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참석해 안건에 분명히 반대했는데도, 나중에 소송에서는 결의에 찬성한 다른 이사들과 똑같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법이 이사회 결의에 참가한 이사가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으면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회의 중에 육성으로 반대 의견을 냈어도 그 사실이 서면으로 남지 않으면, 나중에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사회 결의에 반대하는 이사가 실제로 책임을 면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의사록에 이의를 남기는 일이 왜 그렇게 결정적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이사회 결의 반대, 상법이 찬성으로 추정하는 이유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정한 상법 제399조는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그 이사가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제2항은 그 행위가 이사회 결의에 의한 것이라면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같은 책임을 진다고 확장합니다. 그리고 제3항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추정 규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사회가 회의체 기관이라는 데 있습니다. 여러 명이 모여 안건을 표결하는 구조에서, 누가 실제로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당사자들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회사·경영진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다른 이사들이 훗날 소송에서 특정 이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법은 이런 증명의 곤란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록에 남은 기록'이라는 객관적 기준 하나로 찬반을 가르도록 정해 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조항은 입증책임을 사실상 이사 쪽으로 넘겨버립니다. 원고(회사 또는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는 그 이사가 결의에 참가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고, 반대로 찬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사 스스로 의사록 기재를 통해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회의 도중 아무리 명확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해도, 의사록이라는 문서 증거가 없으면 법정에서 그 주장을 뒷받침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은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한다 — 실제로 반대했는지가 아니라 의사록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가 책임을 가른다.
의사록에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하나 — 상법 제391조의3
상법 제391조의3은 이사회 의사록 작성 자체를 회사의 의무로 규정합니다. 제1항은 이사회의 의사에 관하여 의사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의사록에 안건, 경과요령과 그 결과, 그리고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이유를 기재하고 출석한 이사 및 감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요구합니다. 즉 법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누가 반대했다'는 이름 한 줄이 아니라, 반대한 이유까지 함께 남기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의사록 작성 실무는 통상 의장이나 실무 담당자가 맡고, 반대한 이사 본인이 직접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의사록에 이의 기재가 없을 때 불이익을 받는 쪽은 어디까지나 그 이사 본인이므로, 기재를 요구하고 확인하는 책임 역시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의사록이 자동으로 정확하게 작성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의사록 필수 기재사항 — 의사의 안건, 경과요령, 그 결과.
반대하는 자의 성명과 구체적인 반대이유(단순히 "반대"라고만 적기보다 근거를 남겨야 함).
출석한 이사 및 감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주주는 영업시간 내에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음(상법 제391조의3 제3항).
판례가 보는 기준 — 이의 없이 찬성한 이사의 책임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9086 판결은 이 추정 규정이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은행의 상임이사회에서 부실 대출을 결의한 사안이었는데, 법원은 해당 이사들이 대출이 부당하거나 부적절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음에도 이사회 결의에 참석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함이 없이 찬성함으로써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위반해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이를 상법 제399조 제2항(결의에 찬성한 이사의 연대책임)이 아니라 제1항의 책임, 즉 이사 본인의 임무해태를 인정하는 근거 사실로 취급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이의 없이 찬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이사가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증거로 작동한 것입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결의에 동참한 이상, 사후에 "사실은 내키지 않았다"는 심정적 항변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판례가 보여주는 실무 기준입니다.
대법원은 이사가 위험성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사회 결의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찬성한 사실을 그 자체로 임무해태의 근거로 삼는다 — 침묵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
구두로 반대했는데 의사록엔 안 남았다면 벌어지는 일
가장 흔한 함정은 회의 중에 분명히 말로 반대했는데, 의사록에는 그 사실이 기재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처리되는 경우입니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의 문언은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실제로 육성으로 반대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문서로 남았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다른 참석 이사나 직원의 증언으로 구두 반대 사실을 입증하려 해도, 그들 대부분이 회사·경영진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처지라 법정에서 그 이사에게 유리한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함정을 피하려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순간부터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회의 중 반대 발언을 할 때 의장에게 그 사실과 이유를 의사록에 정확히 기재해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하고, 이후 배포되는 의사록 초안을 받으면 자신의 반대 발언과 이유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기재가 누락되거나 취지가 왜곡되어 있다면 서명을 보류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회의 중 반대 발언 시 "이 발언을 반대 이유로 의사록에 기재해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
의사록 초안 수령 즉시 반대 취지·이유가 정확히 반영됐는지 대조.
기재가 부정확하면 서명 전 정정 요구, 회사가 거부하면 서명을 유보하고 그 경위를 별도로 기록.
사안이 중대하면 결의 직후 회사와 이사회 의장 앞으로 반대 취지의 서면(내용증명 등)을 별도로 발송해 증거를 이중으로 확보.
결석한 이사는 다른 문제 — 참가와 불참의 차이
상법 제399조 제3항은 문언상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를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애초에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아 결의에 참가하지도 않은 이사에게는 이 찬성 추정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법 제391조 제2항에 따라 이사가 원격통신수단으로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며 결의에 참가한 경우에는 이사회에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보므로, 화상·전화로 참여한 경우도 참가로 취급되어 이의 기재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렇다고 회의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안전한 전략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8다14633 판결은 이사가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특정 결의에 참가하지 않아 제399조 제3항의 찬성 추정을 피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를 알고 있었으면서 이사회 참석 자체를 회피하거나 감시·견제를 게을리했다면 별도의 감시의무 위반을 근거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결석은 찬성 추정에서는 벗어나게 해주지만, 이사로서의 감시의무까지 면제해 주지는 않습니다.
책임의 범위와 감면 — 연대책임과 그 한계
상법 제399조 제2항에 따라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취급되는 이사는 실제로 안건을 집행한 이사와 연대하여 회사의 손해 전액을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손해 발생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책임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손해 전액에 대해 각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행에는 관여하지 않았어도 결의에 찬성(또는 찬성으로 추정)한 이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결코 작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법 제400조는 이 책임의 감면 경로도 함께 두고 있습니다.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은 주주 전원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고, 정관으로 정한 바에 따라 이사가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감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이거나 경업금지·회사기회유용금지·자기거래 규정(제397조, 제397조의2, 제398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감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제401조 제2항은 제399조 제2항·제3항을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사회 결의에 찬성했거나 찬성으로 추정된다는 사정은 회사뿐 아니라 거래상대방 등 제3자에 대한 책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반대 의사를 안전하게 남기는 방법
이사회에서 반대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면, 그 순간부터 '기록을 남기는 절차'를 하나의 업무로 취급해야 합니다. 회의 중 구두 반대만으로 그치지 말고,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면서 의사록에 그대로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이유를 함께 밝혀야 하는 것은 상법 제391조의3 제2항이 반대이유까지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유 없이 이름만 남으면 훗날 그 반대가 실질적인 이의였는지 다툼의 여지가 남습니다.
의사록이 작성된 뒤에는 서명 전에 반드시 자신의 발언이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기재를 거부하거나 부실하게 처리한다면, 상법 제391조의3 제3항에 따른 열람·등사 청구권을 활용해 최종 의사록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결의 직후 반대 취지를 담은 별도의 서면을 회사와 이사회 앞으로 발송해 증거를 이중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런 절차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훗날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의 기재 하나가 책임 유무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챙겨야 할 절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사회에서 손을 들지 않고 침묵만 했는데도 찬성으로 처리되나요?
A. 결의에 참가(출석)한 이상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그 사실이 의사록에 기재되지 않으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침묵이나 소극적 태도는 반대 의사표시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의사록에 "반대"라고만 적혀 있으면 충분한가요?
A. 상법 제391조의3 제2항은 반대하는 자와 그 반대이유를 함께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유 없이 이름만 남아 있으면 나중에 반대의 실질과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화상회의나 서면으로 참여해도 이의 기재 원칙이 똑같이 적용되나요?
A. 상법 제391조 제2항에 따라 원격통신수단으로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며 참가한 경우도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보므로, 대면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의 기재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 이사회에 아예 불참하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가요?
A. 상법 제399조 제3항의 찬성 추정은 결의에 참가한 이사를 대상으로 하므로 불참 시 직접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른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의심할 사유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별도의 감시의무 위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제 반대 사실을 의사록에서 빼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상법 제391조의3 제3항에 따른 열람·등사 청구권을 행사해 실제 기재 내용을 확인하고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결의 직후 반대 취지를 담은 서면을 회사에 별도로 발송해 그 시점의 증거를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이사 개인의 책임은 누가, 어떻게 추궁하나요?
A. 원칙적으로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지만, 회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상법 제403조에 따라 회사에 소 제기를 청구하고, 회사가 30일 내 제소하지 않으면 직접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이사회 결의에 반대하는 것과 그 반대로 인해 실제로 법적 책임을 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상법 제399조 제3항이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못박고 있는 이상, 회의장에서 아무리 단호하게 반대했더라도 그 사실이 문서로 남지 않으면 훗날 법정에서는 찬성한 이사와 같은 자리에 서게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의사록입니다. 반대 발언을 할 때 이유까지 명확히 밝히고 기재를 요청하는 것, 의사록 초안을 반드시 확인하고 서명하는 것, 필요하다면 별도의 서면으로 반대 취지를 한 번 더 남겨두는 것이 이사 본인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사회 운영이나 의사록 기재를 둘러싸고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 결의 시점부터 절차를 어떻게 남겨야 하는지 미리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