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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로 잡힌 내 물건을 부수면 권리행사방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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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로 잡힌 내 물건을 부수면 권리행사방해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자동차나 기계,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사정이 어려워지자 그 담보물을 없애거나 훼손해버리는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어차피 등록증 명의도 내 이름이고 내 돈으로 산 물건인데, 내가 부수든 팔아버리든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으로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훼손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채권자가 문제를 삼으면, “내 소유물이니 손괴죄도 안 되지 않느냐”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담보로 제공된 물건이 형식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담보권이 설정된 이상 함부로 손괴하거나 숨길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담보물의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그리고 채권자가 실제로 손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담보로 잡힌 물건을 손괴하거나 숨기는 행위가 어떤 경우에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되는지, 그리고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담보로 잡힌 내 소유물이라도 함부로 부수면 범죄가 됩니다

명의가 내 앞으로 되어 있어도, 담보권이 설정된 순간부터 마음대로 손댈 수 없습니다.

형법 제323조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의 물건’이란 범인이 소유하는 물건을 뜻하므로, 등록증이나 등기부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는 물건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문제는 그 물건에 저당권ㆍ질권ㆍ전세권 같은 담보권이나 임대차 같은 채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입니다. 대출을 받으며 자동차나 공장 설비,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주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담보권자는 그 물건을 목적으로 한 권리를 가지게 되고, 소유자인 채무자라 하더라도 이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처분ㆍ손괴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명의가 내 앞으로 되어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오해가 가장 흔합니다. 하지만 담보권이 설정된 순간부터 그 물건은 채무자 개인의 자유로운 처분 대상이 아니라, 담보권자의 권리행사 대상이 함께 걸린 물건이 됩니다.

담보권이 설정된 순간부터, 그 물건은 형식적으로 내 명의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없애거나 훼손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2. ‘내 물건이니 손괴죄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재물손괴죄는 피해 가더라도, 권리행사방해죄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래서 자기 소유물을 훼손한 것 자체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항변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물건에 담보권이 설정돼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별도로 적용되고, 법정형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재물손괴죄보다 오히려 무겁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은닉’의 의미를 폭넓게 보고 있습니다.

‘은닉’이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 물건 등의 소재를 발견하기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하고, 그로 인하여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고 현실로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을 것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도14735 판결).

이 판결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회사 건물을 철거해 멸실등기까지 마치고, 함께 담보로 잡혀 있던 기계ㆍ기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사안이었습니다. 검사는 처음에는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권리행사방해죄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손괴 또는 은닉으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물건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뿐 아니라,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죄가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내 소유니까 손괴죄는 안 된다’는 생각은 맞을 수 있어도, 담보권이 걸려 있다면 권리행사방해죄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3. 저당 잡힌 물건을 다른 곳에 또 담보로 넘기는 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이미 담보로 잡힌 물건을 또 다른 곳에 넘기면, 숨긴 것과 같은 효과가 됩니다.

담보물을 아예 부수지 않고, 다른 채권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며 넘겨주는 방식으로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7611 판결은, 캐피탈사에 저당권을 설정해주고 대출을 받은 승용차를 다시 다른 개인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며 건네준 사안에서, 이를 ‘은닉’으로 보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자기의 물건’인지 여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자기의 물건’이란 범인이 소유하는 물건을 의미하고, ‘자기의 물건’인지의 여부는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다(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도7611 판결).

같은 판결은 공동명의로 등록된 물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지분 비율 범위에서는 ‘자기의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부부나 동업자 공동명의로 등록된 자동차ㆍ기계라도, 그중 자신의 지분에 담보권이 걸려 있다면 그 물건을 숨기거나 손괴하는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담보로 잡힌 물건은 부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4. 담보물의 가치나 손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습니다

권리행사가 실제로 막혔는지 따지지 않고, 위험이 생긴 순간 범죄는 완성됩니다.

앞서 본 것처럼 권리행사방해죄는 현실로 권리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요구하지 않고,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면 그 자체로 성립하는 위험범입니다. 그래서 “채권자가 결국 다른 방법으로 돈을 다 받았으니 문제없다”거나 “담보물 가치가 얼마 안 됐다”는 사정은 범죄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하고,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에 그칩니다.

형법은 제324조의5에서 강요ㆍ인질강요 등 제324조부터 제324조의4까지의 죄에 대해서만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권리행사방해죄를 규정한 제323조는 이 미수범 처벌 규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만 위와 같이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만 이르러도 기수로 인정되는 위험범이기 때문에, 착수 단계에서 이미 범죄가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한편 형법 제328조는 권리행사방해죄에 친족 사이의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담보권을 가진 상대방, 즉 피해자가 배우자나 직계존속 같은 친족이라면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친족이 아닌 공범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손괴나 은닉 정황이 드러나기 전, 자료부터 정리해야 방향이 잡힙니다.

담보물 손괴ㆍ은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담보물이라면 수원남부ㆍ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ㆍ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담보물의 가치가 크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안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담보물이 없어지거나 훼손된 정황을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저당권설정계약서ㆍ질권설정계약서 등 담보설정 관련 서류와 등기부ㆍ등록원부를 확인합니다.

  2. 담보물의 현재 상태와 소재를 사진ㆍ영상, 등기부ㆍ등록원부 열람 내역으로 정리합니다.

  3. 담보물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없어지거나 훼손됐는지 통화ㆍ문자 기록 등으로 경위를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담보물 손괴ㆍ은닉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 대응과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ㆍ담보 재설정 문제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담보물 손괴ㆍ은닉 문제는 “어차피 내 물건인데 무슨 문제가 되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물을 잃고 채권 회수가 막막해진 채권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담보설정계약서와 담보물의 소재ㆍ상태를 뒷받침할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담보를 제공했다가 처분ㆍ손괴 의심을 받는 채무자 입장에서도, “내 명의였다”는 항변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므로 처분 경위와 채권자와의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담보물 손괴ㆍ은닉을 둘러싼 형사 사건에서 담보를 제공한 채무자와 담보권을 잃은 채권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담보설정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담보물이 없어졌거나 훼손된 정황을 확인했다면, 늦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보로 잡히지 않은 제 소유 물건을 부순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담보권이나 다른 사람의 권리 목적이 되어 있지 않은 순수한 자기 소유물을 부순 경우라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험사기 등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별도 범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공동명의로 등록된 차량인데, 제 지분만큼도 손괴죄가 되나요?

A. 재물손괴죄는 아니지만, 그 지분에 저당권 등 담보권이 설정돼 있다면 권리행사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유물도 지분 비율 범위에서는 ‘자기의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담보물이 고장 나서 자연스럽게 못 쓰게 된 경우도 처벌되나요?

A. 권리행사방해죄는 고의범이므로, 고의 없이 노후ㆍ사고로 훼손된 경우까지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의로 방치하거나 수리를 회피한 정황이 있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Q. 빌린 돈을 이미 다 갚은 뒤에 담보물을 처분했다면요?

A. 변제로 담보권이 소멸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변제ㆍ담보 말소 시점과 처분 시점의 선후 관계를 계약서ㆍ입금내역으로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Q. 담보권자가 부모님인데도 형사처벌을 받나요?

A. 피해자가 배우자ㆍ직계존속 같은 친족이라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됩니다. 다만 친족이 아닌 공범에게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형사처벌과 별도로 손해배상도 해야 하나요?

A. 가능합니다.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받는 것과 별개로, 담보물 훼손ㆍ은닉으로 채권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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