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나 상가 외벽, 주차장 벽면 등에 스프레이나 매직펜으로 낙서를 했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냥 낙서만 한 거지 부순 것도 아닌데 무슨 죄가 되겠냐”, “지워지는 펜으로 살짝 쓴 거라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경우입니다. 그런데 막상 건물 관리인이나 소유자가 고소를 하고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날아오면, 그제서야 재물손괴죄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당황해하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재물손괴죄의 성립 요건 중 물건을 부수지 않아도 그 효용을 해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낙서로 인한 원상회복 비용이나 미관 훼손 정도에 따라서는, 스프레이 한 번의 실수가 벌금을 넘어 징역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물건을 파손하지 않은 낙서 행위가 어떤 경우에 재물손괴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수지 않아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은 ‘손괴’뿐 아니라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행위도 재물손괴죄로 처벌합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을 보면 처벌 대상이 물리적으로 부수는 ‘손괴’ 한 유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손괴’는 물건을 깨뜨리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말하지만, 조문은 이와 별도로 ‘은닉’과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행위까지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낙서는 물건 자체를 부수는 것이 아니므로 손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판례는 이를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아왔습니다.
대법원은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을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고,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낙서로 건물을 당장 물리적으로 쓸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관이 훼손되고 지우는 데 비용과 시간이 든다면 이 기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물리적으로 부수지 않았더라도, 낙서로 그 효용을 해했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2. 낙서가 재물손괴죄가 되는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건물의 용도와 미관 훼손 정도, 원상회복 난이도 등을 사회통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모든 낙서가 곧바로 재물손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건조물 벽면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그 건조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건조물의 벽면에 낙서를 하거나 게시물을 부착하는 행위 또는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등이 그 건조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건조물의 용도와 기능, 그 행위가 건조물의 채광·통풍·조망 등에 미치는 영향과 건조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건조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즉 낙서 한 줄이라도 지우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면 유죄로, 반대로 쉽게 지워지고 건물 이용에 지장이 없다면 무죄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스프레이 페인트처럼 지우기 어려운 재료를 사용했는지, 낙서 범위가 넓은지, 건물 외관이나 이용자에게 실제로 불쾌감을 줬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됩니다.
낙서가 재물손괴죄가 되는지는 지우는 난이도와 비용, 미관 훼손 정도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됩니다.
3. 래커 스프레이 낙서는 유죄, 계란 투척은 무죄로 갈린 사례가 있습니다
같은 사건 안에서도 행위의 정도와 결과에 따라 결론이 달라졌습니다.
위 판단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같은 사건 안에서 낙서와 다른 행위가 함께 문제 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잘 드러납니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중, 래커 스프레이로 회사 건물 외벽과 계단 벽면 등에 문구를 낙서한 사건이었습니다.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회사 건물 외벽과 1층 벽면, 식당 계단 천장 및 벽면에 낙서를 함으로써 이를 제거하는 데 약 341만 원 상당이 들도록 한 행위는 건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와 건물 이용자들의 불쾌감 및 원상회복의 어려움 등에 비추어 건물의 효용을 해한 것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반면 같은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건물에 계란 30여 개, 이후 10여 개를 던진 행위에 대해서는, 청소 비용이 약 50만원 정도 들고 유리문 일부가 더럽혀졌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건물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낙서 부분만 원심판결이 유지되고, 계란 투척 부분은 재물손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됐습니다.
이 판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같은 낙서·투척 행위라도 지우는 비용과 어려움, 미관 훼손 정도가 뚜렷하면 유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스프레이처럼 지우기 어려운 도구를 사용했거나, 낙서 범위가 넓거나 반복적이라면 ‘단순한 장난’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지우는 데 상당한 비용과 어려움이 드는 낙서는 재물손괴죄로, 쉽게 청소되는 수준의 행위는 무죄로 갈릴 수 있습니다.
4. 낙서의 방법과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단순 낙서는 3년 이하 징역, 여럿이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면 형이 무거워집니다.
형법 제366조에 따른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혼자 스프레이나 펜으로 낙서를 한 일반적인 경우 대부분 이 조문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낙서 등 재물손괴 행위를 하면, 형법 제369조 특수손괴죄가 적용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럿이 함께 몰려다니며 조직적으로 낙서를 하거나, 흉기에 준하는 물건을 소지한 채 낙서를 했다면 이 조문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죄는 미수범도 처벌 대상입니다(형법 제371조). 낙서를 시작하다가 제지당해 완성하지 못했더라도, 이미 벽면 일부를 훼손한 상태라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건물 소유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원상회복 비용을 배상하고 합의하면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낙서로 고소당했다면 이렇게 절차가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낙서 사진과 지운 비용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방향을 좌우합니다.
낙서로 인한 재물손괴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현행범 신고 → ②피의자 조사 및 목격자·CCTV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초범이고 소액 원상회복인 경우 약식기소나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적이거나 다수 인원이 가담했다면 정식 재판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낙서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낙서 당시와 이후 벽면 상태를 촬영한 사진·CCTV 영상이 있는지, 낙서 범위와 사용한 도구(스프레이·매직펜 등)를 확인합니다.
건물 관리인·소유자가 실제로 지출했거나 지출 예정인 원상회복 비용(견적서·영수증)을 확인합니다.
낙서 경위가 우발적인 장난인지, 특정 문구를 반복적으로 남긴 것인지 등 행위의 목적과 계속성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물손괴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혐의 성립 여부를 정확히 검토하고 원상회복 비용 배상을 통한 합의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낙서로 인한 재물손괴 문제는 “그냥 벽에 좀 쓴 것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낙서 피해를 입은 건물 소유자나 관리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지우는 데 드는 비용과 미관 훼손 정도를 뒷받침하는 사진·견적서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러한 자료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낙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부순 것도 아닌데 괜찮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사용한 도구, 낙서 범위, 실제 원상회복 비용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재물손괴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낙서의 정도와 원상회복 비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워지는 보드마카나 물로 씻기는 펜으로 살짝 쓴 낙서도 처벌되나요?
A. 쉽게 지워지고 건물 이용에 지장이 없다면 재물손괴죄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지우는 데 시간과 인력이 들거나 얼룩이 남는다면 스프레이 낙서와 마찬가지로 효용을 해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제가 공동으로 소유한 벽에 낙서해도 재물손괴가 되나요?
A. 됩니다. 공유물은 자신의 지분이 있더라도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그 형태나 외관을 훼손할 수 없어, 공동소유라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Q. 낙서를 지우는 데 비용이 몇 만원밖에 안 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비용이 소액이라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지만, 판례가 제시한 판단요소 중 하나이므로 미관 훼손 정도나 이용자의 불쾌감이 크지 않다면 불기소나 약식처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친구끼리 재미로 벽에 낙서한 경우도 형사처벌 대상인가요?
A. 장난이었다는 사정은 형이 정해질 때 참작될 수 있지만, 재물손괴죄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보다 실제로 건물의 효용을 해쳤는지가 우선 판단 기준입니다.
Q. 건물 소유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곧바로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원상회복 비용을 배상하고 합의서를 제출하면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 낮은 수준에서 종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낙서를 하다가 제지당해 마무리하지 못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형법 제371조는 재물손괴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벽면 일부를 낙서해 훼손한 상태라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낙서 경위와 원상회복 비용에 대한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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