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 소멸시효 3년과 10년, 잠복손해에서 기산점이 달라지는 이유
제조물책임 소멸시효 3년과 10년, 잠복손해에서 기산점이 달라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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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 소멸시효 3년과 10년, 잠복손해에서 기산점이 달라지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제품의 결함으로 다치거나 건강을 잃었을 때, 그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리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학물질이나 의료기기처럼 몸에 누적되거나 잠복기를 거쳐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는 제조물을 사용한 지 한참 지난 뒤에야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게 되는 일이 흔합니다. 문제는 제조물책임법이 손해배상청구권에 3년과 10년이라는 두 겹의 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인데, 뒤늦게 발현되는 손해에 이 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면 청구권이 발생하기도 전에 소멸해버리는 모순이 생깁니다. 이런 불합리를 막기 위해 법은 잠복손해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별도의 기산점 특칙을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3년과 10년 두 기간이 각각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그리고 잠복손해 특칙이 실제로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소멸시효 — 3년과 10년, 두 겹의 기간 제한

제조물책임법 제7조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두 가지 기간 제한을 동시에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알게 된 날부터 3년이고, 다른 하나는 제조업자가 손해를 발생시킨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입니다. 두 기간은 서로 다른 기산점을 갖는 별개의 시효로, 어느 한쪽이라도 지나면 그 시점에 청구권은 소멸합니다. 즉 손해를 안 지 3년이 안 됐더라도 공급일로부터 10년이 지났다면 청구할 수 없고, 반대로 10년이 안 지났어도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마찬가지로 청구권이 소멸합니다. 이런 이중 구조는 피해자 보호와 제조업자의 법적 안정성이라는 상반된 요청을 절충한 결과입니다.

이 구조는 민법 제766조가 정한 일반 불법행위 소멸시효(3년·10년)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10년의 기산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민법상 장기소멸시효는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기산되고, 판례는 이를 가해행위 시점이 아니라 손해가 객관적·구체적으로 발생한 시점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반면 제조물책임법 제7조 2항은 아예 명문으로 '제조물을 공급한 날'을 기산점으로 못 박고 있어, 손해가 실제로 언제 발생했는지와 무관하게 공급 시점부터 시계가 돌아갑니다. 결함 있는 제품이 출고된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사고가 나는 경우, 이 차이는 청구 가능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인 변수가 됩니다. 그래서 뒤에서 살펴볼 잠복손해 특칙이 왜 별도로 필요한지도 이 지점에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3년(주관적 기산점) —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알게 된 날부터 진행

  • 10년(객관적 기산점) —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진행

  • 잠복손해 예외 — 신체 누적 유해물질·잠복기간 경과 손해는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재기산

  • 두 기간 중 하나라도 도과하면 그 시점에 청구권 소멸

제조물책임법상 소멸시효는 3년과 10년, 두 기간이 각각 다른 사유로 진행되며 둘 중 어느 하나만 지나도 청구권은 소멸한다.

3년의 기산점 —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알아야 시작된다

제조물책임법 제7조 1항은 3년의 기산점을 '손해'와 '제3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 즉 배상책임자 두 가지를 모두 알게 된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만 알아서는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예컨대 특정 증상이 발생한 사실은 알았지만 그 원인이 어느 제품의 결함인지, 제조업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면 3년은 아직 시작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766조 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 정도로는 부족하고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뜻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제조물책임법의 3년 기산점도 이와 같은 법리로 해석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단순한 의심이나 추측만으로는 3년이 진행되지 않고,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시점부터 진행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기산점을 둘러싼 다툼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것은 '언제 알았는가'에 대한 증명입니다. 판례는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을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 즉 제조업자 쪽에 지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조업자가 '피해자가 몇 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려면 그 시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피해자 쪽에서 진단서나 검사 결과 등으로 인식 시점을 특정할 수 있다면 3년의 기산일을 유리하게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결함과 손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막연히 시간만 흘렀다는 이유로 3년이 이미 지났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해를 안 날'은 추정이나 의문이 아니라 손해와 가해행위, 그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뜻하며, 이 시점의 증명책임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

10년의 기산점 — 계약일도 판매일도 아닌 '공급한 날'

10년의 기산점인 '공급한 날'은 계약을 체결한 날도,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날도 아닙니다.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유통 과정에 놓은 시점, 즉 판매나 인도를 통해 자신의 지배를 벗어나 시장에 내놓은 날을 의미합니다. 같은 모델의 제품이라도 개별 제품마다 실제로 출고·판매된 날짜가 다르므로, 소송에서는 문제가 된 그 제품이 언제 공급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조일자와 판매일자가 다른 경우도 흔한데, 기준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제품이 시장에 유통된 공급일입니다. 이 시점을 특정하기 위해 영수증, 제품 시리얼번호, 제조사의 출고기록 등이 실무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10년은 손해의 발생이나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절대적 기간이라는 점에서 3년과 성격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구입한 지 8년째 되는 해에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공급일로부터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청구가 가능하지만, 같은 사고가 12년째에 발생했다면 원칙적으로는 이미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뒤입니다. 손해가 언제 발생했는지와 무관하게 공급일을 기준으로 10년이 지나면 배상을 구할 길이 막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신체에 누적되거나 잠복기를 거쳐 뒤늦게 나타나는 손해는 애초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청구권이 소멸해버리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고, 이를 막기 위한 것이 다음에 살펴볼 특칙입니다.

잠복손해 특칙 — 손해가 나타난 날부터 다시 기산하는 이유

제조물책임법 제7조 2항 단서는 '신체에 누적되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일정한 잠복기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에 대해서는 10년을 그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기산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급일이 아니라 손해발생일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이 요건에 해당하면 10년의 시계가 사실상 다시 맞춰집니다. 이 특칙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석면이나 특정 화학물질처럼 장기간 누적 노출된 뒤에야 질환이 발현되는 경우, 제품이 공급된 시점부터 곧바로 10년을 계산하면 병이 나타나기도 전에 청구권이 소멸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이 이런 손해를 별도로 취급하지 않았다면, 잠복기가 긴 유형의 피해는 애초부터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셈이 됩니다.

이 특칙은 전혀 새로운 발상이 아니라, 법원이 그동안 축적해 온 해석론을 명문화한 것에 가깝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766조 2항이 정한 일반 불법행위의 장기소멸시효에 대해서도,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을 가해행위 시점이 아니라 손해가 객관적·구체적으로 발생한 때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베트남전 참전군인 고엽제 피해 손해배상청구 사건). 이 사건은 고엽제에 함유된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특정 질환이 발현된 참전군인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다룬 사안으로, 잠복성 손해에 관한 소멸시효 법리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례입니다. 제조물책임법 제7조 2항 단서는 이런 법리를 제조물 피해에 관해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 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신체에 누적되거나 잠복기간을 거쳐 나타나는 손해는 제품이 공급된 날이 아니라 손해가 실제로 발생한 날부터 10년을 다시 계산한다.

잠복손해로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잠복손해 특칙이 적용되려면 단순히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손해의 성격 자체가 신체에 누적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것이거나 일정한 잠복기간을 거쳐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석면이나 특정 화학물질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된 뒤 수년에서 수십 년이 지나 폐질환이나 암 등이 발현되는 경우입니다. 의료기기나 삽입형 제품처럼 체내에 장기간 남아 있다가 뒤늦게 부작용이 확인되는 경우도 이 유형에 포함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즉시 또는 짧은 시간 안에 손해가 나타나는 유형, 예를 들어 가전제품의 화재나 폭발처럼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는 경우는 이 특칙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특칙이 적용되지 않는 통상적인 손해라면 여전히 공급일로부터 10년이라는 절대적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화학제품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근무하던 근로자가 퇴직 후 수년이 지나 관련 질환을 진단받았다면, 진단받은 날, 즉 손해가 객관적으로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다시 10년을 계산할 수 있어 구제받을 여지가 남습니다. 반면 제품 결함으로 즉시 화상을 입거나 다친 경우라면 애초에 손해발생과 공급일 사이의 간격이 크지 않으므로 원칙적인 10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특칙을 따로 주장할 실익이 없습니다. 잠복손해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의학적·과학적 근거로 판단되는 문제이므로, 진단서나 역학조사 자료 등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실무에서는 핵심입니다.

  • 특칙 적용 예 — 유해화학물질 장기 노출 후 수년 뒤 발현된 질환, 체내 삽입 의료기기의 지연성 부작용

  • 특칙 미적용 예 — 사용 직후 발생한 화재·폭발·감전 등 급성 손해

  • 판단 근거 — 진단서, 역학적 인과관계 자료, 노출 이력 등 의학적·과학적 증거

  • 특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공급일 기준 10년의 절대적 기간이 그대로 적용됨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 — 증명책임과 시효중단

실무에서 소멸시효를 둘러싼 다툼은 대개 '언제부터 기간을 계산할 것인가'에 대한 증명 문제로 귀결됩니다. 앞서 본 것처럼 3년의 기산점인 '안 날'과 잠복손해의 경우 10년의 기산점인 '손해가 발생한 날' 모두, 그 시점을 증명할 책임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쪽, 즉 대부분의 경우 제조업자 측에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주장을 받더라도 곧바로 포기하기보다, 자신이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이 언제인지, 그리고 그 인식이 진단이나 감정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는지를 먼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했다면 소를 제기하기 전이라도 가압류나 채무자에 대한 재판상 청구 예고(최고) 등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조치를 우선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시효중단 조치 없이 협상만 계속하다가 기간을 넘기면, 협상 결렬 후에는 청구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소멸시효가 형식적으로 완성되었더라도 제조업자의 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례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 그 사정이 해소된 뒤 상당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했다면 소멸시효 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매우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법리이고, 상당한 기간의 판단도 개별 사정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지므로 이 주장만 믿고 시효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시효가 임박한 사안일수록 기산점에 관한 사실관계와 증거를 미리 정리해 두는 쪽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제조물책임법과 민법, 두 청구권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

제조물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청구권과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별개로 성립하며, 피해자는 두 청구권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 구조만 놓고 보면 두 법이 3년·10년이라는 같은 틀을 쓰고 있고, 판례가 민법상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도 손해발생 시로 해석해 온 만큼 잠복손해에 대한 보호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입증책임의 측면에서는 제조물책임법이 뚜렷한 이점을 갖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는 일정한 사실만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해 주는 규정을 두고 있어, 결함의 존재나 인과관계를 처음부터 전부 입증해야 하는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보다 피해자의 증명 부담이 가볍습니다. 그래서 소송 실무에서는 제조물책임법상 청구권을 주된 근거로 삼되, 만약을 대비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도 함께 주장하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어느 쪽 청구권으로 구성하든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사실관계, 즉 손해를 언제 알았는지와 손해가 객관적으로 언제 발생했는지를 정리하는 작업은 공통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화성·시흥 등 제조업체가 밀집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사용된 화학물질이나 설비 결함으로 인한 피해 상담이 드물지 않게 접수되는데, 이런 사안일수록 노출 이력과 진단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조기에 확보해 두는 쪽이 이후 청구 단계에서 유리합니다. 두 청구권의 요건과 시효 구조를 함께 검토해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가려내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품을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상받을 수 없나요?

A. 원칙적으로 공급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통상적인 손해라면 배상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신체에 누적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손해이거나 잠복기간을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라면, 공급일이 아니라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다시 10년을 계산합니다. 손해의 성격이 이 특칙에 해당하는지는 의학적 근거로 판단되므로, 진단 시점과 노출 이력을 먼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손해를 알았지만 제조업자가 누구인지는 몰랐다면 3년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A. 제조물책임법 제7조 1항은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알아야 3년이 진행된다고 정하고 있어, 제조업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라면 시효는 아직 시작되지 않습니다. 다만 통상적인 조사로 제조업자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까지 무한정 유예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인 제품과 제조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미루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제조업자 측에 있습니다.

Q. 잠복손해인지 아닌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신체에 누적되어 건강을 해치는 물질에 의한 손해인지, 일정한 잠복기간이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인지는 진단서와 역학적 인과관계 자료 등 의학적·과학적 근거로 판단됩니다. 단순히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잠복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노출 이력과 발병 시점 사이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런 자료가 부족하면 특칙 적용을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제조업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A. 판례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의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 그 사정이 해소된 뒤 상당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했다면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법리여서, 시효가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청구를 포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정부터 검토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상당한 기간의 판단은 사안마다 엄격하게 이루어집니다.

Q. 제조물책임법 대신 민법상 불법행위로 청구하면 시효가 더 유리한가요?

A. 민법 제766조도 3년·10년 구조는 같고, 판례가 잠복손해에 대해 손해발생 시부터 기산하는 해석을 이미 축적해 왔으므로 시효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결함과 인과관계를 일정 요건 아래 추정해 주는 규정이 있어 입증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 청구권을 함께 주장하며 유리한 쪽을 함께 살피는 방식이 실무에서 흔히 쓰입니다.

Q. 시효가 임박했는데 소송 준비가 안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소멸시효는 소 제기 외에도 가압류·가처분 신청이나 채무자에 대한 재판상 청구 예고(최고) 등으로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태라면 본안소송을 준비하는 것과 별도로 시효중단 조치부터 우선 취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효중단 조치를 미루면, 협상이 결렬된 뒤 청구 자체가 막힐 위험이 있습니다.

맺음말

제조물책임법상 소멸시효는 3년과 10년이라는 두 겹의 기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기산점은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안 날, 그리고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 각각 다릅니다. 여기에 신체 누적 유해물질이나 잠복기간을 거쳐 나타나는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을 다시 계산하는 특칙이 더해져 있습니다.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실제로는 아직 청구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시효가 지났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이미 소멸한 청구권에 시간을 들이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잠복손해인지 여부는 의학적·과학적 근거로 판단되는 만큼, 진단 시점과 노출 이력을 뒷받침할 자료를 조기에 확보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했다면 본안소송 제기 전에도 가압류 등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방법이 있으므로, 기산점 판단이 애매하다는 이유만으로 대응을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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