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지역 맘카페, 배달앱 리뷰, SNS 단체방 등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여겨지는 공간에서 특정인을 저격하는 글이 올라와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글을 쓴 사람들 상당수는 “닉네임으로 썼으니 나인 줄은 절대 모를 것이다”, “탈퇴하고 계정을 지우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수위 높은 글을 올립니다. 그런데 막상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가 시작되면, 접속 IP와 가입 정보가 확인되면서 몇 주 만에 작성자가 특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온라인 게시글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 관련성을 엄격히 구분해 판단하고 있어, 작성자를 특정했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익명 게시글이 어떤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작성자를 어떤 절차로 특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소부터 처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게시글 내용에 따라 적용되는 범죄와 형량이 달라집니다
사실인지 허위인지, 구체적 사실 적시인지 추상적 비난인지가 갈림길입니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구체적 사실을 공공연하게 적시하면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 제1항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제2항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인터넷 게시판, 카페, SNS처럼 정보통신망을 통한 게시물은 특별법인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우선 적용됩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이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해 형법보다 형량 구간 자체가 무겁습니다.
반면 구체적 사실 적시 없이 “쓰레기 같은 인간”, “정신병자” 같은 추상적 경멸 표현만 있다면 형법 제311조 모욕죄가 문제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사실 적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고소장을 작성하기 전에 게시글 문구를 정확히 구분해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도15738 판결).
즉 글 내용이 전체적으로 사실에 부합한다면 다소 과장되거나 감정적인 표현이 섞여 있어도 허위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고, 형법 제307조 제1항 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의 진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부풀렸다면 형이 훨씬 무거운 허위사실 적시 조항이 적용됩니다.
게시글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구체적 사실 적시인지 추상적 비난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2.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해도 고소기간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욕죄의 고소기간은 게시글을 본 날이 아니라 작성자를 알게 된 날부터 시작됩니다.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은 친고죄의 고소기간을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범인을 알게 된 날’은 단순히 문제의 게시글을 읽은 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닉네임 뒤에 숨은 실제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 날부터 6개월이 계산되므로, 작성자가 익명인 상태에서는 아직 고소기간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이 해석에 기대어 무작정 시간을 끌기보다는, 게시글이 삭제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증거를 확보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면 형법 제307조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별도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고소기간 제한 없이 수사와 처벌이 가능합니다.
모욕죄는 작성자를 특정한 날부터 6개월의 고소기간이 시작되고, 명예훼손죄는 애초에 고소기간 자체가 없습니다.
3. 형사 고소를 통한 수사기관 경유가 가장 확실한 특정 방법입니다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구분하면 왜 고소가 지름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작성자를 특정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른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해지일 등 가입자 인적사항으로,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통신사가 임의로 제공할 수 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반면 접속 IP, 접속 시간, 로그기록 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라 관할 지방법원의 허가서가 있어야만 통신사에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 자료들은 개인이 통신사에 직접 요청해서는 받을 수 없고, 수사기관이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개시한 뒤에야 법원 허가를 받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개시시키는 것이 작성자를 특정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경로로 통합니다.
형사 고소 외에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에 따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이용자 정보 제공을 청구하는 민사적 절차도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해당 이용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제공되는 정보도 성명·주소 등 최소한에 그쳐, 형사 고소를 통한 특정보다 시일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도4171 판결).
즉 작성자를 특정해 고소했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글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 예를 들어 특정 집단의 주의 환기나 소비자 피해 공유 목적에 해당한다면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어 무혐의로 종결될 수도 있으므로, 고소 전 게시글의 작성 경위와 맥락까지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작성자 특정은 형사 고소를 통한 수사기관 경유가 가장 빠르지만, 특정 이후의 처벌 여부는 비방 목적과 공익성에 따라 다시 갈립니다.
4. 사실인지 허위인지,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면 형법보다 형량 구간 자체가 높아집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가 적용되어 진실 적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 적시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반면 인터넷·SNS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되어 진실 적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 적시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해 형량 구간 자체가 형법보다 무겁습니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같은 대상에게 반복적으로 모욕성 게시글을 올렸거나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에 유포한 경우에는 죄질이 무겁게 평가되어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합니다. 형사 고소를 통해 확보된 수사 기록과 처분 결과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유력한 입증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형사와 민사를 병행하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유리합니다.
5. 고소부터 작성자 특정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시점에 확보해둔 증거가 이후 수사 속도를 좌우합니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게시글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담당 수사관 배정 후 게시판 운영자·통신사에 대한 통신자료·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 ③확보된 IP·가입자 정보로 작성자를 특정해 피의자 조사 → ④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를 거쳐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해외 서버를 경유하거나 VPN을 사용한 경우 국제공조에 시간이 걸려 특정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작성자를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고소를 준비한다면,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의 게시글과 댓글을 URL·작성일시가 함께 보이도록 화면 전체를 캡처하고, 삭제에 대비해 원문을 별도로 저장해둡니다.
같은 작성자로 의심되는 다른 게시물·댓글·아이디 이력을 함께 수집해 반복성·악의성을 뒷받침할 자료로 정리합니다.
성명불상자로도 고소장 접수가 가능하므로, 신원을 몰라도 확보한 자료를 첨부해 경찰서에 우선 고소장을 제출합니다.
성명불상자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이 통신자료·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절차를 통해 작성자를 특정하게 되므로, 피해자가 직접 신원을 밝혀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초기에 확보한 캡처와 정황 자료가 부실하면 특정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혐의로 종결될 수 있어, 상담을 통해 고소장 작성 단계부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익명 게시글로 인한 피해는 “어차피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데 고소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시글로 피해를 입은 쪽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삭제되기 전에 게시글과 관련 정황을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캡처 자료가 촘촘할수록 작성자 특정과 처벌, 손해배상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무심코 쓴 글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게 된 쪽에게도 억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는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글이었는지에 따라 비방할 목적 자체가 부정되어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게시글로 피해를 입은 쪽과 반대로 작성자로 특정되어 조사를 받게 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확보한 자료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익명이라는 이유로 포기하거나, 반대로 별일 아니라고 넘기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닉네임만 알고 실명을 몰라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신원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성명불상자’로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고, 이후 수사기관이 통신자료·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을 통해 작성자를 특정합니다.
Q. 게시글을 이미 삭제했는데도 처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캡처 화면, URL, 목격자 진술 등으로 게시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되며, 오히려 삭제 시점이 정황 증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Q. 해외 서버를 이용한 사이트나 VPN을 쓴 경우도 특정할 수 있나요?
A. 시간이 더 걸릴 뿐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국제공조 절차를 거쳐야 해 통상보다 수개월 더 소요될 수 있고, 일부 해외 사업자는 협조를 거부해 특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Q.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를 동시에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같은 게시글이라도 구체적 사실 적시 부분은 명예훼손, 추상적 비난 부분은 모욕으로 함께 검토해 고소장에 기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상대방이 “공익을 위해 쓴 글”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글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실제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면 비방할 목적이 부정돼 무혐의로 끝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익적 동기가 섞여 있다는 사정만으로 공익성이 바로 부정되지는 않으므로, 작성 경위 전체를 다퉈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수사 기록과 처분 결과를 민사 손해배상청구의 증거로 함께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진행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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