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성범죄 혐의로 입건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소속사나 구단·광고주는 곧바로 전속계약 해지와 위약금 청구를 검토합니다. 그런데 입건은 수사가 막 시작됐다는 뜻일 뿐 유죄가 확정됐다는 의미가 아니어서, 계약을 곧바로 끝낼 수 있는지, 이미 받은 돈을 몇 배로 물어내야 하는지는 계약서 문구와 법리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실제로는 해지 자체의 정당성 다툼과 위약금 액수의 과다 여부 다툼이 별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대응 방향을 잘못 잡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속계약이 어떤 요건에서 해지될 수 있는지, 위약금 조항이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다툼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속계약의 법적 성질 — 신뢰관계 파탄이 해지의 핵심 요건
연예인 전속계약은 소속사가 연예활동에 관한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고 연예인은 소속사를 통해서만 활동하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은 이런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의 법적 성질을 민법상 전형적인 위임계약이 아니라 위임과 비슷한 무명계약으로 보면서도, 계약의 존속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돼 있어 순수한 위임계약처럼 언제든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판례가 특히 의미 있는 부분은, 해지를 위해 반드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는 극단적으로 높은 기준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본 점입니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당사자 사이의 고도의 신뢰관계 유지가 필수적이고, 신뢰관계가 깨졌는데도 계약 존속을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판결의 논리입니다. 즉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실제로 깨어졌다면 그 자체로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법리는 소속사가 연예인을 해지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성범죄 입건으로 대중의 신뢰와 소속사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졌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가 우선 검토 대상이 됩니다.
전속계약은 언제든 자유롭게 해지되는 순수 위임계약과도,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지되는 계약과도 다르다 —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실제로 깨어졌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입건" 자체가 해지 사유인가 — 계약서 문구가 가르는 기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7조 제2항은 대중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의 당사자가 계약 기간·갱신·변경 및 해제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지·위약금 사유가 계약서에 어떤 문구로 적혀 있는지가 실제 분쟁에서 결정적입니다.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경우" 자체를 해지·위약금 사유로 못박은 계약서라면 문언대로 해지 사유가 성립할 여지가 크지만, "기소된 경우"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미지가 실추된 경우" 등으로 문턱을 높여둔 계약서라면 단순 입건만으로는 해지·위약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헌법 제27조 제4항과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가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입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고, 입건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했다는 절차적 사실일 뿐 혐의 유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계약 자유의 원칙상 당사자들이 입건 단계부터 해지·위약금 사유로 삼기로 미리 합의했다면 그 합의 자체가 당연히 무효는 아니지만, 그런 조항이 소속사·구단 등 우월적 지위에 있는 쪽이 상대방에게 불공정하게 강요한 것인지는 같은 법 제6조 제2항이 금지하는 불공정 계약 강요 문제로 별도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입건" "기소" "유죄확정" 중 어느 단계를 해지·위약금 발생 요건으로 정했는지 먼저 확인.
문턱이 높게 설정돼 있다면 입건만으로 소속사·구단이 일방적으로 해지·위약금을 청구하기 어려움.
문턱이 낮게(입건 단계) 설정돼 있어도, 그 조항 자체가 일방에게 부당히 불리하게 강요된 것인지는 별도 쟁점.
위약금 조항의 두 얼굴 — 손해배상액 예정이냐 위약벌이냐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고 해서 그 성격이 다 같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일단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지만,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위약금이 실제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문언과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의사해석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판결은 특히, 하나의 계약에 실손해 배상을 전제로 한 조항이 따로 있는데도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 이중배상이 되는 사정이 있다면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성범죄 입건을 이유로 한 전속계약 해지 사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에 "기존 지급액 반환 및 실손해 배상"과 별도로 "위약금 ○억 원"을 정해뒀다면 후자는 위약벌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고, 반면 위약금 조항 하나로 손해 전보를 갈음하도록 돼 있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이 구별이 뒤에서 살펴볼 감액 가능 여부를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명칭이 아니라 계약서 문언·체결 경위·이중배상 여부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손해배상액 예정이면 감액 가능 — 법원이 보는 기준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그 액수가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판례가 제시하는 판단 요소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되는 손해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 등입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 공정을 잃는 결과를 낳는다고 인정되면 감액 대상이 됩니다.
연예인·운동선수 전속계약에서는 소속사·구단이 투입한 계약금, 광고·활동 수익의 규모, 계약 잔여 기간이 감액 판단에서 실제로 참작되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잔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계약 총액을 기준으로 한 위약금을 그대로 청구한다면, 예정액과 실제 예상 손해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 감액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액은 법원의 재량 판단이라 위약금 조항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줄어드는 방식으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약벌이면 원칙적으로 감액 불가 — 대신 반사회질서로 통제
반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판단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앞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위약벌이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라는 점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위약벌을 감액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무관하므로 원칙적으로 위약벌과 별도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위약벌 금액이 아무리 커도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위약벌 액수가 과도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라면 민법 제103조가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 보아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제해 왔습니다. 다만 이 통제는 감액처럼 일부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항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인정되는 문턱이 훨씬 높고, 실제 소송에서 다투기도 더 까다롭습니다.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그것이 손해배상액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하지만, 위약벌은 원칙적으로 감액이 안 되고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전부·일부 무효를 다퉈야 한다.
운동선수·광고모델 계약의 특수성 — 구단 규약과 이미지실추 조항
운동선수는 구단과 맺는 선수계약, 광고주와 맺는 모델계약이 함께 얽혀 있어 다툼의 층위가 하나 더 늘어납니다. 구단과의 선수계약은 각 종목 연맹·리그 규약에 따른 품위손상 조항에 근거한 징계(출전정지·계약해지 등)와, 계약서 자체에 담긴 민사상 위약금 조항이 별개로 작동합니다. 리그 규약에 따른 징계는 해당 단체의 내부 절차 문제이지만, 위약금 청구는 앞서 살펴본 손해배상액 예정·위약벌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별개의 민사 쟁점입니다.
광고모델 계약에서는 통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이미지가 실추된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기지급 광고료를 반환하며 위약금까지 지급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조항은 문언상 광범위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입건 사실만으로 "이미지 실추"라는 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 있는지, 광고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개별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기지급 광고료 반환과 위약금을 동시에 청구하는 구조라면 위약금 부분이 위약벌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감액이 아니라 조항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단 규약상 징계(출전정지 등)와 계약서상 위약금 청구는 근거와 절차가 다른 별개 쟁점.
광고모델 계약의 "이미지실추" 조항은 문언이 넓어도 실제 효과 훼손 여부를 따져야 함.
광고료 반환과 위약금이 함께 규정돼 있으면 위약금은 위약벌로 볼 여지가 커짐.
무죄·불기소로 결론 났을 때 — 해지의 정당성과 위약금 반환 다툼
입건 단계에서 소속사·구단이 이미 해지를 통보하고 위약금까지 지급받은 뒤, 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애초에 해지의 전제였던 신뢰관계 파탄 사유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계약서상 해지 요건을 "유죄판결 확정"으로 좁게 정해뒀다면 입건 단계의 해지·위약금 청구는 애초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되어, 부당해지를 이유로 이미 지급한 위약금의 반환이나 잔여 계약기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생깁니다.
반대로 계약서가 입건 단계부터 해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명시해뒀다면, 이후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계약 문언상 해지 자체의 효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위약금 액수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된다면, 실제로는 무혐의·무죄로 끝나 소속사·구단이 입은 손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정이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판단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된 경우라면 해지의 정당성 자체를 다투기는 어려워지고, 다툼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위약금 액수의 과다 여부로 옮겨가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로 입건됐다는 사실만으로 전속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나요?
A. 계약서가 해지·위약금 요건을 어느 단계로 정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입건 자체를 요건으로 명시했다면 문언대로 해지 사유가 될 여지가 있지만, 기소나 유죄확정을 요건으로 정했다면 입건만으로는 해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Q. 위약금이 계약금의 몇 배로 정해져 있으면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액수가 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되면 부당히 과다한 부분만 법원이 감액하고, 위약벌로 판단되면 극단적으로 과다해 반사회질서에 해당할 때만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됩니다.
Q. 위약금 조항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계약서 문언과 체결 경위, 위약금을 정한 목적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실손해 배상 조항이 따로 있는데 위약금까지 별도로 규정해 이중배상이 되는 구조라면 위약벌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불기소나 무죄가 확정되면 이미 낸 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계약서상 해지 요건이 애초에 충족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 부당해지를 이유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가 입건 단계부터 해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정해뒀다면 해지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고, 위약금 액수만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Q. 운동선수는 구단 징계와 별도로 위약금도 내야 하나요?
A. 리그 규약에 따른 출전정지 등 징계와 계약서상 위약금 청구는 근거와 절차가 다른 별개 문제입니다.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약금 액수나 감액 가능 여부가 자동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Q. 광고모델 계약의 "이미지실추" 조항도 위약금 감액 다툼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다만 그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부터 구별해야 하며, 광고료 반환과 위약금이 함께 규정돼 있다면 위약벌로 판단돼 감액이 아니라 조항 효력 자체를 다투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맺음말
연예인·운동선수의 성범죄 입건은 그 자체로 전속계약을 끝내는 자동 스위치가 아닙니다. 해지가 정당한지는 계약서가 정한 해지 요건과 신뢰관계 파탄 여부에 달려 있고, 위약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는 그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법리가 적용됩니다. 입건 단계에서 성급하게 계약 정리에 나서기보다, 계약서 문구부터 정확히 대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툼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해지의 정당성보다는 위약금 액수의 과다 여부가 쟁점이 되고, 무혐의나 무죄로 끝나면 애초의 해지·위약금 청구가 정당했는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조항과 수사 진행 상황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위약금 청구를 받았거나 검토 중이라면 계약서부터 꼼꼼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