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다가 시정명령과 과징금만 부과받고 사건이 끝났다고 안심하는 사업자가 많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스스로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도, 전혀 다른 국가기관의 요청 한 번으로 다시 형사고발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공정위 외에 어떤 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지, 그 요청을 받은 공정위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아도 처벌될 수 있는 이유 — 전속고발권의 기본 구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1항은 형벌조항인 제124조와 제125조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검찰이 자체 수사로 담합이나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공정위의 고발장 없이는 기소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를 전속고발권이라 부르고, 공정거래 사건은 시장 분석과 경쟁제한성 판단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권한을 공정위에 독점시킨 것이 입법 취지입니다.
다만 전속고발권은 어디까지나 '누가 고발장을 낼 수 있는가'를 정한 것이지, 공정위가 한 번 봐주면 그 사건이 영영 형사처벌에서 벗어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의 고발 여부 판단에 대해 검찰총장, 그리고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까지 별도의 요청권을 부여해 두었습니다. 결국 실제로 고발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주체는 공정위 하나가 아니라 검찰총장을 포함해 모두 4개 기관인 셈이고, 이 구조를 모른 채 시정명령 단계에서 사건이 끝났다고 판단하면 뒤늦게 형사입건 통보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다는 뜻이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 검찰총장과 3개 부처가 별도의 고발요청권을 갖는다.
전속고발 대상이 되는 범죄 — 제124조·제125조가 정한 범위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이 전속고발 대상은 아닙니다. 형사처벌 조항인 제124조와 제125조에 해당하는 행위만 이 구조의 적용을 받고, 나머지는 제130조의 과태료 대상에 그칩니다. 제124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유형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지주회사 규제 관련 탈법행위,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의 폭언·폭행이나 고의적 현장진입 저지 등을 포함합니다.
제125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유형으로, 시정조치 불이행, 자료제출 요청에 대한 거부나 허위 제출,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과정에서의 자료 은닉·폐기·위변조 등을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담합(부당공동행위)과 불공정거래행위 상당수가 이 두 조문 중 하나에 걸려 있어, 뒤에서 살펴볼 검찰총장이나 3개 기관의 고발요청 대상이 되는 사건도 대부분 이 범위 안에서 발생합니다.
제124조(3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 벌금) —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부당공동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사방해(폭언·폭행) 등
제125조(2년 이하 징역·1억5천만원 이하 벌금) — 시정조치 불이행, 자료제출 거부·허위제출, 조사방해(자료은닉·위변조) 등
제130조 과태료 대상은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전속고발·의무고발요청 논의에서 애초에 제외
공정위가 스스로 고발하는 경우 — '명백하고 중대'하다는 판단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2항은 공정위가 제124조·제125조의 죄 중 그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문언상으로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이지만, '명백하고 중대한지'를 판정하는 주체 역시 공정위 자신이라는 점에서 실제로는 상당한 재량이 작동합니다. 같은 담합 사건이라도 낙찰가 차이, 관련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시정명령·과징금 선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자진신고(리니언시) 감면제도가 결합되면 고발 여부는 더 유동적입니다. 조사에 협조하며 자진신고한 사업자는 공정위 내부 감면기준에 따라 시정조치·과징금뿐 아니라 고발까지 면제받는 경우가 실무상 흔합니다. 그러나 이는 공정위의 재량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 법률이 자동으로 보장하는 면제가 아니므로, 자진신고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고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검찰총장의 고발요청 — 공정위 판단에 대한 첫 번째 견제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3항은 검찰총장이 제2항의 고발요건, 즉 위반 정도가 명백하고 중대하다는 사실이 있음을 공정위에 통보하여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검찰이 별도의 수사나 첩보를 통해 공정위가 파악한 것과 다른 정황을 확인했다면, 공정위의 1차 판단과 무관하게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요청이 들어오면 공정위는 재량 없이 응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5항은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고발요청이 있을 때에는 공정위가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요청을 받고도 고발하지 않고 버틸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정위가 시정명령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했더라도, 검찰총장이 뒤늦게 다른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면 형사고발 절차가 다시 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의무고발요청제도 — 공정위가 '아니다'라고 해도 3개 기관이 요청하면 고발해야 한다
이 글 제목이 가리키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4항은 공정위가 제2항의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결정하더라도,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은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공정위가 "이 사건은 명백·중대하지 않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뒤에도 이 3개 부처가 완전히 다른 잣대로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제129조 제5항에 따라 이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합니다. 공정위가 자신의 최초 판단을 근거로 이 요청을 거부할 권한은 법문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하나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형사고발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문(門)은 공정위 자체 판단, 검찰총장의 요청, 감사원장의 요청,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요청, 조달청장의 요청까지 모두 다섯 갈래로 열려 있고, 이 중 어느 한 곳만 통과해도 고발로 이어집니다.
공정위가 위반정도가 명백·중대하지 않다고 결정해도,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이 다른 사정을 이유로 요청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 —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4항·제5항.
기관마다 보는 기준이 다르다 — 국가재정·중소기업 피해·사회적 파급효과
세 부처가 요청권을 행사하는 실제 국면은 각자의 소관 업무와 맞닿아 있습니다. 조달청은 국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에서 벌어진 담합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고, 공공조달 질서와 국가계약의 신뢰성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합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이나 보조금·정부 지원사업과 얽힌 위반행위에서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거래행위로 다수의 중소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은 사안에서 요청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건설사가 공공발주 공사 입찰에서 담합했는데, 공정위가 낙찰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경쟁질서 저해 정도를 낮게 평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만 부과하고 고발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조달청은 낙찰가 차이의 크기가 아니라 국가계약 제도 전반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시 평가할 수 있고, 그 결과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이미 종결한 것으로 처리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고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공정위의 판단 기준과 각 부처의 판단 기준이 애초에 다르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결과입니다.
고발 이후 되돌릴 수 없는 것들 — 공소제기 후 고발 취소 불가
공정거래법 제129조 제6항은 공정위가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고발을 취소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조사 단계나 심의 단계에서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시정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노력은 고발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만 실질적 의미를 가지며, 일단 고발이 접수되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뒤에는 뒤늦게 협의나 소명으로 사건을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자진신고(리니언시)로 시정조치·과징금을 감면받은 사업자라도 이 지점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검찰총장이나 3개 부처 중 한 곳이 고발을 요청한 사안이라면, 공정위는 그 사업자가 자진신고자라는 사정만으로 고발을 거부할 재량이 없습니다. 자진신고 감면은 공정위가 부과하는 시정조치·과징금의 감면일 뿐, 다른 기관의 의무고발요청권 자체를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고발 대상에서 빠진 공범은 어떻게 되나 — 고발불가분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8도4762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고발에 형사소송법 제233조가 정한 친고죄의 고소 불가분원칙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3조는 친고죄에서 공범 중 한 명에 대한 고소가 다른 공범 전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정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준용 규정도 없습니다. 대법원은 명문 근거 없이 이를 유추적용하면 공정위의 고발이 없는 행위자에게까지 형사처벌 범위를 확장하는 결과가 되어 죄형법정주의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가 갖는 실무적 의미는 뚜렷합니다. 공정위가 담합에 가담한 여러 사업자나 개인 중 일부만 고발 대상으로 특정했다면, 고발장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나머지는 검찰이 별도로 기소하더라도 소추요건 흠결을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게 됩니다. 조사·심의 단계에서 자신이 실제로 의결서상 고발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의견제출 과정에서 고발 범위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방어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정위가 무혐의나 심의절차종료로 사건을 끝냈는데도 나중에 고발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정위 스스로는 위반 정도가 명백·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더라도,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이 별도의 사유로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합니다.
Q. 4개 기관은 아무 공정거래법 사건이나 고발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형벌조항인 제124조·제125조에 해당하는 죄로 대상이 한정되고, 검찰총장은 위반이 명백·중대하다는 사실을, 3개 부처는 사회적 파급효과·국가재정 영향·중소기업 피해 정도 같은 별도의 사정을 근거로 제시해야 합니다.
Q.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하면 형사고발까지 완전히 면제되나요?
A. 시정조치와 과징금은 공정위 감면기준에 따라 줄어들 수 있지만, 고발까지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총장이나 3개 부처의 요청이 이미 들어온 사안이라면 자진신고자라도 고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 고발 요청을 받은 공정위가 이를 거부할 수 있나요?
A. 거부할 수 없습니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어, 별도의 재량 판단 없이 요청에 따라야 합니다.
Q. 이미 기소된 뒤에 공정위가 고발을 취소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그럴 수 없습니다. 공정위는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고발을 취소할 수 없다고 법에 정해져 있어, 기소 이후 단계에서는 고발 취소를 통한 절차 종료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Q. 공정위 고발 대상에서 빠진 임직원은 안심해도 되나요?
A. 판례상 고발불가분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고발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기소는 소추요건 흠결로 공소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후 별도의 고발이 추가되거나 검찰의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안심할 사안은 아닙니다.
맺음말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전속고발권은 공정위만이 고발할 수 있다는 뜻일 뿐,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사건이 완전히 끝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검찰총장의 고발요청, 그리고 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의 의무고발요청까지 더해 실제로는 네 갈래의 통로가 열려 있고, 이 중 어느 한 곳만 통과해도 공정위는 재량 없이 고발해야 합니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처분만 받고 사건이 종결됐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건이 이 요청 대상이 될 만한 사회적 파급효과나 국가재정·중소기업 피해와 연결돼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은 시화·반월 산업단지를 비롯한 제조업 밀집지역이 많아, 공공조달 입찰이나 하도급 거래와 얽힌 공정거래법 조사가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조사 초기 단계에서 고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응 전략을 세워두는 것이 사건이 커진 뒤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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