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는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가 있습니다.
주거비나 교육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의료비나 가족 관련 비용처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직원에게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지는 단순히 회사가 직원에게 베푸는 호의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인력을 확보하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회사에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직원에게는 근로조건의 일부이고,
기업에는 사람을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실제로는 받을 수 없는 돈을 지급받는 경우입니다.
지원 요건과 다른 사실을 기재하거나,
실제와 다른 계약관계를 만들어 자료를 제출하고,
그 결과 회사로부터 지원금을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한 번의 잘못된 신청이라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여지가 있겠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별도의 자료까지 만들어졌다면
단순한 사내 규정 위반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횡령? 사기죄?
회사와 관련된 금전 문제가 생기면 가장 익숙하게 등장하는 죄명이 횡령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횡령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맡아 보관하고 있던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임의로 처분하는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이 법인 계좌에서 돈을 빼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업무상 보관하던 자금을 자신의 돈처럼 처분했다면 업무상횡령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지원금은 조금 다릅니다.
직원이 회사 돈을 미리 보관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청하면 회사가 심사한 뒤 직원에게 돈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지원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출했고,
회사가 그 내용을 믿어 돈을 지급했다면 횡령보다는 사기죄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과는 똑같이 회사 돈이 빠져나간 것이지만,
이미 맡고 있던 돈을 사용한 것과 회사로 하여금 돈을 지급하게 만든 것은 형사법에서 같은 사건이 아닙니다.
회사 자금 사건에서 돈이 빠져나간 결과보다 그 이전에 있었던 과정을 봐야 되는 이유입니다.
서류가 사실과 다르다고 모두 사문서위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원금 부정수령 사건에서는 서류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실제와 다른 계약서나 확인서, 신청서 등이 제출됐다면 흔히
‘허위문서 작성’이나 ‘사문서위조’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여기에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작성할 권한이 있는 신청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은 경우와,
다른 사람 명의의 문서를 권한 없이 만들어 제출한 경우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문서위조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히 내용이
거짓이냐만이 아니라 그 명의의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었느냐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 임대인이 작성하지 않은 임대차 관련 문서를 임대인 명의로 만들어 제출했다면
사문서위조 및 행사 문제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이 작성하는 지원금 신청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했다면 그 내용은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문서위조가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단순히 ‘허위서류를 냈다’고 표현하기보다
어떤 문서가 제출됐고, 작성자는 누구이며, 명의자는 누구인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업무상횡령은 어디서 문제될까
지원금을 부정하게 지급받은 사건과 달리,
회사 돈을 직접 관리하는 사람이 그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횡령 문제가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회계담당자가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돈을 옮긴 경우,
법인카드를 업무와 무관한 곳에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
거래처에서 들어온 대금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회사 돈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그 돈을 업무상 맡아 관리하는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자기 돈처럼 처분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었다고 해서 개인적인 사용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회사 업무를 위한 지출이었거나 정상적인 결재와 비용처리 과정 안에서 사용된 돈이라면,
계좌 이동이나 카드 사용 내역만으로 횡령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업무상횡령 사건에서는 자금의 사용처, 결재 내역, 계좌 흐름,
법인카드 사용내역, 회사 내부의 자금관리 방식 등을 함께 확인하게 됩니다.
특히 같은 방식의 사용이 반복되거나 개인적인 소비로 이어진
내역이 명확하다면 단순한 회계처리 문제와는 다른 형사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의 징계와 형사사건은 서로 다른 이야기 입니다
회사 역시 내부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내 징계의 기준과 형사처벌의 기준은 애초에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복지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이용이 확인되면 지원금 환수나 인사상 징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감봉이나 정직, 퇴직과 관련된 조치가 논의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중한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곧 횡령이나 사기죄의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회사가 지원금을 돌려받고 내부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해서
형사책임까지 언제나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제도를 위반했는지를 보고,
형사절차에서는 법에서 정한 범죄의 요건이 실제로 충족됐는지를 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도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복지제도는 결국 일정 부분 신뢰를 전제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그 신뢰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바로 하나의 죄명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지급된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지급되기까지 어떤 사실과 자료가 오갔는지,
이미 맡고 있던 회사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낸 과정이 문제라면 사기,
맡아 관리하던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사용했다면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회사 지원금이나 회사 자금과 관련된 형사사건은 바로 이 차이에서부터 판단이 시작됩니다.
법무법인 초원 정주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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