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이나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경찰의 참고인 출석 요구를 받고, 무슨 말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하는 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가족이니까 사실대로 다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참고인 조사에 나갑니다. 그런데 막상 진술 과정에서 얼버무리거나 사실과 다르게 말한 부분이 드러나면,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지 못하고 본인이 오히려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참고인의 허위 진술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해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했는지를 기준으로 범인도피죄 성립 여부를 엄격히 가려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침묵이나 소극적인 거짓말과, 진범을 감싸기 위해 적극적으로 꾸며낸 진술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아래에서는 참고인 조사에서의 거짓말이 어떤 경우에 범인도피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참고인의 단순한 침묵이나 소극적 거짓말은 범인도피죄가 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해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해야 범인도피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며, 그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은 참고인의 진술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조사할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인이 단순히 아는 사실을 말하지 않거나(묵비), 소극적으로 얼버무리는 정도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단 기준입니다.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도5374 판결).
즉 참고인 조사에서의 거짓말이 전부 범인도피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거짓말이 어느 정도로 적극적이었는지, 그리고 실제로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뜨려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인의 단순한 묵비나 소극적 거짓말만으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그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2. 진범을 자처하거나 구체적 알리바이를 꾸며내면 범인도피죄가 됩니다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속여 진범의 발견을 방해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판례는 참고인이 스스로 범인임을 자처하거나, 진범을 위해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꾸며 진술한 경우는 앞서 본 소극적 거짓말과 다르게 평가합니다.
범인이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한 행위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1016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4078 판결 등 참조).
실제로 동승자가 자신이 운전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경로와 경위까지 꾸며 진술했다가, 사고 현장 인근 CCTV로 실제 운전자가 따로 밝혀진 뒤 범인도피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8. 6. 15. 선고 2018노758 판결). 단순히 “모른다”고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경위·경로·정황까지 지어내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뜨렸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결국 참고인 조사에서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의 경계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여 범인 발견을 방해했는가’에 있습니다.
스스로 범인을 자처하거나 구체적인 알리바이를 꾸며내는 순간, 참고인의 지위는 범인도피죄의 정범으로 바뀝니다.
3. 범인 본인이 거짓말을 시켰다면 범인도피교사죄까지 함께 문제됩니다
자기 사건을 스스로 숨기는 것은 처벌하지 않지만, 남에게 거짓말을 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형법 제151조는 ‘타인을 위하여’ 은닉·도피시키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범인 본인이 스스로 몸을 피하거나 진술을 거부하는 것 자체는 이 조항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방어할 권리, 이른바 자기비호권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범인이 이 권리의 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사람이 실제로 참고인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151조 제1항이 정한 ‘죄를 범한 자’가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한 경우에는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도152 판결,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 등 참조). 즉 범인 자신의 도피는 처벌하지 않지만, 참고인에게 거짓말을 부탁해 도피를 완성시켰다면 범인도 별도로 교사범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 경우 실제로 허위진술을 한 참고인은 범인도피죄의 정범으로, 부탁한 범인은 범인도피교사죄로 각각 처벌 대상이 되어 두 사람 모두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게 됩니다.
범인의 부탁을 들어준 참고인은 정범으로, 부탁한 범인은 교사범으로 함께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4.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이고, 친족이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형법은 범인도피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면서도 친족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에 따라 범인도피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앞서 본 96도1016 판결 사안처럼 진범을 자처하는 등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 즉 범인을 위하여 범인도피 행위를 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정을 고려한 예외입니다.
그러나 이 특례는 ‘친족관계’와 ‘본인을 위한 행위’라는 두 요건을 모두 갖췄을 때만 적용됩니다. 친족이 아닌 지인, 동거하지 않는 친척, 직장 동료 등이 같은 행위를 했다면 특례 없이 그대로 범인도피죄가 성립합니다.
5. 참고인 출석 통보를 받았다면 이렇게 준비해야 합니다
출석 전 사실관계와 진술 범위를 정리해 두어야 불필요한 범인도피 시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참고인 조사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출석 요구 → ②참고인 진술 조사 → ③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수원지방검찰청)의 송치 및 처분 → ④범인도피 등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참고인으로 출석했다가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참고인 조사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미리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과, 부탁받아 말하려는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는지부터 구분합니다.
문자·통화 기록 등 이미 존재하는 객관적 자료와 진술이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할 부분과 사실대로 답변할 부분을 미리 정리해 둡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참고인 조사와 범인도피 관련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미리 상담하면, 본인이 의도치 않게 범인도피 혐의를 뒤집어쓰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참고인 출석 통보를 받으면 “나는 그냥 아는 걸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별다른 준비 없이 조사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참고인으로 나선 쪽은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범인도피 혐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예상하지 못합니다. 진술 전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부탁받은 내용인지 스스로도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진범의 허위진술 때문에 수사가 지연되거나 피해 회복이 늦어진 고소인·피해자 쪽 입장에서는, 참고인의 거짓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참고인으로 조사받다 범인도피 혐의까지 받게 된 쪽과, 허위진술로 수사가 꼬여 곤란을 겪은 고소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진술 하나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진술을 마친 뒤 불안하다면, 그 시점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때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참고인으로 조사받으며 그냥 모른다고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단순히 모른다고 하거나 진술을 거부(묵비)하는 것만으로는 범인도피죄가 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속여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가족을 위해 거짓말한 경우도 처벌되나요?
A. 친족·동거가족이 본인(범인)을 위하여 범인도피 행위를 한 경우 형법 제151조 제2항에 따라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친족관계와 ‘본인을 위한’ 행위임이 인정될 때만 적용되며, 친족이 아닌 지인이라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묵비권(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범인도피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권리이고, 수사기관은 참고인의 진술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로 증거를 수집할 의무가 있습니다. 진술을 거부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꾸며내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Q. 이미 허위진술을 했는데 나중에 사실대로 정정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정정 시점과 경위에 따라 다르지만, 수사기관이 진실을 발견하기 전에 스스로 진술을 바로잡았다면 고의나 결과 발생을 다투는 유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수사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정정만으로 죄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Q. 범인이 저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저도 처벌받나요?
A. 부탁을 받아들여 실제로 허위진술을 했다면 참고인인 당신이 범인도피죄의 정범이 되고, 부탁한 범인 본인도 범인도피교사죄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기 사건을 스스로 숨기는 것은 처벌하지 않지만, 남을 시켜 숨기게 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위증죄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위증죄(형법 제152조)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수사기관의 참고인 조사는 선서 절차가 없으므로 위증죄가 아니라, 요건을 충족하면 범인도피죄가 문제됩니다.
Q. 형사처벌 외에 다른 불이익도 있나요?
A.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허위진술이 밝혀지면 참고인 본인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이후 진행되는 다른 조사나 재판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별도 혐의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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