범죄군의 양형인자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종전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라는 식으로 공탁이 합의와 나란히 취급됐지만, 이제는 공탁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것처럼 인정되지 않습니다.
셋째, 그렇다고 공탁이 양형 판단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수령 의사, 공탁금을 나중에 되찾아갈 수 있는지(회수 가능성), 피해의 성격과 정도를 종합해 그 공탁이 실제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성범죄 재판에서는 특히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해, 수령을 거부한 공탁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참작하는 실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공탁을 '면피용'이 아니라 '진정성의 증거'로 만들기
수령 거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공탁의 가치를 최대한 지키려면, 공탁 그 자체보다 공탁에 이르는 과정을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게 쌓아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1) 공탁 시점을 앞당깁니다.
선고를 코앞에 두고 급하게 이뤄진 공탁은 "형만 줄이려는 뒤늦은 시도"로 비칩니다. 반면 수사 단계나 기소 직후처럼 이른 시점에 이뤄진 공탁은 처벌을 피하려는 계산보다 반성의 태도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그래서 접촉 시도와 공탁 시기, 그 사이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진술서와 변호인 의견서에 명시합니다.
2) 공탁 금액을 피해 실질에 맞춰 설계합니다.
피해자가 입은 치료비, 상담·치료 이력, 정신적 고통, 일상·직업상 불이익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악해, 그에 근접한 금액을 공탁합니다. 사건 성격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금액을 공탁하고 '공탁했다'는 사실만 내세우면, 오히려 진정성이 없다는 인상을 줍니다. 금액의 적정성을 뒷받침할 자료(치료비 영수증, 상담 기록 등 확보 가능한 범위)를 함께 정리해 둡니다.
3) 사죄와 반성의 태도를 공탁과 별개로 기록해 둡니다.
공탁서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사건명만 기재되므로, 그 자체로는 피고인의 반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필 반성문, 접촉 시도 과정에서 남긴 사죄의 뜻,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협조 태도를 별도로 정리해 양형자료로 함께 제출합니다. 공탁금과 반성의 태도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재판부에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수령 거부 국면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그 시점부터는 '공탁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한 공탁이 불리하게 읽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1) 공탁금을 섣불리 회수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일정한 요건 아래 피고인이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기 전에 공탁금을 회수해 버리면, "애초에 피해 회복 의지가 없었고 감형을 노린 임시방편이었다"는 정황으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피해를 회복시키려는 의사였다면 선고 시점까지 공탁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왜곡하거나 다투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라 피해자는 재판부에 피해의 정도와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의견 진술이나 의견서 제출로 수령 거부 의사가 드러났을 때, 변호인이 이를 애써 반박하거나 가볍게 취급하려 들면 재판부의 심증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대신 거부 의사는 그대로 존중하되, 피해 회복을 위한 시도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을 별도의 양형자료로 소명하는 방향으로 변론을 설계합니다.
3) 공탁 외의 정상 요소를 함께 준비합니다.
양형기준에서 '공탁 포함' 문구가 빠진 이상, 공탁 하나에만 의존하는 변론은 위험합니다. 동종 전과 유무, 수사·재판 협조 태도,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치료·상담 프로그램 이수 여부 등 공탁과 무관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양형 요소를 함께 정리해, 공탁이 참작되지 않더라도 전체 양형 판단에서 불필요하게 불리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춥니다.
결론
형사공탁은 더 이상 '일단 걸어 두면 형이 줄어드는' 자동 감형 카드가 아닙니다. 2026년 7월 양형기준 개정으로 '공탁 포함' 문구가 사라졌고, 피해자가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경우라면 그 공탁이 양형에 반영되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참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공탁을 포기할 이유는 아닙니다. 언제, 얼마를, 어떤 태도로 공탁했는지, 그리고 거부 국면에서 그 공탁을 어떻게 지켜 냈는지가 남은 변수를 가릅니다. 피해자의 수령 거부를 이미 통보받았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면, 공탁 이후의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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